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지난 주는 책 소개와 ‘01 집단 어리석음의 실체’에 대해 같이 읽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02 ~ 04’의 주제를 살펴보겠습니다.
〈 읽고, 정리하기 〉
02 불가능에 도전하라?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부담감만 안길 뿐, 더 나은 전략을 구상하거나 성취 가능성을 확인할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모든 팀원의 업무와 기능에 과부하가 걸려 실수와 일정 지연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업무량은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더 성취되는 것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유토피아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토피아 증후군'은 원하는 정도의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혹은 인정하지 못해 집요하게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주의자를 염두에 둔 표현입니다. 유토피아 증후군에 사로잡힌 사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계속해서 심한 비난을 퍼붓습니다. 이런 사람은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배우려는 태도로 전략을 바꾸지 못하고 유토피아 역시 포기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주변의 충고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재능에는 의문을 갖지 않고 그저 집요하게 ‘세계 최고'만을 고집합니다.
기업에서도 이런 유사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모름지기 기업이라면 어떤 상품을 어떤 고객에게 판매하고자 하는지, 또는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제공하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고객이 만족하며, 기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기업 경영진 대부분은 전혀 다른 논리를 펼칩니다. 경영진은 먼저 기업이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의 수익이 얼마인지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 계산 결과를 “근사하게 꾸민” 다음 투자자에게 내보이며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투자를 유도합니다. 곧이어 경영진은 이렇게 계산된 수익을 ‘목표’라 선포하고, ‘도전 과제’라 부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실현하는 것을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경영진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따져보지 않고 유토피아적인 목표를 세우며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빨라야 한다!” 또는 “최소한 경쟁사보다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가능성은 살피지 않고 자기가 최고라 선언합니다. 아무튼 경영진은 “우리가 최고다”라는 선포로 언론을 도배해놓고 직원들을 닦달하고 압박합니다. 실제로도 터무니없이 높게 설정된 목표를 성취하라는 강요가 거침없이 쏟아집니다.
집단 지성은 팀원 각자가 스스로 선택한 하나의 공동 목표 아래 똘똘 뭉쳐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결실을 거두려 노력할 때 생겨납니다. 외부로부터 강요된, 즉 개인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거나 공동의 합의로 선택되지 못한 유토피아적 목표 아래서는 “기꺼이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무런 의미 없이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의무”로 바뀝니다.
03 중압감이 초래하는 집단의 기회주의
조지 애컬로프(George A. Akerlof)는 1970년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 이론을 다룬 유명한 논문을 발표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에서 ‘레몬(Lemon)’은 과일 레몬뿐 아니라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곧 ‘하자 상품'을 뜻하기도 합니다.
애컬로프는 구매자가 자신이 구입하는 상품의 품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중고차 시장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그는 중고차 중개상이 레몬, 즉 사고 이력이 있는 중고차를 팔아 악평이 자자한 지역의 시장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교활한 중개상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고객의 분노는 거의 폭발직전이었습니다. 고객은 시장을 불신의 눈길로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의 고객은 매물로 나온 중고차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평균 가격을 치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사고 차량으로 밝혀질 위험에 대비한다며 차량의 가격을 깍으려 들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차의 가격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가격의 낙폭이 너무 커서 질 좋은 매물을 중개하던 상인도 큰 손실을 입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되자 양심적인 중개상은 계속해서 시장을 떠났습니다. 그 결과 이제 시장에서는 질 좋은 중고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내 이 사실을 알아차린 고객은 다시금 중고차의 품질에 기대를 접습니다. 시세는 더욱 낮아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버티던 ‘차선'의 중개상마저 큰 손실을 입었고 끝내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죽음의 소용돌이는 저 밑바닥까지 집어삼켰습니다. 이제 시장에 남은 것이라고는 그야말로 싸구려 고물뿐이었으며, 이마저도 서로 불신하는 탓에 덤핑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시장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구매자는 질 좋은 중고차를, 중개상은 높은 수익을 내는 거래를 원합니다. 그러나 결국 남은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시장의 붕괴였습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곤욕스러운 표정만 지었습니다.
