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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논제
■ 논제 :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 1.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기업 친화적인 감세 정책을 꾸준히 냈다. 법인세를 줄이고, 대기업의 소득공제는 늘어만 가 고액 납세자의 조세 부담이 줄었다. 기업의 부담이 줄면 그만큼 더 많은 인력을 뽑아 일자리가 늘어 취업문제가 해결될 것이며, 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에 머물렀다. 이러한 기업 친화적인 감세 정책은 전혀 그 실효가 없었다는 증명이다. 그렇기에 윤석열 정부의 고액 납세자와 기업 친화적 감세 정책에 반대한다.
고액 납세자와 법인이 부담하던 세금은 현재 서민이 대신 부담하고 있다. 모든 세수가 줄어든 반면 유일하게 근로소득세만 그 비중과 액수가 늘었다. 세금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걷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의 재분배 역할을 시행한다. 현재 한국의 세수 구조는 이러한 부의 재분배 역할을 방치한 것을 넘어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부작용을 가장 심하게 앓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구조를 현재 상당 부분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부촌과 세계 최악의 빈민촌을 동시에 보유한 극단적인 양극화를 앓는 국가이다. 한국의 현재 조세 방식을 꾸준히 고수한다면 아마 미국의 문제는 더는 미국만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이미 중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탕핑족’은 이러한 불평등한 경제 구조에 반발하는 중국의 20~30대 청년들을 칭하는 말로, 이들의 저항 방식은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게 된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에서 벌어지는 고통을 국가가 구제해야만 한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을 구제하기 위한 방책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중국의 20~30대 청년들은 경제적 차별을 받고 일하는 것에 비해 많이 내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을 통해 저항하겠단 의지를 갖고 ‘탕핑족’을 자칭하였다. 현재 한국의 취업난은 여전한 사회문제이다. 청년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꾸준히 실업율은 높아지고, 구직을 5년 이상 실패한 경우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의 눈속임을 써도 이 추세는 감출 수 없었다. 한국 정부는 취업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나, 옆 나라의 사례를 보아 최소한 이를 심화시키는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조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게 가는 혜택을 선별해야만 한다. 현재처럼 전체적인 법인세를 줄이고, 환급하는 방식이 아닌 중소기업만을 위한 혜택을 늘려야만 한다. 현재처럼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는 혜택은 겉보기에는 평등한 방식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실상은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체적인 세수가 줄어들어 국가기능이 위축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섬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혜택이 필요하다.
# 2.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을 강조하며 출발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원인에 지난 정부의 조국 전 장관 입시비리 논란이나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원 수수 의혹이 공정 측면에서 실망한 이들의 표심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공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감세로 경제를 살릴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세수가 올라가 모두가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이 늘어나 사회 재분배 효과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윤석열의 공정은 진짜 공정이라고 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부자 감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인세 및 상속, 증여세 감축은 대기업을 위한 것이며 종합부동산세, 자본소득세 개편은 부자 위주 정책이다. 해당 세금 항목들은 세금을 내야 하는 기준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데, 이들을 완화한다면 결국 고소득자를 위한 방안이 아니냐는 것이다. 부자감세는 고소득자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일단 감세로 세수가 감소하면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계층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사회 기본 시스템을 누리는 국민 모두가 피해를 받는다.
또한 윤석열의 공정은 '자신의 노력'을 중요 가치로 여기며 구조적인 불평등을 간과한다. 우리 모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한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의 능력주의의 폐해와 연결될 수 있다.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우연히 가지고 있던 재능이 시장에서 인정하는 재능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곤경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게 하여 소득 격차를 정당화할 수 있다. 따라서 엘리트는 자신이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자신의 부의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엘리트가 아닌 나머지는 노력이 부족했기에 자신이 부를 갖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낙수효과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사회재분배 효과는 이 시스템에서 작동 불가능하다. 이로써 낙수효과로 엘리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사회 양극화를 더욱 확산시킨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소득격차의 원인은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다. 정치, 제도적 원인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 것이다. 이로서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고 부의 재분배를 이룩하기 위함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신자유주의는 낡은 개념이며 이를 표방하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부의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다. 부자는 끝도 없이 잘 살고 선진국임에도 절대적인 빈곤층이 많아져 홈리스가 늘어나고 마약과 같은 사회 치안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개인의 노력이 개인의 노력만이 아닌 현실에서, 이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은 국가를 불행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다. 세금의 사회적 역할은 저소득층만을 위해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 인프라 구축 같은 공공서비스, 환율 방어 같은 경제 정책, 치안 유지와 같은 곳에도 사용된다.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되는 이유다.
