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철쭉 축제가 있다는 소식에 종주 산행을 계획했다. 겨울 산행은 자주 간 편이었으나 여름 산행은 몇 번 안 되었고 특히나 철쭉 산행 종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죽령에서 시작해서 비로봉을 찍고 국망봉을 지나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으로 내려가는 약 22km의 긴 거리다. 그래서 제2연화봉 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이튼날 17.6km를 걷기로 한 것이다.
<5/21. 화>
부산에서는 부전역에서 단양역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가 07:20에 출발한다. 집에서 04:30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고 출발하면 여유 시간이 있다. 부전시장은 부산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새벽 4시부터 상인들이 나와 문을 연다. 인터넷 검색으로 부전시장 안에 있는 김밥집을 찾아내 방문하니 새벽 5시인데도 영업을 하고 계셨다. 더 중요한 것은 맛있는 김밥 한 줄에 2,000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맛과 가격이 최고이니 가성비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하는 김밥집이다.
<죽령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시장 구경을 하고 잠시 걸어가면 부전역 대합실이 나온다. 부전역과 서울 쳥량리역을 다니는 중앙선 무궁화호, 부전역과 목포역을 다니는 경전선 무궁화호, 부전역과 태화강역을 다니는 동해선 등의 출발역이다. 넓은 대합실에서 기다리는데 대합실 안의 매점은 7시가 되어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단디 배낭을 꾸리고 준비물을 챙기 동생이 환한 미소로 한껏 뽐내며 나타난다. 기차표는 인터넷 예매를 했다. 단양역까지 일반 19,900원 경로 할인은 13,900원이다. 07:20에 출발한 무궁화 열차는 4시간 19분을 달려 단양역에 11:39에 도착한다. 기차 여행하기 적당한 속도라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마을과 마을을 느껴본다. 온 세상이 연두색과 초록색으로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부전 시장에서 산 김밥을 단양역 대합실에서 먹었다. 맛있는 김밥이었다. 단양역 앞 화단에는 금계국이 만개하여 노란 세상을 만들고 있다. 요즘 어딜 가나 금계국 세상이다. 시간을 보내다가 13:15에 죽령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갔다. 단양 터미널에서 13:00에 출발하여 오는 죽령행 버스다. 구불거리며 죽령으로 올라가더니 주차장에 도착한다. 30분 정도 걸린다.
<제2 연화봉 대피소로 가는 길은 예뻤다>
죽령에 도착해서 마와 도라지를 간 4천원짜리 차를 마시고 나왔다. 죽령 탐방안내소를 출발한 시각은 14:00이다. 제2 연화봉 대피소까지 4.6km라고 이정표는 말하고 시간은 약 2시간~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트랭글을 작동시키고 걷기 시작했다. 해발 713m에서 출발한다. 제2연화봉은 1,380m완만하게 오르막이다.오늘 내 배낭의 무게는 11.8kg이다. 그런대로 멜 수 있으나 가끔 어깨가 무게감을 느끼기도 했다. 완만한 임도를 걷는 것인데 그것도 오르막이라고 숨이 가쁘다. 자주 쉬면서 걸었다. 그러나 트랭글은 4.48km를 2시간 25분간 걸었다고 기록했다.
제2 연화봉 대피소 체크인 시작은 15:00이다. 우리가 16:25에 도착하여 체크인하니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를 한다. 1.8리터 생수를 사고 배낭을 맨 채 바로 취사장으로 갔다. 이른 저녁을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다. 오늘 저녁은 햇앤쿡으로 한다. 버너 없이 간편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병꽃나무 꽃이 만개하였다>
제2 연화봉 대피소는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소문이 난 곳이다. 평일 1인당 12,000원에 잘 수 있으니 산객에게는 호텔의 기분을 느끼는 가성비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바닥 난방이 아니라 공기 난방이라서 바닥에서 찬 기운을 느끼고, 마루바닥이라 딱딱한 것은 흠이었다. 매트리스가 필요했다. 20:00 쯤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21:00에 소등하는 것을 몰랐다.
