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에서 부석사까지
931번 지방도에서 만나는 영주의 주전부리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순흥면과 부석면으로 이어지는 931번 지방도는 영주 여행의 1번지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를 품고 있는 길이다.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순흥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인 무량수전이 있는 부석사까지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여행지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것이 있다. 바로 도넛, 기지떡, 애플파이 등이 그것. 영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로 만들어 여행의 별미로 손색이 없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931번 지방도를 따라 영주의 맛을 즐겨보자.
정도너츠 본사
정을 나눠 먹는 정도너츠의 11가지 도넛
풍기읍에는 중독성 강한 주전부리가 있다. 풍기를 다녀가는 사람이라면 한두 박스씩은 사간다는 ‘정도너츠’의 도넛이다. 정도너츠의 역사는 1982년 정아분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분식 메뉴와 함께 생강도넛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데다 전국에 가맹점이 늘어날 정도로 영주를 대표하는 먹거리가 됐다.
정아분식으로 출발한 정도너츠 본점
정도너츠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영주의 특산물인 찹쌀과 특별한 맛을 가미해주는 생강 때문이다. 찹쌀은 100% 국내산 찹쌀로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전해주고, 다진 생강은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 특히 생강은 도넛의 느끼함을 잡아줄 뿐 아니라 식욕을 돋워주고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살균, 항균 작용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까지 있다.
정도너츠는 도넛 종류도 다양하다. 정도너츠의 원조인 생강도넛부터 질 좋은 수삼을 선별해 넣은 인삼도넛, 페퍼민트와 세이지 등 허브를 이용한 허브도넛, 영주사과를 넣은 사과도넛 등 11가지나 된다. 그야말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정도너츠
정도너츠는 2008년 허름한 분식집에서 카페 수준의 가게로 변모했다. 풍기에서 순흥과 부석을 잇는 931번 도로변에 정도너츠 본사 건물과 함께 새로운 점포가 들어서 소수서원과 선비촌, 부석사로 이어지는 여행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었다. 여행을 시작할 때 도넛을 나눠 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우고, 귀갓길에 한두 박스씩 사 들고 가서 골고루 나눠 먹으니 말 그대로 ‘정(情)’ 도넛이다.
촉촉하고 차진 맛이 일품인 순흥기지떡
931번 지방도는 풍기에서 순흥면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고장이다. 순흥은 한때 순흥도호부였을 정도로 큰 고을이었으나 유배 온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운동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피바람이 불었던 곳이다. 소수서원에 도착할 즈음 정도너츠만큼이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순흥기지떡이다.
기지떡은 증편, 기증병, 이식병, 기주떡, 술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기제사에 올린다 하여 기지떡, 반죽할 때 술이 고인다 하여 기주떡이라고도 한다. 막걸리가 들어갔으니 술떡이라 불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순흥기지떡을 판매하는 순흥병관
기지떡은 유일하게 발효 과정을 거치는 떡으로 더운 날씨에도 쉽게 상하지 않아 예부터 여름철 별미로 잘 알려져 있다. 기지떡의 주재료는 쌀이다. 멥쌀을 불려 빻은 뒤 영주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부어 골고루 반죽해서 발효시키고, 부풀어 오르면 공기를 빼낸 뒤 검은깨, 석이버섯, 건포도 등 고명을 얹어 쪄낸다. 이렇게 쪄낸 기지떡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포장한다. 순흥기지떡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 차진 맛이 일품이다. 막걸리가 들어가는데도 술 향이 향긋하게 배어나올 뿐 거북하지 않다. 멥쌀과 막걸리, 소금, 설탕, 물의 황금 비율과 발효 시간이 만들어낸 맛이다.
[왼쪽/오른쪽]포장되어 있는 순흥기지떡 / 순흥기지떡
순흥기지떡 가게는 얼마 전까지 순흥 읍내에 있다가 읍내사거리 못 미쳐 순흥병관으로 불리는 판매점으로 옮겼다. 판매점 옆에 번듯한 공장과 사무실 건물도 들어섰다. 순흥기지떡은 1kg에 6,000원으로 4kg 단위까지 판매한다.
영주사과 향이 그대로, 애플빈의 애플파이와 애플티
931번 지방도를 타고 부석사로 가다 보면 사과밭이 지천이다. 영주사과는 소백산 남쪽의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덕분에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영주의 특산물 사과로 만드는 애플파이와 애플티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애플빈(Applebean)이다. 애플빈에서는 커피는 물론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와 애플티 등을 맛볼 수 있다.
애플빈의 전경 애플빈에서 판매하고 있는 직접 재배한 사과 애플빈의 내부
여느 시골 마을처럼 한적한 부석사거리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흰 건물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애플빈은 네 살 난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문을 연 카페다. 부부는 10여 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커피를 볶고, 아내는 파이를 만든다. 애플빈에서 선보이는 수제 애플파이는 완벽한 로컬푸드다. 부모님이 직접 재배한 사과만을 이용해 파이를 만든다. 파이의 재료가 되는 사과 품종은 당도가 높은 부사가 주종을 이룬다. 사과에 설탕을 넣어 졸여서 만드는 여느 애플파이와는 달리 오로지 사과만을 얇게 썰어 파이 반죽 위에 올린 뒤 오븐에 30분 정도 구워낸다. 파이 하나에 들어가는 사과만 4~5개다. 오븐에서 구워진 애플파이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달지 않고 사과 향과 맛이 물씬 풍긴다.
