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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김경숙 기자] 2015학년 대학별 전형계획이 발표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한숨만 나온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학생까지 교육수요자를 무시한 대교협의 공시방식으로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교협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보로는 대입지형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수험생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전형정보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학별로 수합한 전형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 대학과 대교협이 편한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일선 진학교사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전형계획 공개방식이라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교사는 “학생들은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중심으로 전형방식을 찾는 게 상식인데 대교협의 공시방식은 전형요소별로 나눠져 있어 전형요소마다 학과를 찾아야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고 결국 찾았다 해도 이게 맞는 것인지 확인하기도 힘들다. 개별 대학의 전형계획 발표는 서너 개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4월말(대학별 발표기한)까지 기다리라는 얘기인지, 사교육 컨설팅업체로 가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물론 대교협의 전형계획 공개방식은 올해 특별하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전형간소화를 목표로 한 교육부의 2015 대입 개편안을 통해 대입의 판이 크게 달라지는 올해, 교육일선의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수께끼 같은 전형계획을 올려놓고 알아서 보라는 식의 접근은 교육수요자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는 평가다. 수요자에 맞춘 정보공개를 지향하는 ‘정부3.0’ 시대에 역행하는, 전시행정의 백미인 셈이다.
2015전형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 수요자의 눈높이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처리라는 것이다. 당장 고3 수험생이 된 학생이나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대교협의 자료 공시는 의미가 없다. 대교협 입장에선 교육부 발표대로 수시4개 정시2개의 숫자를 맞췄는가, 논/구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지양했는가가 관건일지 모르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희망하는 대학과 전공에 합격하기 위한 길을 찾는 데 전형계획의 의미가 있다.
이투스청솔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수시 전형명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연세대. 전형유형은 4개이지만, 전형명은 무려 19개나 된다. 연세대 경영학과 진학희망 수험생 입장에서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전형계획을 한번 뒤져보았다. 우선 대교협 홈페이지의 ‘KCUE 대학입학정보’ 코너(http://univ.kcue.or.kr)에서 상단 바 중 ‘전형정보안내’를 친 다음 세부사항을 선택해야 한다. 모집학년도-2015학년, 지역-서울, 대학선택-연세대까지는 기본사항이니 이해한다. 이후 모집시기에서 수시/정시/추가 선택 역시 당연하다.
그 다음 전형유형을 본다. 전체를 선택하니 무려 107페이지나 된다. 107개의 페이지를 모두 보는 건 무리다. 전형유형을 학생부위주(교과)로 좁히고, 전형명은 전체로 선택한다. 9개 페이지가 나온다. 경영학과를 찾는다. 1단계 학생부100, 2단계 학생부30+1단계성적을 반영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을 찾아냈다. 한 개의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1단계 2단계로 나눠 공시해뒀다. 경영학과라는 학과명에 커서를 누르니 해당전형의 전형유형 카테고리는 학생부위주(교과)>대학별독자적기준>기타>학생부교과전형임을 알 수 있다. 24명을 뽑는다. 지원자격과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이 명시되어 있어 따로 적어둔다. 혹시나 싶어 9개 페이지 전체를 클릭해본다.
그 다음 학생부위주(종합)의 전체를 선택한다. 무려 75개의 페이지가 나온다. 그나마 전체를 선택해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형유형 다음에 있는 전형명에는 일반전형 취업자 특기자 대학별독자적기준 산업대특별전형 고른기회대상자(정원내) 특성화고교 군위탁생(정원외) 농어촌학생(정원외) 산업대학위탁생(정원외) 장애인등대상자(정원외) 기초생활수급자및차상위계층(정원외) 계약학과(정원외) 특성화고졸재직자(정원외) 서해5도(정원외) 등 16개 카테고리를 일일이 클릭해야 하는 수고가 따르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에서 ▲학생부위주(종합)>대학별독자적기준>기타>학생부종합전형(학교활동우수자) 카테고리의 전형이 하나 나온다. 모집인원은 37명이다. 1단계에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를 종합적 평가해 일정배수를 면접대상자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 면접30+1단계성적70으로 선발한다. 역시 한 개의 전형임에도 1단계 2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지원자격과 수능최저가 따로 있어 또 적어둔다.
