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피앙세》Chapter 8(2)

[프레이야]

  Chapter 8.Date.

~FIANCE~

“최대한 빨리 장소 수습하시고, 혹시 고객 중에 피해가 나왔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무엇보다도 기자들. 멋대로 기사 쓰지 않게 통제해 주시고요.”

재하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지시하기 바빴다. 이미 SNS 상에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곧 있으면 너나 할 것 없이 기사들이 쏟아질 거였다. 예린은 매니저가 가져다 준 수건으로 계란을 닦아내며 그런 재하를 바라보았다.

“강압적으로 나가 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일단 VIP룸으로 데려가서 기분 상하지 않게 해 주세요. 이건 우리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일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사고였다는 걸 강조하도록 유도하시고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데리고 나올 때는 언제고, 지금은 예린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그의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어떻게든 이 사건이 부풀려지지 않도록 수습하기에 바빴다. 물론, 그건 그녀를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JS 백화점을 위해서. 저 수 많은 지시 사항 중에 그녀에 관한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물론 그가 지시하지 않아도, 그녀의 소속사에서 알아서 할 테지만.

“……그렇게 후회 할 거면 왜 그랬어.”

“그렇지 않아도 후회 중이니까 조용히 해.”

재하의 얼굴엔 짜증이 한 가득이었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 이제야 어떤 일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예린은 그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이, 너무도 쉽게 그리고 빨리 사그라 들었다. 수많은 기자들 속에서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줄 땐 언제고, 이렇게 삼 십분도 되지 않아 그는 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쓸데없는 말 나오지 않게 해. 나도 최대한 기사를 막아 볼 테지만, 혹시나 스캔들이 나도 대답 잘하고. 그저 광고주와 모델인 관계뿐이라고. 사적인 만남은 가진 적도 없다고 그렇게.”

“싫어.”

“서예린.”

“내가 왜 그래야 해? 누구 좋으라고?”

예린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대답에 재하는 대놓고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으로 그 많은 기자들 앞에서 나섰는지, 딱 삼십 분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재하는 정색을 하며 예린에게 똑바로 말했다. 아니 경고했다.

“서예린. 일 크게 만들지 마. 괜한 소리 해서 복잡하게 만들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

“당신이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내가 내 입으로 당신이랑 잤다고. 당신이랑 일 년 넘게 만났고 사랑했다고. 그러다 하루 아침에 차였다고 말하겠다는 게 당신이 무슨 권리로 하지 말래? 당신이 무슨 힘으로 막을 건데?”

“서예린!”

예린의 눈에서 또 다시 눈물이 떨어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까. 팬 싸인회에서 계란 테러를 당하지 않나, 계란 범벅인 이 추한 모습으로 남자에게 매달리지를 않나. 하나 같이 모양 빠지는 일 뿐이다.

하지만 역시 제일 서러운 건, 그의 눈에 그녀가 조금 없다는 사실.

지금 재하의 머릿속엔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만이 존재했다.

그녀를 비참하고 처참하게 만든 바로 그 도도하신 공주님.

“아예 스캔들이 났으면 좋겠어. 여기저기 다 사진이 떠돌았으면 좋겠어.

진성그룹 강재하가 서예린을 감쌌다고. 그녀를 안고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두 사람은 예전부터 만났고, 지금도 사랑하는 사이라고. 그렇게 기사가 나서 연하라 귀에 들어갔으면 좋겠어!!”

예린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자, 재하는 바로 정색을 했다. 예린을 바라보는 그 눈이 너무 매서웠다. 감히 그 이름을 함부로 올리지도 말라는, 그런 눈. 그렇지 않아도 바닥난 자존심을 더더욱 산산조각 내는 그 눈에 예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차피 기사는 못 막아. 아무리 당신이라도 절대 못 막아. 그곳에 있던 기자만 수십이고, 내 팬들만 백여명이 넘었어. 근데 그 모든 사람의 입을 무슨 수로 막을 건데? 당신이 아무리 뭐라 해도, 난 가만히 있을 거야. 누가 물어도 절대 아니라고 하지 않을 거야.

어디 한 번 혼자 잘 막아봐. 잘나고 잘난 진성그룹 강재하 사장님.”

재하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왜 연예인을 만나지 말라는지, 연예인이랑 엮이면 정말 피곤하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왜 진즉에 듣지 않았는지 두고두고 후회가 밀려 왔다. 이건 도대체 통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 윽박지를수록 예린의 성격에 더 반발할 게 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린을 어르고 달래며 맞춰주고 싶진 않았다.

