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삶을 위로하는 『리틀포레스트(Little Forest)』"
1. '리틀포레스트' 원작정보 및 배경
“리틀포레스트(2018)는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五十嵐大介)’의 만화를 원작으로, 2015년 일본에서 영화화된 후,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맑고 신선한 토양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 이런 신선한 재료로 손수 만들어내는 갖가지 주인공의 요리레시피는 화면속에 비치는 비주얼에서부터 도시에 지친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기 충분하다. 거기에다 젊은 청춘들의 아기자기한 생활상까지 곁들여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먼저 제작된 일본판 영화와의 비교론도 생각해 보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일본판 영화를 본지 십 년도 훨씬 지난 지금, 영화의 잔상마저 가물가물함에 오히려 감사하며, 오롯이 김태희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적기라 생각, 방금 상영한 영화라는 새로운 느낌으로 접근해보았다.
이 영화가 오래도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의 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자기만의 삶의 울타리 만들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또한, ‘먹방프로'가 매스컴을 장식하는 요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것도 이 영화가 지닌 인기비결이 아닐까란 생각이다.
2. '리틀포레스트'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맑은 새소리와 함께 숲길이 펼쳐지고 상쾌한 자전거 벨 소리로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숲길을 지나가는 주인공 송혜원(김태리)의 모습은 시각적 힐링을 보여줌과 함께 잔잔하게 깔리는 맑은 음악 또한 보는이의 귀를 호강시킨다.
그곳 미성리는 아빠의 요양차 4살 때 내려온 남편 고향이다. 작은 가계하나 없는 간단한 물건을 사려해도 읍내까지 왕복 사오십 분이 훌쩍 넘은 산골 마을이다. 혜원의 엄마(문소리)는 딸이 자라서 이곳의 추억으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딸과 함께 단 둘이 생활해왔다. 그러나 딸 혜원이 수능을 본 뒤, 엄마는 편지 한 장 만을 남기고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가버린 후, 시골에는 고모 한 분이 남아있다. 서울로 올라간 혜원은 편의점 일을 하면서 임용고시 합격을 기다리던 중, 남자친구의 합격 소식에 비해, 자신은 불합격이란 통보를 받고 시골로 내려오고 남자친구의 합격소식에 축하한다는 말을 아끼며 그와의 연락도 거부해 버린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혜원은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산골마을은 온통 흰 눈이 덮여있고 오랜 동안 빈집이었던 이 곳에 혜원은 장작을 패고 불을 지펴 방의 온기를 살린다. 이 온기는 서울생활에 지친, 차갑고 치열했던 혜원의 가슴속에 지피는 따스한 온기로 이어진다. 혜원이 오래된 밀가루를 꺼내 반죽을 하는 장면, 장화를 신고 눈 속을 헤쳐 배추를 잘라오는 장면, 집 앞의 눈을 퍼내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트럭 한대가 멈추고 운전석의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치는데 그는 혜원의 초등학교 동창 재하(류준열)였다.
재하 역시 서울에서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차, 상사와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고 이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제하는 혜원에게 적적함을 달래줄 ‘오구’(다섯 번째 태어났기 때문)라는 강아지를 데려 오고, 또 한 사람, 동창 주은숙(진기주)의 모습이 보인다. 은숙은 전문대를 졸업한 후, 시골 농협에 근무하고 있다. 부장을 싫어해서 혜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면서 혜원의 아픈 가슴을 톡톡 건드리는 얄미운 캐릭터이지만 혜원의 입장에선 애교 수준이다. 어느 날 노래방에서 싫어하는 부장의 머리를 탬버린으로 내리쳐 화를 풀기도 하고, 도시를 동경해 언젠간 도시로 떠나는 게 자신의 목표이다. 재하를 짝사랑하며 은근히 친구 혜원을 견제하는 캐릭터지만 왠지 미워할 수만도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렇게 세 동창은 모여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기도하고, 혜원은 갖가지음식을 선보이며 서서히 평화로운 시간은 흘러간다. 어느 날은 엄마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되지만, 거기에는 어른이 되면 알려주겠다 말했던 엄마의 ‘감자빵 레시피’만이 적혀있다. 마치 자신을 어딘가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혜원 역시 당차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슬픔과 외로움은 겉으로 묻어나지 않는다.
혜원은 우연히 엄마가 남긴 편지를 읽으면서 엄마가 떠난 것이 아빠와의 결혼으로 포기했던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말과, 모든 게 타이밍이란 말버릇처럼 그때가 적기였으며, 아빠를 잃고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 역시 딸 혜원을 이곳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적혀 있다. 혜원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긴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는 엄마의 편지처럼,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엄마만의 작은 숲(Little forest)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향은 계절에 맞게 잠깐 다녀갈 곳이었지만 이렇게 혜원은 그곳 고향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이란 길고 긴 사계를 겪으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숲을 찾아 다시 서울로 떠나간다.
영화 후반부는 서울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혜원의 모습이 보이고 다시 봄과 함께 찾아온 혜원, 시골 농기계 소리는 요란하고 ‘아주심기’한 양파는 튼실하게 잘 자라있다. 양파로 양파통구이를 만들고 지붕을 수리하는 혜원. 지붕위에서 내려다보는 싱그러운 시골 풍경, 편안한 음악과 함께 자전거 폐달을 밟고 달리는 혜원의 모습 앞에 넓고 푸르른 광활한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돌아온 집 마당에는 목줄을 한 ‘오구’가 반갑게 짖고 있고, 활짝 열린 방문 사이로 커튼 자락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엄마가 와 있다는 것을 암시하듯 이 광경을 보고 활짝 웃는 혜원의 모습이 비쳐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3. '리틀포레스트' 영화촬영지 및 감상평
영화 대사 중, 사람에게는 모두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작은 숲’이 있으며,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아주심기’란 표현이 나온다. 이는 자신만이 고집하는 삶의 형태와 그것을 고수하며 안착하려는 심리가 인간 모두에게 자리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며 이것은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임을 보여준다. 또한, 계절음식을 중요시하는 일본이 원작인 만큼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꽃 파스타, 수제비, 배추전, 보기에도 아름다운 아카시아 꽃 튀김 등등이 그것이다.
이는 원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내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원작을 훼손하지 말 것과 둘째는, 일식이 포함된 음식을 만들라는 주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맞게 오코노미야키와 밤조림등 먹방 프로에 가까운 요리들이 선보이고 있는데 이 또한 영화 속 볼만한 요소이다. 이렇게 힐링영화의 대명사 답게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 속에서의 건강한 음식들. 이것 만으로도 영화의 의미는 충분하지 전달하지 않았을까란생각이다.
김태리의 연기를 이어주는 김태리 아역의 장재희 배우에게도 박수를 보내며, 영화 촬영지인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나들이객들이 넘쳐났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에게 힐링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필자의 역할이 아닐까란 생각으로 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