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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루(映湖樓)의 시판(詩板) - 원문(原文)과 해석(解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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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福州映湖樓
山水無非舊眼靑
樓臺亦是少年情
可憐故國遺風在
收拾鉉歌慰我行
(收拾鉉歌慰我情)
진흥원 자료의 我情→我行임을 바로 잡습니다. 南齋
산수는 모두 구면이라 반갑고 누대(樓臺)마저 우뚝히 예대로일세. 기특타, 고국 풍류 전해오노니 노래 불러 이 마음 달래어 보자.
김방경(金方慶) 1212 ~ 1300 고려 후기의 명장, 자는 본연(本然), 시호는 충렬(忠烈), 본관은 안동(安東), 관직은 평장사(平章事). 위의 시의 원제(原題)는 동정일본과차복주등영호루(東征日本過次福州登映湖樓)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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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十載前遊入夢淸 重來物色慰人情 壁間奉繼嚴君筆 堪咤愚我萬戶行
영호루
꿈길 속에 흘러간 십 년 세월 당시 풍물 다시 보니 반가웁고나. 벽 위에 아로새긴 아버님 6) 글월 어린 몸 벼슬 길이 죄스럽습니다.
김흔(金忻) 1251 ~ 1309 고려 후기의 장군. 방경의 자. 관은 도첨의사사(都僉議司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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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草長江南三月天 永嘉山水好風烟 文章太守謝康樂 珠翠佳人玉井蓮
영호루
풀빛 짙은 강남땅 삼월에 영가 고을 산천마다 안개꽃 피었네. 원님 문장은 사영운 7) 못지 않고 비취색 미인들 우물속 연꽃이어라.
홍간(洪侃) ? - 1304 고려 말기의 문신. 시인, 자는 평포(平浦), 운부(雲夫), 호는 홍애(洪厓), 본관은 풍산(豊山), 관은 첨의사인(僉議舍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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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嶺南遊蕩閱年多 最愛湖山景氣加 芳草渡頭分客路 綠楊堤畔有農家 風恬鏡面橫烟黛 歲久墻頭長土花 雨歇四郊歌擊壤 坐看林杪漲寒槎
영호루
영남에서 호탕하게 여러 해 놀았건만 영호의 좋은 경치 가장 사랑하였네. 방초 짙은 나루터엔 나그넷길 나뉘고 푸른 버들 우거진 언덕 농가가 있네. 바람 잔 수면에 안개 비끼니 해 묵은 담장머리 이끼도 무성해라. 비 개인 들판에서 들리는 격양가 8) 수풀 끝엔 차가운 삭정이가 자라네.
우탁(禹倬) 1263 ~ 1343 고려 말기의 학자. 자는 천장(天章), 호는 역동(易東), 시호는 문희(文僖), 본관은 단양(丹陽), 관직은 성균제주(成均祭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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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海山當日往來多 物外精神到此加 初謂夢遊雲雨峽 漸疑身入晝圖家 南江秋夜千峯月 北里春風萬樹花 雖是無情閒道者 登臨不得似古槎
영호루
바다로 산으로 많이도 다녔지만 속진(俗塵)을 떨친 정신 예 오니 더하네. 처음엔 꿈 속에 운우협 9)을 놀더니 점차 그림 속 신선이 되어가네. 남강의 가을밤엔 봉우리마다 달이요 북쪽 마을 봄바람엔 나무마다 꽃이로고. 한가로이 길 가는 무정한 나그네도 이 누에 오르니 흥 아니 날 수 없네.
채홍철(蔡洪哲) 1262 ~1340 고려 말기의 문신. 자는 무민(無悶), 호는 중암(中菴), 본관은 평강(平康), 관은 정승(政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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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此樓佳致說無多 摘勝探奇莫我加 百里桑陰藏野店 四山松翠護官家 江頭雨暗連天草 巷口燃濃出屋花 只解登臨如黙黙 詩人沒彩也如槎
영호루
이 누의 좋은 경치 말해서 무엇하랴 나보다 더 명승(名勝)을 탐하는 이 있는가? 뽕나무 숲에는 술집도 있고 푸르른 소나무 관가를 둘렀네. 강가에 비 개니 하늘에 닿은 풀빛 연기 짙은 마을 어귀 담장 위로 솟은 꽃. 만약에 누에 올라 한 수 읊지 못한다면 시인으로 광채 없음 삭정이와 다르랴?
신천(辛蕆) ? ~ 1339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 호는 덕재(德齋), 본관은 영산(靈山), 관직은 판일직사사(判密直司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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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起樓詩眼費功多 月斧雲斤亦未加 自訝登臨橫翠閣 誰敎飛上太淸家 春江綠漲葡萄酒 夕照紅酣躑躅花 待過已知軒蓋近 樹頭時有鵲槎槎
영호루
누를 세운 시적(詩的) 안목 들인 공도 많구나. 달도끼 구름날인들 예서 무얼 더하랴. 천상(天上)의 횡취각 10)에 온 것 같으니 뉘가 나로 하여금 태청가 11)에 오르게 했나? 봄 강물 푸르름이 포도주처럼 불어나고 저녁 별 붉은 기운 철쭉꽃에 무르익네. 돌아가길 기다리는 헌개 이미 왔는가? 나무 위의 까치가 때때로 우짖으니.
