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이익의 문집
김 문 식(단국대 사학과 교수)
최근 한국학 분야에서는 조선시대의 학자들이 남긴 문집의 정본(定本)을 편찬하는 사업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문집에 다수의 이본(異本)이 있을 경우 이본을 모두 수합하여 원문을 일일이 대조 교감하고 표점을 찍어 보급하는 사업으로, 현재 이황의 『퇴계전집』과 정약용의 『여유당전서』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고, 송시열의 『송자대전』은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다.
문집은 조선시대사 연구자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임을 감안한다면, 그 정본을 마련하는 작업은 이보다 훨씬 이전에 이뤄졌어야 한다. 기초 자료가 제대로 갖춰져야 이를 대본으로 하여 연구도 진행하고 번역도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기초가 부실한 대본을 읽으면서 연구를 진행해 온 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유당전서』의 정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사업의 착수가 늦었음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이제라도 시작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4종의 이본(異本)에다 새로운 시문이 더 나타나
이익(李瀷, 1681∼1763)은 조선후기의 대표적 학자로 한국학의 각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이익에 관한 연구는 주로 『성호집』과 『성호사설』을 이용하여 이뤄졌는데, 최근에 강세구 선생은 『성호집』에 4종의 이본이 있음이 밝혔다. 『성호집』의 이본에는 2종의 필사본과 2종의 목판본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필사본 『성호선생문집』 8책이다. 이는 1763년 이익이 사망한 직후에 정리된 것으로 이익의 문집 가운데 최초로 나온 본이며, 여러 사람이 원문을 필사한 후에 수많은 수정 이 있었다. 두 번째는 필사본 『성호선생문집』 40책인데, 원래의 본문은 70권이었지만 현재는 66권이 전해진다. 이는 1774년에 이익의 조카인 이병휴가 정리한 것으로, 윤동규, 안정복, 이구환이 작업을 도왔고, 원고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이병휴가 발문을 짓고 안정복이 보내온 책표지와 권철신이 보내온 끈으로 책을 묶었다는 사연이 있는 책이다. 첫 번째 필사본에 있던 수정 표시가 이 필사본에는 모두 반영되어 있다. 이상 두 종의 필사본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세 번째는 목판본 『성호선생문집』 27책(본문 50권)인데, 1917년에 밀양의 퇴로리(退老里)에서 이병규가 간행하여 ‘퇴로리 판본’이라고도 불린다. 이보다 앞서 1890년에 이명익과 이남규가 주도하여 이병휴의 70권을 50권으로 간추렸는데, 퇴로리 판본은 이를 바탕으로 하여 간행한 것이다. 네 번째 본은 목판본 『성호선생전집』 36책(본문 68권, 부록 2권)인데, 1922년에 밀양의 모렴당(慕濂堂)에서 김호승이 간행하여 ‘모렴당 판본’이라고도 불린다. 퇴로리판본이 간행되고 불과 5년 만에 다시 모렴당 판본이 나온 것은 전자에 누락된 것이 많은 것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병휴의 필사본에 들어있던 것이 퇴로리 판본에서 누락되었다가 보충된 것도 있고, 이병휴 필사본이나 퇴로리 판본에 없던 내용이 추가된 것도 있다.
연구 기초자료로 정본(定本)이 제대로 갖춰져야
이상 4종의 이본을 소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수록되지 않은 이익의 시문이 계속 발견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필사본 『성호유고』 1책이 그런 경우인데, 이는 이익이 제자인 홍유한 집안으로 보낸 편지를 편집한 것이다. 책자를 작성한 주인공은 홍유한의 후손인 홍승경인데, 그는 자기 집안에 전해지는 이익의 편지를 김호승이 편찬하는 모렴당 판본에 추가하기 위해 이 책자를 만들었다.
성호 이익에 관한 저서나 논문은 많지만 그의 문집에는 아직까지 정본이 없다. 앞으로 이익의 문집은 4종의 이본을 일일이 비교하여 원문을 교감하고, 새로 발견되는 이익의 글을 추가하며, 여기에 표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성호집』의 정본 편찬이 시급함을 알리면서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글쓴이 / 김문식
· 단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
· 저서 : 『조선후기경학사상연구』, 일조각, 1996
『정조의 경학과 주자학』, 문헌과해석사, 2000
『조선 왕실기록문화의 꽃, 의궤』, 돌베개, 2005
『정조의 제왕학』, 태학사,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