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제 19편 // 황톳길
한편 민혁은 검사로서의 탄탄대로를 야심차게 질주하고있었다. 부임이후 배당받은 하나의 사건에서 실마리를 풀어헤쳐 이른바 대어를 낚는 쾌거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음으로서 초임검사로서의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었으며 이후로 그의 신변에는 놀라운 변화들이 줄을잇기 시작했다. 초임검사로서는 쉽사리 배당받을수없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민혁에게 맡겨지기 시작했고 그와 비례하여 민혁에게 줄을대려는 경제계인사들과 정치권인사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민혁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의아했었다. 돈의 위력으로 무엇이든 못할일이 없을것같은 경제계의 거물들이 왜 새파란 초임검사인 자신에게 어떤식으로든 줄을대려 안달하는지를..... 민혁의 검사상 직무와 별 관련이 없을것같은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 또는 정치권인사들이 왜 자신에게 줄기차게 친목모임이나 회동을 제의하며 연결고리를 맺으려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민혁이 자신의 직무에 몰입하여 사건을 처리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검사라는 직책 자체가 얼마나 막강한 권력인가를..... 기소독점제도와 기소편의주의라는 양날의 칼을 움켜쥔 검사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명백한 범죄마저도 흔적없이 지워버리거나 축소시킬수있고 없는 죄도 얽어매어 죄인을 만들수있는 도깨비방망이같은 권력이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다는것을...... 더군다나 부임초기부터 집요한 의지와 판단력으로 대형사건을 해결하는 개가를 올려 검사동기생의 선두주자로서 욱일승천의 기세로 질주하는 민혁에게 예견할수없는 앞일을 대비하고자하는 정관계 인사들이나 경제계 인물들이 꼬리를 무는것은 어쩌면 이 사회에 뿌리깊게 고착화된 기현상인지도 모를일이었다.
그런 민혁의 검사인생에 멘토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차장검사는 술자리에서마다 끊임없이 민혁에게 알토란같은 처세의 지침을 제시해주니.....민혁의 검사인생은 마치 순풍에 돛단듯 거침없이 질주할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것이나 다를바 없었다. 차장검사는 말했다. "강검사..자네는 일단 시작부터가 남달라...능력을 갖춘데다 운도 좋다는 얘기야....초임검사인 자네가 정경계 인맥과 교류를 넓혀갈수있다는거....이게 바로 운이라는거야..... 이 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네의 인생에 빛깔이 좌우되는거야.... 어차피 돈과 권력은 뗄레야 뗄수없는 함수관계니까 이를 적절히 콘트롤하면 자네 인생이 검사로만 그치라는 법이있나? 장관도 될수있고 대통령도 될수있는거지.... 내 얘기 무슨뜻인지 알겠지?...강검사! 그때가서 나 모른척하면 안되네~~ 허허허~"
민혁은 비로소 자신의 삶에 새로운 시대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음을 온몸으로 절감한다. 아~~!! 생각해보면 자신의 지난 시절은 얼마나 눈물겨웠던가! 능력없는 아버지 봉필과 새어머니 영희의 슬하에서 알량한 학비마저 만득의 지원을 받아가며 어렵사리 마쳐야했던 학창시절..... 그 어려움과 고난을 딛고 몸을 일으켜....오늘날 이자리에까지 오른 스스로가 민혁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래....나의 인생은 이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거야.... 이제 내 야망의 날개를 펼치고 무한한 꿈의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리라....
차장검사와의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주흥에다 뻗쳐오르는 야망의 설레임까지 더해져 한껏 도도하게 부풀어오른 가슴을 안고 귀가하여 아파트문을 열어젖히니..... 늘 기다리고있다가 반가이 맞아주던 은영의 모습이 보이지않는다. 왠일일까? 오늘은 무슨일이 있나?..... 의아스런 마음으로 거실에 들어서니....은영이 소파 한쪽구석에서 소리없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아니~~!! 은영씨...무슨일입니꺼? 와 이캅니꺼...." "부산의 아빠가 운영하시는 배가 큰 해난사고를 당했다네예~~" 만득이 소유한 세척의 어선중 50톤급 어선한척이 조업을하다 풍랑에 휩쓸려 침몰되는 끔직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9명의 선원중 구조된 두명의 선원을 제외하고 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대형 해난사고라는 것이었다.
은영이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지켜보고있는 티비에서는 지금 한창 만득의 배가 침몰한 해난사고의 뉴스를 현장에서 생중계하고있는 중이었다. "민혁씨 오길 기다리고있었어예.....부산에 내려가 봐야할거 같아서..... 민혁씨도 같이 가실수있는지....여쭤보고 될수있으면 같이 가려구예...." 민혁은 난처한듯 머뭇거리다 더듬더듬 운을 뗀다. "당연히 가봐야 할일인데....지가 맡은 사건의 재판날짜가 임박해서.... 아무래도....지금 당장은...." "그럼 할수 없네예....저 혼자라도 다녀올랍니더....." 은영이 미리 싸두었던 여행가방을 챙겨들고 황망히 밖으로 향하자 뒤따라나서서 엘리베이터앞까지 은영을 배웅하고 돌아온 민혁은 심사가 매우 복잡한듯 소파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티비를 지켜보며 골똘한 생각에 빠져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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