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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의 시점에서 하얀 리무진밴에 어떤 파티용 정장과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남녀가 타려고 하고 있었는데 여인의 얼굴은 분명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상 솔희라고 확신했다.
그 리무진밴과 정균 사이는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가운데 보이지 않는 유리 장막이 있는 것 같아서 그곳으로 도저히 갈수가 없었다.
(솔희야, 솔희야, 어디가니? 나랑 가기로 했쟎아?!“)
그가 리무진 밴 앞의 여인에게 목놓아 소리치자 여인이 힐끗 뒤돌아 본다.
여인은 정체불명의 남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휙 뒤돌아서서 그대로 그 남자와 리무진에 함께 승차해 버렸고 차는 떠나가고 있었다.
그는 리무진 밴을 쫓아 마구 달렸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가 서서히 정신이 깨어서 바깥 세상을 인식했을 때 아직도 낮의 태양은 작열하고 있었다.
그는 꿈 따위를 별로 믿는 편이 아니었지만 너무 생생했기에 찜찜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정균은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와 아까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힌채 소주 한병을 비운뒤 쇼파에서 잠들었었다.
그는 주방의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어 마시고 휴대폰 대신 오프라인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솔희는 일요일 점심까지 제이에게 정성스럽게 조리해서 먹인뒤, 아쉽지만 그녀의 다른 연주회가 저녁때 잡혀 있기에 오후 6시쯤에 제이의 아파트를 나섰다.
그때 “집”이라는 닉의 전화번호가 그녀의 아이폰에 뜨며 음악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솔희는 그때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어머, 어떻게해? 제이 리사이틀이 9일 남았는데, 남편을 여기 어떻게 오라고 하지?)
솔희는 개인 연주와 스케쥴, 제이와의 공동 연습, 그리고 그와의 사랑으로 그동안 정균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살던 함께 살던 외도를 하면 반드시 꼬리가 잡히게 되어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지나친 관심이나 반대로 철저한 무관심일게다.
이번 연주회때 남편 정균이 온다면 솔희는 일과 후엔 그녀의 아파트에서 정균과 꼼짝없이 갇혀 있다시피해야 할 것이다.
예전같으면 딱 일주일 눈감고 그렇게 지낼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정균과 도저히 그런 긴 시간을 한 공간에 있을 자신이 사라져 버렸다.
무엇보다도 제이와 함께 하는 피아노 이중주의 분위기나 애프터 행사에서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꼬리를 밟힐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풍길 것이었다.
어느 정도로 솔희가 남편을 잊어버리고 있었냐면 연주회가 끝나고 제이가 마오이섬으로 여행을 가는 제안을 했는데도 아무런 고민없이 예스를 해버린 것이다.
어쨌든 정균을 보스톤으로 오게 해서는 안된다.
“여, 여보...!”
“휴우, 주말이데도 통화 한번 하기 바쁘네!”
“저는 주말이 더 바빠요, 아시쟎아요?”
“그나저나 내주 화요일에 내가 거기 도착하는데 라이드 나올수 있지?”
“참, 그렇쟎아도 그것 땜에 의논드릴려고 먼저 전화하려 했어요”
정균은 솔희의 이 말에 좋지 않은 직감을 느꼈다기보다는 역시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
“정말 당신한테는 죄송한데요, 다음 달에 제가 갈께요. 그 기간에 제가 뉴욕 순회 연주를 가야 해요”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죄송해요, 저두 너무 정신없어서 당신 전화까지 놓칠 정도였어요”
정균은 이쯤해서 지금까지 참아왔던 아내에 대한 추궁을 하기로 했다.
그는 이미 두달전부터 회사에 휴가를 그 기간에 맞추어 신청을 하고 결재를 받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보스톤을 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내 솔희의 활동 공간을 지켜보고 그녀가 사는 아파트의 분위기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렇게 스케쥴이 바뀌는 경우가 있나?”
“아시쟎아요. 이 바닥이 원래 그래요”
“팜플렛좀 보여줄래?”
정균의 간단한 제안에 솔희는 말문이 턱 막혀 버렸고 호흡마저 정지되는것 같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솔희는 정균에게 지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당신, 저 의심하는거에요? 이렇게 떨어져 사는 부부가 신뢰가 없으면 어떻게 해요?”
