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사진첩[2-2] "학교 교정"(2)

[민트(김종호)]

  

     1. 빛 바랜 사진첩[1] "학교 가는 길"

     2. 빛 바랜 사진첩[2] "학교 교정"

     3. 빛 바랜 사진첩[3] "후메끼리"

     4. 빛 바랜 사진첩[4] "사과(청과물)시장"

     5. 빛 바랜 사진첩[5] "칠성 시장"

     6. 빛 바랜 사진첩[6] "방천(신천)길 따라..."

위 연재물은 10회 동문이신 앵두(이창모)님이 10회 동기회 카페 "추억이야기" 게시판에 올리신 글입니다.

 

빛 바랜 사진첩[2]        "학교 교정"(2) ㅡ 글쓴이 : 앵두(이창모)

1호 교사! 1층으로 된 목조 건물인 1호 교사가 후문(지금은 정문 쪽) 앞에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도 옥산초등학교가 칠성초등학교에서 분가해 개교(56년 7월 4일)하면서 최초의 건물이어서 1호 교사라고 이름 붙인 것 같다(아니면 1학년이 사용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건물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건물의 정면이 후문 쪽이라는 사실이다. 후문 쪽으로 건물의 현관과 복도가 있다. 따라서 운동장 쪽은 건물의 뒤쪽이 되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아마 처음 이 학교가 시작될 때에는 후문이 정문이었던 같다. 철문의 사이즈도 제대로 된 정문처럼 크고, 곁문도 있고......

그러나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처음의 정문을 사용하지 않고 후문(우리 때 정문)을 사용하는 바람에, 언젠가 우리 때쯤에 후문이 자연스럽게 정문이 되고 말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운동장에서 보면 1호 교사 건물 중앙 앞에 국기 게양대와 그 옆에는 백엽상, 그 주변은 동물원의 쇠 그물 같은 사각 담장으로 막아 놓고 자물쇠를 채워 놓았으며,

양 옆으로 등받이 없는 돌 벤취들, 그리고 히말라야 시다(아마 그 당시 교육청에서 권장해서 학교마다 많이들 심었던 나무일 게다)라고 하는 나무들이 짙은 초록빛을 뽐내며 그림처럼 심겨져 있었다.

운동장 저 편에서 1호 교사를 바라보면 마치 시골 학교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정겹고 아름답다.

4학년 때 점심시간이면 우리는 그 곳에 모여서 기마전 놀이를 했다. 아마 그 곳이 그물을 짚고 목말을 타거나, 목말을 탄 상태에서 그물에 기대어 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었을 게다(이 때 함께 놀던 생각나는 친구들은 늘 내 말이 되어주었던 권성남, 이기춘, 김상태, 이상헌, 김종채, 최영탁 등...).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전학 왔을 때(64년 10-11월쯤)가 생각난다. 운동장 쪽에서 보면 오른편에서 두 번째 목조 교실! 떨리는 마음으로 그 교실에 들어섰을 때가.....그 때의 일들 몇 가지가 기억난다.

내가 전학 간 반에 회장이 이동경이었다는 사실과, 수업 시간에라도 어떤 아주머니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오면, 우리 반 여선생님은 우리들 앞에서 알라 밴또를 여시고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시던 일,

그리고 전학 온 그 날 우리 반 아이들 여러 명이, 노는 시간에 날 화장실 뒤로 끌고 가서 하는 말 "니 야한테 이기나? 함 붙어 볼래!"였다.

처음 대구초등학교 입학하고, 선생님께 배운 것은, 전학 온 친구가 있으면, 친절하게 대해주고, 학교 화장실, 세면대 등을 잘 안내해 주라는 것이었는데, 이 녀석들 날 화장실로 데려 가 길래 화장실을 안내해 주려는 줄 알았는데........

"니 야한테 이기나? 함 붙어 볼래!"라니...그만 나는 주눅이 들고 말았다. 칠성동이 원래 싸움 잘하는 놈이 장땡이인 그런 동네인데 말이다.

