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 불고기 (쭈꾸미 불고기 / 중구 필동)
서울 시내에 쭈꾸미를 파는 집이 늘어났지만, 이 집은 쭈꾸미에 관한 한 원조나 다름없는 집이다.
20년 이상 쭈꾸미를 전문으로 구워왔다. 쭈꾸미는 가을과 겨울 두 철이 가장 맛있다. 쭈꾸미
불고기(1만 4000원)는 고추장, 참기름, 마늘, 된장 등을 기본으로 한 양념에 재어둔다. 매일
아침에 저녁 때 팔 양 정도만 예상해서 양념을 해두는 것이다. 숯불에 너무 구우면 굳어져서
맛이 없기 때문에 살짝 익히기만 해야 제 맛이 난다.
보들보들, 몰랑몰랑한 쭈꾸미를 제대로 먹으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같은 양념으로
낙지나 가이바시 불고기도 판다. 점심 때는 간단하게 쭈꾸미 야채 볶음밥(4000원) 메뉴가 있다.
양파, 미나리, 부추 등을 넣고 삼삼하게 간을 해서 볶은 밥이다. 남도에서 올라온 쭈꾸미와
매콤한 양념 맛이 입맛을 돋군다.
*찾아가는 길: 충무로 매일경제신문 사거리, 농협 뒷골목에 있다. (02)2279- 0803
왕성식당 (갈치조림 / 중구 남창동)
백화점도 있고, 대형 슈퍼도 있지만 도시의 아침을 여는 건 시장이다. 왕성식당은 새벽 4시부터
아침 준비를 해서 7시면 문을 연다. 이 집의 주특기는 갈치조림. 투박한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바닥에 무를 깔고, 갈치 대여섯 토막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파란 파와 고추로 포인트를 줬다. 센불에 국물을 자박자박하니 졸여서 갈치 속까지 매운
맛이 완벽하게 배어들었다. 잘 익은 무와 작은 크기지만 푸짐하게 들어있는 갈치. 꽤 투박한 매운
맛이다. 갈치조림은 2인분이 기본이라 혼자 가면 먹을 수 없다. 이 집에는 찌개부터 라면까지
잡다한 메뉴들이 다 있다. 봄철에는 청국장도 끓인다. 예약이나 주차 같은 건 전혀 안 된다.
시장까지 차를 끌고 들어올 사람도 많지는 않겠지만.
*찾아가는 길: 남대문시장 남대문 쪽 입구에서 100m 정도 들어와서 남대문 신발집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02) 752- 9476
진고개 (한식 / 중구 충무로3가)
백화점처럼 다양한 메뉴가 즐비한 오래 된 한식집이다. 된장찌개(7000원)는 테이블에서 즉석
으로 끓인다. 된장찌개는 일본식 냄비 요리에 사용하는 것 같은 묵직하고 까만 전골 냄비에
끓인다. 끓이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 시간을 감수해야 제대로 맛이 우러나는 찌개 맛을 볼
수 있다. 찌개 맛은 가볍고 산뜻한 편이다. 쇠고기와 소라, 버섯 등 육류부터 해산물까지 다 들어
간다. 이런 재료의 조화 속에 삼삼하고 담백한 찌개 맛이 나오는 것이다.
찌개와 곁들여서 오이소박이(5000원)나 게장을 반찬삼아 먹는 것도 좋다. 다 일품 음식으로
판매하지만 찌개만 먹기에 심심하다면 반찬 용도로 주문해서 먹을 만 하다. 특히 시원하고 아작
아작 씹히는 오이소박이는 일품이다. 항상 반찬으로 등장하는 무 생채의 달콤한 맛도 정겹다.
*찾아가는 길: 충무로 역에서 스카라 극장 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있다. (02) 2266- 5689
▶정원순두부 (순두부 / 중구 서소문동)
쉬워 보이지만 맛있는 순두부찌개는 아무나 끓이는 게 아니다. 순두부는 대중식당의 일반적인
메뉴지만 맛보다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는 경우가 많다. 정원순두부는 순두부 전문점이다.
굴순두부, 소 순두부, 그리고 그냥 순두부(혼합이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세 가지 메뉴가 있다.
국물은 벌겋고 매콤하다. 양념 다대기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고춧가루, 마늘 등 기본 재료에
신경을 썼다.
