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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비분다리경 제4권
15. 천동자수기품(千童子授記品)
저 천 동자는 모두 네 가지 베다를 통달하였으며, 그들이 가장 큰 스승으로 섬기는 이는 피유비사뉴(披由毘師紐)였는데, 그가 말하였다.
‘나는 저 오탁악세의 불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몹시 무거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 모든 번뇌에 얽혀 있는 중생들을 위해서 설법하겠다.’
월만(月鬘) 동자가 대사에게 말하였다.
‘이 피유비사뉴가 어떠한 일 등을 보았길래 오탁악세인 불국토에서 중생들을 교화하겠다는 원(願)을 세웠습니까?’
대사가 말하였다.
‘동자여, 대비 보살(大悲菩薩)이 저 오탁악세인 불국토에서 보리를 성취하고, 삿된 견해에 얽힌 액난의 곤욕에서 구제되거나 벗어날 길이 없는 중생들을 구제하여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에,
생사윤회의 바다에서 이들을 건네주어 바른 견해에 머물도록 하고, 열반의 감로수(甘露水)의 맛으로 중생들을 충만하게 하니,
그러므로 이것이 바로 보살이 대비심(大悲心)을 나타내어 오탁악세인 불국토에서 중생을 교화하겠다고 원을 세운 것이다.’
그때 보장여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피유비사뉴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 동쪽으로 티끌처럼 많은 불국토를 지나면, 결사당(結使幢)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대 훌륭한 장부는 그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주산왕(主山王)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피유비사뉴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릴 때에, 오직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백 가지 복으로 장엄된 두 손으로 저의 정수리를 어루만져 주십시오.’
선남자야, 그 피유비사뉴 동자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릴 때에, 보장여래께서 두 손으로 피유비사뉴보살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면서 말씀하셨다.
대비(大悲)한 마음과 깊은 지혜로
그대는 보리를 위해 미묘한 행을 닦아
견고한 번뇌의 속박을 강력하게 끊었으니
그대는 부처가 되어 세간을 이익되게 하리라.
선남자야, 그때 월만(月鬘) 동자가 보장여래를 향하여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이 불국토에서 탐내는 마음ㆍ성내는 마음ㆍ어리석은 마음 등의 분별하는 마음을 내는 중생들과 선악(善惡)의 마음에 머물지 않는 중생들의 수명이 4만 세인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겠습니다.’
보장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면 사바[娑訶]라고 하는 세계가 있는데,
무슨 까닭에 사바라고 하느냐 하면, 그곳의 중생들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잘 참고, 모든 번뇌의 속박을 모두 참기 때문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사바라고 이름한 것이다.
그때 대겁(大劫)의 이름은 현(賢)이라고 하는데, 무슨 까닭에 현이라고 하느냐 하면,
이 겁에서는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행해지므로 우리 중생들 가운데로 1천의 대비(大悲)하신 부처님 바가바(婆伽婆:세존)께서 출현하시기 때문이다.
그대 훌륭한 장부여, 현겁(賢劫)이 시작되는 때에 수명이 4만 세인 세상에서 제일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가라가손타(迦羅迦孫馱)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니, 마땅히 삼승법(三乘法)을 설하여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물결에 휩쓸려 표류하는 수많은 중생들을 열반의 저 언덕으로 건네줄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월만보살이 오체투지하여 보장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선남자야, 그 때에 둘째 동자인 흠바라(欽婆羅)가 보장여래 앞에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가라가손타여래 뒤의 수명이 3만 세인 세상에서 부처를 이루고자 합니다.’
보장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동자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면, 현겁(賢劫)이 시작되는 사바국토[娑訶國土]에서
가라가손타여래 뒤의 수명이 3만 세인 세상에서 부처를 이루고, 명호를 가나가모니(迦那迦牟尼) 여래ㆍ응공ㆍ정변지,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니, 이름이 널리 퍼질 것이다.’
그가 세존의 처소에서 수기를 듣고 나서 머리를 조아려 보장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일어나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보장여래 앞에서 꽃을 부처님께 흩뿌려 공양하고 합장한 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선근을 모아 화합된 교묘한 순서여,
혼란함 없이 청정 미묘하여 걸맞도다.
지극한 뜻 높고 넓은 모든 부처님
보리도를 말씀하심이 큰 불꽃 같도다.
중생에게 일으킨 덕 백 복이 가득하고
고요히 즐기는 도(道) 베풀어 산을 둘러메었도다.