“그러니깐 팜플렛좀 사진찍어서 보내달라고. 아니면 해당하는 웹싸이트를 링크시켜 주거나. 당신 에이전씨사 웹에는 그런 인포가 없어서 하는 말이야. 믿음에는 증거가 필요한거야. 하나님이 아닌 이상”
“갑자기 생긴 연주회에요, 팜플렛은 당일날 배부되어요”
“그런 곳에서 무슨 연주회를 그리 돗때기시장처럼 하나? 매번 없던 연주회가 새로 생기고 끼어들고 거긴 그런 식으로 일을 하나?”
솔희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왜 애진작에 정균에게 영통이라도 걸어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 그의 보스톤 방문을 연기시키거나 취소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남편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miss call이 잡혀도 전혀 신경도 안쓰고 산 댓가인 듯 싶었다.
정균은 여기서 솔희를 기술적으로 몰아세우기로 했다.
“어차피 회사에서 받은 휴가는 물릴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 휴가랑 차후 일 스케쥴을 못 바꾸기 때문이야. 당신의 아파트 열쇠있으니깐 당신이 뉴욕출장을 가더라도 내가 그 집을 지키고 청소하다 오면 되겠지? 내가 당신없는 사이 유리창도 반질반질 윤을 내고. 카펫에 샴푸도 해서 새것처럼 만들고 낮에는 버스타고 다운타운 구경이나 하고”
“어유, 당신 청승맞게 왜 그러세요? 그러지마요, 와봤자 빈 아파트에서 뭘하겠다고, 청소할 곳도 없는 협소한 공간이에요. 제가 다음 달에 엘에이에 갈께요. 그땐 일주일 꽉 채워 드릴께요. 정말 미안해요..........”
(일주일 꽉 채워드리겠다라.......일주일 꽉 채워드리겠다'라고?)
"휴우우........우리 함께 하기 참 힘드네"
"이번에는 정말 죄송해요, 여보"
부부가 모처럼 함께 하는 시간을 거지 동냥하듯 태도로 말하는 솔희의 태도에 정균에게는 분노가 화산처럼 솟아왔지만 그렇다고 더 이상 몰아세우거나 싸워봐야 실익이 없었고, 그녀는 계속 도망칠 것이었다.
정균은 이쯤이면 그가 보스톤으로 갈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팜플렛을 요구하거나, 정균 혼자서라도 그녀의 아파트에 지내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을때의 솔희의 반응을 보고 이쯤이면 뭔가가 확실하다는 확신을 얻는데서 만족하기로 했다.
솔희는 연주회가 끝난뒤 한달후 8일의 휴가를 내어 엘에이를 방문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고 정균은 그쯤에서 합의해 주었다.
그는 보스톤으로 가서 뭔가를 확인할수 있는게 최선이었지만, 솔희의 신상과 심경에 안 좋은 변화가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보스톤행의 취소에 동의해 주었다.
이유에 더하여 그쪽 지역 음악인들이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페북과 그 링크들이 그의 몸이 거기 가 있는것보다 더 빠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균은 제이의 페북에도 들어가 보았고, 거기에 링크되어 있는 기획사의 홈페이지에도 접속했다.
제이의 리사이틀이 광고되고 있었고 정균이 보스톤에 도착하는 그 날짜였음을 확인했다.
집마당으로 나와 잔디밭에 선 정균은 또 다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마당과 연결되는 출입 현관 옆에 걸린 “Mr. Jeonggyun Chae’s”라는 문패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혼잣말을 되내었다.
“매력적인 웃음, 나와 키스하던때, 침대 위에서도 하나에서 열까지가 모두 연기였을거야. 확증을 잡더라도 내가 그녀에게 이혼을 청구하진 않을 것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문제일뿐 솔희는 결국 이중생활에 싫증을 내고 내게 이혼을 요구할 것이다. 그때 저 문패도 내려가는 날이겠지.”