밥은 일인분씩 돌솥에 지어서 내온다. 뜨거운 맨밥과 뚝배기에 보글보글 찌개가 잘 어울린다.
대접에 밥을 넣고 비빈 후 찌개와 함께 먹는 것도 좋다. 짭짤한 깻잎장아찌의 깊은 맛이 입맛을
돋군다. 점심 때는 사람들이 무척 박작거린다. 저녁 때는 두부김치나 계란말이에 소주 한 잔
마시는 손님들도 많다.
*찾아가는 길: 서소문 삼성플라자 뒷골목에 있다. (02) 755- 3139
취천루 (만두 /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명동에는 화상들이 하는 오래된 중국집들이 여럿 있다. 다른 중국집들과
달리 취천루 이 집은 오직 만두만 한다. 고기만두, 교자만두, 군만두, 물만두 이렇게 네 가지
만두를 쪄낸다. 만두 종류는 네 가지지만 속을 채운 고기에 따라 메뉴는 여덟 가지로 늘어난다.
돼지고기를 넣은 것(4000원)과 쇠고기를 넣은 만두(4500원)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고기만두는 푸짐한 찐빵 같고, 교자만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만두 모양이다.
군만두는 중국집의 야끼만두라고 보면 되고, 물만두를 시키면 앙증맞게 작은 만두들이 식탁에
올라온다. 만두 하나만큼은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집이다. 주문하면 빨리 나오고, 포장도 된다.
*찾아가는 길: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길로 접어들어 70m 정도 가면 좌측에 한자로 쓰인 작은
간판이 보인다. (02) 776- 9358
성내식당 (중구 신당5동/ 갈치, 고등어조림)
갈치나 고등어조림을 시키면 5000원짜리 백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게장, 어리굴젓, 황석어(참조기)젓 등을 비롯해 집에서 먹는 것 같은 평범한 반찬부터
색다른 반찬들까지 두루두루 나온다.
갈치조림을 시키면 한 번 끓인 뒤 테이블에 내준다. 돌솥에 짓는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전
부리감으로 반찬들을 집어 먹고 있으면 된다. 잘 조린 갈치조림의 매콤짭짤한 맛이야말로 남도적인
양념간이다. 구수한 숭늉으로 마무리하면 남도에 가서 받는 백반상이 부럽지 않다. (02) 2252-5878
*찾아가는 길: 2호선 신당역 근처 골목 안에 있다. 찾기 힘들다. 전화 요망.
황토군 토담면 오다리 (라면 / 강남구 삼성동)
라면을 잘 끓이는 것도 재주다. 오다리 라면집은 군대에서 라면을 '죽도록' 끓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라면요리를 만들어낸다.
육수는 미리 준비해 둔다. 야채를 넣어서 미리 한 번 끓여둔 국물에 라면을 넣고 끓인다. 이렇게
준비해둔 육수 덕에 국물 맛이 더 시원한 걸 느낄 수 있다. 끓일 때는 센불에 잽싸게 끓여낸다.
빨리 조리해야 라면의 면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게 된다. 라면을 건져내는 타이밍이 정확해야
꼬들꼬들하면서 쫄깃한 면 맛을 볼 수 있다. '순간 포착' 문제다. 매운 맛의 정도에 따라 냄비건면,
반합건면, 식판건면이 있다. 식판에 라면 한 그릇 받으면 군대 갔던 시절이 아련히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햄, 계란, 치즈 등 토핑을 선택해서 추가 주문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 선릉역 사거리에서 강남구청 방면, 맥도날드 옆 성원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있다.
(02) 555- 4985
광양불고기 (불고기 / 송파구 잠실본동)
광양은 마을 전체가 불고기 집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도시를 뒤덮을 정도다. 광양불고기의
맛이란 무엇이냐.
기본적으로 양질의 한우와 백운산 참숯의 만남이다. 여기에 옅은 양념장이 고기에 속속들이
배어든 맛. 이렇게 세 가지가 충족된 게 진정한 광양불고기일 것이다. 간판 메뉴는 상호와 같은
광양불고기(1만 6000원)다. 얇게 썬 불고기 감에 간이 잘 배어있으면서도 잡 맛이 없다.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구워먹는데, 달콤 짭짤하게 녹는 고기의 맛을 실감할 수 있다. 양념 맛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고기 맛을 제대로 보좌하고 있다. 직화와 만나서 바싹 구워먹는 광양
전통의 불고기 맛을 볼 수 있다. 고기를 먹고 난 후 식사 감으로는 갈비탕, 냉면, 우거지탕 등이 있다.