부처님께서 하시는 일은 잘못이 없으시니
수많은 중생들에게 보리의 수기를 주셨도다.
선남자야, 그때 후섭(厚攝)이라는 동자가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상(床)을 보장여래 앞에 놓으니, 값이 백천 냥의 금전(金錢)이었다. 상 위에 펼쳐 놓은 금발우엔 일곱 가지 보배가 가득히 담겨 있고, 금으로 만든 세숫대야와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상을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 현겁(賢劫)에서 여래ㆍ응공ㆍ정변지를 성취하여 뭇 착한 일이 줄어드는 악한 세상에 상서로운 일을 나타내겠습니다.
중생들이 무거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간탐ㆍ질투ㆍ악지식(惡知識)ㆍ삿된 견해[邪見]에 머무르고,
항상 불선근(不善根)의 마음을 친근히 하며, 선근(善根)의 마음을 떠나고, 바른 견해[正見]가 없으며, 삿된 방법으로 생활하여 마음이 혼란하고,
가나가모니여래께서 반열반에 들어가시고 정법(正法)이 없어진 뒤에 중생들이 눈이 어둡고 깜깜하여 세상에 이끌어 줄 스승이 없는 수명이 2만 세인 인간들 가운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겠습니다.’
선남자야, 그때 보장여래께서 후섭(厚攝)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착하도다. 바라문이여, 그대 훌륭한 장부는 대명지(大明智)를 갖추고 악한 세상에서 상서로움을 때맞추어 나타내고, 나아가 수명이 2만 세인 세상에 어둡고 이끌어 줄 스승이 없는 데서 원을 세웠도다.
그러므로 훌륭한 장부여, 그대의 자(字)를 명지비의(明智悲意)라 할 것이니, 그대 명지비의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면,
바로 이 사바세계[娑訶世界]에서 현겁(賢劫) 중에 수명이 2만 세인 인간들 가운데 부처를 이루고 명호를 가섭(迦葉)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명지비의보살이 오체투지하여 보장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꽃다발ㆍ가루향으로 보장여래께 흩뿌려 공양하면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여, 많은 가르침 들으려고
모두 즐거운 마음을 냅니다.
교묘하고 좋은 말,
훌륭한 지혜로 하늘과 인간세상에 계시도다.
많은 중생들에게 수기를 주시고
시방에서 부처가 되셨도다.
신통과 지혜 등으로는
부처님의 법은 헤아릴 수 없다네.
존귀하신 이가 보리행을 나타내시니
그러므로 제가 머리를 조아려 예경합니다.
선남자야, 그때 해제 바라문이 넷째 동자인 무구의(無垢意)를 깨우치니, 선남자야, 그 때에 무구의 동자가 보장여래 앞에서 아뢰었다.
‘제가 바라는 것도 이와 같으니, 이 국토의 현겁(賢劫) 중에 보리를 구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악세(惡世)는 아닙니다.
가섭여래께서 반열반에 들어가신 뒤 정법이 없어지고 나면
수명이 1만 세인 세상에서 중생들이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선정(禪定) 등의 일곱 가지 재물이 점점 궁핍해지고, 악지식(惡知識)을 공경하여 스승으로 삼으며,
마음에 세 가지 복전[三福地]을 즐거이 구하지 않고, 세 가지 착한 업을 즐거이 닦지 않으며,
도리어 세 가지 착하지 않은 악업을 즐거이 하여 모든 번뇌로 마음을 어둡고 혼란하게 하는 까닭에 삼승(三乘)의 도(道)를 즐거이 구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당시에도 보리행을 갖춘 자가 없거늘 하물며 수명이 천 세, 나아가 백 세인 세상이겠습니까?
그 때의 중생들은 선(善)이라는 이름도 없거늘 하물며 선을 행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이 오탁악세의 수명이 점점 감소되어 열 살에 이르러서는 도병겁(刀兵劫)이 일어나는데,
그 때에 저는 하늘에서 내려와 중생들을 구제하여 불선(不善)을 버리게 하고,
선법(善法)을 말하여 저 중생들로 하여금 열 가지 착한 업[十善業]에 머물도록 하며,
모든 착한 업으로써 중생들의 번뇌를 제거하고, 또한 5탁(濁)을 제거하겠습니다.
