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가족 한방무료진료
정인한의원장 정 영목
1. 다문화가족과 만남
2 .다문화가족의 현황
3. 다문화가족의 수난
4. 다문화가족의 문제
5. 다문화가족과 함께
* 2011년3월6일 제3차 다문화가족 한방무료진료 기념
1. 다문화가족과 만남
다문화가족이란 가족 구성원중 인종이나 국적이 다른 타문화권 사람이 섞여 있는 가족을 말한다. 여기선 주로 우리나라 남성과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일컫는데, 중국권과 동남아권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2011년3월6일(일), 대구 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이주여성가정을 위한 제3회 한방무료진료를 실시하였다. 무료자선병원인 대구 남산동 성심복지의원에서 한방진료 활동을 하고 있는 가톨릭한의사들로 구성된 봉사단에서였다. 진료에 들어가기 전, 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센터장 김명현신부)와 대구가톨릭한의사회(김성진 회장)와의 MOU체결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대구 동구지역 다문화가족에 대한 한방의료의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번 무료진료는 이주여성가정의 건강생활을 위한 배려차원의 사업으로, 사전에 센터와의 준비과정을 통하여 진료접수된 33가정의 가족에 대한 한방진료이다. 진료범위엔 이주여성 당사자들과 배우자, 자녀 및 시부모 그리고 센터직원까지 포함하여 약 100여명에 이르렀다.
*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국제합동결혼식
여기엔 대구가톨릭대학 다문화연구소 연구원, 간호학과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생들과 센터직원, 이주여성 도우미분들이 한방진료에 도움을 주었다. 통상 4~5명의 한의사들이 참여하였는데 이날은 김성진(홍제한의원), 우창훈(포항대구한의대부속병원), 정영목(정인한의원), 황성연(영천대구한의원)원장이 참여하였으며, 진료상담, 침구치료, 추나요법, 약침요법과 복합과립제 및 환산제를 처방하였다. 함께 따라간 둘째애는 투약을 담당했고, 막내는 이주여성 아이들과 놀아주기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2010년도엔 권미자(온누리한의원), 권삼집(대웅한의원), 송성원(달성군공보의), 황성준(황성준한의원)원장이 함께 진료에 참여하였다.
본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은 중국조선족과 베트남출신들이 제일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일본,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이다. 이미 중의학에 대한 경험이 있는 조선족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으나, 아직 한방의료에 생소한 동남아출신인들에게 있어 침치료는 다소의 두려움이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익혀둔 베트남 인사말이나 캄보디아, 러시아 인사말을 한마디 건네면 이들 얼굴에 금새 평안의 꽃이 피어난다. 보통 다른 한방무료진료실과는 달리 이곳의 진료에는 많은 상담시간이 할애되어야 한다. 물론 이주여성들의 언어가 능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이들이 처한 특별한 환경에 대한 진료단의 배려가 많은 시간을 끌게 하고 상담시간도 길어지게 한다.
이들의 나이는, 조혼풍습이 있는 동남아인들의 경우엔 18세~23세가 대다수였고, 중국 조선족 출신의 나이는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그러나 남편들은 대부분이 40~50대에 이르러 심한 격차를 보였다. 심각한 나이 차이에다 외모나 피부색만이 다른게 아니라, 언어와 문화, 풍습마져 다르니 이주여성들의 현실은 결코 평탄치 않아 보인다.
* 2010년1월24일 다문화가족의 건강을 위한 강의.
불법체류자나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은 우연한 기회에 다가왔다.