정자후(鄭子厚) 고려 충숙왕 때의 복주 목사(福州牧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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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此樓風景惱人多 八詠雙溪不敢加 旗蓋影交樵牧路 管絃聲落吏民家 跨空簷豁膚生粟 照水軒危眼眩花 玉斧修成廣寒殿 飄然不訝上仙槎
영호루
영호루 좋은 풍경 사람을 뇌쇄(惱殺)하니 쌍계팔영(雙溪八詠)인들 예보다 더 나으랴? 오가는 사람들 길 가득 분분하고 관아며 집집마다 관현(管絃) 소리 드높아라. 덩그렇게 높은 처마 몸이 오싹 떨리는데 물에 비친 난간 보니 눈 앞이 아찔하네. 옥도끼로 다듬어서 광한전 12)을 지은 듯 표연히 신선의 뗏목에 오름 같네.
조간(趙簡)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 시호는 문량(文良), 본관은 김제(金堤). 관은 찬성사(贊成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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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鞍馬怱怱閱數州 夕陽携水更登樓 謫來未厭湖山好 事去空驚歲月遒 半壁殘燈孤館夜 傍簷疎樹故園秋 欲知別後相思意 天際長江袞袞流
영호루
말을 타고 총총히 몇 고을 지나 석양에 벗과 더불어 다시 누에 올라라. 귀양은 왔을지언정 13) 산수(山水)를 좋아 하노니 일은 지나가고 세월의 빠름에 새삼 놀라라. 희미한 등잔불만 외로운 여관의 밤 처마 곁 성근 나무 고향이 생각나네. 이별한 후 그리는 맘 알고 싶거든 님이여! 저 하늘가 은하수를 보소서.
정포(鄭誧) 1309 ~1345 고려 충혜왕 때의 문신, 자는 중부(仲浮), 호는 설곡(雪谷), 본관은 청주(淸州). 관직은 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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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到處樓臺摘勝多 此樓贏得賞心加 蒹葭岸外西南路 桑枯村中數四家 三字御書金照水 一區仙境錦添花 早年攀折江邊柳 老倒歸來尙來槎
영호루
도처에 누대 있고 절승도 많지만 이 누에 오르니 더욱 맘이 끌리네. 갈대 핀 언덕 너머 서남으로 나뉜 길 뽕나무 우거진 마을 두서너 농가. 세 글자 어필(御筆)이 금빛으로 어리니 금상첨화일세, 한 갈피 선경이여! 어릴제 꺾고 놀던 강변의 버들 늙어서 와 보니 아직도 그대롤세.
권사복(權思復)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봉익대부(奉翊大夫),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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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花山客半月 今日向他州 縱有重來約 那堪惜別愁 船開芳草渡 酒盡夕陽樓 行役何時了 風塵滿馬頭
영호루
보름 동안 화산에서 머물던 나그네 오늘 다른 고을로 떠나려니 비록 다시 찾아온다 약속했건만 이별의 근심 가눌 길 없어라. 고운 풀 제치고 배타고 건너는데 해 저문 누대에는 술통이 비었구나. 언제쯤 마치려나, 나그네길을 바람과 먼지가 말 앞에 일어나도다.
이집(李集) 1314 -1387 고려 공민왕 때의 학자. 초명은 원령(元齡), 자는 호연(浩然), 호는 둔촌(遁村), 관은 판전교시사(判典校寺事), 광주 귀암서원(龜巖書院)에 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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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北望景華疊峯多 樓高客恨轉承加 仲宣作賦非吾土 江令思歸未到家 楊柳自搖愁裏縷 辛夷初發亂餘花 若爲江水變春酒 一洗胸中滓與槎
영호루
북으로 서울 보니 첩첩 산봉들 누 높아 객의 한은 더욱 더하네. 고향을 생각하며 중선 14)은 부를 썼고 못 가는 집 그리워 강령은 슬퍼했네. 시름겨이 실가지를 흔드는 버들아 난리 뒤 처음으로 꽃 핀 개나리야 만약에 이 강물이 모두 다 술이라면 가슴 속 쌓인 시름 말끔히 씻으련만.
전록생(田祿生) 1318 ~1375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 호는 야은(野隱), 자는 맹경(孟耕). 본관은 담양(潭陽), 관은 제주사록(濟州司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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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東映湖樓回自日本作
閱遍東南郡縣多 映嘉形勝覺尤加 邑居最得山川勢 人物紛然將相家 場圃歲功饒菽粟 樓臺春夢繞鸎花 直須酩酊終今夕 萬里初回海上槎
일본서 돌아와 안동 영호루에서
동남으로 여러 고을 두루 다녔지만 영가의 경치가 제일 아름다워라. 고을이 산천 형세 가장 좋은 곳에 있어 인물도 많아라, 장상가가 분분하네. 논밭에 풍년 들어 곡식들은 넉넉하고 누대의 봄날엔 꾀꼬리와 꽃이 있네. 모름지기 오늘 밤이 다 새도록 취하리 만리 길을 처음으로 배를 타고 왔잖은가?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고려 말기의 충신,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圃隱), 시호는 문충(文忠). 본관은 영일(迎日), 관은 문하시중(門下侍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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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飛龍在天弄明珠 遙落永嘉湖上樓 夜賞不須勤秉燭 神光萬丈射汀洲
영호루
나는 용 하늘에서 희롱턴 구슬 멀리 영가 고을 영호루에 떨어졌네. 밤에 구경할 때 촛불 켤 일 없네 신기한 광채가 물가를 쏘니.