나아가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에 이르러서야 저는 그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무명(無明)ㆍ간탐ㆍ질투하는 마음이 적은 중생들에게 법을 말하여 삼승에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와 같은 뜻을 만족히 한다면,
세존께서는 마땅히 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설사 제가 이와 같은 수기를 받지 못하더라도 저는 마땅히 성문ㆍ벽지불을 구하여 속히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겠습니다.’
보장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보살에게 네 가지 게으름의 자리[四懈怠地]가 있다.
만약 보살로서 이 게으름을 가진 자는 오래도록 생사윤회를 즐겨서 견해가 잘못되어 생사의 고통을 받으며,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혹 어떤 보살은 위의(威儀)가 비천하고,
같이 배우는 것이 비천하고,
나누어 보시하는 것이 비천하고,
원을 세우는 것이 비천하다.
어떤 것을 보살의 위의가 비천하다고 하는가?
혹 어떤 보살이 몸ㆍ입ㆍ마음의 3업(業)을 무너뜨리거나,
혹 위의를 가다듬지 않고 성문ㆍ연각(緣覺)을 배우는 이와 함께 하며,
모든 것을 보시하지 않고 모든 곳에 보시하지 않으며 사람과 하늘의 복락(福樂)만을 구하여 보시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원을 세워 불국토를 장엄하여 중생을 제도하지 않는 것이니,
이 네 가지 법을 갖춘 게으른 보살은 오래도록 생사의 고통을 받으며,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보살은 네 가지 법[四法]을 갖추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니, 어떤 것을 네 가지 법이라고 하는가?
몸ㆍ입ㆍ마음을 보호하여 지키고,
항상 대승(大乘)을 배우는 이를 친근히 하며,
모든 것을 보시하고 모든 곳에 보시하되 모든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비심(悲心)을 내어 보시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원을 세워 불국토를 장엄하여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법을 보살이 행한다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으니, 보살이 보리도를 구족히 간직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부지런히 바라밀을 행하고,
보시로 중생들을 거두며,
선정(禪定)을 닦아 갖추고,
신통에 노니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싫증내지 않는 법[四無厭法]이 있으니,
이것은 보살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시함에 싫증내는 일이 없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데 싫증내는 일이 없으며,
중생들을 거두는 데 싫증내는 일이 없고, 원(願)을 세움에 싫증내는 일이 없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다함 없는 창고[四無盡藏]가 있으니,
이것은 보살이 마땅히 원만히 해야 할 것으로,
보살은 믿음의 무진장을 원만히 해야 하며,
설법(說法)의 무진장을 원만히 해야 하며,
회향(廻向)의 무진장을 원만히 해야 하며,
궁핍과 재액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건져주는 무진장을 원만히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네 가지 깨끗함[四淨]이 있으니,
이것은 보살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것으로,
무아계정(無我戒淨)ㆍ무중생삼매정(無衆生三昧淨)ㆍ무명혜정(無命慧淨)ㆍ무인해탈지견정(無人解脫知見淨)이다.
이 네 가지 법을 보살이 갖춘다면 이것으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허공륜(虛空輪)ㆍ불가사의륜(不可思議輪)ㆍ무칭량무아륜(無稱量無我輪)ㆍ무언설륜(無言說輪)ㆍ가현륜(假現輪)ㆍ염환륜(厭患輪)ㆍ전미증륜(轉未曾輪)을 굴릴 것이다.
그대 무구의(無垢意)는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
현겁(賢劫)에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5탁(濁)이 없어지고 수명이 점점 증가하여 8만 세인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미륵(彌勒)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그때 무구의 바라문은 오체투지하여 보장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머무르면서 꽃다발ㆍ가루향으로 세존께 공양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세존의 얼굴은 보름달처럼 밝고
백호상(白毫相)은 눈같이 희며
몸의 청정함은 금산(金山) 같으니
누군들 모니(牟尼)를 원하지 않겠는가?
씩씩하고 용맹함은 짐승의 왕 같고
한량없는 덕은 세상을 비추도다.
광명이 널리 두루 비치니
이제 나에게 성불의 수기를 주셨네.
대사(大師) 해제 바라문이 저 천 사람에게 권유하였는데 어린 한 동자가 네 가지 베다를 통달하고 보리심을 내었으니, 이른바 가라가손타ㆍ가나가모니ㆍ가섭ㆍ미륵ㆍ자조(子照) 등의 천 사람이다.
어린 두 동자들이 네 가지 베다를 통달하니, 그들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원을 세웠으며, 이 현겁에서 보장여래에게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다.
