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Maya)문명의 발상지 멕시코(Mexico)
4.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 대 유적
테오티우아칸 유적의 태양의 피라미드 / 달의 신전에서 내려다본 사자의 길(Avenue of Death)
멕시코시티 센트로 메디코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덟 정거장을 가서 라 라짜(La Raza)역에 내리면 기원전 유적인 테오티우아칸으로 가는 아도(ADO)버스 정류장(Auto Buses del Norte)이 있다.
여기에서 시외버스로 2시간 30분, 48km 북쪽(버스비 34페소)에 있는 이 유적은 기원전 5세기에 시작하여 기원후 5세기까지 번성하였던 도시인데 누가, 언제, 어떻게 이런 유적만 남기고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는 수수께끼라고 한다.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이라는 이름도 후세에 붙인 이름인데 아즈텍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신들이 태어난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이 문명은 이후 똘텍(Toltec) 문명에서 아즈텍(Aztec) 문명으로 이어진다.
2월 9일, 뜨거운 햇살 속에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길게 늘어선 선인장 길이 이채롭다. 입장료는 51페소인데 비디오카메라로 찍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입장료를 받는 건물과 연이어 작은 박물관이 있고 박물관을 나서면 곧바로 약 2.5km에 이르는 사자(死者)의 길(Avenue of Death)이 나타나는데 전쟁 포로들이 끌려오던 길이라고 한다. 길 양쪽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크고 작은 피라미드들과 신전들, 그리고 일반인들 주거지역이 있다. 밀림 속에 묻혀있던 이 유적을 발굴, 정비하여 1987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는데 사자(死者)의 길도 원래는 5km나 되는데 현재 복원은 절반 정도라고 한다.
케찰코와틀 피라미드 / 케찰코와틀 뱀 신(벽화)
이 길을 가로질러 건너면 광장이 나타나고 가운데 제법 큰 피라미드(Citadel)가 있고 그 위로 올라가면 바로 뒤에는 숨어있는 듯 훼손이 심한 케찰코와틀(Quetzalcoatl) 있다.
계단 입구와 피라미드 곳곳에 온통 뱀의 머리로 조각된 이 건축물은 고대 멕시코인들이 신성(神聖)하게 여기던 깃털 달린 뱀(Feathered Serpent)인 케찰코와틀(Quetzalcoatl) 신을 모시는 신전이다.
바로 앞에는 이 케찰코와틀 피라미드를 보호하는 목적인 듯 피라미드(Citadel)가 있는데 나중에 쌓은 듯 거의 온전한 모습이고 훨씬 커서 멀리서 보면 뒤에 있는 케찰코와틀 피라미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케찰코와틀 피라미드는 훼손이 심하여 수리 중이라 들어가거나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는데 피라미드 전체가 정교한 조각들로 감싸있어 눈길을 끈다.
광장에서 나와 사자의 길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제일 높은 태양의 신전(Piramid de la Sol)이 나타나고, 멀리 길이 끝나는 곳에 달의 신전(Piramid de la Luna)이 보인다. 유적지 전체 면적이 83㎢로 상당히 넓어 달의 피라미드까지 가느라 힘이 들었는데, 가면서 보면 양옆으로 ‘나비 궁전(Palacio de Quetzalpararotl)’, ‘재규어 궁전(Palacio de Jaguars)’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궁전과 일반인들 주거 공간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는 태양의 신전은 정사각형 밑면의 넓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인 이집트 기자(Giza)의 쿠푸왕 피라미드와 비슷한데 높이는 64m로 절반 정도이며 오르는 계단이 248개로 제법 땀을 흘려야 오를 수 있다. 달의 피라미드는 42.6m로 조금 낮은데 산사람을 제물로 바쳤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자(死者)의 길(Avenue of Death)이란 명칭은 이곳 달의 신전까지 오는 5km의 길을 제물이 될 사람들이 길게 줄을 맞추어 오던 길이라고 한다. 달의 여신은 특히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좋아하여 포로가 잡혀오면 산채로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내서 살아서 박동하는 심장을 달의 여신 제단에 바쳤다고 한다.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와 달리 사면에 위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맨 꼭대기는 평평하게 하여 제사를 올리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테오티와칸 유적은 반나절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고 또 멕시코시티를 오가는 버스도 수시로 있어서 멕시코시티를 방문하는 사람은 쉽게 관광할 수 있겠다. 관광객 대부분이 백인들이었는데 대학생 나이 또래의 젊은 한국인 커플 한 쌍과 일본인 한 쌍을 만나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 관광을 끝마쳤는데 더운 데다 걷는 길이 제법 멀어서 다소 피곤하였다.
