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F-104 스타파이터는 정작 미공군에서 실전에 활약한 기록은 미미하지만 미국의 우방 여러 나라에 팔려나가서 높은 비전투 추락율로 “과부 제조기”라는 불명예를 얻고도 뜻밖에 40년 가까운 오랜 기간동안 활동한 제트 요격기입니다. 성능이나 전공을 따지면 몇년 후에 세상에 나온 불세출의 걸작 F-4 팬텀에 비교하면 안습의 수준이었지만 의외로 깨알같은 재미있는 사연들이 많은 기종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 : 2차대전 최고의 에이스들
F-104 스토리의 시작은 쌩뚱맞을지 몰라도 이기종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50년대 말이 아니라 2차대전 기간동안에 에이스 격추 댓수 순위에서 시작할까 합니다. 왜냐하면 2차대전 연합군+추축군 통털어서 최고의 에이스였던 에리히 하르트만(총 352대 격추)와 3위 에이스로 기록된 귄터 랄(275대 격추) 두 전설의 영웅들의 2차대전 후 냉전시대에 다시 만나서 벌어진 악연을 엉뚱하게 바로 이 미국산 제트 요격기가 원인 제공을 했다는 것입니다.
(2차대전 최고의 에이스 - 에리히 하르트만)
(전설적인 영웅 에리히 하르트만이 조종했던 Bf-109들
중에 한대입니다. 하르트만의 격추왕 비결은 "치고
빠지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전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념은 쉬워도 절묘한 타이밍으로 전광석화 같이
접근해서 기총 사격으로 격추시키고는 순식간에
도망가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무려 352대의
격추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거의 초인과 같은
재능이 없어서는 불가능하였을겁니다.)
참고로 2차대전 연합군+추축군 통털어 200위까지 에이스 순위를 만들어보면 1위에서 121위까지 루프트바페의 조종사들이 독식을 하게 되며, 독일 이외의 나라에서 122위에 처음으로 등장(에이노 일마리 유틸라이넨-핀란드-94대 격추)하고, 151위까지 다시 루프트바페 조종사들로 채워진 다음에야 152위에서 드디어 일본 조종사 이와모토 테츠조(80대 격추)를 만날 수 있습니다. 미국,영국,소련 조종사들은 200위 밖에서 간신히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루프트바페 조종사들이 얼마나 엄청난 전설 그자체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 전설들 중에서도 최고의 에이스였던 에리히 하르트만은 Bf-109 전투기를 몰고 엄청난 활약을 했지만 1945년 5월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게 항복을 한 후에 소련군에게 포로가 되어버렸습니다. 소련은 전쟁 내내 명성을 떨쳤던 그를 회유하여 공산주의의 선전물로 사용하려 하였으나 대쪽같은 성격의 하르트만은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며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는 언사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독일 항복 후에 체포되었음에도 전쟁포로로 분류되어 소련내 전쟁포로 수용소에서 10년이 넘는 혹독한 고통을 당한 후에 1955년 석방되어 서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는 서독 공군에서 F-86 세이버를 몰면서 다시 국가를 위한 충성을 계속해나가게 됩니다.