약15년전쯤의 일로 기억된다. 매일신문 기자수첩에 중국동포에 대한 기사가 하나 실렸다. 흑룡강에서 돈벌러온 30대후반 불법체류자 여성의 일이다. 공사장 목수를 따라 다니며 일했는데 은행이용을 못하니 평소 친절하던 목수에게 돈을 맡기고 있었다. 근데 어느날, 그 목수는 그녀가 불법체류자인걸 약점 잡아서 임금은 고사하고 맡긴 돈도 주지 않으며 폭력을 휘두르고 성폭행까지 하였다.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가 삶의 의미를 거의 잃어갈 무렵, 보다못한 주변의 권고로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보호해줄 법은 없었다. 거꾸로 불법체류자인 것이 들통나면서 빼앗긴 돈을 찾기는 커녕 되레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고서 다친몸으로 강제추방 당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하여 신원을 밝히고서 그 여인을 수소문하여 한의원으로 오게 하였다. 그녀의 눈엔 두려움이 가득했고, 몸엔 멍자국이 가득했다. 그 억울함에 조금이라도 위로를 건네주고 싶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그런 사람들만 있는 나라가 아니란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2. 다문화가족의 현황
* 다문화가족들의 즐거운 행사장 모습
요즘 연말연시나 명절 방송에는 행복한 모습의 다문화가족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흔히 보인다.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들을 초대해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듣고, 장기자랑을 하는 등의 특집방송들이 유난히 많다. 더러는 연예인과 같이 고향을 방문하는 특집을 꾸미거나, 고향의 부모님을 초청하는 깜짝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들로 보이지만, 이제 그들 이면의 실상을 한번 들여다 볼 때가 되었지 않나 싶다. 이들 다문화가족 현실에 대한 사회적 영향의 평가는 긍정적인 면과 그렇지 못한 면으로 섞여 있다. 그러나 본고에선 우선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전인구의 2.5%인 약 1,250,000명 정도라고 한다. 특히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족이 2005년도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바, 농어촌의 경우는 한집 걸러 한집이 해당될 정도라 한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 140,000여 가정에서 2010년에는 160,000여가정으로 늘었고,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수도 이제 100,0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도의 국제결혼은 36,000여건으로 전체결혼의 13%에 해당하나, 국제결혼 이혼율도 9.1%나 된다고 한다. 한편 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가 현재 1,300여곳으로 난립하고 있으며, 약 1주일전후의 시간에 1,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국제결혼을 졸속으로 성사시켜주고 있다고 한다.
* 다문화가족 국제결혼 이혼률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전국에 200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지정하여, 다문화가족의 사회적 적응을 위한 종합적 가족지원구축 및 한글교육, 생활상담, 자녀보호, 정서적 문
화적 지원을 하고 있다. 대구지역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대구시청 여성청소년과 자료를 살펴보니, 2010년말 현재 중구를 제외한 7개구별 센터에 총 5,321가구(결혼이민자와 혼인귀화자 포함)가 등록되어 있는데, 구별로는 달서구 1,285명, 북구 906명, 동구 840명, 서구 685명, 수성구 526명, 달성군 521명, 남구 377명, 중구 18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을 출신국가별로 살펴보면, 베트남 1,482명, 중국 1,389명, 조선족 1,369명, 필리핀 218명, 일본 170명, 캄보디아 130명, 파키스탄 네팔 등 116명, 미국 69명, 우츠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등 63명, 대만 61명, 캐나다 47명, 러시아 39명, 몽골 27명, 기타의 순이다.
3. 다문화가족의 수난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실상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07년 8월 ‘후안마이’사건이었다. 베트남 이주여성 후안마이는 19세의 어린신부로, 가난한 고향집 부모형제를 도우기 위해 혈혈단신 한국으로의 시집을 결심했다. 온가족이 말렸었지만 자기의 희생으로 가족을 살리겠다는 효심으로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말만 믿고 46세나 되는 신랑만을 따라 2007년 6월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신랑은 무능한데다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았으며, 언어의 장벽과 더불어 시집식구들의 멸시와 냉대는 그녀를 한없이 외롭고 불행하게 만들었다.