애컬로프의 중고차 시장 사례는 기회주의적인 중개상을 향한 소비자의 불신 증가가 상품의 가격 및 품질의 하락 모두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를 위해 정직하고 성실하게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중개상은 단기적으로 교활한 기회주의자와 경쟁할 수 없는 탓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이내 시장에 등을 돌리고 아예 전업하거나 아니면 기회주의적인 중개상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목적만 가지고 기회주의에 사로잡히게 되면, 모두 이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함께 죽는 길입니다. 기회주의에 빠진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가능한 모든 것을 쥐어짜내려 합니다. 그러면 소비자도 이를 눈치채고 빠르게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반응합니다. 한때 높은 신뢰도를 자랑했던 관계는 냉철한 계산이 지배하는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고 맙니다.
이렇게 되는데는 우리가 ‘북 스마트’에서 ‘스트리스 스마트’로 바뀌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북 스마트Book Smart는 ‘책을 통해 터득한 스마트함’으로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이며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반면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는 위기 순간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생존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함’으로 세계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경쟁의 승리나 생존만을 외칩니다.
현실의 경제에서 인간은 서로 더 많은 이득을 차지하려 싸웁니다. 경기가 불황이냐 호황이냐에 따라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때로는 협력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의 경제입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컴퓨터와 최적화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싸움은 가격 경쟁과 임금 덤핑에만 집중해왔습니다. 노동자는 실직의 두려움과 인센티브의 압박으로 꼼짝없이 길들여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행동은 점점 더 강하게 분열 양상을 띱니다. 스트리트 스마트의 행태는 무의미한 과부하를 초래했으며, 시장 참여자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묵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경제는 말 그대로 기회주의자들의 정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보의 우위를 선점한 쪽은 이를 철저히 악용합니다. 이런 모든 스트리트 스마트 효과가 함께 어울려 악순환, 즉 애컬로프가 말하는 죽음의 소용돌이를 빚어냅니다. 갈수록 더 기회주의가 득세하며, 고객의 신뢰는 사라지고, 상품의 품질은 계속 나빠지기만 합니다.
이같은 잘못된 경영이 바로 집단 어리석음을 만든 주범입니다. 그리고 이 집단 어리석음은 계속해서 세계 경제를, 특히 대기업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집단 어리석음은 교양 있는 북 스마트에게 “거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트리트 스마트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집단 어리석음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억압하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04 집단을 지배하는 상대적 관점
최고와 이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 존재합니다. 최고는 천재적으로 단순하게 탁월한 것을 창조하려는 목표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에 알맞은 방법을 찾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끈질기게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합니다. 연습을 거듭하며 진땀을 흘립니다. 그러면서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소비자는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천재적으로 단순한 것이라 생각할까? 우리는 미래에 어떤 주거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할까? 지식 사회에서 최고의 교육이란 무엇일까?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 할 인물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그를 키워낼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이 추구해야 할 의미는 무엇일까? 직업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는 어떤 책임을 감당해야 마땅할까? 어떻게 하면 최고를 실현해낼 수 있을까?