F-104 서독 공군 구입 결정을 둘러싼 두 에이스의 갈등
그런데 1960년대말 서독이 미국에서 1958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신형 제트 요격기 F-104를 도입함에 있어서 이 신형기를 평가하는 멤버들 중에 한사람이 되었습니다. 다수의 공군 장성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마하를 뚫는 속도만을 높이 평가했고 그 배경에는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의 로비 공세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르트만은 F-104가 빠른 속도에만 촛점을 맞춘 탓에 턱없이 작은 주익이 잦은 실속과 엔진 정지의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 매우 위험한 기종이라고 반대하였습니다. 여기서 2차대전 최고 에이스 순위 3위에 기록된 귄터 랄은 하르트만과는 달리 미공군이 루프트바페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아서 후대하며 그들의 경험을 자신들의 제트 전투기 개발과 운용에 사용하려는 목적 덕분에 큰 고생을 면하고 미군과 영국군등을 거쳐서 1956년 서독 공군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1960년대 말에 서독 공군 총감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들 중에서 서독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F-104의 구입 결정을 위한 평가였는데 하르트만의 반대 의견과 달리 대부분의 군부의 의견과 같은 찬성 쪽에 서게 된 그에게 하르트만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됩니다. 결국 이런 불협화음은 1970년 2차대전 최고의 에이스였던 하르트만을 48세의 나이에 별도 못달고 대령에서 강제 예편시키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르트만은 전역 후에 민간 조종사 교관으로 초라한 말년을 보내다가 1993년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하르트만이 반대할 만큼 F-104는 문제가 있었나?
앞에 글에서 F-102 델타 대거의 델타익 적용도 냉전시대 핵폭탄을 탑재한 소련 폭격기가 날아오는 경우에 최대한 빨리 고공까지 올라가서 단 1초라도 빨리 폭격기를 요격할 목적으로 운용고도와 마하 속도에 치중하다보니 저속 비행시 비행 안정성 부족과 적 전투기와의 1:1 공중전이 붙는 경우 열세에 처하게 되는 맹점을 갖게 되는데 F-102 개발 싯점에서 1~2년 차이밖에 되지 않는 F-104도 델타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마치 미사일에 조종사를 태우려다보니 조종석을 달아놓고, 이륙을 하려다보니 최소한의 크기의 날개를 달아놓고 랜딩 기어를 달아놓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모습이 되엇습니다. 사실 아무리 제트 전투기라고 해도 주익의 크기가 몸통에 비해서 이렇게 작아도 되나싶을 정도의 모습입니다. 최초로 마하2에 도달하는 제트 요격기였지만 정작 이런 성능을 요구했던 미공군조차 양산에 들어간 F-104에 대해서 못미더운 느낌을 갖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180대만 구입하고 더 이상 구입하지 않게 됩니다. 60년대 들어서 베트남 전에도 투입되었지만 전투기로써 미그21과 상대하기에 역부족인 비행 성능 덕택에 전폭기로 조금 운용되고는 흐지부지 전선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정작 미공군이 요구하는대로 개발해준 F-104가 허접한 주문에서 그치게 되자 록히드사는 미국의 우방들에게 F-104를 팔기 위해서 사탕발림의 마케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극히 소량 공급되고 주문이 끊어져버린 미공군 F-104)
“미사일과 레이더 첨단 장비를 탑재하고 동시에 마하 2의 속도가 가능하면서 매우 경제적인 가격의 전투기”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해서 자국의 국방을 책임져야 하는 우방국가 공군들에게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은데 가격까지 경제적이라는 잇점이 매력적인 전투기로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우방국가들은 비록 후진국들이나 개발도상국만큼 없이 살지는 않았어도 미국처럼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으니….) 게다가 록히드사는 미공군이 F-104을 요격 전용기로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배경은 쏙 빼고 전투/호위/요격 다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팔아댔습니다.