충남 천안으로 시집온 지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이 19세의 신부가 우울증세를 보이며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나서자, 남편은 위로는 커녕 사기결혼이라며 그녀를 발과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여 늑골을 18개나 부러뜨렸고 그녀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 시신은 1주일이나 유기되기까지 했다. 사건 전날 그녀는 남편에게 베트남어로 편지를 남겼다. “당신은 아세요?”란 말을 수없이 반복한 편지에는,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중략) 당신은 저와 결혼했지만,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라고 적혀 있었다.
2010년 7월, 가난을 벗어나고자 부산으로 시집온 베트남의 탓티황옥(20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남편 장모(47세)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고향의 부모형제를 도우고자 했던 효성스런 그녀의 순박한 코리안드림은 그렇게 어이없이 한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결혼할 능력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정신질환자에 의해서 꿈도 희망도 생명마져도 다 빼앗겨 버렸다. 어른들의 잘못된 결혼관념과 비인도적인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의 거짓과 무책임한 관리기관들의 도덕적해이가 빚은 비극적 결과이다.
이글을 준비하는 도중 또 하나의 비극사가 보도되었다. 2010년3월, 춘천으로 시집왔었던 결혼1년차 캄보디아 이주여성(25세)이 화재로 질식사했었는데, 범인은 남편 강모씨(45세)로 밝혀졌다. 기초생활 수급자인 그는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신부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전기히터에 이불을 밀착시켜 화재를 일으켜 사망케 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녀의 생명과 바꾼 보험금은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한다.
2008년 2월, 설날에 한국인과 국제결혼한 지 6개월된 베트남 이주여성 쩐타인란(22세)이 입국한 지 1달만에 자기가 살던 대구 경산의 14층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다. 경찰은 서둘러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했고, 시신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틀후 석연찮게 화장되었다. 그녀는 입국하자마자 시댁과의 갈등을 겪었으며 1주일만에 남편과 협의이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건 바로 전날 베트남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예매한 상태였다고 하니 사인에 대한 의문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자기들이 필요해 베트남으로 와서 결혼하자고 한 게 아닌가.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인간이다. 단지 국적만 다를 뿐이다.”라는 절규를 일기장에 남긴 그녀는 하노이 인근의 어느 시골집 예쁜 외동딸이었다.
* 故. 탓티황옥 추모집회중 기자회견
2009년 1월, 남편(39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다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캄보디아의 어린신부 짜이건투(18세)의 사건을 통해서,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국제결혼관행에 대해 우리사회는 어떤 반성과 교훈을 얻어야 했다. 결혼알선업체들의 상품화와 거짓된 정보에 이주여성의 인권이 침해되고 심지어 폭력과 살해까지 당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2006년 3월, 베트남 여성 레이티 낌동(22세)은 한국 남성(34세)과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집을 탈출하기 위해 대구 달성군 9층 아파트에서 커튼으로 만든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줄이 풀려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문이 밖에서 잠겨 있어 나갈 수가 없었다. 남편은 당시 사건으로 자신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고향으로의 유골반환을 거부했다. 레이티 낌동의 유골은 1년 후에야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10년 7월, 부산지역 이주여성들과 여성인권단체들은 사하경찰서앞에 집결하여 故.탓티황옥 추도집회를 가졌다. 그녀의 죽음을 애닯아 하며 철저한 진상규명 및 가해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울분을 토해냈다.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가해자 노모의 인터뷰는 듣는이를 참담하게 한다. 자신의 부모형제도 감당할 수 없는 비사회적인 남성을, 어린 나이인데다 국적도 다르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주여성에게 떠넘기려하는 상황은, 또 다른 후안마이, 제2의 탓티황옥의 비극을 계속 불러올 것이다. 이주여성들은 가사도우미로, 우울증에 걸린 아들을 돌보게 하려고, 치매에 걸린 노부모를 보게 할 간병인으로, 장애인의 활동보조원, 섹트파트너, 아이를 돌봐줄 보모가 되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고향집 부모형제를돕기 위하여, 또는 좀 더 잘 사는 나라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어린신부들일 뿐이다.”