현겁 중에서 가장 작은 이를 대사가 깨우치셨으니,
‘쯧쯧, 지대력(持大力)이여, 무엇 때문에 오래도록 관찰하는가?
그대 마하살은 다른 생각을 버리고 중생들을 위해서 대비심(大悲心)을 낼지어다’라고 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들은 생ㆍ노ㆍ병ㆍ사에서
애욕의 물결에 푹 빠져
삼계(三界)의 두려운 곳에서
태(胎)를 받아 미미한 모습으로 태어나도다.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3독(毒)으로 서로 해침이
텅 빈 들판을 괴롭게 태우는 불길이로다.
어리석은 장님은 좋은 길을 잃고
생사윤회의 핍박을 받는구나.
삼계의 괴로운 불길 활활 타는데
모두 다 삿된 견해에 머무르고
지옥ㆍ아귀ㆍ축생ㆍ인간ㆍ천상의 5도(道)에 있음이
비유컨대 수레바퀴가 계속 굴러가는 것과 같구나.
법의 눈이 없는 중생들은
생각만으로 중생들을 구제할 수 없으니
지혜를 닦아 의혹을 제거해야
이제 보리를 구할 만하도다.
세상 애욕의 갈증나는 강물에
중생들을 건네 주는 다리가 되어주고
세상 번뇌의 결박을 풀기 위해
마음을 보리에 회향하는구나.
어리석음을 제거하려고 법의 눈을 열어 보여
위없는 도[無上道]를 베풀고
생사윤회의 고통인 삼계를
법의 맛[法味]으로 충족시키는구나.
속히 이익에 나아가게 하고
모니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는구나.
가장 튼튼한 원을 세워
부처가 되고 세상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도다.
여러 중생들을 위로하여 깨우치고
텅 빈 들판의 중생들을 건네 주며
미묘한 해탈도(解脫道)인
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를 베푸는구나.
법(法)의 비를 비내리듯 하여
중생들의 고통을 소멸시키는구나.
선남자야, 그때 지대력(持大力) 동자가 말하였다.
‘대사(大師)시여, 저는 생사윤회를 즐기지 않고 부처님의 덕을 즐겨 구하며,
또 성문ㆍ벽지불승(辟支佛乘)을 구하지 않고 무상승(無上乘)을 구하고자 하여 교화할 곳을 관하며 때를 기다리면서 원을 세웠습니다.
대사시여, 이러한 까닭에 저는 사유(思惟)하면서 지금까지 대사께서 잠깐이라도 저에게 사자후(師子吼)를 들려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선남자야, 그때 해제 바라문이 그를 놔두고 돌아와서 항상 옆에서 모시는 다섯 명의 제자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 동자들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지어다.’
그들이 스승에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공양할 재화(財貨)나 보물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어떻게 선근을 심지도 않았는데 보리심을 내겠습니까?’
선남자야, 그 때에 나라의 대사가 그의 제자들, 즉 첫째인 가라부수(迦羅浮殊)에게는 7보 귀고리를 주고, 둘째인 타라부수(他羅浮殊)에게도 7보 귀고리를 주며, 셋째인 사라부수(闍羅浮殊)에게는 7보 평상을 주고, 넷째인 거가부수(佉伽浮殊)에게는 7보 지팡이를 주고, 다섯째인 사라부수(娑羅浮殊)에게는 순금으로 만든 세숫대야를 주고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물건들을 가지고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공양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지어다.’
그때 옆에서 모시는 다섯 명의 제자들이 세존의 앞으로 나아가서 각각 가지고 온 물건을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십시오.
저 현겁에서 저희들은 마땅히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성취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선남자야, 그 때에 보장여래께서 가라부수 동자에게 보리의 수기를 주시되, 현겁 중에서 성불하면 마땅히 견음여래(堅音如來)라고 이름할 것이며,
다음으로 타라부수는 낙상의여래(樂相意如來), 사라부수(闍羅浮殊)는 상도여래(商導如來), 거가부수는 애청여래(愛淸如來), 사라부수(娑羅浮殊) 동자는 청엽계왕여래(淸葉髻王如來)라고 이름하리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그 다섯 동자들에게 현겁에서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마치시자, 바로 그 때에 대사가 지대력에게 거듭 말하였다.
‘그대 지대력(持大力)이여, 세존의 처소에서 지금 원을 세우라.
장엄된 불국토를 마음대로 취하고, 모든 중생들에게 법미(法味)를 말해주며, 정진을 견고히 하고 보살행을 행하라.