솔희는 남편 정균이 자기의 새로운 사랑의 행각에 대하여 상당한 수준으로까지 눈치챘다는 것을 알수 있었지만, 그녀는 거기에 집중하고 고민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남은 9일 동안 한 개의 작은 연주회를 제외하면 제이의 리사이틀에 참여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균의 보스턴행을 저지시킨 것이 성공한데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제 걸리적거릴 일은 모두 해결했다고 자부하는 기쁨의 미소를 홀로 지었다.
그녀의 안중에는 새로이 성장해 가는 음악적 성공과 그와 함께 피어나는 새 사랑 밖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제이의 연주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그는 상급 연주자에 해당되는 실력자였으며 보스톤의 갖은 인맥을 동원하거나 도움을 받을수 있는 마당발이기도 했기에 제법 큰 콘서트 홀에서 많은 청중들을 두고 연주회를 할수 있었다.
2부 행사에서는 솔희가 단독 게스트로 모차르트의 소나타 C장조 KV331을 연주한다.
난해하지 않고 서정적인 곡이지만 그만큼 감정 표현이 중요한 곡이기도 했고, 청중들 앞에 나선다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고 떨리는 일이었다.
다음 순서로 실내악단과의 협주를 준비하던 제이는 대기실 안에서 대형 프로젝트 TV로 솔희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솔희는 이내 청중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곡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녀는 미소와 함께 악장을 종료하였고 청중들 앞에서 몇차례 인사를 한뒤 대기실로 들어가며 현악주자들과 함께 나올 준비를 하는 제이와는 말없는 눈인사를 나누었다.
(제이, 어때? 청중들 반응도 좋은데 나 지금 기분 업되었어. 니 덕분이야)
(솔희, 훌륭해, 잘했어. 좀 있다가 보자!)
두 사람은 이렇게 하고픈 말을 서로 눈과 표정으로 나누며 마주쳐 지나갔다.
마침내 드뷔시의 연가 이중주곡을 피날레로 연주하는 타임이 왔다.
제이의 뒤에 두발짝 떨어져 입장한 솔희는 그와 손을 맞잡아 올리며 청중들에게 인사한뒤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제이의 손은 거칠게 음을 누르고 놓아 음악의 패기를 전달하였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음악의 라인을 그려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들의 손은 키보드 위에서 서서히 멈추며, 마지막 음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그리고 청중들은 큰 박수를 치며 감탄의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솔희와 제이, 이 두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미소를 띄우며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관객들 앞에서 의례적인 허깅을 했다.
이 시간이 끝나고 애프터 행사를 할 때 제이는 그곳까지 와준 음악애호가, 평론가, 다른 동료 음악가들 앞에서 솔희를 소개하는 순서를 가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한 소중한 사람, 제 음악 동료이자 우정을 나누는 여인, 채솔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채솔희는 음악의 마법을 그녀만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예술가입니다. 그녀의 연주는 음표와 건반을 넘어서, 마음을 울리는 감정을 전달합니다. 솔희는 음악적 재능 뿐만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창의적인 영감을 갖춘 여성음악인으로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곤 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뻔뻔하고 깡이 좋던 제이도 이번 연주회에 엄청 긴장했던 탓인지 살짝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으며 그의 길쭉한 다리마저 살짝 바이브레이션이 보여질 정도였다.
실은 솔희가 실수를 하거나 제이의 주도를 따라오지 못할까봐 걱정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의 이중주곡은 일종의 제이가 짜준 셋트 플레이나 마찬가지였지 솔희의 진짜 독자적인 실력으로 이룬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그곳에 온 청중들과 손님들은 솔희가 다시 제이에 의해 소개되자 환호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쳐주었다.
솔희는 지금까지 자기를 온통 싸매고 있던 것이 한큐에 날아가버린 느낌에 휩쌓였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적 음악인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호화스러운 보스톤의 공원에 위치한 아름다운 정원, 솔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키크고 미려한 신랑 제이가 있는 서있는 곳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발맞추어 입장한다.
여기에는 하객으로 보스톤의 음악애호가이며 고액후원자들, 음악가들, 평론가들이 가득차 있다.
부부음악가로서, 음악적 동료로서 새로이 출발하는 이들 부부를 그들이 따뜻하고 열렬하게 축하해준다.
솔희는 이제야 인생에 이룰 것을 다 이루었다는 안도와 성취감에 가슴에 든 꽃다발을 부르르 떨고 있다.