# 3.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은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윤 정부는 부동산 감세와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라는 크게 3가지 감세 정책을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집값 안정화, 낙수효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들었다. 해당 문제의 원인은 따로 있다. 집값이 고공행진한 이유는 수도권 집중화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계는 낙수효과가 미미하다고 인정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낙수효과를 신봉한 미국에서 하위 90%의 평균 소득이 40년간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지배주주는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더 내야해 주가를 부양할 유인이 없으며 상장사 이사에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방안은 효과가 없다.
감세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취약계층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세수결손은 56조원이 넘는다. 이에 윤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방교부세 23조원을 삭감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가 18조원가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산이 삭감된 지방자치단체는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2005년부터 중앙정부로부터 67개 복지사업을 이양 받아 복지 최일선에 서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초생활보장과 취약계층 지원 등 8개 부문을 합한 사회복지분야예산은 물가상승분을 제외하고 2022년 8.1% 증가했지만 윤 정부 예산이 적용된 2023년과 2024년에는 2%대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인간소외와 물질만능주의를 막기 위해 복지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 소극적 정부 시절 아동 노동 착취와 저임금, 양극화 심화와 같은 자본주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윤 정부의 감세정책은 이러한 정부의 복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반 부동산 감세를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 덕분에 집권 명분이 강화됏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이야기를 꺼내며 투자자들의 환심을 샀다. 모두 나라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본인의 지지율을 높이거나 소속정당의 표를 모으기 위해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우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대통령의 포퓰리즘적 행동은 헌법상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헌법은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정했다. 또한 '대통령은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만을 남발한다면 민생은 피폐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정말 집 값 안정화와 경제부양,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하고 싶다면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4.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세금제도 개편 방안 검토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윤석열 정부의 세금 개편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많다. 종부세·상속세·금투세의 특징은 ‘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세금을 내는 소수자’다. 종부세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고가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이 해당된다. 현재 1가구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기준 12억 원을 넘기지 않는다면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안 내려고 연말마다 주식을 내다 팔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매년 12월 개인은 순매도한 적이 많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는 2022년 한 해만 빼고 매년 12월에 올랐다. 또한 해외 주식 투자는 연수익이 250만 원만 넘으면 세금을 물리지만, 투자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즉 과세와 상관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투자한다는 뜻이다. 과세가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것 때문에 자본시장이 폭락한다는 얘기는 과도한 주장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에서 비정상인 건 지난 2년 폭등한 가격이며, 자산 증가에 따른 세금은 당연한 책임이다. 부동산 민생 문제는 세부담이 아니라 높은 집값과 주거비에 있다. 진정 세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게 더 우선일 것이다.
56조 4천억 원. 지난해 국세에서 구멍 난 돈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정책 기조인 건전재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유는 ‘감세 정책’이다. 소득세, 종부세, 법인세에서 총 6조 4천억 원이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감세 정책을 더 쏟아내겠다는 뜻이다. 감세 정책을 하면 주로 대기업과 부자들이 이득을 본다. 줄어든 세금으로 정부의 올해 R&D 연구개발 예산 및 교육 예산이 줄어들었다. 더불어 추가 세수 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 상향 조정이나 소득세 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낙수 효과’를 주장했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더 큰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주식 투자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원칙을 위배한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내세우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근거로 내세웠다. 세계 금융 중심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소득세법에 따라 1916년부터 주식 투자 소득에 과세를 하고 있다.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 34개 나라가 세금을 매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세금 제도는 복잡하다. 감정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이슈다. 안정적 재정을 위한 조세체계 밑그림이 필요하다.
