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뭐 급하게 보다보니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다.
지인에게 부탁한 영화 3편이 얻어걸렸는데...
한 편은 이미 혼자보고 영화평을 썼고 이제 지인과 런닝타임이 1시간 겨우 넘는
편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평 쓰려고 정보 검색하니, 이런 된장.....나이 어린 초보 감독이다.
근데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오호라....
내가 영화제 영화를 보는 규칙중 하나는 선입견 없이 보자는 거....
그래서 최대한 무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고 후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한다.
모든 선입견을 배제한 상태에서 냉정하게 평가하고.....
감독의 내공을 검색한다.
그러면 초보자 중에 천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러다 후에 세계적인 감독이 되었을 때, 꼭 내가 발굴한 것 같은 묘한 쾌감이 온다....
오타쿠?....덕후?.....물론 아니다....그냥 나의 지적 유희이다....
정말로 스토리 없는 내용인 영화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열두 살 젤소미나는 양봉을 업으로 하는 시골 집안의 맏딸로 여동생 셋을 돌보며 아빠의 일을 돕는다. 그녀의 집은 외부와 유리된 채 아버지가 정한 특별한 규칙하에 돌아간다.‘ 세상의 종말’에 대비해 아버지가 고립된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느 날 소년원 출신의 남자아이가 이 집에 위탁되고, 꿀 만들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젤소미나는 소년에게 관련된 일들을 가르쳐준다. 한편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해온 가정을 뽑아 상을 주는 TV쇼 <컨츄리사이드 원더스>가 그녀가 사는 지역을 찾아오면서 젤소미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가족들을 설득한다. 문명화된 일상과 동떨어진 삶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자전적 영화가 주는 감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춘기 소녀로부터 비롯된다. "
세상과 단절된채 이탈리아의 시골벽지 마을의 순박한 4남매 소녀들.....
이탈리아가 낳은 50년대 세계적인 명장 이었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길" 은
안소니 퀸이라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의 출세작 "이며
한국에서 70년대에 젤소미나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다.
명화극장에 무수히 재방송 되었던 불후의 명작....사람들은 나를 비롯해 영화 제목을
여주인공 이름인 젤소미나로 기억한다.
70-80년대초까지 한국에 즐비했던 커피숖 이름들도 젤소미나다.
감독은 주인공인 10대소녀의 이름에 젤소미나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이 여자애가 비극과 구원의 주인공이구나라고 바로 느낀다면
내가 이미 영악한 늙은 여우라는 느낌?....
알리체 로바허/Alice ROHRWACHER 라는 이탈리아 피에졸레 출생의 감독은 게르만의 피가
흐르는 이름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 부전공이 독어독문학이다.
영화에서 소년원 출신의 남자아이는 독일(혹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소년이다.
소년의 감독관이 독일어로 말하고, 젤소미나의 아버지가 또한 독일어로 얘기 하기 때문이다.
참 아내와 여동생도 독일어로 말한다.
그 외엔 이태리어 대사다. 이태리어는 모른다....ㅎㅎ
습관의 힘인가...30년이 지나도 독일어는 바로 귀에 들어온다.....
젊은 여감독은 실존철학이라는 독일철학의 세례를 받았음을 곳곳의 영상에서 보여준다.
어두운 헛간에 가냘프게 비치는 먼지 가득한 한줄기 빛을 마시고 여동생에게도 마시라고
권하는 장면, 소년원 출신의 독일계 소년과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그림자 놀이로
밤을 지세다 잠드는 장면.... 방안에서 자지 못하고 늘상 마당에서 자는 아버지......
문명과 지식 명예에서 좌절되고 소외된 지독히 가난한 시골농부....
거기에서 항상 꿈꾸고 절망하지만, 결국 소년원 출신의 말 못하는 남자아이도 구제하고
가족에게도 희망을 주는 젤소미나......
그나마 있는 돈으로 낙타를 사는 아빠.....농사빛으로 가축이고 가구고 모조리 뺏기는 가족
쓸모없는 낙타만 남는다.
그리고 쓸모 없는 버림받은 가족은 아빠와 더불어 들판에서 잔다.
가출한 후 소년을 구원하고 돌아온 성모 마리아 젤소미나.....
영화 '길'에서는 악당 짬빠노를 구원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품에 안겨 휘파람을 분다.....
묶여있던 낙타는 벌떡 일어나 홀로 길을 떠난다.....해방이다.
가족도 사라졌다.....마당엔 덩그러니 빈 침대하나....
그리고 집은 텅비어 버린다.....아무도 없다....
空이다
無이다
비워있음은 자유고 해방이다....
같이 본 지인이 나에게 묻는다.....이게 뭐냐고...
진정한 구원과 기적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랑,
초라하지만 아껴주는 마음, 돈 한 푼 없어도 가족의 사랑이 있으면
그것이 기적이고 구원이고 해방이라는 뜻이다.
제목이 원더스(Wonders)-놀라운 것들이라고 한 이유가 이거다......라고 답해주었다.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보면
노예의 단계를 낙타
부와 권력을 쟁취하는 단계를 사자
이 모든 단계를 넘어서는 해방의 단계는 어린아이.....
라고 말한다.
영화 끝장면에 12세 소녀 젤소미나가 휫바람을 불고
꿇어앉아 있던 낙타는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해방을 얻는다.
모든 것이 텅빈다....텅빈 집..... 불교의 공(空) 노자의 무(無)
20세기 최고의 독일 철학자인 하이데거는 노자를 수 백번 읽었고
이를 표절하여 빈곳....
구체적으로 '숲속의 빈곳'을 진정한 해방이라고 이라고 그의 저서 "오솔길 ( Holz Wege)" 에서 누차 역설한다.
이전과 당시의 서양인들은 빈곳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빈곳은 신의 은총이 결핍된 것이라고 악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한 때 신비하고 이해불가한 이 인물은 제자들의 진술과 서양의 동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자 동양사상을 표절한 인물이라고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50-70대 지식인의 우상이기 하지만....
독일의 실존주의와 서양이 이해한 동양사상을 이태리의 벽지 시골을 풍광으로 묘사한 작품....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을 만 하다.
그러나 동양철학의 시각에서 보면 평이한 결론이다.
그러나 하늘의 구원과 이적 기적 초자연(supernatural) 천사의 구원...등등에 2천년을 쇄뇌된
사람들에게 텅빈집.... 낙타의 자유.... 헛간의 빈곳에 비치는 먼지가득한 빛....등등이
구원이 된다는 건 아직도 쇼킹할 것이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도 쇼킹하다면 장자(莊子)를 읽으라고 권해야 겠죠.
<감독 알리체 로바허/Alice ROHRWACHER >
서양은 이제 동양철학의 주체적 이해와 해석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서양철학의 종말을 선언한지 60년이 넘었다.
그들은 미친듯이 동양철학을 배워왔다.
그리고 젊은 천재 여류감독이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는 헐리웃의 아류로 헐떡이고 있지만, 인문학의 뿌리가 강한 유럽에서
대단한 여자가 나왔다.
김기덕이 같은 허접한 동양철학에 실소를 머금다가 순간 긴장한다.
긴장하라 이전과 다른 유럽이 우리를 기다린다.....
2014년 10월 9일 ...自由....紫霞仙人 遊於世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