* 찾아가는 길 :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에서 백제고분로 쪽으로 가다보면 잠실병원 근처에
있다. (02) 418- 4601
참 배나무골 (오리 요리 / 강남구 삼성동)
우리나라에서는 오리를 주로 탕으로 많이 끓여 먹었다. 참 배나무골은 다양한 오리 요리를
개발해서 선보이는 집이다.
오향수육(2만 9000원)은 오리 가슴살에 팔각, 녹각 등 한약재 다섯 가지 향을 가미한 음식이다.
육질이 부드럽고 향긋하다. 황토진흙구이(한 마리 6만원)는 오리를 진흙 토기에 넣어서 세 시간
정도 원적외선을 이용해서 굽는다. 각종 한약재를 넣어서 구운 오리는 담백하고 고소하다. 양은
세 사람 정도 먹기에 적당하다. 그 외에도 오리다리살 부위를 요리한 연훈제(2만 9000원), 마늘
맛이 강조된 마늘오리구이 등이 있다. 오리 요리 전문점으로 사당, 교대를 비롯 서울 시내에 여덟
개의 체인점이 있다. 직원들은 인사성이 밝다. 친절 교육을 따로 받는다고 한다.
* 찾아가는 길 : 포스코 사거리에서 AID 사거리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있다. (02) 538- 5252
해주냉면 (냉면 / 송파구 잠실동)
싸고 맛있는 냉면으로 유명한 집이다. 원래는 시장통에서 시작해서 90년대 초에 이 가게로
옮겼다.지금은 딸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80이 넘으신 해주 출신의 친정아버지가 처음 시작
하셨다고 한다. 냉면은 물냉면(3000원)과 비빔냉면(3000원)이 있다. 박리다매다 보니 들어가는
재료는 단순하다. 둘 다 비빔이나 오이, 계란, 편육이 들어가고, 비빔냉면에만 참기름을 살짝
친다. 비빔냉면은 자극이 강하다. 맵기로 유명한데, 고추 마늘 등의 재료들을 아낌없이 쓰는
게 비법이라고 한다. 맵다는 고추는 꼭 구해다 쓰고, 태양초를 써서 양념장이 뻘겋지만 뜨거운
육수는 구수하다. 물냉면 국물은 시원한 소뼈 육수다. 사리는 물과 비빔 둘 다 똑같은 걸 쓴다.
메밀과 전분을 섞은 면이 쫄깃쫄깃하다.
* 찾아가는 길 : 신천역 먹자골목 안에 있다. 전화 문의 요망. (02) 424- 7192
옥돌불고기 (돼지불백 / 송파구 방이동)
기사식당은 싸고, 푸짐하고, 음식도 빨리 나온다. 그리고 대부분 대로 변에 있고 주차도 쉽다.
맛까지 좋다면야 더할 나위 있을까. 이 집 음식이 푸짐한 이유는 어느 메뉴를 주문하든 뜨끈
뜨끈한 돌솥밥이 같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돼지불고기(4500원). 무거운 돌판에 양념한 돼지고기, 표고버섯, 능이
버섯 등과 큼직큼직 썬 대파, 양파 등이 들어가 있다. 국물이 지글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먹을만한 때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매콤한 양념, 뜨거운 밥을 과격하게 먹으면 된다. 뜨거운
기운이 잊혀지도록 호호 불면서. 같이 나오는 고추도 꽤 매운 편이다. 김치찌개(4500원) 맛도
괜찮다. 테이블마다 불 구멍이 두 개씩 있고, 같이 끼어 앉아 먹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게 기사
식당 밥맛이기도 하다.
* 찾아가는 길: 올림픽 공원 삼거리에서 방이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대로 변에 큰 간판이
보인다. (02) 417- 4125
동천홍 (중국 요리 / 강남구 신사동)
최근에는 후줄근한 동네 중국집의 한계를 벗어나, 깔끔한 분위기에 콤팩트한 사이즈의 중국
식당이 많이 생겼다. 동천홍은 그런 유행의 시작을 일군 집이다. 개업 초기에 인기를 끌었던
메뉴는 사천탕면(5000원).