애플빈의 애플파이와 애플티
애플티 역시 만든 이의 정성이 듬뿍 담긴 먹거리다. 사과를 얇게 썰어 넣어 달콤한 사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애플파이를 비롯해 호두파이, 피칸파이, 크림치즈파이 등 5가지 파이를 직접 만든다. 그밖에 사과를 말려 만든 애플칩, 스콘, 수제 쿠키도 애플빈의 인기 아이템이다. 애플빈에서는 직접 재배한 사과도 판매한다. 애플파이나 애플티를 맛보기 전에 가을 향기 가득한 사과를 먼저 맛보는 것도 애플빈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왼쪽/오른쪽]소보루를 얹기 직전의 애플파이 / 오븐에서 갓 꺼낸 수제 애플파이를 들어보이고 있는 애플빈 대표
인삼의 고장에서 즐기는 인삼의 향연, 풍기인삼축제
풍기는 인삼의 고장이다. 인삼은 신라시대부터 왕실의 진상품이자 중국으로 보내던 공물 중 하나였다. 《삼국사기》에 “신라 성덕왕 때 당나라 현제에게 하정사를 보내 삼 200근을 선물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후로 중국으로부터 끊임없는 공물 요구에 시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 인삼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인삼 수요가 늘면서 채삼하는 백성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때 구세주 같은 이가 풍기군수로 부임하게 되니, 바로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의 전신)을 창건한 주세붕 선생이다. 주세붕 선생은 인삼 공납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산삼이 많이 자생하고 적합한 풍토와 기후 조건을 갖춘 소백산 자락 풍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인삼 재배의 원조인 셈이다.
[왼쪽/오른쪽]풍기군수 주세붕 선생의 행차 재현<사진제공.리에또> / 풍기인삼 고유제<사진제공.리에또>
풍기에서는 해마다 인삼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남원천 둔치와 풍기인삼시장에서 열린다. 풍기인삼 개삼터 고유제를 시작으로 주세붕 군수 행차 재현, 풍기인삼 대제 등 풍기인삼의 역사를 재현한다.
풍기인삼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인삼 캐기와 인삼 경매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인삼 캐기 체험은 인삼밭에서 직접 인삼을 캐보는 체험으로 인삼축제의 백미다. 인삼 캐는 방법을 배운 뒤 갈고리를 이용해 인삼을 캐는데, 뿌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참가비나 체험비는 없고, 캐낸 인삼은 무게에 따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풍기인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행사도 있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리는 풍기인삼 경매다. 질 좋은 인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경매 열기가 대단하다. 인삼을 이용한 다양한 먹거리도 선보인다. 인삼떡, 인삼김치, 인삼깍두기, 인삼칵테일 등 별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밖에 인삼 깎기 경연대회, 인삼병 만들기 체험, 우량인삼 선발대회 등도 다른 축제장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다.
[왼쪽/가운데/오른쪽]인삼주담그기 체험<사진제공.리에또> / 인삼을 들어보이고 있는 외국인<사진제공.리에또> / 체험 후 인삼주병을 들어보이는 외국인<사진제공.리에또> [왼쪽/오른쪽]인삼캐기체험을 하고 있는 외국인<사진제공.리에또> / 인삼판매장 풍경<사진제공.리에또> 풍기인삼축제장의 전경<사진제공.리에또>
여행정보
정도너츠 :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로 6-1, 054-636-0043
순흥기지떡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657, 054-631-2929
애플빈 :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1, 054-632-4013, blog.naver.com/applebeancaf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1) 중앙고속도로 풍기IC → 풍기 방면 우회전 → 봉현교차로에서 직진 → 풍기교 건너 풍기로 직진 → 오거리에서 소수서원, 부석사 방면 우회전 → 정도너츠
2) 중앙고속도로 풍기IC → 풍기 방면 우회전 → 봉현교차로에서 부석, 순흥 방면 931번 지방도로 우회전 → 순흥교차로에서 부석사 방면 좌회전 → 순흥기지떡
3) 중앙고속도로 풍기IC → 풍기 방면 우회전 → 봉현교차로에서 부석, 순흥 방면 931번 지방도로 우회전 → 순흥교차로에서 부석사 방면 좌회전 → 소천사거리 → 애플빈
* 대중교통
서울→영주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회(06:15-21:45) 운행, 2시간 30분 소요
*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풍기 경유 부석사행 27번 버스 이용(일 12회 운행), 또는 부석사 직행 55번 버스 이용(일 10회 운행)
2.주변 음식점
소백산능이버섯칼국수 : 능이버섯전골, 능이버섯칼국수 /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로 39 / 054-638-2662 / korean.visitkorea.or.kr
순흥묵집 : 묵조밥, 태평초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675 / 054-632-2028
무섬골동반 : 무섬골동반 /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8-3 / 054-634-8000
3.숙소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400 / 054-604-1700 / korean.visitkorea.or.kr
풍기관광호텔 : 영주시 풍기읍 풍기로 53 / 054-637-8800 / korean.visitkorea.or.kr
선비촌 :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96 / 054-638-6444 / www.sunbichon.net
만죽재고택 :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8-9 / 010-9010-9382
글, 사진 : 문일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