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가 끝이났다. 이른 아침부터 햇볕이 이글거리는 폼이 오늘 날씨도 어마무시 무더울걸 예감 한다. 짧은 잠옷 원피스를 벗어놓고 시원한 삼베치마 로 갈아입었다. 바깥 나들이가 잦지 않으니 아랫채 작업방으로 내려갈때는 외출복을 입을때가많다. 어제 입었던 웃옷 셔츠는 갑자기 내려치는 소낙비 에 막힌물길 터주는 작업을 급하게 후다닥 해치우느라 옷이흠뻑젖어 빨아 널어놓았다 . 혹시 밤새 말랐나 싶어 만져보니 아직 눅눅하다 . 서랍에서 헐렁한 면티셔츠 를 꺼내입으니 날씨가 후텁 해서인가? 삼베치마와 비교가된다. 웃옷도 삼베로 하나 만들어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 입고있는 삼베치마는 시어머님이 여름이불 이라며 쓰고남은 삼베 조각 들을 이어 붙여서 만들어 주셨던 홑이불 이었다. 예전엔 홑이불이 쓰임이 많았는데 에어컨 사용이 늘면서부터 필요가 없어진 탓에 몇년을 장롱 속에서 잠만자던 것을 시골로 이사온뒤에 나의 치마로 변신하고는 무더운 여름이면 즐겨찾는 애용품이 됐다. 쓰지않은새삼베천으로 옷을 만들려니 나의 아마추어 솜씨 로는 아까운 천만 낭비 할거같아 남편 옷장 서랍을 뒤져 소매없는 삼베셔츠 두개랑 모시셔츠 하나를 찾아냈다. 40여 년을 서랍속에서 잠만자는 저것들을 오늘작정하고 손 좀 봐야겠다 싶다. 어머님께서 직접 베를짜고 재봉질을 해서 아버님 , 시숙 , 남편 에게 만들어 입혔던 모시와 삼베옷들은 남편 엘범속에서도 보인다. 남편20대 시절 친구들과 기타 치며 놀때 '이삼베옷 인기 좋았데이 ' 라며 자랑하던 그 옷들이다. 워낙 오래전에 만든것 들이라 손볼데가 너무많다. 남편옷을 먼저 길이를 잘라내고 깔끔하게 손을 좀 봐놓고 소매없는 셔츠 하나를 품 을 줄이고 길이를 잘라내어 잘라낸 천으로 소매 날개를 만들어 붙여서 여성스런 스타일로 리폼 을 했더니 그런대로 입을만 해졌다. 삼베 본래의 색은 상주옷 느낌이 들어 치마를 염색할 때처럼 염색을 하기로 했다. 처박아두어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헤나염색약 을 꺼내1차로 염색을 했다. 산뜻하지는 않지만 천연염색으로 산뜻한 색 내기란 쉽지않으니 누리끼리 하지만 않으면 성공이다. 치마에 물을 들일때는 감물로먼저 염색을 했다가 갈색 머리염색제 로 물을들였더니 맘에드는 갈색 치마가되었다 . 맘에드는 진한색이 나올때까지 담갔다가 말리기를 반복 하기에는 강렬한 햇볕이 좋은 요즘이 딱이다 . 진한색으로 염색을하면 옅은색일때보다속이 덜비치는거같아서 좋다. 몸에 들러붙지않는 천연 재질에다가 시원한 촉감이 좋아 삼베옷 은 무더운 여름옷으로는 그만이다. 추울때는 또 그닥 차갑지않고 따뜻한 느낌이 드니 신기하다. 옛날사람들이 삼베옷 한벌로 사계절을 난다더니 빈말이 아닌가보다. 어린시절 엄마와 동네아낙들이 모여 삼베실 만드는작업 을 할때 의 장면들이 생각난다 . 겉껍질 을 쇠칼로싹싹 문질러 벗겨 내던장면 , 잘게 찢은실 한쪽끝을 이빨로긁어 내던장면, 침을발라 두가닥을무릎위 허벅지에 대고 이어붙여 비벼대어 무릎에 자국이남던 장면, 베틀에서 철컥철컥하는 소리를 자장가삼아 베틀 아래서 잠이들곤 하던 어린날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 아홉살 이 되던해 대구로 이사를 왔는데도 생생 하니 기억이 나는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야 삼베천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난후 언뜻언뜻기억나는쟝면들과 이어붙이니 생생하니 기억나는걸로 착각하는건 아닐까? 티비 다큐방송 에서 소수민족 사회를 보여줄때 는 감동적으로 보았다. 대가족이 함께 모여 마알간 웃음지으며 느릿느릿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정겹고 아름답게보였다. 저렇게 살아가는삶이 가장행복한 삶 인거같아 부러웠다. 한편으론 내가만약 바깥세상을 모른채 산골에 살고 있다면 삐까번쩍 한 도시를 동경하고 있을지 도 모를거란 생각도 든다.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보내고 도시에서 청장년기를보내고 인생후반기에 시골로 다시 돌아온 지금 새삼 옛것이그립고 옛사람들이 그리운 것은 나이를먹었다는 증거일테지. 합성재질이 난무하니 천연재질이 그립고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겠으니 옛것을 그리워 하나보다. 부드럽고 시원한 옷들이 지천인데 까끌까끌한 삼베가좋다고 우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