5. 아름다운 은광(銀鑛) 도시 따스코(Taxco)
따스코 전경 / 성 세바스찬 성당 / 화려한 성당 내부
멕시코시티 서남쪽 178km 지점에 있는 따스코는 해발 1.500m의 계곡 속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로 멕시코 식민시대 이전부터 은광(銀鑛)이 발견되어 유명해진 도시라고 한다. 이곳은 기후가 온화하고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여 다녀오기로 했다.
한국식당에서 만났던 멕시코 인에게 관광하는 방법을 물어보았더니 호텔에서 가는 패키지가 있는데 1인당 2천 페소(20만 원)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여행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러면 지하철로 산 라자로(San Lazaro)역에 내리면 따스코행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산 라자로 역으로 갔더니 따스코행 버스는 다른 노선의 끝인 따스께냐(Tasquena)역 앞에 있다고 한다. 이런 망할 녀석... 서둘러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따스께냐 역에 도착하여 10시에 출발하는 따스코 행 고속버스표(140페소)를 살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 남쪽,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을 넘어 2시간 30분여 달려서 도착한 따스코는 골짜기에 오밀조밀 들어선 너무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작은 도시였다. 오는 도중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제법 큰 산인데 몽땅 선인장으로만 덮여있는 산도 있고, 푸른 수목들로 우거진 산도 지나간다.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도 이 은광도시를 알고 있었지만 황금만 쫓던 코르테스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1751년 프랑스인 광산업자 조셉 보르다(Joseph de la Borda)에 의하여 재개발되는데 그에게 엄청난 부(富)를 안겨주었다고 한다.
그는 벌어들인 돈으로 1758년 당시 바로크양식의 최고 걸작으로 칭송받는 세바스찬 성당(Santa Prisca y San Sebastian Church)을 건립하는데 내부 장식은 식민시대 최고의 예술가로 꼽히던 까브레라(Miguel Cabrera)에 맡겨서 오늘날 외관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내부 장식 또한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걸작들로 채운다. 또 성당 앞 자그마한 광장(Zocalo) 한편에는 보르다가 지어서 아들에게 주었다는 보르다 호텔(Casa Borda)도 있는데 보수 중이었다.
아기자기한 거리 모습 / 따스코 야외식당에서 햄버거로 점심
그러나 따스코가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미국인 스프라틀링(William Spratling) 때문이라고 한다.
1920년대, 그는 이곳의 아름다운 경관과 온화한 날씨에 반하여 책을 쓸 목적으로 오게 되는데 이 지역 인디오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발견하고 은세공 기술을 가르쳤다고 한다. 아름다운 인디오문양의 은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단번에 세인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세바스찬 성당 뒤 쪽에 자그마한 스프라틀링 기념관(Museo de Taxco Guillermo Spratling)이 있는데 독특한 이곳 인디오문양의 은세공 걸작품들과 스프라틀링의 생전 활동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다.
따스코는 자연석 작은 돌로 길바닥을 깐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비탈길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에는 낮고 예쁜 집들이 빼곡히 차 있고 2월인데도 집집마다 가지가지 꽃이 핀 화분들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따스코 성당은 언덕 높은 곳 좁다란 평지에 세워졌는데 아래쪽 시장 통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가파른 골목길은 온통 은세공품 가게와 음식점 등 가게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 미로 속에 갇힌 듯하다.
성당을 오르려면 방향도 잡기가 어려운데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비켜서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걸어 다녀도 충분한 거리지만 4페소(400원)에 작은 미니버스도 탈 수 있는데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서커스 하듯 사람들을 비집고 잘도 다닌다. 또 조그만 폭스바겐 택시도 수도 없이 많다.
이곳에서 파는 은세공품은 모두 도금이 아니고 진짜라는 말을 듣고 몇 개 샀다. 가격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었고 가격은 꼭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무척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되었다.
며느리를 주려고 작은 목걸이를 샀는데 페넌트와 줄도 따로따로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매기는데 아주 예쁜 목걸이가 140페소(만 4천 원)였다. 나중 들은 이야기로 이곳에도 가짜가 많다고....
저녁에 돌아와 따스코 관광의 경비를 계산하여 보았더니 왕복 교통비, 5~6가지 작은 선물 구입, 점심 식사비까지 모두 합쳐도 600페소(6만원)가 안되었다. 패키지 2.000페소는 좀 과하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따스코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