이처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살펴야 할 수많은 질문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생각, 그리고 행동은 이 질문을 푸는 데 집중합니다. 성공은 최고를 이루려는 생각과 행동의 실현입니다. 최고가 되려면 선구자와 기업가는 불타는 열정을 보여야만 합니다. 이것이 퍼스트 클래스의 관점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에게 최고란 비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얻거나 ‘최고의 성적’을 얻는 것입니다. 스포츠에서는 평점이, 학교에서는 성적이, 기업에서는 실적과 직급과 연봉이 최고 기준입니다. 경영자는 기업이 올린 수익이나 맡은 부서의 실적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간단히 말해 순위표의 가장 위에 선 사람이 최고입니다. 이들은 대개 아는 척을 일삼는 북 스마트입니다. 능력은 갖추었으나, 퍼스트클래스로서의 태도는 한참 부족합니다. 어디까지나 세컨드클래스 가운데 최고일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기준과 지시 사항 목록에 따라 행동하여 칭찬받기에 필요한 의무만 다할 뿐이고, 그저 경쟁자보다 약간 더 앞서기만 하면 될 뿐입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컨드클래스로 그저 졸업장이나 최종적인 성공만 원합니다. 이들은 매우 목적 지향적이며 실용적입니다. 오로지 사안을 효율적으로 ‘장악’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리고 뭔가 얻어낼 것이 있을 때에만 본격적으로 달려듭니다. 예를 들어 연봉 인상이라거나 승진이라거나 승리의 기회가 엿보일 때만 말입니다. 그래서 세컨드클래스는 어떻게 좋은 실적을 올릴지 많은 고민을 하며 늘 상대적으로만 생각할 뿐입니다. 이에 반해 퍼스트클래스는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 절대적인 생각만 합니다. 상대적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적인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퍼스트클래스의 자세입니다. 이처럼 퍼스트클래스의 절대적인 관점과 세컨드클래스의 상대적인 관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집단에서 이류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이류의 사고방식이 그 집단을 지배합니다. 이류는 공동의 목표를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업무만 처리하려 듭니다. 최고가 이류를 막지 못해 집단 어리석음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퍼스트클래스의 이상과 세컨드클래스의 현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퍼스트클래스의 자질을 갖춘 많은 사람들이 좌절에 빠집니다. 혼자서 안간힘을 다해 절대적인 경지를 이루려 하는 것만으로 탁월함이 성취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탁월하고 절대적인 것을 창출하기 위해 북 스마트와 스트리트 스마트를 함께 묶어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위대한 신전을 지을 탁월한 능력을 갖춘 수도사는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성인이라는 기둥만으로 신전이 세워지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탁월함이 카리스마의 빛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즉 진정한 퍼스트클래스라면 그에 맞는 스트리트 스마트의 자질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퍼스트클래스를 밀어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단기적으로 달성해야할 과도한 목표입니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 주는 과중한 압박감은 직원의 시야를 극한으로 좁혀 오로지 목전의 업무에만 매달리게 만듭니다. 저마다 오직 자신의 목표에만 몰두합니다.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는 타인에게 미뤄버립니다. 저마다 입을 모아 ‘어리석은 시스템’에 불평을 쏟아냅니다. 이처럼 위에서 지시한 극단의 집중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체의 극히 일부분만 보게 만듭니다. 직원들은 코끼리를 더듬는 맹인처럼 자신이 만지고 있는 부분이 전체 모습이라고 착각합니다. 그 결과 절대적인 퍼스트클래스의 안목은 누구도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목표의 독재는 사람들을 퍼스트클래스와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제 점수에 연연하고 이득에 중독된 사람만 득시글댑니다. 집단은 절대적 관점과 의미를 고민하는 태도와 작별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탁월함을 이룰 생각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집단은 갈수록 어리석음을 키웁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 한, 집단은 자기만족으로 흥겨워합니다. 그러나 세컨드클래스 집단이 어떤 다른 집단과 비교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집단 구성원들은 화들짝 놀라 ‘본래 어땠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직원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자부심을 갖길 원합니다. 혁신을, 기꺼이 일하고 싶은 직장 분위기를, 열린 소통을, 전문성 향상을, 승진 가능성을, 의욕 넘치는 업무 처리로 만족을 표하는 고객을 절실하게 갈망하고 이들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목표가 이들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 새날의 생각 나누기 〉
이번 주는 과도한 목표로 인한 유토피아증후군, 레몬 시장인 중고차시장에서 발생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책으로 아는 북 스마트와 거리에서 터득한 스트리트 스마트, 퍼스트클래스의 절대적 기준과 세컨클래스의 상대적기준에 대한 내용들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중에 저는 레몬 시장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책 전반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죽음의 소용돌이의 근본 원인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과일 레몬은 워낙 시기 때문에 그냥 먹기가 어려워 주로 식재료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레몬은 본래는 과일이지만 떫어서 먹지 못하는 불량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하여 상거래 상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곧 ‘하자 상품’을 뜻하게 되었습니다(이하 출처1 참조).
