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50중반의 나이에 정직원으로 취업했고 그동안 해왔던 일은 모두 재차 의뢰가 들어왔다. 뿌듯했다. 열심이 인정받아 기뻤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웠다. 습관처럼 전진을 주춤하게 하던 겸손조차 내려놓았다. 버거운 것은 딱 하나 생기잃은 육체였다. 눈은 어두웠고 몸은 무거웠다. 모처럼 만난 인생의 봄날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욕심이 났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영양제를 챙겨먹기 시작했다. 만보걷기도 했다. 시간조차 거스르고 싶은 열정이 샘솟았다.
딱 한 번, 만 보를 걸엤는데 무릎이 말썽을 부렸다. 주사와 운동금지 처방을 받았다. 좋은 인연들과 봄나들이를 갔다가 발을 헛디뎌 왼쪽 팔과 다리 뼈에 금이 갔다. 복숭아 꽃 보러 갔다가 복숭아 뼈 보게 됐다. 통기부스와 보행금지 처방이 내려졌다. 팔 다리가 다 아프니 일상이 불가능해졌다. 줄줄이 일이 취소되고 직장도 쉬게 되었다.
운이 없는 걸까? 나쁜 인연이었을까? 과한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허락을 안하시는 신이 야속했다. 멈춤의 이유를 칮으려는 집요함이 잠을 쫓아버렸다.
지인들의 진단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였다.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요새 내가 꽈나 괜찮다. 살면서 이정도로 스스로에게 너그러웠던 적은 없었다. 의학적 진단은 초둥학생판큼 낮은 비타민D 수치와 골다공증 직전의 골밀도 감소였다. 겨우내 틀어박혀 기획안만 썼으니 그럴법 했다. 그런데 진짜의 진단명이 촛불에 비춘 비밀 암호처럼 드러났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두려움과 싸워 온 것이다. 괜찮다고 생각했고 다 이겨냈다고 안심했다. 실제로 그랬다. 큰 병을 울리쳤고 어두운 마음을 밝혔으며 응어리들을 풀어냈다. 헌데 그러느라 그만 기력이 소진된 것을 간과했다. 동심을 되살리며 마음은 젊어졌지만 몸은 순리대로 나이들고 있었던 것이다.
강제 휴가. 비타민D를 주사로 맞으면서 욕망한다. 생기있는 일상, 열정적인 일꾼으로 살아갈 것을. 머리는 벌써 앞질러가고 있다. 워워~ 팔다리뼈도 데리고가. 사지골절 환쟈모임 카페에서 열심히! 느리게 천천히 삶을 즐기라고 쫌. 😜
첫댓글 ㅠㅠ 온라인에서 만나요! ㅠ 복숭아뼈 부분에서 현웃(현실웃음)했어요 죄송합니다 ㅜㅜ ㅋㅋ
팔다리뼈도 데리고 가.. 이 와중에 이야기꾼.
ㅜㅜ 휴유증 없이 얼른 나으시길!
진짜 건강이 재산입니다.
전 요즘 간지러우면 덜컹해요.
내 몸 내가 아껴야지. 언니도 저도 소연언니도..그리고 우리 책마중 식구들 모두도~~ 아프지말고 그저 일상을 즐기며 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