그건 절대 연하라가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재하는 한 숨을 한 번 내쉬며 예린에게 다가갔다.

“그래. 내가 알아서 잘 막아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 지 잘 봐.”

“당신 절대 못 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언론을 막아. 지금 당장 SNS부터 난리 났을걸?”

“소문까지는 못 막아도 적어도 사실은 아니게 만들 수 있어.

그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진성그룹이 하는 거니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재하의 당당한 태도에 예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화가 나게도 그는 그 불가능한 일을 어떻게든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는, 일말의 감정도 없는 눈동자. 조용한 분노가 고스란히 피부로 느껴졌다. 대놓고 화내고 있진 않지만 지금의 강재하는 꽤 화가 났다. 예린은 긴장하는 모습을 애써 감춘 채 그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서예린, 잘 들어.”

재하는 상채를 조금 숙이더니 소파를 짚어 그녀를 양 팔로 가두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너한테 돌아가지 않아.

네가 나한테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비참해 지는 건 너 뿐이야.”

“왜 나만 비참해 져야 하는데? 왜 나만 아파야 하는데? 당신도 고통스러워 해. 연하라도 고통스러워하라 그래!”

“그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낮은 목소리가 예린의 귀에 울렸다. 그림자가 드리우고, 차디찬 냉소가 그녀를 움츠려 들게 만들었다. 예린은 잘게 떨리는 손을 애써 움켜쥐었다.

“내가 널 왜 일 년씩이나 만났을까? 정말 너를 죽도록 사랑해서? 너랑 결혼까지 하려고?

아닌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그의 말이 한 마디, 한 마디 비수에 꽂혔다.

예린은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였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예린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준 적 없었다. 생일, 크리스마스를 꼬박 챙겨주었지만, 그저 보고 싶어서 만나러 와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비싸지만 정성이 없는 선물. 욕정은 있을지라도 열정은 없는 관계.

그래. 강재하는 연애를 했지, 사랑을 한 게 아니다.

“……그 여자 사랑해?”

“어. 사랑해.”

1초의 고민도 없는 대답.

“내가 내 자신이 어이없을 만큼, 그 여자를 사랑 하고 있어.”

잔인한 사람. 예린의 눈에서 눈물이 쉼 없이 흘렀지만, 애석하게도 재하는 그런 예린이 조금도 걱정되지 않았다. 지금 신경 쓰는 건 오직 연하라 뿐. 재하는 이 순간에도 다른 여자, 아니 전 애인과 같이 있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 싫었다. 이 상황을 초래한 자신이 너무 싫었다.

혹여라도 이걸 안다면 혼자 상처 받을, 그래서 또 다시 한 걸음 물러날 그 바보 같은 여자만 걱정 되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그런데, 그건 예린도 마찬가지다.

“나도 강재하를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어.”

예린은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넘쳐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재하는 그런 예린을 한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깔끔한 연애. 쿨한 이별.

애초에 그런 건 불가능했나 보다.

재하는 몸을 일으켜 그대로 인터폰을 눌렀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 중이었던 그녀의 매니저가 바로 들어오더니, 예린에게로 달려갔다. 재하는 안절부절 못하는 매니저를 보며 마지막 한 마디를 했다. 진작에 했어야 할 바로 그 말.

“서예린씨. 더 이상 사적인 만남은 없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전히 예린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FIANCE~

“호텔 로비 베이커리는 그 호텔의 상징과도 같아요.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조금 덜한 감이 없지 않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그런 인식이 강하죠. 특급 호텔일수록 더더욱 그러구요.”

“태화 호텔 베이커리는 손꼽히는 일류에요. 다른 어떤 곳과도 견주어 뒤지지 않아요.”

“물론 그렇죠. 최고의 파티시에가 제일 비싼 재료를 가지고 제일 좋은 시설을 이용하고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게 다잖아요. 뭐 하나라도, 특별한 게 있던가요?

이건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태화호텔 전체에 해주고 싶은 말이군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거리를 산책하던 하라의 발걸음이 딱 멈춰졌다.

그의 말에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자존심이 상했다.

“태화 호텔은 7년 연속 대한민국 최고 호텔이자, 3년 연속 아시아 3대 호텔에 선정되었어요. 고객 만족도도 최고를 유지하고 있고, 매출도 나날이 늘고 있지요. 이건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총지배인, 아니 민주한씨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 당신의 비하하는 평가가 대표로서 상당히 불쾌합니다.”

“난 비하한적 없는데? 현실을 말했을 뿐.”