매콤한 국물에 바지락, 새우, 굴, 야채 등이 들어가서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우러난다.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은 메뉴다. 고기를 푹 쪄서 입안에서 잘 허물어지는 오향삼겹살(2만원), 해물과
튀긴 누룽지, 그리고 뜨거운 소스가 만나는 누룽지탕(일인분 8000원) 등도 맛있다. 해물요리,
새우요리도 다양하며 음식에 굴 소스의 쓰임새가 많다. 개업한지 시간이 꽤 지나서 이제는
특별히 무슨 메뉴가 잘 나간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전체 요리의 인기가 평준화됐다고 한다.
좌석은 50석 정도. 예약을 하는 게 낫다.
*찾아가는 길: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 호산병원 골목 안에 있다. (02) 548- 8887
리포 홍콩 (딤섬 / 강남구 신사동)
리포 홍콩은 홍콩 풍의 딤섬을 전문으로 내걸었다. 서른 가지가 넘는 딤섬으로 다양한 미각을
느낄 수 있는 집이다. 딤섬은 군것질 거리로 어울릴만한 만두며, 빵, 간단한 밥 종류를 다 포괄
하는 말이다.
홍콩에는 수 백 가지의 딤섬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선보인다. 대선하교
(3개 7500원)는 반투명한 새우를 싸서 찐 딤섬이다. 조개처럼 모양을 내는데, 분홍빛 새우
빛깔이 비쳐난다. 소룡포(3개 6500원)는 깨물면 뜨거운 국물이 흘러나와 입안을 놀래킨다.
우리나라의 전병을 닮은 전통선하교장분, 차슈(홍콩식 돼지고기)로 속을 채운 찐빵이랄 수
있는 호유차소포 등 다양한 재미를 주는 먹거리들이 많다. 일반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이 없는 대신 광동 풍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찾아가는 길: 압구정동 씨네플러스 극장 뒷골목에 있다. 일방통행로이므로 전화로 문의하는
게 낫다. (02) 543- 3444
무궁화 (꽃등심 / 강남구 청담동)
매일 광주에서 직송되는 싱싱한 쇠고기 맛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집. 오후 무렵이면 언제나 갓
올라온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고급 신선육이라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절묘하게 살아있다. 고기를 굽기 전에는 육회로
입맛을 돋구는 것도 좋다. 양념장에 찍어먹는 새빨간 육회는 부드러운 박살을 회처럼 썰어서
내온다. 들어오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안창살은 초저녁 무렵에 떨어진다. 살짝 구우면 씹는
줄도 모르게 녹아 없어진다. 꽃등심은 빨간 살코기 사이사이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마블링이
아름답게 박혀있다. 마블링이 녹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연한 고기의 맛을 훨씬 보드랍고 기름
지게 만든다. 고기를 먹고난 후 구수한 누룽지 한 그릇이면 개운하다. 24시간 내내 영업한다.
*찾아가는 길: 학동사거리 구 키네마극장과 버거킹 사이 골목으로 80m 정도 들어가면 왼편에
보인다. (02) 540- 3737
무등산 (꽃등심 / 강남구 청담동)
한동안 쇠고기 하나로 강남 일대를 평정했던 집이다. 정말 아찔할 정도로 붐볐고, 결국 골목
앞에 신관까지 열 정도로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꽃등심은 이 집의 자랑거리. 바로 빨간 살코기와 하얀 마블링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부위다.
꽃등심 외에도 안창, 생등심, 갈비살 등이 있다. 역시 제대로 먹으려면 핏기가 남아있을
정도로 살짝 구워야 한다. 그래야 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훨씬 잘 즐길 수 있다. 남도에서
올라온 고기의 품질 하나만으로 서울 시내에 남도 고기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매운 함흥냉면은
기름지게 고기를 먹은 후 잘 어울린다. 오장동 풍이다. 누룽지와 된장찌개를 곁들이는 것도
괜찮다. 점심 때는 설렁탕 등 간단한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찾아가는 길: 학동사거리에서 강남구청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대로 왼쪽에 큰 간판이 보인다.
(02) 518- 4001
우현대정육식당 (김치찌개 / 강남구 청담동)
고급스러운 유행의 첨단 청담동 지역의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평범한, 아니 허름한
외관을 지닌 집이다. 찌개를 비롯해 몇 가지 간단한 메뉴를 하는 실비식당 같은 스타일이다.