정도전(鄭道傳) ? ~1398 조선 개국공신.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峰), 본관은 봉화(奉化). 관은 판의흥삼군부사(判義興三軍府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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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詩
客裏登臨感歎多 倦遊贏得鬢絲加 海天流落空懷國 鄕郡歸來未有家 百尺危欄浮碧落 九重宸翰耀金花 長川逈與銀河接 直欲迢迢一泛槎
영호루시
나그네로 누에 오르니 감회도 많아라 이리저리 떠돌다 몸만 늙었네. 바다 밖을 헤맬 때는 고국이 그리웠는데 고향이라 돌아와도 내 집도 없구나. 아스라이 높은 난간 빈 공중에 떠 있고 임금님의 내린 글씨 금빛으로 찬란해라. 긴 내가 멀리 은하와 접했으니 곧 바로 아득히 배 한 번 띄우고파.
권근(權近) 1352 ~1409 조선 초기의 명신. 자는 가원(可遠), 호는 양촌(陽村), 시호는 문충(文忠),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대제학(大堤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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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今年又作嶺南遊 行遍南州到福州 地僻堪誇人尙儉 亭閒不覺客凝眸 山川豈爲興亡改 風月應隨左右收 半日登臨胸次盪 欲歸未去重淹留
영호루
금년에도 또 영남으로 유람길 떠나 남쪽 고을 두루 거쳐 복주에 왔네. 땅이 궁벽하니 사람들은 검소하고 정자가 한가하니 구경하기 좋아라. 산천이 어찌 흥망 따라 바뀌랴 풍월이야 어디서나 마음대로 거두지만. 한나절 누에 있으니 가슴마저 시원하여 돌아가야겠는데, 발길이 안 떨어지네.
이원(李原) 1368 ~1429 이조 세종 때의 문신. 자는 차산(次山), 호는 용헌(容軒), 시호는 양헌(襄憲), 본관은 고성(固城). 관은 좌의정(左議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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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吾生漂泊遠遊多 今上高樓興轉加 千里一身長去國 七年萬死又離家 倚欄最恨醒臨水 落帽誰期醉採花 坐瞰蒼波殊有味 何須怪怪學浮槎
영호루
내 평생 표표히 유람 많이 하였지만 오늘 누에 오르니 흥 더욱 나는구나. 천리 밖 외로운 몸 기나긴 귀양살이 칠 년간 죽을 고생 또 집을 떠나네 15). 난간에 의지하여 술 깰까 한하노니 뉘 더불어 모자 벗고 취한 채 꽃 딸꼬? 앉은 채 강물 보니 더욱 운치 있으니 무엇하러 이상하게 배 띄우고 구경하리.
류방선(柳方善) 1388 ~ 1443 조선 세종 때의 학자.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본관은 서산(瑞山). 시와 문장이 매우 뛰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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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嶺南佳麗已無多 形勝花山百倍加 芳草晴川分客路 綠楊脩竹掩人家 湖心日暖魚吹浪 墻角風微燕蹴花 南北奔馳何日了 瀛洲直欲問張槎
영호루
영남의 좋은 경치 이미 많지 않은데 지형이며 경치야 화산 16)이 제일이지. 꽃다운 풀 맑은 내에 나그네길 나뉘고 푸른 버들 긴 대는 인가를 가렸네. 호숫물 따뜻하니 물고기 뛰고 바람 잔 담모서리엔 제비가 나네. 남북으로 바쁜 걸음 언제 그치랴 영주 17)에서 장건 18)의 뗏목을 묻고 싶구나.
조효문(曺孝門) ? ~1462 조선 세조 때의 문신. 자는 행원(行源, 시호는 (成度), 본관은 창녕(昌寧), 관은 예조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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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板上韻
春晩江樓景氣多 詩人情興向來加 一城桃李潘安縣 兩岸園池習氏家 牧隱新文珠泣月 陽村麗句筆生花 南巡往事何須問 老樹潮侵臥作槎
영호루 현판 위의 운을 빌어
늦은 봄 강루엔 경치도 좋아 시인의 흥취가 더욱 더하네. 도리화 핀 고을이 반안현 19) 같고 양 언덕 동산과 못 습씨집 20) 같네. 목은의 문장은 구슬이 달에 우는 듯 양촌의 고운 글귀 붓에서 꽃이 피네. 남순 21)하던 옛 일을 물어서 무엇하리 늙은 나무 물에 잠겨 뗏목이 되었구나.
최수(崔脩) ? ~ ? 조선시대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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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水光山色上樓多 雨過斜陽景更加 一路高低禪客院 自烟朝暮野人家 幸生昭代尋芳草 爲向前朝問落花 還使此身生羽翰 直看雲漢掛雲槎
영호루
물 빛 산 색은 누에 오르니 더 짙고 비 지난 저녁 볕에 경치 더욱 좋구나. 한 쪽 길엔 높고 낮게 선객원 22) 있고 흰 연기 아침 저녁 야인가 23)에 오르네. 다행히 소대 24)에 태어나 방초 25)를 찾고 전조(고려)를 향하여 낙화 26)를 물어보네. 돌이켜 이 몸이 날개가 돋힌다면 곧바로 은하수에 뗏목을 띄우리라.
