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바버샵을 처음 가봤다. 바버샵은 보통 3만원 이상대의 커트비용이 책정되어있는, 일반 이발소에 비해 비싼 이발소다. 보통 예약제로 운영되며 1인당 1시간씩 예약시간을 잡고 이발을 실시한다. 쉐이빙 등 남성 전용 이발 상품이 있으며, 포마드와 같은 클래식 스타일 커트를 주로 한다. 펌이나 염색 상품도 있으나, 그리 다양하거나 주력 상품은 아닌듯 싶다. 즉, 바버샵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 이발사가 이발을 하는, 프리미엄 이발소라고 할 수 있다.
왜 바버샵들이 점점 늘어날까?
바버샵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최근들어 유명 바버샵들의 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생활의 달인에 나온 커트장인의 찰스 바버샵, 엉클부스 등 체인점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다. 바버샵에대한 수요의 증가에 대한 이유는 먼저 남성들의 내부에서의 외모에 대한 관심 증가로 말할 수 있다. 단순히 외모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남성을 위한 특화 이발 서비스를 받고싶다는 수요의 결과로 바버샵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일 조건이라면 남성은 남성이발사를 선호할까?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내 생각은 동성 이발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과 능력이라면 동성이 동성을 더 잘 이해한다. 그래서 나라면 동성이발사를 택하겠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볼 것은 이성이 보는 나의 외모와 동성이 보는 나의 외모에 대한 차이이다. 어차피 외모는 동성보다는 이성에게 더 민감한 부분이니까 여성미용사에게 머리를 자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리라면 여성들은 남성이발사에게 잘라야하는데, 이 경우는 많지 않다고 본다. 남성이발사의 공급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 부분은 좀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왜 포마드나 쉼표머리같이 깔끔한 머리를 많이 할까?
외부에서의 남성의 외모에 대한 기준의 증가 또한 바버샵 공급 증가에 대한 한 가지 이유다. 기본적으로 여자든 남자든 날이 갈수록 미의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ㅠㅠ). 바버샵은 포마드와 같은 클래식 컷에 특화된 이발소인데, 생각해보면 10년전에 비해 미디어에서 나오는 남성 연예인들의 머리가 깔끔해졌다. 예를들어 예전에는 꽃보다남자에 나왔던 구준표의 파마머리나, 샤기컷 등이 대세였다면 요즘은 포마드나 쉼표머리와 같이 깔끔하게 넘기는 머리가 많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필자의 경험적인것이라 신뢰성은 떨어지지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회는 이전보다 더 스마트한 이미지를 남성에게 요구하지 않나 싶다. 파마나 샤기컷같이 더벅한 머리보다 포마드나 쉼표머리는 보다 지적이고 깔끔해보인다. 과거보다 먹고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니까 능력있는(어보이는) 개인이 사회에서 대접받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단순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나이차가 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지는 것도 능력 중시 사회풍토의 반증이라 생각한다. 많게는 10살이상 차이나는 커플이 성사될 수 있는 것은 연상인 사람의 경제적/인성적 능력 덕분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썰이 있듯이, 남성들의 머리도 경제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짧아지고 단정해지는게 아닐까?
공유오피스내 입점의 장단점
필자가 간 바버샵은 특이하게도 공유오피스 내에 입점해 있었다. 이발소는 보통 접근성이 좋은 1~2층에 있는데, 이 경우는 매우 특이하게 10층이상의 공유오피스에 입점하고 있었다. 이 경우에는 공유오피스의 회사원들이 바버샵을 이용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또 바버샵은 보통 예약제로 운영이 되니 신규고객유치에 입점위치가 그리 민감하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기반시설의 문제였다. 애초에 공유오피스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수도를 끌어오기가 어려워서 수동으로 물을 길어와야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중앙 환기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한 머리카락들이 옆 사무실로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공유오피스의 보안문제로 로비에서 손님을 직접 픽업해와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곧 이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보편적 입점위치가 아니라 변칙적인 위치에 입점을 할때는 매우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포화되어있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칙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지만, 그 전에 보편성에 대한 이해와 검증이 충분히 선행되어야한다.
어떠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먼저 그 현상을 그대로 보고, 그 다음 규칙과 관계를 이해해야한다. 그 다음이 변칙에 해당되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개선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군대 훈련소에서 들었던 인상깊었던 말인 "변칙은 규칙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이러고서 군대의 규칙을 이해해야된다며 연병장에서 무진장 굴렀다...)
첫댓글 바버샵이라니 첨 알았군! 이런데 다녀오면 다 잘생겨지나?! 그래서 DJ의 애프터는?
더 망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1. 지금 여행 중이니 기후와 경제를 기준점으로 남성의 헤어스타일 차이를 관찰해보면 재밌을듯.
개인적 경험을 추가하자면 동남에서는 남자들이 샤기컷과 같은 형태를 취하는게 매우 드물었음. 그리고 그들은 부유 할 수록 머리가 길었음. 왜 그런지 생각하면 덥고 습할 수록 생활편의를 따지면 머리가 짧아야 하는데, 부유 할 수록 땀을 흘리는 노동을 적게 하므로 상대적 과시 목적으로 머리를 기른다고 생각했었음.
2. 바버샵이 흥한 이유는 남성의 동성 이발사 선호 현상이라기 보다, 내가 느끼기에는 디자이너 자체에 대한 선호와 1인 전담 시간이 배정되는 프리미엄 서비스 때문이라고 생각됨.
성의 구분이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
1. 화이트 칼라의 기원과 비슷한 생각이군요. 세탁기 및 세탁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하얀 셔츠를 계속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한 재력 및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 화이트 칼라가 인텔리?엘리트를 표현하게되었죠. 부유할수록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지는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부유함&능력있음과 긴 머리의 상관관계는 그리 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상류층으로 갈 수록 주변 환경/사람에 신경을 많이 써야되기때문에 깔끔하고 시대에 잘 맞으며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헤어스타일을 한다고 생각해용. 삼성 이재용의 머리스타일마냥?
프리미엄 서비스를 수요로 하는 고객층이라는 생각이듬. 그럼 왜 여성이 아닌 남성인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음. 논현, 역삼, 청담 등에 있는 헤어샵을 보면 주요 고객층이 여성이고 이미 상당한 수준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음. 반면 남성의 경우 기존 헤어샵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할 것이 별로 없음. 여성은 네일, 화장 등 연계해서 서비스 받을 수 있는게 많지만 남성은 딱히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음.
그 결과 헤어에 평소보다 2-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 할 의사가 있는 고객층과 이에 맞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공급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나는 생각함.
바버샵은 남성 미용사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