다시 오래도록 관찰하지 말고, 직접 팔을 들고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거라.’
선남자야, 그때 지대력 동자가 세존 앞에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는 세상의 뒤에 현겁 중에서 얼마의 모니(牟尼)께서 세상에 출현하십니까?’
보장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여, 절반의 현겁 중에서 천 네 분의 모니가 세상에 출현하실 것이다.’
동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현겁 중에 천 세 분의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들어가신 뒤에
맨 나중에 사라부수 동자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청엽계왕여래라 할 것입니다.
저는 마땅히 그곳에서 그 때에 보리행ㆍ난행(難行)ㆍ고행(苦行)을 행하고,
보시ㆍ지계ㆍ선정(禪定)ㆍ다문(多門)ㆍ정진ㆍ인욕을 실천하여 복덕과 지혜를 원만하게 갖추며,
저 현겁 중에 성불한 지 얼마 안 되는 모든 부처님을 제가 먼저 공양하고,
저 부처님들께서 반열반에 들어가신 뒤에는 사리에 법공양을 하여 정법(正法)을 호지(護持)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율을 지키지 않는 중생들에게 권하여 계율을 지키게 하고, 그 가운데 머무르게 하며,
견해가 부족하여 곤액(困厄)을 받는 중생들에게 권하여 바른 견해로 그 가운데 머무르게 하고,
생각이 부족한 중생들에게 권하여 바른 생각에 머물게 하며,
위의(威儀)가 없는 자에게 권하여 위의에 머물게 하고,
마땅히 중생들을 위해서 갖가지 약간의 선행(善行)을 나타내 보이겠습니다.
그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열반에 들어가신 지 얼마 안 되어
저는 마땅히 다시 정법의 눈ㆍ정법의 거둠ㆍ정법의 흥기ㆍ정법의 등불을 세상에 치성하게 하고,
도병겁(刀兵劫) 때에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죽이지 않도록 하며,
나아가서 바른 견해에 머물게 하고,
열 가지 착한 업[十善業]으로 사악한 길에서 중생들을 구제하여 착한 길에 있게 해서, 그들의 악행의 어둠을 제거하겠습니다.
또한 선행법(善行法)을 겁탁, 나아가 명탁(命濁)ㆍ견탁(見濁)ㆍ번뇌탁ㆍ중생탁의 세상에 열어 보여 5탁(濁)을 없애고,
기근(飢饉)의 겁(劫)에는 제가 마땅히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되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행하여 그 가운데 머물게 하며,
저는 6바라밀로 모든 기근의 겁에 혼탁ㆍ전쟁ㆍ원망ㆍ질투를 없애어 중생들이 있는 곳에서 번뇌의 더러움을 없애고,
질병의 겁에는 저는 마땅히 6화경(和敬)ㆍ4섭법(攝法)으로 중생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그 가운데 머물게 하며,
중생들의 질병의 어둠을 없애고, 나아가 번뇌를 없애겠습니다.
모든 사바세계 불국토의 절반의 현겁 중에서 이와 같이 중생들의 곤액(困厄)을 구제하려고 천 네 분의 세존께서 출현하셨다가 열반에 들어가시어 저 모든 정법이 없어진 현겁 중에서 저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며,
저 현겁에서 천 네 분의 모든 부처님의 수명의 한계처럼 제가 보리를 성취한 뒤의 수명이 저 부처님과 같고,
그들이 소유한 성문승의 숫자만큼 저의 성문 대중도 역시 마땅히 그들과 똑같으며,
저 반 겁 동안 천 네 분의 여래께서 제도하신 중생들이 저 혼자 제도한 것과 같게 하겠습니다.
저 모든 부처님 세존들의 성문을 배우는 자들로 설사 계율을 파계하고 삿된 견해의 숲에 빠져서 부처님을 공경하지 않으며,
많이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ㆍ나쁜 마음ㆍ해치는 마음으로 법(法)ㆍ승(僧)을 엿보아 구하며, 잘못된 마음으로 현성(賢聖)을 비방하고,
정법을 비난하고 헐뜯어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업을 짓는 자들을
제가 보리를 성취할 때에 생사윤회 중에서 모두 구제하여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성(城)에 머물게 하겠습니다.
