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탐방지도사12기 13강_제주민요 따라 부르기
제주민요 가락에 담긴 한, 노랫말에 담긴 제주어
또다시 안개비 잦은 명도암으로 향한다. 명도암이란 지명은 김진용 선생의 호에서 유래하였고 ‘길을 밝힌 사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오름해설사 과정으로 명도암에 다다르던 날처럼 안개가 자욱하다. 당시도 안개 속 명도암 길을 달려 민오름에 오른 후기를 썼었다.
문탐 기본과정 답사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고 시연 전 마지막 시간이다. 집에서 멀지 않아 자주 찾고 머무는 곳인데 슈타인홀은 또 처음이다. 마음이 쉬고 싶을 때면 명도암 길을 달려 오름에 오르거나 숲에 들곤 한다. 이 길에 다다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담한 슈타인홀에서 문탐 기본과정 중 색다른 제주민요 수업이 시작되었다. 객원 강사님과 대면 후 두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났다. 가락은 평이하고 쉽지만, 시내권 제주 토박이도 쉽지 않다는 오래된 제주어 발음이 좀 어렵다.
실질적으로 민요의 특징은 악보가 없고 곡도 없고 글도 없다. 전부 소리로만 구전되며 수십, 수백 년 간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맞다 틀렸다 논하는 것 자체가 뭘 모르는 논쟁이라니, 부르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 또한 매력이다. 그렇기에 민요는 민중의 소리로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예술이라고 평가된다.
문탐의 답사는 현장을 찾아가며 듣는 해설의 재미인데 가만히 앉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니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다. 언제 또 이런 시간을 가질까 싶어선지 모두 목청껏 불러제꼈다. 강사님 말씀이 목이 아프면 목으로 부른 것이니 배에 힘주고 부르라신다.
꼼짝 꼼짝 고사리 꼼짝~
제주도 한라산 고사리 꼼짝~
까마귄 까왁 생인쪼짝 강돌와리 침떡~
ᄒᆞᆫ빗도라 옥초리 밥초리 고망딱새 납짝~
가볍게 동요로 시작하고 돌림노래로 부르니 굳어진 어른들끼리 윤창이 잘 될 리 있나. 민망해 웃으며 어느새 어린 학생이 된 듯 즐겁다. 조금씩 어려워지는 망근소리, 해녀 노 젓는 소리를 해본다.
제주민요는 창민요 보다 노동요가 대부분이고 한이 서려야 한다니 부르면서도 맘이 애잔했다. 제주 여성들의 강인함 뒤에 스스로 승화시키는 아픔이 엿보이는 제주민요다.
강사님이 교직에 재직할 당시는 제주어 사용이 거의 금지되다시피 했었고 제주어를 쓸 기회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공개 수업 중에 표준어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살폈다고 하니, 지금의 각계 제주어 보존 노력에도 어휘는 살아나지만 억양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제주는 왜 제주어를 잃을 뻔했을까. 가까이는 공교육을 열심히 받은 탓에 지자체의 대동소이한 사투리 콤플렉스 때문이고, 제주는 유독 심했던 것 같다. 멀리는 아마도 일제강점기 탓이 클 것 같다. 1911년 조선교육령이란 망할 것이 공포되고 '일본어는 국어’ '한국어는 조선어’가 되어 열등한 언어가 되었다. 지금도 제주 어르신들 중 일본어를 꽤 잘하는 분들이 많다. 제주어 또한 중산간 마을에 그 원형이 많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어와 조선어, 해방 이후 표준어와 방언이란 이중 언어 생활 속에서 지역은 교육은 개인은 무엇을 사용코자 했을까.
제주 입도 15년 차지만 실생활에 제주어 사용은 거의 없는 편이다. 종종 시골 마을로 취재를 다니며 그나마 귀가 조금 뚫린 정도지 어휘나 억양은 당연히 어림도 없다. 진작에 민요를 배워 볼 것을, 그랬으면 지금보다 좀 더 제주어를 잘 이해하고 말하지 않았을까. 제주어가 사라지는 것은 나라 적 손실이다.
이번 시간을 통해 제주어 매력을 또다시 발견한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
첫댓글 제주민요를 부르던 그 때의 느낌이 다시 되살아나네요. 이현옥선생님의 제주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글 속에 잘 녹아 있는거 같아요. 이년~ 이녀~~언 노래도 한 번 흥얼거려가며 잘읽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제주 민요는 삶의 연속인 노동요 속에 녹아 들어 있는 한이네요 잘 읽어 보았어요. 이맘때
어렸을적 보리밭에 심부름으로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 받아 오면서 한모금 마시던 생각이 나네요
망근소리를 들을때 느꼈던 울림이 다시 전해 지는것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민요를 배우는 동안 초등학교 음악시간으로 돌아간 기분이라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악보를 보며 다시 민요를 흥얼거려보겠습니다🎭🎼
모두들 소리높여 열창을 하더이다.
열심히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느꼈어요.
글을 읽으니 영어를 공부한답시고
팝송을 열심히 따라하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제주의 한 단면을 냉철하게 꿰뚫고
깊은 내공의 시선으로
고급지게 펼쳐나간 후기가
돋보입니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