그 날 나는 수업시간에 내 짝 여학생에게 자크 달린 일제 필통(60년 대 그 당시에는 거의 보기 어려운 물건이었음)을 빼앗기고, 결국 자크가 고장난 상태에서 돌려 받았다(그런데 억울하게도 그 여학생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 날 방과 후 집에 가서 부모님께 나의 힘겨웠던 첫 날 학교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서러워서 그만 울어버렸다.

그 때 우리 부친이 '사내아이가 이렇게 약해서 어디에 써먹겠느냐'하시면서 그 다음 날 날 데리고 가신 곳이, 그 당시 북구청 근방(그 당시 김규식, 엄혜경 등이 살았던 동네...나중에 다시 상세히 이야기하겠음)에 있는 정무관 태권도 도장이었다.

아, 칠성동으로 이사가던 날! 그때부터 나는 운명적으로, 부드럽게 보다는 거칠게 키워졌나보다!

세월이 지나 6학년이 되었을 때, 내 여동생이 1학년에 입학했다.

그 해 5월이었던가? 나는 여동생이 공부하는 1호 교사를 찾아 간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 여동생을 괴롭힌다는 어떤 남학생을 혼내주기 위해서였다.

왼쪽 가슴에 명찰과 함께 누런 황금빛의 짝때기 세 개! 어린이 회장 표시를 자랑스럽게 달고 1호 교사를 향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전학 와서 처음 공부했던 그 교실이 내 여동생 교실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 어린 후배들에게, "내가 6학년 어린이 회장이고 얘는 내 여동생이다. 앞으로 잘 봐줘라. 만약.........죽을 줄 알아라! 내 동생 괴롭힌 놈 누구야? 나와!".

그 때 한 놈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오는데, 빡빡 깎은 머리에, 쪽 째지고 쑥 들어 간 눈, 뗏 궁물 줄줄 흐르는 시커먼 얼굴이 얼마나 없어 보이고 불쌍해 보였는지....

그런데 이 놈이 날 아는 척 한다. 얼마나 넉살이 좋던지.......머리 몇 방 쥐어박고.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다는 다짐을 받고 1호 교사를 떠났다.

며칠 후, 교회에서 한 아주머니가 날 찾아 왔다. "니 얼마 전에 내 아들 때릿제?" 하면서....아마 우리 교회에 다니는 분 같았다.

"우리 애가 니 여동생하고 같은 반인데... 인제 겨우 1학년 아이가? 형인 니가 좀 잘 봐 주거래이~~ ". 그 후로 그 놈과는 약간의 인연들이 있었다.

1984년 L.A 올림픽! 대회 첫 날 금메달 1개, 그리고 이틀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에 금메달 소식이 없었다. 그 때 온 국민이 얼마나 애탔었던가?

그 때 반가운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남자 유도 안병근 금메달! 모든 사람들이 다 기뻤겠지만, 난 특히 기뻤다. 내가 잘 아는 놈이었으니까........

이 놈이 바로 내 여동생 교실에서 너무너무 없어 보이고, 불쌍해 보였던 바로 그 놈! 안병근(옥산 15회, 현재 한국 여자 유도 대표팀 감독)이었다.

1969년 그 때, 우리의 옥산 최고의 영웅,  L.A 올림픽 유도의 금메달 리스트가 내 여동생을 때리면서, 나에게 머리를 쥐어 박히면서, 그렇게 소리 없이 옥산초등학교 1호 교사에서 자라고 있었던 게다.

1호 교사 뒤쪽, 후문이 있는 공간은, 비록 오른 쪽 끝에 큰 쓰레기장이 있기는 했지만, 본관 뒤쪽을 제외하고는 숲이 우거져 가장 낭만적이던 장소였다.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었고, 등받이 없는 돌 벤취하며.......마치 공원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1학년 이후로는 거의 이 곳에 와서 논 적은 없지만, 4학년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 첫날에 돌연 기춘이가 나에게 맞짱을 신청하며 도전해 온 장소가 바로 1호 교사 뒤였다.