이런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의 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녀들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 누이들의 자화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00여년전 사진 한 장 손에 들고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시집간 우리네 누이들, 1960년대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지고 독일 간호사로 떠났던 우리 누이들, 좀 더 잘살아 보려고 일본의 농촌으로 시집간 누이들, 1970년대 가난한 농촌에서 도시의 공장으로 돈 벌러 나섰던 누이들.....이들은 모두 정든 땅, 정든 고향, 정든 사람들을 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로 떠났던 우리의 누이들이었다. 그 어린 누이들이 처음 닿은 적막한 타지에서 겪었을 외로움과 고통이, 바로 이 이주여성들의 아픔과 같지 않았겠는가.
4. 다문화가족의 문제점
같은 문화권의 한국인끼리도 결혼생활이 어려운 것인데, 국적과 피부색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사실 다문화가족이 겪는 어려움의 근원은 결혼 당사자나 가족들이 서로의 언어, 가치관, 풍습, 예절 등을 모르고 있을 뿐 아니라, 취향이나 성격조차도 모르는데 있다. 같이 생활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필요한 준비도 없이 마구잡이로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또 서로간의 갈등과 반목은 결국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곤 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당사자에게만이 아니고 그 주변 가족들과 우리 사회전체에도 고통을 전해주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큰 어려움은 사회적 편견이다. 이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리말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때로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괄시하고 차별하는 풍조가 있다. 이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씨받이 도구로, 좀 열등한 비문명인같이, 저가로 부려도 되는 인간도구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당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근 50%에 이른다고 한다. 잘못된 남편들은 돈을 주고 외국여자를 사왔다고 인식을 하며, 처음부터 길을 들인다고, 게으르다고, 혹은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고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부 지각없는 남편들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외국인 아내를 가장 빨리 휘어잡는 방법은 두들겨 패는게 최고라고 떠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갓 입국한 이주여성들의 주변엔 아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드러나곤 한다.
* 시민단체회원들과 이주여성들의 캄보디아 짜이건투 구명운동
그리고 현행 국적법상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해외이주여성은 2년 동안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이혼을 하게 되면 바로 모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 ‘외국에서 결혼하고 돌아온 여자’란 낙인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라도 대다수 이주여성은 한국에 계속 있기를 원한다. 국적신청을 할 때도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주여성은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종속된 삶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을 양산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인 남성들은 보통 3~7일 정도의 짧은 일정으로 외국에 나가서, 수십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이 즉석에서 골라 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돌아온다. 평생의 반려자를 구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혼후 다양한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혼중개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양측 당사자들에게 서로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도 않은 채, 결혼을 성사시키는데만 주력하고 있다.
탓티황옥은, 남편이 지난 8년 동안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부모에게까지 행패를 일삼는 옳치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결혼중개업체로부터 아무런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아시아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며 상품화하는 상업적, 비도덕적인 국제결혼중개업은 분명히 바뀌어져야 한다. 결혼하지 못하는 농어촌 노총각이 외국의 어린신부를 데려 왔으면 감사히 여기며 소중하게 모셔할 터인데, 못사는 나라 출신이라고 함부로 멸시하며 돈주고 사온 노예처럼 부리며 폭력과 학대를 일삼는 행위는 국제적인 망신과 지탄거리일 뿐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국제민간단체 및 외국언론들이 한국의 국제결혼 관행에 대해 [인신매매성]이라 규정하며 이주여성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정도이다.