나아가 제가 반열반에 들어가서 정법이 언젠가 없어지고 현겁이 함께 다함에 따라서, 저의 정법도 없어지고 현겁이 다하면,
마땅히 저의 치아와 몸의 사리를 한량없는 아승기의 화불(化佛)로 변성(變成)하되,
서른두 가지 대장부의 모습을 구족하여 몸을 장엄하고,
하나하나 여든 가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장엄하며,
모든 화불로 하여금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는 국토에 가서 하나하나의 화불마다 저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을 권유하여 삼승(三乘)에 머물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불국토가 겁재(劫災)로 무너지면 그 화불을 그 가운데로 보내어 중생들을 구제하기를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하게 하고,
그런 후에야 여의마니(如意摩尼)를 성취하여 모든 불국토에서 만약 어떤 중생들에게 진기한 보배가 모자라면 그 모든 나라에 가서 여의마니(如意摩尼)를 복장(伏藏)에서 꺼내어 보이겠습니다.
또 그 밖의 다른 불국토의 중생들이 선업(善業)이 적어 병으로 곤액(困厄)을 받으면, 또한 그곳으로 가서 바다 이쪽 언덕의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을 비처럼 내려서,
저 향기의 비로 중생들이 번뇌의 병[結病]과 몸의 환난[身患]과 곤액을 받는 것[見困]을 없애도록 하고,
저 중생들로 하여금 세 가지 복전을 부지런히 닦아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살행을 행할 때에 이와 같이 중생들을 제도하고,
제가 보리를 성취할 때에 이와 같이 불사(佛事)를 하며,
제가 반열반에 들어간 뒤에도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모든 불국토에서 중생을 구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와 같이 만족히 하지 못하고 중생들을 위해서 좋은 약을 만들어 구제하지 못한다면,
제가 부처님께 예를 올릴 때에 시방의 한량없고 가없는 세계에 현재 계시면서 설법하시는 모든 부처님을 뵙지 못하게 하시고,
오늘 세존께서 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지 마십시오.
또 지금 세존께서 수억 중생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실 때에
제가 그 모든 부처님 세존을 뵙지 못하도록 하시고, 보리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만약 이와 같은 뜻을 만족히 하지 못한다면,
제가 생사윤회하면서 부처님의 소리ㆍ법의 소리ㆍ화합승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시고,
선업(善業)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시며,
이 모든 소리가 저의 귀에 들리지 않아 제가 항상 아비지옥에 있도록 하십시오.’
보장여래께서 지대력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착하도다. 훌륭한 장부여, 그대는 마땅히 중생들을 위해서 좋은 약을 만들어 모든 고난을 벗어나게 할 것이다.
훌륭한 장부여, 이런 이유로 그대의 자(字)를 무구명약왕(無垢明藥王)이라 할 것이니,
그대 무구명약왕은 오는 세상에 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과 두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아승기 세월을 지나,
현겁 중에 천 네 분의 여래께서 성불하신 지 얼마 안 되어 그대가 제일 먼저 공양할 것이다.
나아가 그대가 세운 원처럼 청엽계왕여래께서 반열반에 들어가시고, 정법이 없어진 뒤에 그대는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명호를 누지(樓至) 여래, 나아가 불세존이라 할 것이니,
수명은 반 겁이고, 저 현겁에서 천 네 분의 모든 부처님의 성문승의 숫자처럼 그대의 성문 대중의 숫자도 홀로 그 부처님들의 성문승과 같고,
제도한 중생들도 그 부처님들께서 제도하신 중생들과 같으며,
반열반에 들어간 뒤 정법이 없어질 때 현겁도 함께 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그대의 치아와 사리로 모든 화불(化佛)을 변성(變成)하여 이곳과 같거나 나아가 부처님이 계시지 않는 국토에 보내고,
전단향을 비처럼 내려서 저들의 번뇌의 병과 곤액을 받는 것과 몸의 환난을 제거하며,
중생들을 안치하여 세 가지 복전을 닦아서 모두 하늘에 태어나게 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때 무구명약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이와 같은 뜻을 만족히 한다면,
오직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한 발을 저의 정수리에 대주십시오.’
선남자야, 그 때에 보장여래께서 곧바로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한 발로 그 정수리를 문지르셨느니라.
선남자야, 그때 무구명약왕보살이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고 가슴이 뛰어서 보장여래의 발에 오체투지하여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머물렀다.
그 때에 해제 바라문이 하늘의 겁파육(劫波育)으로 만든 옷을 그에게 주고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착하도다, 착하도다. 대장부여, 원하는 것이 매우 훌륭하도다.
오늘 이후로는 나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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