꽤나 기분이 상했는지, 그녀는 대놓고 정색을 했다. 재하는 마치 털을 세우는 고양이 같은 공격 태세가 그저 귀여울 따름이라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그녀가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일은 일이었지만.

주한 역시 발걸음을 멈추고 길 한 복판에 서서 그녀를 마주 보았다.

“태화 호텔은 다른 호텔과 뭐가 다른 가요? 태화호텔의 특색은 뭐죠? 태화 호텔은 무엇이 특화 되었나요?”

“태화 호텔은 대한민국 5성급 호텔로 최고급의 객실과 최신식의 피트니스. 온천식 사우나와 스파를 제공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말한 것 들 중에 다른 호텔이 없는 게 있나요?”

순간 그의 말에 대답이 나오지 않아, 하라는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건 억지라고. 모든 호텔이 갖출 건 다 갖추는 거지 어떻게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게 있을 수 있냐고 반박하고 싶지만 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구차한 변명이 다른 누구도 아닌 하라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이제 보니 태화 호텔은 ‘특화’라는 게 없다.

“태화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태화그룹의 절대적인 자본력이 만들어낸 돈의 성과입니다. 그저 비싼 자재, 비싼 인테리어. 비싼 셰프를 고용한 비싼 레스토랑. 태화 호텔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호텔이라 최고의 호텔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도 그 비싼 값은 하고 있어요.”

“알아요. 그래서 당신한테 대단하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당신 말대로 태화는 꽤나 그 비싼 값은 하고 있으니까. 그러니 나날이 매출이 늘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그건 자본의 힘이 아닌 운영자, 즉 연하라 당신의 힘입니다.”

이외의 칭찬이 나왔다. 대놓고 깔 때는 언제고, 갑자기 훅 들어오는 칭찬에 하라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기뻤다. 살짝 눈을 내리뜨는 그녀에 미소 지으며 주한은 계속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누군가에게 태화를 소개시킬 심볼(symbol)이 필요해요. 내가 스카웃 제의를 받았을 때마다, 이 호텔은 뭐가 유명하지. 이 호텔은 뭐가 좋았지, 하나 하나 생각나는데 유일하게 태화만이 조금 머뭇거렸어요. 그냥 대한민국 일등 호텔. 그 다음이 기억이 안 나더군요.

이건 심각한 문제에요.”

주한의 말은 하라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왜 이제껏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름 자신이 진취적이고 혁신적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하라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일등에서 시작한 게임. 그저 유지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그녀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었던가. 하라는 괜시리 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창피했다.

아픈 곳을 정확히 지적해 주는 주한에게.

“더 심각한 건 태화 호텔은 충분히 최고급이라서 눈에 띄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아주 힘들다는 거죠. 삼성급 호텔이 오성급 호텔의 스파만 갖추어도 이슈가 되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어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퀄리티는 최상을 자랑할 테니까요.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합니다.”

“그 때문에 그 베이커리를 택했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메뉴들로 가득 차 있어서.”

“맞아요. 그 정도로 정통 프랑스식 제빵을 하는 파티시에. 여기서는 찾기 힘들죠.”

“그런데 왜 그런 외곽에서 일하고 있는 거죠? 충분히 더 좋은 일자리가 있을 텐데요.”

“그건 사정이 좀 있어요.”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주한이 먼저 그녀의 어깨를 살짝 당겨 다시 걷게끔 만들었다. 커피가 식어가고 그녀의 양 볼이 점차 빨개지는 것이 신경 쓰였나 보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도리를 여며 주는 손길을 그녀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금세 한 걸음 물러났다. 조금 뒤늦긴 했어도 여전한 경계태세가 주한은 조금 씁쓸했다.

“사정이요?”

“거기 두 사람이 부부인건, 눈치 챘죠?”

“네.”

“두 사람의 아이가 많이 아파요.”

그래서 학교 수료를 한 달 남기고 부부는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미수료인 학생으로 마감된 이력서는 어디에서도 알아봐 주지 않았다. 그래서 차린 외곽의 작은 가게. 다행스럽게 SNS을 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주한의 귀에까지 들어온 거였다.

“아이가 아직 병원에 있다고 들었어요. 간병 때문이라도 시간이 자유로운 자영업을 선호하는 거 같더라고요. 일단은 거절당할 거 같지만 대표님이 허락한다면 제대로 설득해 볼 생각입니다.”

어느새 주한의 차 앞까지 도착했다. 주한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문을 열어 주었다. 날씨가 흐리다 싶더니만, 기어코 조끔씩 떨어지는 눈을 보며 하라는 은색 포르쉐가 참 예쁘단 생각이 들었다.

