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풋풋함이 스며드는 아침이다. 경남 합천에 자리 잡고 있는 황매산(黃梅山)으로 철쭉제를 보기 위해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산은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있다. 높이 1,108m. 소백산맥에 솟아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회원들은 모처럼 나들이에
신바람이 난 듯 미소를 물고 좋아한다. 황금 햇살이 내려앉은 고속도로를 버스는 신나게 달린다. 도로 양옆엔 햇살을 한 아름 먹은 가로수의 잎이
싱그럽다. 유리창 사이로 내다보이는 초여름을 맞이한 산야는 나뭇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초록 물결을 만들어 낸다. 여름의 싱그러움과 낭만을 싣고 온
입하(立夏)도 하루가 지났다. 우리는 하늘이 내려준 세월의 흐름 속에 여름 이란 자연을 향해 달리고 있다. 몸을 건강하게 단련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 맑은 정신세계를 만들어 보려고 여름의 시작과 함께 하늘의 정원이라 일컫는 황매산(黃梅山)을 가는 길이다
차 안에는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추억의 여행 발라드가 귓전을 울린다. 잠시나마 흩어진 마음을 편안한 세계로 이끌어 준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를 달리다가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로 바뀌어 달린다. 한참을 신나게 달린 버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생초 톨게이트로 나간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바라보이는 앞산에는
초여름의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아카시아 꽃이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긴다. 가회마을 입구로 접어들었다. 이팝나무 가로수엔 하얀 꽃이 아름답게
웃음을 터트렸다. 가로수의 꽃이 밝게 웃고 있으니 마을 전체가 평화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버스는 우리가 가고자 한 황매산 입구 모산재 주차장에
11시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꽃동산을 볼 수 있다는 들뜬 마음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내렸다. 오늘따라 정상헌 부회장의 특허인 맨손
체조도 없이 모두 서둘러 산에 올라가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길목은 울퉁불퉁한 바위로 형성되었으나 매력적인 경치가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걷기가 만만치 않은 산이지만 회원들의 향기로운 대화 소리와 산들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매혹적인 소리에 취해 힘든지도 모르고 올라간다. 때로는
바위의 경사가 심해 로프에 매달려 올라가기도 한다. 젊은 사람은 별것도 아닐 텐데 나는 꽤 힘이 든다. 나이가 들었다는 하나의 증거인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험준한 산이라 할지라도 정상에는 하늘 아래 제일 아름다운 꽃이 방실방실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것을 생각하면 힘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예쁜 꽃님과 상봉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가야 한다. 그리도 보고 싶었던 꽃님을 보자마자 입맞춤하고 덩실덩실 한바탕 춤을
추고도 싶다. 어떤 지형은 팔과 다리를 모두 사용해 동물처럼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그래서 더욱더 아름다운 꽃을 보고픈 마음이
간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상갑 회장과 나는 이토록 아름답고도 힘든 산을 서로 위로하며 올라간다. 늘 남을 돕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회장이다. 아마 하늘도 감동하지 않나 싶다. 김영식 대장 역시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산행 대장이란 자리가 말해준다. 남을
돕는 봉사 정신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책이다. 김영식 대장은 우리가 염려스러운지 뒤에 따라오면서 고맙게도 기념이 될만한 곳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준다. 약 1km쯤 걷다 보니 전국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이 나름대로 흔적을 남기려고 새끼 줄에 수천 개의 리본을 알록달록 달아 놓았다.
이곳은 합천군에서 이산을 다녀가는 산악인들의 조그마한 기념이 되도록 설치해 놓은 것 같다. 나도 거기에 해피산악회 리본을 자랑스럽게 달아
놓았다. 사람은 역시 감정의 동물이 틀림없다. 하찮은 리본 하나 달아 놓고도 미칠 듯이 기분이 좋다. 잠시나마 기분 좋은 상태에서 사방을
바라보니 눈길 닫는 곳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천당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천당은 여기보다 더 아름답겠지?
목적지를 향해
우리는 아무리 힘이 들어도 오르고 또 올라야 했다. 아마도 7부 능선까지 올라온 듯하다. 황매산의 또 하나의 자랑인 유명한 돛대바위까지 왔 다.
돛대바위에 대해 알림판을 근거로 적어본다. 황 매산 자락의 하나로 억센 사내의 힘줄 같은 암봉으로 이뤄진 산이다. 풍수학자(風水學者)들은 시야와
생기 (生氣)의 흐름이 동쪽 방향으로 행하고 동쪽에 기(氣)가 솟구치는 형상의 자연석이 소재한 이곳이 전국 최고의 생기(生氣)의 장이라고 했다.
이 돛대바위는 오랜 세월에도 변치 않은 웅장함으로 황매산(黃梅山) 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대한 바위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쉬어
음료수를 마시며 기념사진 을 찍었다.
통일신라 천년고찰 영암사의 터도 이곳 황매산에 있다. 필자는 이곳에 와서 영암사의 유적을 시간
관계로 보지 못하고 가게 되어 매우 아쉽다. 인터넷을 통해 몇 자 적어본다. 사적 제131호로 지정된 영암사지에는 높이 3.8m인 삼층석탑이
천년 세월을 견디며 서 있다. 멋진 형상으로 긴 세월을 이겨낸 터라 보물 제480호로 지정됐다. 그 밖에 보물 제489호 영암사지 귀부(靈岩寺址
龜趺), 제353호 쌍사자석등을 비롯한 지방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된 오도리 이팝나무 등 신라에서부터 이어진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했다. 이러한
지방기념물 관계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가회마을의 가로수를 이팝나무로 심은 것 같다.
초여름의 쏟아지는 태양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마에서는 땀이 정신없이 흐르고 등에서 흐르는 땀은 속옷을 흠뻑 적셔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와 땀을 거두어 같으면 하는 심정
간절하다. 뙤약볕이 쏟아지고 땀이 흐러 강물을 이룬다 해도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마냥 즐겁다. 오늘 글은 2부로 나누며 1부는 여기서 마감을
한다. 2부에서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철쭉꽃의 아름다움을 수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