실제로 F-104를 들여다보면 전장이 16.7m로 현재 운용되는 21세기 미공군 주력기 F-16보다 1m 정도 길 정도로 길쭉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주익을 포함한 폭의 고작 6.6m 정도로 전투기라기보다는 미사일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제네럴 일렉트릭이 개발한 J79 터보 제트 엔진을 적용하여 마하 2의 속도를 만족하는데 이엔진은 훗날 F-4 팬텀 2에 적용되어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F-104는 본격적으로 미국 동맹국들에게 팔려나가면서 흑역사가 시작되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끔찍한 비전투 손실율 기록을 보면 그 당시에 이 기종을 조종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하르트만의 반대도 무릅쓰고 구입을 강행했던 서독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되는데 915대를 구입하여 무려 270대가 비전투 손실(즉, 전투하는 것도 아닌데 추락해서 손실되었다는 얘기입니다.)을 발생합니다. 270대의 F-104가 추락하면서 그와중에 비상탈출에 성공한 조종사들도 있지만 무려 100명의 조종사들은 생명을 잃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서독의 30%의 손실율의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록히드사 말만 믿고 요격 임무 전용으로 개발한 F-104를 다목적 임무 용도로 마구잡이로 쓰다보니 실속과 엔진 정지와 같은 치명적인 원인으로 추락사고가 속출하게 된 것이고, 태생적으로 불안했던 비행 안정성은 이런 최악이 상황에 일조하게 됩니다.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43대 추락으로 36%, 벨기에 37%, 덴마크 24%, 이탈리아 38%, 캐나다 36%, 대만의 경우도 다른 나라들이랑 별차이 없을 듯한데 아예 손실율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끔찍한 결과가 독일과 마찬가지로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도 다목적으로 사용한 결과라고 분석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230대를 구입하여 1962년~1986년 동안 고작 3대의 손실외에 없었다는 의외의 결과를 보여주는데 그이유는 그들이 보유한 F-104는 철저하게 요격 임무에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경우는 아예 손실 댓수가 “0”인데 마찬가지로 요격 전용으로 운용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공군용 F-104G의 빈번한 추락 사고는
언론에서까지 들고 일어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 60년대 초에 대한민국 공군의 경우를 돌아보면, 당시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우리가 사고싶은 전투기를 골라서 돈 줄테니 팔아라식으로 얘기할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되지 못했던 탓에 “북한이 쳐들어오면 싸워야 하니까 우리도 F-104 좀 지원(구입이 아니라 무상 지원)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자기들이 결정해서 F-5로 지원해주게 되는데 사실 F-104보다 지금까지도 고쳐가면서 사용하고있는 (가끔 “노환”으로 추락 사고가 속출하고있지만…) F-5가 더 나은 기종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한민국 공군의 F-5 프리덤 파이터, 만약에
이 기종 대신에 우리 공군이 원했던 F-104를
지원 받았다면 우리나라 역시 엄청 많은
과부들을 양산하는 비극이 발생했을지도...)
어쨌든 지난 번 F-102 델타 대거에 이어서 또 한번의 헛발질이었던 F-104 스타파이터는 특히 일본 자위대 하면 떠오르는 플라모델 키트로 기억되곤 하는데 그만큼 허접한 기종 가지고 알뜰하게 일본이 운용해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본 자위대 운용 기종들 중에서 F-104J는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생각없이 모든 용도에 다 가져다 쓰지않고
애초 요격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원칙 주의"의 결과라고 합니다.)
첫댓글 지금 보니 스타파이터는 미사일에 자그마한 날개를 달아놓은 듯하다는 것이 맞는 말씀이네요.
(날개도 기형적으로 작아보입니다.)
과부제조기에 대한 슬픈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맞습니다. 다음 번에 올릴 F-105 썬더치프 역시 과부 제조기 오명을 남긴 기종입니다.
비행기의 형태로 보더라도 추진력을 잃으면 대책이 없겠네요 ^^
3대 중에 한대가 추락한다는 전투기를 타고 이륙한 조종사들이 불쌍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랬더라구요.
스타파이터에 대한 독일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 자본의 논리 앞에 수많은 조종사들이 목숨을 잃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F-100 시리즈는 왠지 비운의 전투기 같네요 ㅠㅠ
센추리 시리즈라고 부르는 이들 제트 전투기 초기 기종들은 F-4 팬텀2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래서 팬텀2가 얼마나 훌륭한 기종인가?"를 증명해주는 들러리가 되준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 비행기 수출에 혈안이었을 시대에 한국이 근 몇년 수준이었으면 엄청 구입해서 독일 이상으로 사고났을 지도 모르겠네요. 무기상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에요!
바로 그게 제가 하고싶은 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