# 5.
대한민국 세금체계 법적 근거인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평등주의는 공정을 말하지만, 현실의 조세정책과 세제입법현장에서는 정의와 공정을 찾기 어렵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걷힌 국세가 150조원 가량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조 1천억원 줄어 ‘세수펑크’가 확실시 됐다. 국세 수입이 급감한 주 원인은 법인세인데, 기업 실적악화로 수입이 저조한 형국에서 세율 인하까지 추진한 것은 경제적 흐름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운영’할 마음이 있다면 세수를 가볍게 이용할 수 없다.
이상적 조세제도의 성격은 ‘공평성’이다. 소득과 자산이 충분한 이들의 세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특혜적 규정들을 재검토하여 조세 공평성을 되찾아야 한다. 조세분야는 국가의 활동 중 공평이 가장 면밀하게 적용되어야 할 영역이다. 소득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의 세 부담을 고려하고 경제안정화를 위한 재정정책이 가능한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과거에 비해 경제 주체들의 소득구조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소득재분배 역할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은 거대한 퇴행이다. 이례없는 ‘세수펑크’, ‘국채증가’ 에도 감세 정책에 대한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를 통해 현정부가 조세정책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과 그에 따른 대안책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위로 추진하는 방식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는 현실을 알 수 있다.
조세의 ‘중립성’은 과세결과 납세자의 상대적인 경제상황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추는 것은 조세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이다. 중립적이지 못한 세금은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 왜곡을 부른다. 조세의 개입이 커지고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할 수 없다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기업상속공제, 금융소득에 대한 저율과세, 법인세율 인하는 모두 비중립적 과세이다. 정치경제적 성격의 조세정책에서 정치, 그 중에서도 지지층만을 고려한 정책이다. 경제적 부분의 큰 혼란을 불러오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으며, 이는 곧 사회, 국민 삶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세수가 줄어들어 사회복지에 들어가야 할 재정과 공공 서비스에 들어가야 할 재정이 축소되고 세금이 쓰여야 할 곳에 지원이 줄고 있다. 조세 공평주의에 어긋나는 감세 정책의 결과는 기업과 자본가가 아닌 오로지 개개인의 몫이다. 민생 회복과 사회 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희생하려 했음을 알아야 한다.
# 6.
우리는 평균 실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평균은 많고 양극단은 소수여야 하는 우리 사회의 정규분포가 붕괴하고 있다. 한 마디로 중간이 없어졌다. 윤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가 대부분 ‘그냥 중산층’이라고 했다. 이 말은 중산층에 대한 이해조차 잘못한 것이다.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려면 공시가 12억원이 넘는 집을 소유해야 하니 그냥 중산층이 아니라 고소득층이다. 윤 정부는 현재 대한민국이 과도한 세율로 중산층 서민을 괴롭히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중산층과 우리가 알고 있는 중산층은 사뭇 달라 보인다. 윤석열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을 내세우며 수많은 감세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 사태를 초래했고 소득과 부의 양극화는 심해졌다. 중간을 지키겠다는 결심과 달리 중간을 붕괴하고 있다.
중산층은 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사회 공동체의 든든한 받침대다. 경제를 지탱하는 중산층의 몰락은 국가 붕괴로 이어진다. 중산층의 기반이 날이 갈수록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반을 쌓아도 모자랄 판에 윤 정부는 거꾸로 무너트리는 기행을 보인다. 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 확대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심각한 한국에서는 이들의 세금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마땅한데, 요즘 정치권에서 거꾸로 그것들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많은 국민을 근심시키고 있다. 종부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상속세 대폭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정책들로 최대의 이익을 누릴 사람들은 부동산 과다 보유자들이므로 이것들이 실행되면 부 추출을 통한 불로소득 취득이 더욱 활성화되고 그로 인한 불평등은 더 심해질 것이다.