12페이지에 경영학과가 또 나온다. 또 1단계 2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고른기회특별전형(연세한마음학생_추천)이다. 정원외전형이라 모집인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1단계에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를 종합평가하고, 2단계에서 면접30+1단계성적70을 반영한다. 수능최저는 없고 지원자격이 특수해 적어둔다. 21페이지에 경영학과가 또 나온다. ▲고른기회특별전형(연세한마음학생_무추천)이다. 역시 정원외라 모집인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종합평가로 100% 일괄합산이다. 같은 전형명의 추천전형과 달리 수능최저가 있다. 지원자격과 함께 적어둔다.
27페이지에 경영학과가 또 있다. ▲농어촌학생전형이다. 카테고리는 학생부위주(종합)>농어촌학생(정원외)>농어촌학생>고른기회특별전형(농어촌학생)이다. 정원외라 모집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지원자격이 엄청나게 길다. 수능최저 역시 마찬가지다. 다 적어둔다.
33페이지에 또 있다. ▲고른기회특별전형(특수교육대상자)다. 39페이지엔 ▲고른기회전형(특성화고교졸업자)이 있다. 44페이지엔 2단계에 걸치는 ▲학생부종합전형(사회공헌)이 있다. 54페이지엔 2단계에 걸친 ▲학생부종합전형(다자녀)이 있다. 65페이지에 있는 경영학과 전형유형은 2단계의 ▲학생부종합전형(사회배려자)이다. 전형유형 실기위주는 19개 페이지다. 한 페이지씩 눌러 11페이지에 가서야 2단계에 걸친 ▲특기자전형(사회과학인재계열)이 나온다. 45명 선발한다. 카테고리는 실기위주>특기자>기타>특기자전형(사회과학인재계열)이다. 1단계에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를 평가하고, 2단계에서 면접30+1단계성적으로 선발한다. 수학/영어/사회 관련 상위 30단위 가중 평균 2등급 이내, 혹은 영어/국제(또는 제2외국어) 관련 교과 이수단위가 45단위 이상이라는 지원자격이 눈에 띈다. 45단위 이수라는 게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 졸업자에게 충족이 되는지 궁금하지만, 일단 수능최저가 없다 하니 적어둔다.
19페이지까지 봤지만 더 이상 경영학과는 없어서 다음 전형유형인 논술위주를 클릭한다. 총 6개 페이지다. 1페이지에 나오는 경영학과가 이제는 반갑다. 73명 뽑는다. 카테고리는 ▲논술위주>일반전형>일반학생>일반전형(수시)이다. 학생부30+논술70으로 일괄합산한다. 수능최저가 걸려있어 꼼꼼히 적어둔다.
연세대 경영학과 수시전형을 알아보는 데 걸린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찾아낸 전형 수가 경영학과만 해도 수시에서만 총 12개다. 수험생들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 위주가 아닌, 전형유형에 목숨 건 보고형 업무방식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중요한 건 모 대학 모 학과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이고, 이 중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뿐 아니라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영학과는 또 어떤 모습인지 찾으려면 다시 같은 방법으로 뒤져야 한다. 지원자격엔 부합하는지, 수능최저는 얼마나 되는지, 각기 달라 분석과정이 필요하다. 입시전문가도 아니고 올해 처음 고3이 됐는데, 학생부교과인지 종합인지조차 생소한 상황에서 이런 세부전형의 내용과 용어를 과연 수험생과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을까.
요소별 전형요소는 더 기가 막히다. 전형유형별 전형정보는 뭐고 또 옆에 있는 요소별 전형요소는 뭘까. 카테고리는 학생부 반영현황, 수능 반영현황, 논술, 면접/구술, 실기다. 학생부 학년을 전 학년 반영하는지 1학년만인지, 1~2학년만인지부터 선택하라 하는데, 이미 경우의 수는 한참 늘어났다. 교과반영비를 100% 80% 60% 반영하는 게 그리 중요한 건지 모르겠으나, 이제 고3 학생과 학부모에겐 큰 의미 없다. 큰 그림과 윤곽을 보고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할 뿐이다. 바로 옆 전형정보안내의 하위 카테고리가 학생부위주(교과) 학생부위주(종합) 실기위주 논술위주 수능위주라면, 요소별 전형정보의 하위 카테고리는 학생부반영현황 수능반영현황 논술 면접/구술 실기다. ‘수시4개’라는 교육수요자의 상식에서는 또 무슨 얘기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전형요소별로 나누면, 어차피 지난해 ‘전형명만 3000개일 뿐 유형은 4개’였던 상황과 동일해 보인다.