이석형(李石亨) 1415 ~1477 조선 세조 때의 명신. 자는 백옥(伯玉), 호는 화헌(樗軒), 시호는 문강(文康),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도체찰사(都體察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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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落日簾旌灝氣多 倚樓愁思亂交加 透迤湖水秋通漢 轂轆柴車夜向家 光射汀洲星斗額 香生林簿蕙蘭花 月明更想前朝事 惟有鶖鶬呌斷槎
영호루
지는 해 쓸쓸한 기운 발에 어리어 누에 오른 이 마음 시름도 많아라. 출렁이는 물결은 은한(銀漢)에 닿고 덜컹대는 수레는 집을 향하네. 모래톱을 비추는 북두의 별빛, 들에서 스며 오는 혜란화 향기. 달 밝은 밤 고려의 흥망을 다시 생각해 보니 재두루미 우는 소리 간장을 끊네.
김종직(金宗直) 1431 ~1492 조선 성종 때의 학자. 자는 효관(孝盥).계온(季昷), 호는 점필재(佔畢齋),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선산(善山). 관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학문과 덕행으로 이름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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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客裏淸遊到此多 上樓情興晩尤加 晴川芳草東西路 綠竹垂楊遠近家 三字御書留寶額 一林風雨落餘花 傍人莫作尋常看 我是南來亦泛槎
영호루
나그네로 예 와서 놀던 때가 많았는데 늙어서 다시 오니 흥 더욱 나는구나. 맑은 내 꽃다운 풀 속 동서로 길이 있고 푸른 대 수양버들 원근에 집이 있네. 임금이 내린 글씨 현액(懸額) 속에 머무는데 한 줄기 비바람에 남은 꽃마저 지네. 벗이여! 이 일을 예사로이 보지 마오 이 몸 역시 남쪽에서 배를 타고 왔노라.
조순(趙舜) ? ~ ? 조선 시대의 문신. 본관은 함안(咸安), 관은 참판(參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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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昨夜雨來江水多 映湖春色十分加 高低細路二三寺 掩映長林千百家 金字籠紗雲隱月 玉山欹帽眼生花 樓頭華到中流半 何用窮河泛古槎
영호루
어젯밤 내린 비에 강물이 불어 영호루의 봄빛이 더욱 짙었네. 높고 낮은 오솔길 두서너 가람 누를 가린 긴 숲 너머 수많은 인가. 금글씨 비단에 싸이고 달은 구름에 숨는데 취한 채 바라보니 눈에는 꽃이 피네. 누대머리 좋은 경치 물 가운데 어리는데 어찌하여 강물 위에 배를 뛰우리.
양희지(楊熙止) 1439 ~1504 조선 성종 때의 문장가. 자는 가행(可行), 정부(禎父), 호는 대봉(大峰), 본관은 중화(中和). 관은 세자우부빈객(世子右副賓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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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映湖樓
落魄登樓歲月多 重來非分印章加 黌堂負笈留遺蹟 驛里居停有主家 白首東西身已老 靑山今古眼添花 長林遠樹渾依舊 三十年來半作槎
영호루에 차운하여
낙백하여 27) 누에 오르던 세월도 많았는데 분에 넘는 벼슬 받고 28) 다시 또 왔네 글 배우던 향교엔 옛 자취가 남아 있고 집 떠나 머물던 주인집도 그대로네 동서로 분주하다 몸은 이미 늙었지만 청산은 예 같아 눈에는 꽃이 피네. 긴 숲 멀리 흐릿하게 뵈는 옛 나무들 삽십 년 동안 반은 삭정이가 됐네.
이현보(李賢輔) 1467 ~1555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자는 비중(棐中), 호는 농암(聾岩), 시호는 효절(孝節), 본관은 영천(永川). 관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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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湖山歲晩客懷多 牽晩風流興轉加 落日鳴鐘何處寺 淡烟疎雨幾人家 歌催郢雪飄餘曲 笛弄江梅落後花 醉倚欄干頻送日 小船漁火繫枯槎
영호루
호산(湖山)에 해(歲) 저무니 나그네의 회포 많은데 늦게 즐긴 풍류가 흥취 더욱 더하여라. 저녁에 우는 종 어느 절인고 흰 연기 성긴 빗 속 인가가 보이네. 노래는 영설 29)의 표여곡을 재촉하고 피리는 강가 매화에 앉은 눈(雪)을 희롱한다. 취한 채 난간에서 먼 곳을 보니 작은 배 고기잡이불 뗏목에 반짝이네.
김안국(金安國) 1478 ~1543 조선 중종 때의 명신. 자는 국경(國卿), 호는 모재(慕齋), 시호는 문경(文敬), 본관은 의성(義城). 관은 대제학(大堤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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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南州奇勝此偏多 綠樹陰濃景特加 淸磬出林鳴野寺 淡烟橫浦起漁家 半邊殘照披雲葉 一陣輕風疊浪花 江上晩凉堪濯熱 弄波鷗渚擬浮槎
영호루
남쪽 고을 명승이 여기에 다 몰렸나 푸른 나무 그늘 짙어 보기 더욱 좋은 걸. 맑은 종소리 숲속 절에서 울려 오고 맑은 연기 비낀 포구 속 하나 둘 어가(漁家). 반변천(半邊川) 석양은 구름 조각 헤치고 한 무리 바람결에 꽃물결이 겹쳐 이네. 강물 위 서늘함이 무더위를 씻어내고 물결을 희롱하는 갈매기 물에 뜬 뗏목 같구나.