윤석열은 더이상 대기업과 고자산가들의 감세가 곧 모든 국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황당 논리를 멈춰야 한다. 윤석열은 각종 감세정책이 낙수효과로 이어져 경제가 활성화되고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 연구팀에서 OECD 18개 나라의 세금 자료를 50년 치 분석한 결과, 부자감세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며, 상위 1% 부자들이 국민소득에서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면서 불평등이 악화된다고 밝혔다. 즉, 부자감세로 경제적 성과를 높인다는 낙수효과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소득분배는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꿰한 것이 재정 악화를 낳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고 했다. 윤석열은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선언했지만 서민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기에 왜곡된 중간을 설정했고 허황된 민생 정책을 펼쳤다. 입으로만 외치는 민생은 아무 의미 없다. 부자 감세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리는 만무하다. 상상 속 중산층과 현실의 중산층을 구분해야 한다. 서민들이 기울어진 고용시장, 양극화된 실물경제에서 밀려나 영끌빚투로 금융투기장에 올라탔다가 쓴맛을 보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부의 양극화의 비극적 결말이다. 중간을 붕괴해놓고 사다리를 올라타라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가 놓고자 하는 기회의 사다리를 진짜 중산층이 올라탈 수 있게 해야 한다.
■ 논제 : 여성징병제 주장에 대해 찬반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치하면서 세계가 전쟁의 위험을 직면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안보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선 여성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어떨까?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았고, 우리에 대한 도발도 꾸준하다. 또한, 이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대한민국의 저출생 현상은 앞으로 안보인력의 폭발적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생각해보면, 우리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는 칠흑같이 어둡다. 덴마크는 최근 '변화한 안보환경'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여성징병을 실시했다. 대한민국은 휴전국가, 내일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안보를 위해 여성징병제를 도입해야만 한다.
최근 몇 년 간 우리 국민들은 전쟁의 참상을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아닌 실시간 뉴스로 접했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엔 자비가 없다. 전쟁의 위협은 남녀를 가리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에겐 더 잔인하다.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생존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한다. 여성징병제는 이때 빛을 발한다. 전쟁에서 군사훈련은 다양한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극한 상황의 경험, 총포 사용의 경험, 부상 처치의 경험. 군대에 다녀온 성인남성은 당연히 겪어본 이 경험을 대부분의 여성은 겪지 못했다.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전쟁이 나면 모든 안전을 남성에게만 맡겨야 한다.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여성과, 군사훈련을 받은 여성. 생존가능성은 절대적으로 후자가 높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는 격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은 국가의 안보를 위함이 아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
여성이 군대에 가는 것은 전쟁의 상황이 아닌 일상의 상황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과거서부터 병역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3회나 이뤄진 것을 보면, 남성들은 자신들만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에 불만을 느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갈등이 극심한 현재 상황에서 남성들의 불만은 폭발적으로 강화됐고, 이는 남녀평등을 주창하는 상황에서 '그럼 여자도 군대 가던가'라는 말로 치환됐다. 고위공직자 여성의 비율, 강력범죄 피해자 여성의 비율, 남녀의 임금격차를 보면, 여성들의 평등요구는 아직 필요하다. 하지만,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어려워지고 있다. 작금의 한국에서 평등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더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여성이 군대를 다녀옴으로 다양한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면, 여성징병제는 진정한 성평등으로 도달하기 위한 첫단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여성들을 징집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고, 정부는 여성징병에 대해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을 바로 징집하는 것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군사교육을 실시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안보교육 또는 보건교육을 강의나 실습을 통해 교육하거나, 짧게라도 기초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위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징병을 위한 제도적 구조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여성징병제는 자연스레 우리 일상에 녹아들 것이다. 여성징병제는 전쟁의 위협과 저출생으로 인한 안보인력 감소 나아가 여성 스스로에게까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제 정부와 여성은 국가와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에서 여성의 위치를 수동적 상태가 아닌 능동적 상태로 놓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 2.