레몬시장의 법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대상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적이고 복잡한 상황속에서 거래가 이루어짐에 따라, 우량품은 자취를 감추고 불량품만 남아도는 시장을 일컫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첨단 기술이 도입된 제품이나 상당한 정보가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상품의 경우, 어쩔 수 없이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는 현격한 정보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중고차 시장입니다. 이 외에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납니다. 환자가 가벼운 감기인줄 알고 병원을 찾아왔을 때, 의사가 수술을 꼭 해야하는 큰 병이라고 진단한다면 의학적 개념이 부족한 환자로서는 그 진단을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의사의 견해가 옳다고 보는 것이 맞지만, 100%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의료수가를 높이기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단을 처방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치과의 경우가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저는 심한 치통으로 회사 근처 A 치과의원를 찾아가 진찰을 받았는데, 글쎄 어금니 쪽 치아 3개가 좋지 않으니 모두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의 의향은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마취를 하려 듭니다. 그래서 저는 고통스런 치통에도 불구하고 오후 중요한 약속을 핑계 삼아 치료 중단을 선언하고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그런 후 과거 제가 치료를 받았던 비교적 거리가 멀지만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B 치과의원으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확인해 보니 도착 예정시간이 진료 마감 시간이 다되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조금 늦을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 퇴근을 미뤄야만 할 상황이었죠. 다음 날이 주말인지라 저는 주말 내내 치통으로 고통스럽게 지낼 수가 없기에 어쩔수 없이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한 것입니다. 다행히 B 치과의원은 흔쾌히 제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드디어 B 치과의원에 도착하여 간단한 검사를 신속히 마치고 의사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어금니 쪽 치아가 많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 일단 먼저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고 약 복용을 하면서 상황을 보아가며 판단을 해 보자.”고 합니다. 그러고는 “뭐니뭐니 해도 자기 치아가 가장 좋으니 가능한한 좀 더 쓸 수 있는데까지 써 보자”고 합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말에 통증이 가라 앉았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제 어금니 치아 3개는 아직도 살아 남았습니다. 물론 간혹 불편함을 주는 때도 있지만 그정도는 일상에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이제 B 치과의원은 저희 가족 모두가 가는 가족 치과의원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즈음 B 치과의원 보다는 A 치과의원 같은 곳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점점 치과 치료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이 들어가는 치료는 대개 여러 치과의원을 다녀보고 비교해 치료할 곳을 정한다고 합니다. 비단 치과의원만 그런 것이 아닌, 심지어 규모 있는 큰 병원도 그런 세태가 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예로 장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들 경황이 없는 소비자들은 장의사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의 소비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됩니다.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연예인 노예계약이 사회적으로 크나 큰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금융시장도 그렇습니다. 복잡한 금융상품, 그 중에서도 어려운 수학원리를 동원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정교한 파생상품들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러면 금융시장은 엉터리 상품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그래서 상품 정보는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비교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생명보험의 약관처럼 중요한 내용을 읽기 힘든 작은 글자로 쓴 보험에는 분명 숨기는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레몬 시장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는 날부터인가 생명보험의 가격이 경쟁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가격이 하락할 특별한 요인이 없었는데, 이런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인터넷'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각각의 웹사이트들을 비교해주는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소비자들이 모든 보험상품들을 적나라하게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비싼 가격에 나쁜 조건으로 소비자들을 우려먹던 보험회사들이 서둘러 조건을 변경하여 소비자들이 연간 10억 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게 된 유명한 사건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온라인 거래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상대방을 직접 만나지 않고 거래를 진행합니다. 이로 인해 상품 또는 서비스의 질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사기와 불량 상품의 거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레몬시장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네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정보 공개입니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해 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더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평가 기관을 둡니다. 중립적인 제3자 평가 기관을 활용하여 제품 또는 서비스의 품질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규제와 소비자 보호법을 도입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부정한 거래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 평판 및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품질과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레몬시장에서 긍정적인 평판을 구축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종합하면 우리 사회는 정보가 곧 자산인 사회입니다. 우리는 정보의 부족으로 많은 불편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정보의 풍요로움으로 훨씬 더 편하게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이 관계가 무너지면 결국 애컬로프의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05 ~ 09’의 주제를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조글 〉
O 출처1: 레몬시장의 법칙
O 출처2: 레몬시장 (Lemon Market)의 개념/특징/예시/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 참고 도서 〉
O 『애커로프가 들려주는 레몬 시장 이야기』, 최병서 지음, 자음과모음 출판, 2011.08.11 출간, 133 쪽, 레몬 시장 이야기 | 최병서 - 모바일교보문고
O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이영직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출판, 2009.11.18 출간, 272 쪽,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교보ebook
O 『잡학다식한 사람들의 히든카드! 거의 모든 세상의 법칙. 3 Economy Lows Ⅰ』, 이영직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출판, 2016.10.07 출간, 71 쪽, 거의 모든 세상의 법칙. 3 Economy Laws Ⅰ - 교보 eBook
〈 소통과 성장의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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