그리고 솔희는 주례자의 명령으로 제이와 웨딩키스를 나눈다.
“쪼오오오오오오옥!”
환상을 걷고 정신을 차렸을 때 솔희는 그녀뿐 아니라 제이마저 돌이킬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물은 엎어졌다.
제이가 중심을 잡고 리드를 잘 했어야 했지만 제이 역시 긴장이 완전히 풀려 버린 상태였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흥분까지 해버린 솔희와 제이는 그만 웨딩키스같은 부부나 공식적 연인 사이에나 나눌수 있는 키스를 그들 앞에서 해버린 것이다.
“It’s OK, It’s OK”
순간 싸하는 분위기가 잠시 지나가고 몇몇 사람의 작은 박수가 나왔고, 누군가 이들의 실수를 이해한다는 위로를 해주었다.
어쨌든 오픈디너 행사의 키스 해프닝은 단순 해프닝으로 지나가는 듯 했다.
솔희의 페친들이 링크해 놓은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던 정균은 못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가 보스톤으로 가기로 한날 제이의 페북 소개 그대로 제이의 리사이틀에 솔희가 게스트로 참가한 것까지는 예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애프터 행사에서 둘이 웨딩키스를 방불케 하는 입맞춤을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뭐야, 저 여자 결혼한 여자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공공연한데서 저러면 남편이 알까 모를까? 제이같이 능력있고 비젼있는 젊은 음악가가 유부녀한테 빠져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거 아닐까?
L 냅둬, 지들 사생활이야, 우리가 뭐 졔네 부모도 아니고 그거 신경써서 뭐하게, 자유롭게 사랑하게 놔둬
L 니 신랑이나 와이프가 저러고 다닌다면 어떡할래?
L 내 남편이 꽃뱀한테 빠져서 저러고 다니면 그냥 이혼이지 뭐.
L 채솔희라는 여자 연주능력 보니깐 진짜 자기 실력은 아니야. 표정과 몸짓은 과장일색이고. 그저 남자한테
몸바쳐서 출세나 해보려는 꽃뱀이야.
L 설마? 저런 것들 때문에 다른 진지한 여성음악가들이 욕을 먹는다고.
L 둘이 이중주곡하기 전에 나올 때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랑 표정보고 난 딱 감잡았지.
L 하여간 오지랖들 쩐다 쩔어, 각자 와잎, 남편 감시나 잘하고, 졔네들끼리 뭘하던 신경꺼, 그냥 음악으로만 평가해.
그 동영상 아래에는 30여개의 음악인들로 보이는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동영상 뿐 아니라 정확한 각도에서 촬영된 키스사진도 있었다.
게다가 솔희의 연미복은 면사포만 쓰면 바로 결혼 식장의 신부로 변신할만큼 웨딩드레스와 흡사한 것이, 마치 컨셉삼아 일부러 그런 연미복을 골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키스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주회가 끝난 직후의 솔희의 사진에는 주먹이 입에 다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리며 웃었으며 조명을 반사하는 그녀의 눈빛은 흡사 금성과도 같이 빛이 나고 있었다.
솔희의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행복하며 극단적인 만족감의 그 모습, 정균은 솔희와 5년을 살면서 그런 모습을 목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사진에 찍힌 아내 솔희의 행복감이 충만된 표정은 정균이 줄수 없는 것이었을뿐 아니라 정균과도 공유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예측이나 짐작이 아닌 사진과 동영상 증거물을 보는 순간 정균은 놀랄 것 같았는데 그저 허탈한 생각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솔희야, 넌 지금 인생 최고점을 찍고 있구나. 옆에 내가 없어서 가능한거겠지?”
저녁 9시 밖에 안되었지만 정균은 홀로 싸늘한 침실로 올라가 드넓은 침대의 가운데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는 스스로 자는 수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강제로 집행되는 수면같은 느낌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내일부터 솔희는 제이를 따라 마오이 섬으로 휴가를 떠나야 하기에 오늘의 애프터에서의 이 실수에만 붙잡혀 있을수만은 없었다.
이제 둘만의 비공식적인 밀월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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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았습니다
감사요
고맙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세심히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