<5/22. 수>
04:00에 알람을 울리게 했는데 정작 잠이 깬 것은 03:40이다. 조용히 배낭을 들고 나와 현관에 나오니 동생도 나와서 배낭을 꾸리고 있었다. 취사장에 가서 배낭도 정리하고 핫앤쿡으로 아침을 만들어 먹었다. 냉동실에 얼려 온 김치가 아침을 맛있게 하였다. 붉은 기운만 있는 일출을 뒤로 하고 04:51에 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주변이 환해서 렌턴이 필요하지 않았다.
임도를 따라서 걷는데 연화봉 위로 동그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길 옆에 있는 전망대가 좋은 포인트가 되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일출이다>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 연화봉에 올랐다. 아침에 출발한 제2 연화봉이 멋지게 보인다. 제1연화봉을 향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엄청 길어서 겁을 준다. '에공 오르다 보면 올라가겠지~~~'
제1연화봉에서 소백산쪽을 보면 멋진 등산로가 연하선경처럼 펼쳐진다. 기분좋게 데크를 밟으며 걸어간다. 일반적으로 소백산 종주는 수월한 편이라고 말한다. 능선 걷기가 좋기 때문이다.
<능선길은 멋진 곳이 많았다>
걷다가 가끔 뒤를 돌아다 보면 또 다른 각도가 나와 멋진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드디어 비로봉이 코 앞에 다가왔다. 천동삼거리에 도착해서 비로봉을 오를 마음의 준비를 한다. 계단을 힘들게 오르면 비로봉 정상인 것이다.
정상에는 몇 사람이 먼저 와서 휴식을 하고 있다. 우리도 인증샷을 찍고 벤치에 앉아서 빵으로 이른 점심을 먹었다. 08:40이다. 09:00까지만 도착하면 국망봉으로 갈 수 있다고 계산을 했는데 20분 전에 도착한 것이다.
<비로봉 아래 주목군락지가 있다>
어의곡 삼거리로 가는데 오른쪽에 하얀 눈이 남아 있다. 지난 5월 16일에 내린 폭설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 되어 소백산 철쭉제를 망치고 말았다. 막 올라오던 철쭉 꽃봉오리가 그냥 얼어 죽은 것이다. 작년에는 철쭉제를 멋지게 했다고 하는데 올해는 그 눈때문에 망친 것이다. 가끔 기사회생한 연달래가 보이긴 했지만 철쭉평원은 죽어 있었다.
국망봉까지 거친 등산로를 오르내리며 갔다. 국망봉 정상석을 찍고 상월봉으로 가다가 적당한 자리에서 간식을 먹었다. 지난번처럼 커피스틱을 냉수에 넣고 흔들었더니 맛이 좋았다.
<비로봉에서 어의곡 삼거리로 가는 멋진 길>
늦은맥이재까지 무난한 등산로를 걸었다. 백두대간을 타는 사람들은 고치령으로 직진하지만 우린 늦은맥이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걸어서 어의곡 새밭마을까지 가야 한다. 약 5km를 걸어야 하는데 길이 엄청 나쁘다. 돌길을 기우뚱거리면서 걸어야 한다. 정말 발목이 아플 정도로 돌길이 길었다. 철쭉 축제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 길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을 병에 담아서 마셨다. 시원했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비포장 임도가 나온다. 완만한 임도를 부지런히 걸어가면 을전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부터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잘 지은 펜션이 여러 채 보이고 집집마다 예쁜 꽃을 심어서 마을이 무척이나 예뻤다. 이렇게 정신없이 사진을 찍으며 걸었더니 비로봉으로 오르는 어의곡 등산로 입구를 지나 버스 주차장에 도착한다. 13:14에 산행을 마쳤다. 트랭글은 오늘 17,6km를 8시간 24분간 걸었다고 표시한다. 13:50에 단양가는 버스가 있으니 35분정도 여유 시간이 있는 것이다. 배낭을 정리하고 매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시원하게 마시며 기다렸다.
<메발톱>
정시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단양 터미널에 도착하여 돌솥밥으로 점심을 먹고 버스 정류소에 가니 15:30에 출발하는 차가 준비를 하고 있다. 15분간 달려 단양역에는 15:45에 도착했다. 기차가 16:40에 있으니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소백산 철쭉 종주 22km, 1박 2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비록 만개한 연달래를 만나지 못했지만 늦은맥이재로 하산하는 새로운 코스를 무난히 걸을 것에 만족한다. 몸이 많이 힘들었을 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천하를 내려다보는 이 기분으로 높은 산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