아마 그 때 기춘이는, 날 꺾고 4반 싸움 짱이 되고 싶었나보다. 방학동안 형한테 유도를 배웠다고 하면서 나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이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기춘이가 선택한 이 곳은 그에게 불리한 장소였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내 편이 또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기춘이는 1:2로 불리한 맞짱을 뜬 셈이었다. 그러니 결과는 뻔할 수밖에........

싸움은 시작되었다. 양손을 좌우로 흔들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기춘이! 난 그때 그게 유도 폼인 줄 알았다.

유도 폼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춘이는 내가 두려웠던가 보다. 계속 뒤로 물러나면서 폼만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그 때 이미 나는 4학년 1반에서 6반까지를 평정한 동양 챔피언, 싸움 짱이었으니 말이다(그때까지 4학년 전체를 장악한 세계 챔피언은 없었으며, 서로 직접 겨루지 않은 쌈 짱이 3명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전학 간 김종률, 깜디 동네 임재철, 그리고 나).

긴장한 얼굴로 기춘이는 나를 쳐다보며, 계속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새 바로 뒤에 큰 버드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기합을 지르면서 공격하는 시늉을 했다. 놀란 기춘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버드나무에 뒤통수를 부딪히고는 '억' 하면서 앞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 순간 나의 주먹은 기춘이에게 날아갔고, 싸움은 끝나고 말았다.

그 뒤로 기춘이와는 더욱 친해졌다. 워낙 성격이 화통한 친구라 뒷일은 금새 잊어버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일모직 사택 운동장에서 기춘이는 케쳐, 나는 피쳐, 상태는 하수도(1루수를 우리는 그때 하수도라고 불렀다).........지겹도록 함께 놀며(그때 우리 남학생들이 주로 했던 놀이는 기마전, 야구, 그리고 편을 짜서 무식하게 서로 발길질하는 소위 "까기"였다), 4학년 시절을 보냈다.

오른쪽으로 후문을 두고 1호 교사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운동장 담벼락 끝에 교장 선생님 사택이 있고, 조금 왼쪽으로 우리가 가장 무서워했던(3학년 때까지), 소사 사택이 나온다.

이 집은 교장 선생님 사택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시커멓게 녹이 슨 양철 지붕에, 낡고 시커먼 판자로 된 집이었다.

한쪽은 커다란 검은 솥이 두 개 걸려있는 부엌이었고, 그 옆은 소사와 그의 아들(그 당시 계성고등학교 장학생이라고 소사의 자랑이 대단했다)이 함께 살던 방이 있었다(소사의 아내는 있었는지 기억이 없고, 본 적도 없다).

3학년 때까지 검은 솥들이 걸려있는 그 곳, 소사 사택 부엌에서는 아침마다 옥수수 빵(정확하게는 떡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을 만들었고,

우리는 시간이 되면 각 반마다 빠깨스를 하나씩 들고 와서 옥수수 빵을 배급받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옥수수 빵!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난 아직까지 이보다 더 맛있는 빵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제, 그 때 우리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소사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우리가 무서워했던 이유는, 아마 햇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에 시커먼 눈썹, 구렛나루 털들, 그리고 특히 다리를 절어서 그랬나보다.

다리를 저는 소사에게는 전설이 하나 있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몹시도 내리던 어느 날 밤에 옥산 운동장 한 복판에서 하늘로 승천하고 있는 용을,

소사가 보고 때려잡았다고 한다(그 때 다리에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절고 있다고 한다). 그 후로 운동회, 소풍, 수학여행 등 옥산 초등학교에서 하는 행사 때마다 하늘이 노해서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때 정말 행사 때마다 비가 왔던 것 같다!

그런데 3학년 겨울 방학이 다 되어가는 어느 겨울 날 아침!

소사에게 큰 일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학교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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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다음 글: 빛 바랜 사진첩[2-3]   "학교 교정"(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