권응인(權應仁) 1517 ~ 1588 조선 중종 때의 문인. 호는 송계(松溪).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한리학관(漢吏學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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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嶺外江山著眼多 映湖樓勝倍增加 龍蛇筆力超三昧 烟火居民足萬家 魚戲鏡中飜雪浪 鷗眼沙畔隔蘆花 憑欄北望思千里 身世還同泛水槎
영호루
영남의 산천이 눈 가는 곳 많아도 영호루 아름다움 훨씬 더 낫네. 공민왕 붓글씨는 용틀임하고 밥 짓고 사는 백성 일만 집은 되겠구나. 고기 노는 물 속엔 눈 같은 물결 번득이고 백구 잠든 언덕이 갈꽃에 가려 있다. 난간에 기대어 북쪽 천 리 그리노니 이 내 신세 물에 뜬 뗏목과 같구나.
권응정(權應挺) 1498 ~ 1564 조선 중종 때의 문신. 자는 사우(士遇), 호는 묵암(黙菴),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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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船
平生不上映湖船 遙和新篇意未圓 創巧草亭安彩鷁 展開秋練落晴天 笙歌引興淸宵永 風月撩懷繡句傳 許住三年官便滿 遊人長憶去侯仙
영호루선에서
내 평생 영호선(船) 못 타 보아서 글 한 편 지으려니 잘 되질 않네. 잘 꾸민 초정(草亭)엔 채색한 익수(鷁首) 30) 편안하고 펼쳐진 가을 하늘 물 속에 떨어졌네. 생황(笙簧)노래 흥 일어 밤 깊도록 노는데 풍월에 회포 실어 고운 시구 읊조리네. 삼 년을 지내면 고을살이도 끝나니 노니는 사람으로 제후도 버린 신선을 기억하리.
정사룡(鄭士龍) 1491 ~ 1570 조선 명종 때의 문신. 자는 운경(雲卿), 호는 호음(湖陰), 본관은 동래(東萊). 관은 판중추부사(判中樞府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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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客中愁思雨中多 况値秋風意轉加 獨自上樓還盡日 但能有酒便忘家 慇懃喚友將歸燕 寂寞含情向晩花 一曲淸歌響林木 此心焉得似枯槎
영호루
나그네 시름이 비 만나 더한데 더구나 가을 바람에 더욱 심란하구나. 홀로 누에 올랐다 해 져야 돌아옴이여 다만 술잔 들어 집 그리움 잊는다. 은근히 벗을 불러 돌아가는 제비는 쓸쓸히 정을 품고 늦은 꽃을 향하구나. 한 곡조 맑은 노래 숲 속을 울리는데 이 마음 어쩌다 마른 삭정이 같이 되었나.
이황(李滉) 1501 ~ 1570 조선 중기의 대학자.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 시호는 문순(文純), 본관은 진보(眞寶). 관은 대제학(大堤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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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映湖樓次韻
府城名勝洛湖多 鳳輦經過氣像加 金牓影搖銀漢界 朱甍光拂太淸家 樓中客去千秋鶴 笛裏梅殘五月籠 冠盖年年江上會 路人爭指泛仙槎
영호루를 지나며
성 안의 명승은 낙동호(洛東湖)에 많으니 나랏님 지난 곳 좋은 기상 더하다. 금자현판 은핫물에 그림자 지고 붉은 기와 우련히 누각을 비춘다. 다락을 떠난 객은 천추학(千秋鶴)이 되어 있고 피릿가락 매화 지고 오월꽃 피네. 선비들 해마다 강 위에 모여 노니 이곳 사람 다투어 뱃놀이 보네.
구봉령(具鳳齡) 1520 ~ 1585 조선 명종•선조 때의 문신. 자는 경서(景瑞), 호는 백담(柏潭), 본관은 능성(綾城). 관은 대사헌(大司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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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麗王東幸此登樓 金字紗籠 31)泳碧流 筆力若能挽世道 三韓當作一金甌
영호루
고려 왕 동행 길에 이 누에 올랐것다. 금빛 글씨 비단에 싸여 푸른 물에 비침이여 붓힘으로 세상 도(道)를 돌릴 수 있다면 이 나라가 당장에 천국되고 남았으리.
김극일(金克一) 1539 ~ 1602 조선 명종 때의 학자. 자는 백순(伯純), 호는 약봉(藥峯). 본관은 의성(義城), 관은 내자시정(內資寺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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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壁上紗花閱歲多 珊瑚玉樹宛交加 東南形勝稱玆邑 前後風光屬我家 檻外分留千古月 林間開落幾番花 驅馳原濕王程急 銀漢忙回博望槎
영호루
벽 위의 이끼는 오랜 세월 겪었고 산호 같은 수목들 멋진 조화 이루었네. 동남땅 빼어난 고을로 이름난 곳 주변 고운 풍경 내 집까지 이어졌구나. 난간 밖엔 천고의 달이 비치고 숲 속의 꽃은 몇 번이나 피고졌을까? 급한 왕명따라 이 곳에 달려오는 길 은하수 밖에서 급히 배 타고 왔노라.