국제결혼중개업체가 한국 예비남편들에게 제공하는 결혼지침은 가관이다. 이주여성들이 입국하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미리 여권을 빼앗도록 하고, 자국민들이 모이는데는 내보내지 말며, 인터넷을 하지 못하게 하고, 용돈을 주지 말 것이며,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함부로 외출도 시켜주지 마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로 일부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으로 취업하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여 입국한 후에 금품을 챙겨 자국 남성과 도망가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이런 결혼지침은 어디까지나 비인도적인 처사로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어린 나이 혈혈단신으로 코리아드림을 이루고자 한국땅을 밟은 그녀들에게, 온갖 격려와 배려를 베풀어 주어도 우리사회에 동화되어 적응 해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을 터인데, 안타깝게도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들 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2세인 자녀들의 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주여성들이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들은 제대로 된 한국생활을 배울 수 없고 학교교육도 따라갈 수가 없어 낙오되거나 왕따가 되고 만다. 이런 아이들이 학교생활 부적응자가 되어 방황의 사춘기를 지내고, 현실에 적의를 품은 청년기가 되어 사회에 배출된다면 우리 모두의 불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그 가정의 평화와 2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사회의 안정과 국가적인 명예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문화가족에 대하여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
5. 다문화가족과 함께
다문화가족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경로를 통하여 자료조사를 해보았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와 대구광역시 홈페이지 여성청소년가족과, 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 경산시다문화가족 지원센터 이외에 인터넷을 통한 관련자료검색을 통하여 현황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구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장 김명현신부님의 의견은 명쾌하였다. “다문화가족 문제점 개선을 위하여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국제결혼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결혼전 상대방에 대한 정보와 상대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가동이다. 신입사원에게 오리엔테이션과 수습기간이란 것이 필요하듯이, 평생을 함께 하려는 결혼, 그것도 국제결혼임에 더더욱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결혼이민자들이 한국비자를 받으려 할 때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지만, 실생활 적응용 프로그램으로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결혼 당사자 뿐만이 아니라 그 시집가족들 까지도 이러한 기본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2010년3월 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무료진료중.
대구동구다문화가족 지원센터는 전국 200여 센터중 유일하게 대학 부설 다문화연구소(대구가톨릭대학)와 연계되어 있는데, 본연구소는 최근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대상으로 선정되는 개가를 올린 바 있다. 센터장 겸 연구소장 김명현신부님은 많은 석박사과정 연구원들을 통해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학술적, 사회적, 제도적, 행정적인 연구와 실제현장사업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요구하였다. 다문화가족 문제에 대하여 배타적인 사고, 순혈주의적인 사고, 또는 감상주의적인 접근이나, 무조건적인 지원은 또 다른 문제점을 파생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에 없던 새로운 다인종문화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다문화지원사업에 인본주의적인 철학이 깃들지 않으면 자칫 실패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빵을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후, 20년후의 다문화가족의 사회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센터장은 “결혼이주민들은 자기나라에서 적어도 20년 이상 양육과 교육을 받아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성인인격체가 된 사람들인 지라, 우리로서는 별다른 투자없이 인적자원을 확보한 것이나 같다.
이들은 우리사회의 일원이 되어 전문직으로 종사하거나, 부족한 산업인력을 메우고, 저출산 고령화의 농촌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이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자녀를 낳을 수가 있게 된 것이다. ”라 말한다.