“......스카우트는 제가 합니다.”

이게 무슨 힌트일까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는 그다지 기를 쓰고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내버려 두고 싶었다. 처음처럼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 남자의 정체가.

“You will do yourself?[네가 직접 하겠다고?]”

“네. 내 호텔 사람, 내가 데려오겠다는데 문제 있나요?”

정체가 무엇이건, 민주한이 필요하다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

하라는 조금 놀란 얼굴의 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당연하다는 눈에 주한은 피식 웃었다. 그녀 말이 맞다. 문제 될 건 아무 것도 없다.

“No problem, of course.[아무 문제없지.]”

원래부터 모든지 직접 해야 직성에 풀리는 여자.

대한민국의 금수저로 살기엔 이 여자는 태생적으로 맞지가 않다. 주한은 그가 문을 닫아 주기도 전에 알아서 문을 닫고, 안전 밸트를 매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영어 쓰지 말아요. 치사하게 영어로 반말 할 거예요, 계속?”

“그럼 한국어도 반말해도 되겠네.”

“그 말이 아니잖아요!”
“자, 출발.”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상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FIANCE~

“쓸데없는 기사 나가지 않게. 최대한 신경 써 주세요. 되도록 아버지 귀에 안 들어가게 해주시고요”

- 그건 불능합니다, 사장님. 회장님 감시 체계가 누구인지, 저도 몰라요.

“그럼 적어도 최비서는 아니길 바랍니다.”

- 저를 뭘로 보시고. 저는 200% 사장님 사람이죠.

“그럼 능력 좀 발휘해 주세요.

저 연애 좀 하게.”

최비서는 농담으로 들었지만 재하는 진심이었다. 주말에 뭘 하는지 하라는 아까부터 핸드폰도 꺼져있었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가 있는 걸 보니 멀리 안 갔겠다 싶어 재하는 로비 일층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솔직히 제 발에 저려 달려 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하아. 왜 그런 미친 짓을 해서.”

재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숨을 내쉬었다. 초기 대응을 잘해서 다행히 언론은 많이 통제가 되었다. 그저 서예린이 팬 싸인회 중에 테러를 당했다고만 나와 있지, 그가 그녀를 감쌌다는 자극적인 기사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몇몇 예린의 팬들이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과 사진들이 나돌긴 했지만, 그것도 경호진들이 워낙 둘러싸서 명확히 찍힌 것은 거의 없었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사람 신경 쓰이게.”

재하는 다시 한 번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익숙한 기계음뿐이었다.

하라가 인터넷 기사를 본다거나, 연예계 뉴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SNS를 할 리도 없으니, 솔직히 언론이 유난만 떨지 않으면 하라 귀에 오늘 일이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운이 좋다면, 충분히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라가 알던 말던, 알게 되던 모르게 되던 재하는 ‘비밀’이란 걸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바로 달려온 거다.

당장에라도 얼굴을 보고 전부 얘기하고 싶어서.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전화도 안 받고 집에도.......!”

또 다시 핸드폰을 들어 올리려던 재하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다. 몰라 볼래야 몰라 볼 수 없는 화려한 자동차. 한 번만 봐도 눈에 익는 그 은색 포르쉐가 버젓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설마 했던 바로 그 연하라가 자연스럽게 내렸다.

토요일 밤. 핸드폰을 꺼 둔 채 다른 남자의 차에서 내리는 약혼녀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후 내내 들었던 미안한 마음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그럼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아, 진짜. 마무리 인사가 그게 뭡니까? 누가 보면 외근 갔다 오는 줄 알겠네.

명색의 데이트인데.“

“......월요일날 뵙죠. 총.지.배.인.”

데이트가 끝났다는 걸 강조하듯 그녀는 일부러 또박또박 호칭을 불렀다. 그 유치한 심통이 귀여워 주한은 피식 웃었다. 끝까지 그녀는 귀여움 충만이다.

“다음에는 그것 좀 벗죠?”

“뭘 벗어요?”

“그 쓸데없이 큰 안경.”

주한은 고갯짓으로 그녀의 뿔테 안경을 가리켰다. 하라는 재하에게 하도 듣는 소리라 그다지 새롭지도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무시한 채 조금 내려간 안경을 고쳐 썼다.

“눈이 안 좋아서 안 돼요.”

“알 없는 거 엄청 티 나는데?”

“......남 이사 알 없는 안경을 쓰든 말든 민주한씨가 무슨 상관... 자, 잠깐만요!”