이정신(李正臣) 1660 -1727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자는 아언(我彦), 호는 송벽당(松蘗堂),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경기도 관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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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靑蛇往事問無憑 長嘯危欄試一登 近水元龍猶厄運 誇秋河伯更成稜 淺深丹碧看新舊 倏忽滄桑感廢興 雕飾芳菲吾豈敢 前人遺跡也堪徵
영호루
청사 32)에서 보낸 세월 하소연할 데 없어 긴 휘파람 불며 높은 누대에 오른다. 가까운 물에는 진등 33)의 기세 꺾이지만 짙은 가을에 하백 34)의 위엄은 더한다네. 단청빛 엷고 얕음 속에 고금이 구분되니 갑자기 세상 변천의 감회만 일어나도다. 누대에 향기론 꽃 단장하길 원치 않으니 선인들 유적이 뚜렷이 증거됨일세.
여필용(呂必容) : ? ~ ? 조선 숙종 때의 문신, 관은 안동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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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六載玆樓再度憑 繡衣前客竹符登 長橋偃月波生纈 曲楹棲雲綵作稜 華額今傳停鳳輦 遺祠爭說贊龍興 試看野外盈畦雪 來歲豊穰喜瑞徵
영호루
육 년만에 두 번째 다시 찾은 누대 어사 앞의 나그넨 부절 35)차고 오르네. 긴 다리 위 기운 달빛 물결 따라 일렁이며 굽은 난간에 깃든 구름 비단결로 비치네. 빛나는 현판은 공민왕 친필이라 전하고 사당에선 다투어 임금의 성덕을 칭송하네. 들녘에 저렇게 많은 눈 내렸으니, 내년에 풍년들 좋은 징조 기뻐라.
류여회(柳汝懷) ? ~ ? 조선시대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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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樓下風煙樓上多 長林極目翠交加 逈臨二水中分處 高出三韓一統家 霽色軒前峰有月 穩流檻外浪無花 湖心點點支機石 今古誰乘銀漢槎
영호루
누대 아래 안개 피어 누 위까지 자옥하고 저 멀리 긴 숲엔 푸르름이 뒤섞였구나. 멀리 두 물줄기 나누어진 곳 삼한을 하나로 합한 집 우뚝 솟았네. 누대 앞에 안개 걷히자 산봉우리 달 오르고 난간 밖의 물결은 잔잔하여라. 호수에는 군데군데 낚시하던 돌이 있는데 고금에 그 누구가 은하수 배 띄웠을까?
강침(姜忱) ? ~ ? 조선시대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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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徙倚高樓逸興多 東南形勝此無加 峰巒隱隱開三峽 都護槃槃簇萬家 席上芳樽傾竹葉 風前長笛落梅花 蘭舟更沂澄江月 天外疑乘不繫槎
영호루
높은 누대에 기대니 흥이 절로 일어나 동남의 빼어난 경치도 이보단 못하리. 희미한 산봉우리 삼협 36)이 펼쳐있고 대도호부 고을에는 수많은 집 빽빽하여라. 맛난 술 대나무잎 술잔으로 기울이는데 바람결에 피리소리 들려오고 매화는 지는구나. 난초 배를 거슬러 올라가니 강물 속 달빛 곱고 하늘 멀리서 두둥실 배 탄 것 같네.
홍우서(洪禹瑞) 1662 - 1716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자는 중웅(仲熊), 호는 서암(西巖), 본관은 남양(南陽), 관은 대사간(大司諫), 시문에 능하고 당대의 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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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玆州判是宿緣多 三到偏疑物色加 額上龍咬恭愍筆 瀤西雲木給弧家 南城銅柱留荒月 北里笙歌繞雜花 檻外長湖何恨意 尋源直欲泛輕槎
영호루
이 고을은 옛부터 인연이 많은 곳 세 번째 찾아오니 풍경이 더 좋도다. 누대엔 공민왕 친필이 걸려있고 강 서쪽 구름낀 나무 너머엔 마을이 보이네. 남쪽성 구리기둥 위 쓸쓸히 달빛 빛치고 북쪽 마을 피리소리는 꽃을 에워쌌도다. 난간 밖 긴 호수 무슨 사연 담고 있나 물줄기 따라 곧 가벼운 배에 오르네.
이인복(李仁復) : ? ~ ? 조선 경종 때의 문신, 관은 안동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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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桐鄕物色倚欄多 手拂紗籠感意加 三世重遊應有數 一樓頻坐便如家 塵迷古壁仍垂網 苔生荒階自作花 萬事沈吟雙涕淚 堤邊楊柳半成槎
영호루
선비 고장의 물색 누대에 펼쳐지고 청사초롱 들고보니 감회가 깊도다. 삼 대가 이어 찾아온 건 운세에 달린 법 여러 번 누대에 오르니 내 집같이 편안하여라. 먼지 낀 옛 벽엔 거미줄 얽혔고 거친 계단의 이끼는 저절로 꽃을 이루었네. 만사를 회상하니 두 줄기 눈물만 쏟아지는데 강가 언덕의 수양버들 반쯤 뗏목을 이루었네.
이철보(李喆輔) 1691 ~ 1775 조선 경종 때의 문신. 자는 보숙(保叔), 호는 지암(止菴), 지산(止山), 본관은 연안(延安). 관은 예조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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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棟宇千年古意多 孤雲遠樹暮看加 沙圍欄外雙江水 春滿城東萬樹家 疵政每慙彭澤菊 歸心頻夢穎濱花 靈源知有黃池近 料理輕舟繫柳槎
영호루
천 년 세월 지나온 누대 사연이 많고 먼 나뭇가지 구름은 석양에 짙도다. 난간 밖 모랫벌엔 두 줄기 강물 흐르고 봄 가득한 동쪽엔 마을이 빽빽히 들어섰네. 흠 남긴 정치 때문에 늘 국화꺾는 도연명 37)을 사모하여 돌아가고픈 심정으로 늘 영숫가 38) 꽃을 꿈꾼다네. 낙동강 발원지가 황지땅임을 알고서 가벼운 배 타려고 버들 뗏목을 택했네.