다소 생김새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자녀들도 어엿한 우리 국민이다. 그러므로 장차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행하게 될 인물들인 것이다. 직장일을 통하여 사회발전에 이바지 할 것이며, 세금을 납부하면서 국가의 부를 창출해줄 것이고, 국방의 의무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과 국민생명을 지켜줄 것이고, 선거참여를 통하여 나라정치에 기여를 할 것이다. 이들의 존재로 우리사회는 발전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감사해야할 일들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사회가 다문화가족을 포용하지 못하고 이들을 사회의 구석으로 내몬다면 멀지 않아 우리는 엄청난 사회적 경비를 지불하면서 다시 그 문제들을 수습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될 지도 모른다. 이들이 사회 부적응자가 되거나, 생활 무능력자가 되거나, 또는 사회 문제아나 탈선자가 되거나 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적 손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이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도 연결되어지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별스러운 가족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이웃이며 같은 사회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고귀한 존재이기도 함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정의 문제, 우리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이들이 행복한 가정, 건실한 가정, 사회적 인재를 낳는 훌륭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질곡의 삶으로 치닫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삶을 행복의 원천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결혼중개업체도 과감히 정비되어야 한다. 현재 신고제로 되어 있는 국제결혼중개업을 허가제로 제도개선 하여야 하고,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추지 않은 채 건수만 올리고 보자는 비인도적인 무허가 영세업체들은 엄격히 규제하여 부조리의 근원을 잘라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결혼중개시 당사자간 건강상태, 질병유무, 과거 혼인경력, 범죄경력 여부, 가족관계 등과 같은 신상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세부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결혼에 관계되는 정부 및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조체계를 마련하여 관계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요 결혼상대국 정부간의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사전에 한국문화와 언어에 대하여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흐뭇한 소식을 하나 접할 수 있었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선생의 외증손주인 홍성식(21세), 홍지안(18세) 남매가 다문화가족을 위해 한국어 교재를 펴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데서도 이런 교재를 발간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참으로 가상스럽다. 이들은 한국어를 못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다문화가정출신 초·중·고등학생이 너무나 많다는 소식을 듣고선, 자신들이 뭔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먼저 서점에 가봤더니, 한국어 교재는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 어려웠어요. 다문화가정에서 당장 필요한 건 실생활에서 쓸 표현들이잖아요. 그래서 일단 필수단어 2,000개를 영어·중국어·네팔어·베트남어·타이어·몽골어·러시아어·인도네시아
* 최현배선생의 외증손주인 홍지안, 홍성식 남매
한편 2008년 설날에 아파트에서 추락사했다던 베트남 이주여성 쩐타인란(22세)의 사건 그 후가 궁금하여 경산시 이주노동자센터에 연락하여 알아 보았더니, 그냥 그대로 묻혀 버렸다고 했다. 김헌주소장은 그뒤 베트남 쩐타인란 고향집을 방문하여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성금을 전하며 위로를 해드리고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의 선도적 역할을 하며 2009년 전국 방문교육사업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던 경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발행한 방문지도사 활동사례집을 구해 살펴보았다. 25명의 방문교육지도사가 경산, 청도, 고령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며 한국어교육, 다문화이해교육, 가족교육, 아동양육지원, 임신출산지원, 취업창업교육 등에 대하여 도움을 주고 있었다. 방문지도사들이 결혼이주여성들과 직접 만난 현장에서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어려운 상황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정황들이 자상히 기록되어 있었다.
다행히 최근 우리사회 각계에서 이들 다문화가족을 돕는 활동에 정부, 지자체, 종교계, 복지단체와 기업체 등이 나서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이들은 한글교실, 문화교실, 운전교실, 예절교실, 음식교실, 취업교실, 자녀학습도우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문화가족을 돕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이주여성과 우리 어머니들과의 결연을 통해 친정엄마 멘토링사업도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는 범정부차원의 국제결혼 건전화방안 마련을 위해 외교통상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및 사회통합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머리를 맞대며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후안마이 사건의 담당재판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속에 갇혀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러면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이 땅의 아내가 되고자 한국을 찾아온 베트남 처녀 후안마이의 예쁜소망을 지켜 줄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는 없었던 것일까요”라 묻고 있다. 우리는 마땅히 그 역량을 키워야 한다. 베트남 속담에 ‘인간의 정감은 백번의 설명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도 우리민족만큼이나 이렇게 정감을 중요시한다. 이제 우리의 정감을 각계각층에서 아낌없이 발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종차별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사랑과 온정으로 아우러는 뜨거운 가슴의 나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 한의계에서도 각지부별로나 구별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방건강관리 무료진료단을 가동하여, 다문화가족 문제가 사회적 제도적으로 안정이 될 때까지 정감어린 한방진료와 올바른 생활양생법지도 등을 통해 이들에게 생기와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평화의 멘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1.03.31 玄松
첫댓글 ㅎㅎㅎ 그 바쁜 와중에.... 수고가 많네요. 신부님...한의사회...관계자들... 그리고 다문화 가족들에게 주님의 따스한 은총 듬뿍 내려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