정육점을 겸하는 식당답게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는 푸짐하다.
김치찌개의 주인공은 역시 잘 익은 김치와 비계가 잘 섞인 돼지고기다. 김치찌개는 언제나
시큼한 자극을 준다. 익은 김치를 넣고 끓인 국물이 얼큰하면서 개운하다. 제육볶음도 돼지고기를
큼직큼직 썰어서 강한 양념에 볶았다. 양념 맛을 무거운 돼지고기의 중량감이 잘 받쳐준다.
서구적이고 모던한 레스토랑들이 많은 청담동에서 이처럼 평범한 밥맛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그 자체로 쏠쏠하다. 점심시간에는 좁은 식당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려든다.
*찾아가는 길: 방주병원 건너편 효성골프장 골목으로 올라가면 유 씨어터가 있다. 그 앞쪽에
있다. (02) 540- 7205
새벽집 (콩나물국밥 / 강남구 청담동)
새벽집의 주 메뉴는 쇠고기다. 등심, 불고기, 샤브샤브 등 일반적인 모든 고기 메뉴가 다 있다.
고기 굽는 연기 틈새에서 인기를 끄는 메뉴는 콩나물국밥(5000원)이다. 콩나물국밥은 뚝배기에
뜨겁게 내온다. 국물 안에는 밥과 콩나물, 김치, 가늘게 썬 쇠고기 등이 들어가 있다. 얼큰한
국물이다. 여기에 몇 가지 양념들이 딸려 나온다. 새우젓, 고춧가루, 깨, 파 등이다. 입맛에 맞게
적당량 집어넣어 간을 맞추면 시원한 기운이 올라온다. 워낙 뜨거워서 국자가 같이 나오니 앞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된다. 해장으로 속을 잘 풀어준다. 콩나물국밥 외에 김치나 된장찌개도
무난하다. 새벽녘에는 밤새 술을 마시고 해장을 하려는 손님들과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려는
손님들이 서로 교차하는 집이다.
*찾아가는 길: 영동대교 남단, 청담동 쪽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골목 안에 있다. (02) 546- 5739
군산회집 (생선회 / 강남구 대치동)
이 집은 자연산 회만 내걸고 파는 집이다. 따라서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점심이나 저녁이나
관계없이 일인분에 6만 5000원씩 받는다.
생선이 올라오는 곳은 고흥 녹동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이다. 가게에서 많이 나오는 생선은
주로 광어, 농어, 도미 등인데, 그날 물이 가장 잘 오른 놈을 골라서 잡아온다. 자연산 회와
양식 생선회의 맛 차이는 크다. 양식은 퍼석거리거나 그냥 쉽게 씹히는데 비해서 자연산은
약간 질깃질깃하다 싶을 정도로 씹는 맛이 좋다. 그 육질 차이는 쉽게 판가름 난다. 비릿한
향내마저 무척 고소하게 느껴진다. 전복이나 산낙지, 생새우 등이 철따라 약간씩 바뀌며 상을
장식하고, 튀김이나 간장게장 등이 밑반찬으로 덧붙여진다. 그렇게 먹고 나서 매운탕이나
지리로 식사를 한다. 저녁 때는 예약을 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개포동 방면 다음 사거리인 휘문고등학교 사거리에 있다.
(02) 569- 1140
청호 (만두 / 강남구 신사동)
만두는 특별하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반죽하고, 소를 넣는 과정 하나 하나가 맛에
영향을 끼친다. 청호는 만두 하나로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이다. 왕만두에는
돼지고기, 쇠고기, 숙주, 배추, 부추, 두부가 적당하게 채워져 있다. 만두국 하나만 시켜 먹어도
푸짐하다. 큼직한 만두가 들어가 있는데, 두 어 개 집어먹으면 어느새 배가 차 오름을 느낀다.
국물 맛, 만두 맛 하나같이 담백하다. 만두전골은 테이블 위에서 끓여가면서 먹는다. 호박, 양파,
팽이버섯 등이 적당하게 들어가 있다. 얼큰한 국물 맛과 불의 열기 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빈대떡이나 파전 등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명절 때면 단골들이 냉동 만두를 많이 사간다.
어느새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처럼 친숙한 음식이 되어버렸나 보다.