한광조(韓光肇) 1715 - 1768 조선 영조 때의 문신(文臣). 자는 자시(子始), 호는 남정(南庭), 남애(南厓), 문과에 장원 급제, 관은 대사헌(大司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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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天遠山低水獨多 長堤叢綠樹交加 人間別界凌風榭 嶺左雄城撲地家 玉麈談詩樽有酒 錦筵張樂妓如花 晩來扶上紅亭去 百尺橋疑博望槎
영호루
먼 하늘 산밑엔 물이 유독 넘실대고 긴 제방 빽빽한 수목 푸른빛 짙도다. 바람 부는 누대는 별천지 세상 39)이며 영남 좌도 웅장한 고을 집성촌일세. 맨 땅에서 시를 주고 받으며 술 마시는데 술좌석에서 꽃같은 기녀 풍악을 울리네. 늦게 서로 의지하면서 붉은 누대에 오르니 백 척 난간 하늘로 오르는 배 같구나.
홍의호(洪義浩) 1758 - 1826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양중(養中), 호는 담영(澹寧), 본관은 풍산(豊山), 관은 예조 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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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童遊如夢感懷多 湖水空流歲月加 野外疎鐘西岳寺 城邊老柳太師家 古墟樓起新文榟 兩世詩懸古墨花 作宰龍州今又到 依依官柳已成槎
영호루
어려서 놀던 곳 아득하나 감회는 깊고 강물 유유히 흘러 세월만 더해가네. 들판 너머 서악사 종소리 간간이 들리고 성 둘레 태사집엔 늙은 버들 늘어졌구나. 옛터에 누대 세워져 고을을 새롭게 빛내며 고려•조선 양대의 묵은 명시들이 걸려있네. 용주 고을 다스리다가 다시 이곳 원님으로 오니 관아의 버들 늘씬하게 자라 배 만들 수 있겠네.
한홍유(韓弘裕) ? ~ ? 조선시대의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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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水光山色一樓多 吳楚風煙未有加 芳草洲生明月棹 古槐城出夕陽家 燕聞咫尺通河漢 龍臥中間劈浪花 不必凌虛須羽化 玉泉將上欲乘槎
영호루
강물과 산빛이 누대에 가득하니 오나라 초나라 물안개도 이보단 못하리. 고운 화초 핀 강가는 달밤 뱃놀이하기 좋고 늙은 홰나무 성밖으로 뻗은 마을엔 석양빛 감돈다. 지척간의 제비는 은하수 길로 날아오르며 강에 누운 용은 흰 물결 가르네. 신선되어 오르는 것 40)부럽지 않으니 옥같은 샘물 찾아 배 타고 거슬러 가려네.
이집두(李集斗) 1744 - 1820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중휘(仲輝), 호는 파서(琶西), 본관은 경주(慶州), 관은 예조 판서(禮曹判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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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
女娘解唱洛東謳 玉笛寥寥香共浮 湖海風流凌萬頃 蓬萊消息杳千秋 白雲蕩影平臨岸 芳草無邊逈接洲 歷略勝區偕宿志 楓辰花月卜重遊
영호루
여인이 즐거이 낙동요를 부르니 옥피리 고요하여 향기마저 감도네. 호수의 풍류는 만경의 푸른 물보다 낫고 봉래 소식은 천년 동안 아득하여라. 흰구름 그림자 드리우는 언덕에 다다르니 끝없는 초록빛 풀길 따라 멀리 거슬러가네. 명승지를 둘러보려던 소원을 두루 이루고 단풍 들고 꽃피는 달에 다시 찾아왔노라.
오연상(吳淵常) 1765 - 1821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사황(士黃), 본관은 해주(海州), 관은 이조 참판(吏曹參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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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湖樓-1
原隰經年疾苦多 容華全減鬢斑加 每逢佳節難爲客 忽到仙鄕若返家 野麥寒消前臘雪 驛梅香動早春花 此行歸日無遲速 泛泛如登萬里槎
영호루-1
왕명따라 이리저리 지내온 세월 근심이 많고 초췌한 얼굴엔 귀밑 털만 더하네. 매년 좋은 시절되어도 풍류를 즐기지 못하다가 갑자기 신선 고을에 이르니 고향 온 것 같도다. 들녘 보리는 섣달 전의 추위로 시들었고 역의 매화는 향기피워 이른 봄꽃 피었네. 이번 행차는 돌아갈 길 재촉 받지 않으니 둥둥 만리 길 배 타고 떠나리라.
김학순(金學淳) 1767 - 1845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자는 이습(而習), 호는 화서(華棲), 본관은 안동(安東), 관은 이조 판서(吏曹判書).