결국 컨설팅업체 가야.. 대치동 간판 또 갈아치워 대교협의 공시 정보로는 각 대학의 전형 윤곽을 도저히 더듬어볼 수 없다. 어느 정도 식견이 이 있는 전문가가 하나하나 뜯어봐야 나올 뿐. 입시기관들마저도 ‘일부 분석했다’는 식으로 자료를 낼 뿐, 전체 내용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모두들 각 대학의 모집요강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예정대로라면 각 대학은 4월말까지 2016학년 전형계획과 함께 2015학년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23일 확정한 ‘2015 대입전형 기본사항’ 때문이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충분히 알고 2015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종전 5월말에서 이번 4월말로 한 달 앞당긴 건데, 4월말로 앞당겨 5월에야 알 수 있는 모집요강은 이미 문제다. 6월모의고사 이후 어느 정도 수능성적 가닥이 잡히고, 각 대학의 수시모집과 전형은 불과 석 달 후인 8월부터 열기를 띤다. 석 달 안에 수험준비를 하라는 얘기에 다름 없다. 이마저도 4월말까지 이뤄질지 의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5월말까지 발표해야 했을 2014 모집요강을 수시모집 한두 달을 앞둔 7~8월에서야 확정, 모집요강 없이 입시설명회를 진행한 대학이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4월까지 2016 전형계획, 7월까지 2017 전형계획의 제출을 마감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라 수험생들이 3년 전부터 미리 전형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입시설명회와 3개년 모집요강 및 전형계획 확정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각 입학처가 얼마나 일정을 따라올지 걱정스러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장 수험생들은 지형조차 알 수 없다. 사라진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다는 건 알겠지만, 위주전형의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긴 어렵다. 고교 진학지도교사도 해당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연수를 또 받아야 할 지경이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당장 목표로 삼을 대학과 전형을 찾기 위해 컨설팅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대치동 인근 간판업체만 호황이다. 논술축소 방침을 내세운 교육부 덕에 논술학원들이 대신 어려워진 입시정보를 다루기 위해 컨설팅업체로 간판을 갈아 끼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원장은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수능성적으로 우선선발하던 방법은 아예 사라져 오히려 논술에 변별력이 실리는 상황인데, 교육부의 방침과 함께 상징적으로 서울대가 논술을 폐지하면서 논술학원을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며 “논술전형을 연구하다 보니 생긴 정보력으로 더욱 복잡해져 새로 배워야 하는 입시지형을 새로운 아이템으로 삼았고, 대치동 논술학원들은 대부분 컨설팅업체로 전환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당장 고교 진학교사도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교육부는 한 치 앞을 못 보고 과하게 의욕을 부린 탓에 결국 사교육판에 새로운 아이템을 제공하는 결과를 빚은 셈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교협에 비난의 화살을 당겼다. “수요자 입장에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게 현 정부가 내건 ‘정부3.0’이다. 정부3.0시대에 대교협이 이게 할 일인지 의문이다. 발표자료 역시 각 전형의 비중이 얼마나 줄고 늘었다는 식으로 성과발표를 했을 뿐이다. 비중이 줄었나 늘었나에 수험생이 관심 있나? 사실상 논술전형이 줄어든 것도, 특기자전형이 크게 줄어들 수도 없는 오류투성이 상황에서 수험생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가 뭔지 생각해야 한다.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각 대학이 요강을 발표할 때까지 윤곽 잡기 어렵게 되어 있는 공시 방법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교협의 방식이 이러하니 중간에 일부 대학이 전형을 바꿔도 감지조차 할 수 없다. 교육부 역시 이해 못할 전형방식을 밀어붙이며 연수비용을 또 들이는 데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큰 틀은 바뀌지 말아야 한다.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전형이 갈아엎어진 상황에서 진로교사들부터 아우성이다. 입시가 코앞인 고3 수험생은 어떻겠는가. 웃을 수 있는 건 틈새투성이 대입전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잡은 사교육판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사교육으로 내몬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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