* 찾아가는 길 : 성수대교 남단 언주로 왼쪽에 있는 자생한방병원 골목으로 50m 정도 들어가면
된다. (02) 547- 4487
크라제 버거 (햄버거 / 강남구 신사동)
햄버거와 콜라는 미국을 상징하는 패스트푸드다. '햄버거는 대량생산된다'는 관념을 깨뜨리며
제 햄버거 열풍을 몰고 온 집이 크라제 버거다. 주문을 하면 그때 그때 넓은 팬에 재료들을 굽고,
야채로 속을 채워 넣는다. 굽는 연기와 냄새가 기다리는 동안 허기지게 만들기도 한다. 패티와
내용물에 따라 메뉴 이름이 바뀐다. 마티즈, KB 오리지널, 더블업 등이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는 마티즈. 그렇게 크지 않지만 내용물이 충실해 먹고 나면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불고기처럼 양념 고기를 끼운 필리즈도 우리 입맛에 어울린다. 얌전하게
먹을 수는 없다. 입을 우악스럽게 벌리고 햄버거를 먹는 맛이란 바로 이런 맛이다. 압구정 본점
외에 코엑스 몰에도 두 군데의 분점이 있다.
* 찾아가는 길 : 도산대로 변 만리장성과 서린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 편에 있다.
(02) 546- 1537
강가 (인도 음식 /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일대는 '음식 유행 일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강가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과연 인도 음식이 인기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성공해 청담동에
2호점까지 냈다. 탄두리 치킨은 우리 입맛에 맞게 양념 간이 약한 편이다.
인도식 화덕에 구운 닭고기는 무척 부드럽다. '커리' 종류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쇠고기,
닭고기, 야채 등에 얹는 소스에 따라 메뉴가 나눠진다. 커리에는 밥이 같이 나오지 않으므로
하얀밥이나 노란색 샤프란밥을 따로 주문해야 한다. 밥보다는 인도식 밀가루 빵인 난과 함께
버무려 먹는 것도 좋다. 아주 매운 커리부터 부드러운 맛까지 강도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플레인 요구르트의 일종인 라씨도 새콤 달콤하다. 처음에 비해 가격이 꽤 오른 편이다.
* 찾아가는 길 : 성수대교 남단에서 관세청으로 올라가는 대로 왼쪽에 있다. 삼원가든 건너편.
(02) 3444- 3610
현경 (짜장면 /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 변에 불야성처럼 24시간 내내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들이 숨가쁘게 오가는 집이 있다.
'현경'이다. 웬만한 강남구 일대에는 배달이 다 되므로 야밤에도 출출하면 시켜서 먹는 사람
들이 많다. 오토바이만 바쁜 게 아니다.
야심한 시간에도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쫓기듯 먹다가 나가고 그 자리를 이내 다른
손님들이 채운다. 주 메뉴는 역시 가장 단순한 짜장과 짬뽕이다. 짜장은 면이 부드럽고 졸깃
하다. 감자가 들어간 옛날 짜장 스타일이다. 소스가 빡빡하지 않고, 먹기 편하게 가볍다. 짬뽕은
국물이 시원하고 얼큰하다. 술을 마시고 난 후에도 가볍게 속풀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주인 아저씨가 예전에는 거의 주방에 들어가 있었으나, 요즘은 종종 카운터도 본다. 낯익은
연예인들 얼굴도 꽤 보인다.
* 찾아가는 길 : 도산사거리에서 신사사거리로 100m 정도만 가면 대로 변에 있다.
(02) 3446- 0022
실크스파이스 (타이 요리 / 강남구 역삼동)
서울의 동남아 음식 열풍은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어 최고조에 달해 있다. 베트남 국수,
입맛에 맞춰 개발한 타이 음식을 내놓는다. '똠양꿍'(1만 5000원)은 우리 식의 해물매운탕을
연상케 한다.새우와 홍합을 위시해 각종 해산물이 들어간 스프다.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가면서
뜨거울 때 먹기에 좋다. 해산물이 들어가 국물 맛은 개운하고, 타이 음식답게 매콤한 맛과
새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을 톡 쏜다. 월남 쌈을 닮은 '뽀삐아 사보이'(1만 4000원)는
라이스 페이퍼 속에 각종 야채를 넣은 음식이다. 상쾌하게 입안에서 씹힌다. 요리를 시켜 먹은
후에는 볶음밥 종류를 주문하는 게 괜찮다. 쌀이 휘휘 날아다니는 동남아 풍 볶음밥이다. 열대
과일로 디저트를 주문하면 입안이 향긋하다.