映湖樓-2
黃鶴三登宿債多 後來風物交前加 衰齡淸福爲仙吏 屢世玆鄕卽我家 二水縈廻巴字帶 千峯粧點錦屛花 可憐無數湖邊柳 一十年間半古槎
영호루-2
황학루에 세 번 올라보려던 소원이었는데 뒷날 다시 오니 풍물이 전보다 성하여라. 늘그막에 맑은 복으로 이 고을 원님 되니 선조들 여러 대 살아 고향이나 다름없네. 두 가닥 강물 돌아 흘러 큰 뱀의 형상이요 단장한 봉우린 수 놓은 꽃비단 병풍일세. 가련하게도 호수가 몇 그루 버들은 십 년 사이 반이나 고목이 되었구나.
김학순(金學淳)
映湖樓-3
暇日登臨麗景多 芳洲紅綠影交加 琴棋翰墨皆公事 魚鳥雲烟屬自家 十里亭臺人似霧 兩竹歌舞妓如花 金門灘下黃昏月 餘興中流載片槎
영호루-3
한가한 날 누대에 오르니 고운 경치 펼쳐져 방초 짙은 물가엔 홍록색이 섞여있구나. 거문고•바둑•시짓기는 모두 공무요 고기•새•구름•안개는 나의 친구라네. 십 리 누대서 멀리 보이는 사람 안개 같은데 두 줄로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 꽃같이 곱구나. 누대가 금물결에 비치고 석양에 달 오르고 못다 한 남은 흥취 조각배에 싣도다.
김학순(金學淳)
映湖樓-4
月明沙白鶴飛多 特地風光畵莫加 宜有神仙於此閣 好敎太守便如家 山連巫峽時時雨 水接桃源處處花 五月凉湖無大暑 憑欄疑是坐浮槎
영호루-4
달 밝은 모래 벌에 여러 마리 학이 날고 특출한 풍경은 그림보다 뛰어나도다. 이 누대엔 신선이 머물러 나에게 집처럼 편하다고 일러주는 것 같구나. 산은 무협으로 이어져 때때로 비내리고 강은 무릉도원에 접해 곳곳마다 꽃 피었네. 오월달 서늘한 호수는 더위도 없어 난간에 기대니 배를 타고 앉을 것 같구나.
김학순(金學淳)
映湖樓-5
前人之述此樓多 題品難容一字加 雲月悠悠閒世界 文章往往大方家 銷憂永日澄江水 縱醉東風滿郭花 我與白鷗新有約 從渠擬買一漁槎
영호루-5
앞 시대 사람들 이를 두고 많이 서술했기에 그 저술에 한 글자도 더하기 어렵도다. 구름과 달 느긋하여 세상은 한가하니 이 땅에서 때때로 큰 문장가가 배출된다네. 맑은 강물 위에서 종일 근심 삭히니 비록 취했어도 봄바람은 성의 꽃에 나부낀다. 나와 흰 기러기 함께 만나자는 약속했으니 고기 잡는 배 빌릴 필요없다네.
김학순(金學淳)
映湖樓-6
名區嘯詠聖恩多 圖報微誠自勉加 樓坐何曾排訟牒 郊行亦是慰農家 浮沈宦迹江湖雁 開落春光嶺嶠花 來汝漁翁時問答 使君心事證虛槎
영호루-6
이름난 곳에서 임금님 은총을 많이 읊고 은혜 갚으려는 미미한 정성으로 스스로 힘쓰네. 어찌 누대에 앉아 송사 문서 뒤척이랴? 교외로 순행하여 농가를 독려한다네. 벼슬길 부침함은 강가 기러기 같고 봄빛이 오가는 영남 고을일세. 찾아오는 어부와 때로 대화 나누는데 그대 마음은 빈 배 같다고 하네.
김학순(金學淳)
映湖樓-7
嶺左山川閱眼多 福州佳麗更無加 滄桑不改恭王筆 喬木猶傳大姓家 古調千年餘玉笛 晩香十月尙黃花 樓頭水與天池接 朝暮如逢博望槎
영호루-7
영남 좌도 산천을 두루 다녀 보았지만 복주땅보다 더 고운 곳 없었네. 세월은 흘러가도 공민왕 친필 완연하고 권세있는 문벌과 큰 성씨 집안이라네. 옛 노래 천 년 지나 피리에만 남아 있고 시월 늦은 향기 국화에 남아 있도다. 누대 머리엔 물과 은하수가 맞닿아 곧 배 타고 가서 만날 것만 같구나.
김학순(金學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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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루 중건기념비문(重建記念碑文)
물은 억겁을 흘러도 그침이 없고 겨레의 얼은 생명의 꽃을 피워 영겁에 사나니 뉘 있어 조상이 끼친
문화를 소홀히 할 수 있으랴.
映湖樓는 고려 때 건립한 것으로 恭愍王이 홍건적을 피하여 安東에 이르려 이 樓에 유람하시고
환도 후 친히 映湖樓라 금자현판을 써 보내어 樓 위에 걸게 하였다.
그 후 천 년 세월에 두 차례나 홍수로 유실되었다가 중건되었고, 一九三四년 八월의 호우로 또다시
흔적이 묘연하다가 洛東江 하류 수백 리에서 가까스로 현판을 찾아 오늘에 이르매, 현판이 탁류 속에서
서광을 비추었다 하니 기이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는 향토 安東을 사랑하여 삶의 터전에 무한한 생명의 뿌리를 가꾸고 길이 후손에게 조상의 얼을
전하고자 잃어버린 조각과 뜻을 모아 이 洛東江 기슭에 다시 옮겨 짓는다.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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