순식간에 주한은 쓱 하고 그녀의 안경을 벗겼다. 구두까지 신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컸던 키 차이가 더 커지자, 하라는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당하고 말했다. 갑작스레 맨 얼굴이 된 하라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지만, 주한은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맨 얼굴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Look. I’m saying it's much better.[것 봐. 이게 훨 낫잖아?]”

“얼른 돌려 줘요! 왜 멋대로 남의 안.......!”

주한에게 안경을 뺏으려고 달려드는 그녀의 시야가 순간 커다란 손에 의해 완전히 가려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너무도 익숙한 향기.

“벗는 게 훨 낫죠. 그래서 나만 봐야하는데?”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체온. 익숙한 손길.

자연스럽게 그녀의 작은 머리를 안아 그의 가슴에 안고, 재하는 목소리와는 다른 매서운 눈으로 주한을 노려보았다.

“So?”

“So, Get the hell out.[그러니까 꺼져.]”

난생 처음 듣는 재하의 욕이 로비를 낮게 울렸다.

아무래도 재하는 변명 하러 왔다 변명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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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레이야입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대신 분량 빵빵하게 돌아왔습니다!

재하의 폭풍질투는 아무래도 다음회로 미뤄줬지만요:( 분량은 왜 늘 제 마음대로 안되는지ㅜㅜ

묵묵히 늘 기다려주시는 사랑하는 독자님!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번 화도 부디 마음에 드시길 바랄게요.

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귀찮니즘]

담편기대요!!

[프레이야]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베실이]

아~ 재하의 폭풍질투!!!ㅠ 다음화 너무 기대되네요~~^^

[프레이야]

재하의 질투! 기대해주세요♡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눈물이나]

묵묵히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프레이야]

감사합니다ㅜㅜ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기린초..기다림]

재하가 하라한테 화낼 처지는 아닐텐데 ㅋㅋ

[프레이야]

그러게요 자기도 뭐...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달리는거북이]

둘 사이에 방해꾼들 때문에 계속 오해하고 질투하고 반복이네요ㅜ

[프레이야]

너무 많아요 방해꾼이ㅜㅜ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수시아]

재하질투가 귀엽넹~~

[프레이야]

귀여움이 끊기고 폭발할예정입니다☆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상코미]

재하 엄청 화나서 하라 한테 엄청 퍼부을것 같네여 ㅠ.ㅠ 둘이 잘 되면 좋으려만....
즐거운 주말 되세요:)

[프레이야]

그러게요 폭풍이 예상되지요ㅜㅜ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superior]

재밌게 읽고가용❤️

[프레이야]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blackbin]

잘 보고 갑니다~

[프레이야]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Ding]

재하가 첫번째 데이트만에 알게되었네요 ㄷㄷ 아직 주한의 정체를 1도 알지못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

[프레이야]

그러게요 주한은 이제 시작인데 말이에요:)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쑥이랑]

잘 읽었어요^^ 다음편 기다려지네요 ㅎㅎ

[프레이야]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여닝]

우와~~~~ 마지막말 변명하러왔다가 변명듣게생긴..ㅋㅋㅋㅋ웃기당 다음편이 기대되용^.^

[프레이야]

사람일은 정말 모르죠ㅋㅋㅋ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쪼미]

잘보고갑니다~
빵빵한 분량으로 돌아오셔요~ ㅎㅎ 기다리고 있을게용! ㅎ

[프레이야]

분량 알아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ㅜㅜ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날개]

잘보고가요작가님~ 난 질투하는 재하가 좋더라 ㅎㅎㅎㅎ

[프레이야]

저도 좋더라2223333
다음회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jjanga]

헐 바로 달려온다고 온건데 ㅠ... ㅏㅎ.............. 정말 ................................................................ 재하의 질투 ~ 왜 여자는 남자의 질투에 설레는걸까요 ㅋ

[프레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달려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회에서 다시뵈어요♡

[비야]

이번편도 재밌었습니다~.....만.... 저기 오타....하라가 비판하지말라고 하니까 주한이 현실을 말한거라고 말하는 부분... 재하라도 적혀있어요.....

[프레이야]

감사합니다ㅜㅜ 주한 재하 이름도 안비슷한데 엄청 실수하네요ㅜㅜ
다음회에서 다시뵙겠습니다♡

[라핫]

그래요 변명을 들어야죠 ㅋㅋㅋ

[지호]

ㅠㅠㅠㅠㅍ 너무재밌어요ㅠㅠ 재하 너무 매력적인거 아닌가요ㅠㅠㅠㅠ

[-영원_-]

ㅜㅜ정말 오랜만에 기다려지는 소설이네요 !! 담편도 기대하면서 정주행하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