* 찾아가는 길 : 역삼역 사거리 LG 강남 타워 빌딩 지하에 있다. (02) 2005- 1007
옛날 진지상 (생선구이 / 강남구 역삼동)
생선 굽는 냄새가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돌려세운다. 금풍생이 구이(1만원)은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다. 금풍생이는 여수 지방에서 많이 먹는 못생긴 생선이다. 우락부락 생긴 놈을
구워주는데, 뼈가 딱딱해서 발라먹기 편한 건 아니다. 그래도 삼삼한 맛이 그만이다.
쭈꾸미는 매콤한 양념에 주물럭주물럭 버무린다. 쭈꾸미 구이(1만 2000원)는 살짝 익혀서
먹어야 부드러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직화구이 전문점이라고 간판에 써놓았듯이 생선구이가
맛있다. 여수에서 직송되는 재료들이라고 한다. 푸근하게 상을 받을 수 있는 전라도식 밥집이다.
당연히 반찬에도 남도 맛이 배었다. 갓김치와 김, 그리고 젓갈만으로도 먹을만하다. 마무리로
누룽지 한 사발 들이키고 배를 톡톡 두드리며 나오면 된다.
* 찾아가는 길 :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테헤란로를 건너면 골목 안에 있다. (02) 561- 4242
김씨네 (강남구 신사동/ 부대찌개)
이 집 부대찌개는 매운 고춧가루를 쓴 얼큰한 국물에 치즈를 올려놓았다. 치즈가 녹으면서
부드러운 맛이 난다. 소시지와 함께 흔히 ‘민찌’라고 부르는 다진 고기들이 들어간다. 매운
자극이 살짝 느껴지면서 전반적으로 기름기 있는 부드러움이 잘 조화를 이룬다. 삼겹살과
베이컨, 소시지 종류는 따로 구워서 먹기도 한다. 베이컨, 삼겹살에서 흘러내리는 기름기가
소시지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한국적인 초창기 퓨전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부대찌개를
비롯해 음식 맛이 무난하다. 마무리를 열무국수 한 그릇으로 해보는 것도 좋다. (02) 545-5290
*찾아가는 길: 성수대교 남단 삼원가든 바로 옆 골목 안에 있다.
함경도 찹쌀순대 (강남구 신사동 / 순대)
예전의 현대 아바이순대라는 상호를 함경도 찹쌀순대라는 이름으로 바꿔 달았다. 함경도풍의
정통 순대집으로 대중적인 메뉴는 순대국(4500원)이다. 구수한 국물에 순대와 간, 허파, 머리고기
등을 듬뿍 넣고 그 위에 시뻘건 다대기 양념을 듬뿍 얹었다. 매콤한 국물에 뜨거운 밥을 훌훌 말아
먹으면 된다. 순대정식(5000원)은 순대와 간, 허파 등을 접시에 내주고 순대국과 밥은 따로 먹으면
된다. 가볍게 들 수 있는 순대백반이라고 보면 된다. 딸려 나오는 밑반찬으로는 함경도집답게
가자미식해가 있다. 뼈가 와드득 씹히는 큼직한 가자미를 쓰지만 같이 들어간 무가 잘 익었고,
매콤한 양념도 잘 배어서 맛이 더할 나위 없다. 식해는 계속 리필이 된다. (02) 545-3302
*찾아가는 길: 압구정 현대백화점 건너편 골목 안에 있다.
우리강산시골밥상 (강남구 신사동/ 백반)
강남에서 5000원짜리 백반으로 이보다 푸짐한 집이 있을까. 두 명이 단돈 1만원을 내면 상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반찬을 내온다. 무려 27~28가지에 이르는가보다. 맛을 따지기도 전에
눈부터 즐거워진다. 된장찌개와 굴비구이를 필두로 해서 겉절이를 비롯한 몇가지 김치 종류,
장아찌들, 나물들이 펼쳐진다. 항상 두 손이 양념 범벅인 영광 출신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이
반찬 하나 하나에 넘쳐난다. 12시 정오부터 점심을 개시하지만 금방 자리가 꽉 차버린다.
(02) 541-0773
*찾아가는 길: 신사동 사거리 구 그랑프리극장 뒷골목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