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대전 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 중.
방송통신대학교(부산지역) 문학동아리 회원.
두 개의 메뉴 / 김명애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시를 외우게 한다. 학년마다 알맞은 시를 주어서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자국 시인의 시 백편 정도를 암송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려서부터 외운 시는 뇌 운동에도 좋을뿐더러 좋은 시를 가슴에 담을 수 있으니 곱고 아름다운 감성을 지니게 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웃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에서 거의 매일 걷기운동을 한다. 별 생각 없이 걷느니 좋은 글이나 시를 읊으며 걸으면 뇌운동도 겸하는 셈이 되겠다며 평소 메모해 두었던 수첩을 꺼내들었다. 시를 읽고 외우며 걷는 운동은 심신운동이 되어 한결 가슴에 와 닿았다.
백세시대라며 매스컴이 거의 매일 떠드는 세상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사는 맛이겠는데 말년에 이르러 이런저런 질병이며 치매를 앓으면 스스로는 물론 가족이며 사회에 미치는 그 폐단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시인 서정주 선생은 아침마다 세계의 산을 외우며 치매예방을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프랑스 학생들이 시를 외우는 노력은 정서함양만이 아니란 것을 미당 선생의 산 이름 외우기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머릿속을 비우라, 마음을 비우라는 등 선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이며 마음속에 고여 있을 세상의 온갖 찌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오물덩어리처럼 머리와 마음속에서 질병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 오물덩어리 속에는 탐욕, 애증, 불의, 불신 등 탁류 같은 갈등이 잠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철없는 나는 그걸 비우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탐욕을 채우고자 빠락빠락 덤비지 않았던가.
치매환자들에게 봉사할 생각으로 종이접기 공예를 배우는 중이다. 어떤 긴박한 상황일지라도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건강을 가져야겠다. 관념만의 지식이 아닌 가슴속에 깊이 새겨 불행한 상황을 이길 수 있는 법을 터득하는 길이 종이접기에 있어 보였다.
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면 어릴 때의 놀이가 떠올라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나를 볼 수 있다. 새를 접어 날려 보내면 이 또한 어릴 때 놀던 강변의 두루미가 떠올라 절로 흥겹다. 종이접기 공예는 나 자신을 위한 공부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나 스스로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2
그때는 쌀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내 그릇 바닥에 보리밥을 깔고 위에는 흰 쌀밥으로 내 식성을 바꾸려 애쓰셨다. 보리밥을 싫어하는 나를 달래느라 꾀를 쓰신 어머니를 닮아서였는지 결혼을 한 다음 식구들의 밥그릇을 잡곡밥으로 채웠다. 잡곡밥을 꺼리는 식구들이 첫술부터 잡곡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수저질을 잘 하지 않아 흰 쌀밥을 잡곡밥 위에 살짝 덮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쌀이 귀해서 그랬지만 결혼을 한 다음에는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잡곡밥 식단을 푸짐하게 차렸다.
그이는 잡곡밥을 뜨는 숟가락질이 느렸다. 입에 닿지 않는 숟가락질을 하는 그이는 어린애처럼 어쩔 수 없이 상머리에 앉는 인상이었다. 하얀 쌀밥보다는 잡곡밥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그인들 모를 까닭이 없다. 하지만 밥을 뜨는 그이의 표정은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잡곡밥이 이런저런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꿰뚫고 있을 것 아닌가. 하기에 그이는 의외로 빨리 잡곡밥을 즐기게 되었다.
아이가 자라 유치원에서 소풍을 갈 때도 나는 잡곡밥으로 김밥을 말았다. 친구들의 김밥과 색깔이 달라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도 못들은 척했다. 내가 짓는 잡곡밥 속에는 흑미를 비롯하여 검은콩, 조, 수수, 찹쌀현미 그리고 보리가 들어가는 무지개밥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삼백三白을 절제하라고 하는 말을 흔히 듣는다. 흰쌀, 흰 밀가루 그리고 흰 설탕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잡곡을 다 먹은 다음에는 하얀 쌀만 사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여전히 못들은 척한다. 가족건강을 지키려면 주부는 먹거리에 관한 한 절대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은근히 나에게 타이른다. 그런 점 나는 식단의 독재주의자나 다름없다. 이 독재권력이 식구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한다.
아들은 적당한 군것질과 패스트푸드 팬이다. 그러나 나는 기름이 질질 흐를 것 같은 피자 대신 조갯살과 부추를 조물조물 무쳐 부침개를 만들어 준다.
아들은 말한다. 신토불이 엄마라고. 그 호칭에 알맞은 식단을 찾아 나는 나름대로 고민한다. 내 고민 속에 우리 집 건강이 쑥쑥 자란다며 즐거운 시장나들이를 한다.
첫댓글 김명애 선생님, 신인상 수상을 마음깊이 축하드립니다.
용인가서 또 직접 축하드릴께요.
작가로 등단 하심을 축하, 또 축하드립니다.
신토불이 어머니시군요. ^^
그 집의 건강과 행복은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신인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명애 선생님,
등단을 축하드립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잡곡밥을 고집하는 마음이 공감을 갖게합니다.
수필과비평 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시는게 눈에 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