한국 사회에서 남녀 갈등은 시대가 변할수록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한국은 20세기 초반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전쟁과 식민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남성은 전쟁에 나가고, 여성은 대부분 위안부로 끌려가거나, 공장이나 농장에 노동력으로 이용됐다. 이 과정에서 성차별은 시작되었고 지금도 사회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해 애쓰지만, 실질적으로 해결된 경우는 많지 않다. 남성들은 아픈 곳이 없으면 대부분 군대에 가야하고, 여성은 회사에 다니다가 임신하게 되면 경력 단절이 되는 경우가 아직도 빈번하다. 정치인들은 ‘여성징병제’를 내세워 더 많은 표를 얻으려는 표 싸움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법안이 발의되는 일은 아직까지도 없었다. 지금 상황에 한국에서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기에는 섣부르기 때문이다.
여성 징병제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와도 비교했을 때 한국은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 여성징병제 나라 중 대표적으로 노르웨이를 예시로 많이 든다. 그렇지만 노르웨이는 조건부터가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2014년에 여성 징병제에 대해 투표했을 때 95명중 90명이 찬성하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2016년 여름부터 실제로 여성의 입대가 시작됐다. 노르웨이는 성평등 지수가 높다는 나라 중 상위권에 해당하는 나라이다. 군대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줄이고자 서로 동료로 인식하기 위해 남녀 구분 없이 막사를 같이 사용하는 획기적인 방법까지 썼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성평등 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95위로 아직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2021년에는 여성 징병제 국회 법안 청원이 20만 명이 돌파했음에도 법안으로 발의되지 않았다.
세계 최강 미국의 군대가 유지되는 것은 최첨단 무기와 장비, 실전적인 전략과 전술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군인을 예우하고 존중하는 문화와 든든한 복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2014년 CNN 보도에 따르면 비행기에 탑승한 미국 육군 특공부대 상사가 제복이 구겨지지 않도록 상의를 옷장에 보관해 줄 것을 여승무원에게 부탁했지만 “옷장은 일등석 승객용”이라며 거절당했다. 이를 본 일등석 승객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자리에 앉으라며 나섰다. 한국에 상황이었다면 과연 같을 수 있었을까. 한국 군인의 복지는 전보다는 많이 늘었지만 2년을 보상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복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인데 한국은 군대에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해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조차 쉽지 않다. 군인에 대한 예우를 해주지 않는데 누가 군인을 하고 싶을까. 지금 당장 성차별 인식개선은 어렵다. 그렇지만 군인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인식 개선이 해결된다면 군대를 가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여성징병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각개전투’라는 군인 용어가 있다. 각 개인이 각자 전투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함께전투’를 해야만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여성 징병제가 다시 논의되고 실질적으로 법안 발의까지 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공약만이 아닌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우를 지켜 ‘함께전투’ 해나갈 때, 여성징병제 논의가 다시 이뤄진다면 지금과는 다른 실질적인 방안과 해법이 나올 것이다.
# 3.
‘다구리에는 장사없다’는 격언은 격투기판에서 오래 쓰이고 있다. ‘다구리’는 상스러운 속어가 아니라 국어사전에 등재돼있는 단어로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실력의 수준이면 당연히 인원 수가 많은 쪽이 싸움에서 유리 할 것이다. 이는 전쟁에서도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전쟁 중인 국가다. 1953년 7월 27일부터 전쟁을 잠시 멈춘 ‘휴전국’임을 잊으면 안된다. 전쟁은 언제든지 불시에 발발할 수 있고, 우리는 그 때를 대비해 국군 인원을 늘려 국방력을 키워놔야한다. 하지만 10년전에 비해 국군 장병의 수자가 10만이나 감소한게 현실이다. ‘여성징병제’를 도입해 국군장병의 수를 늘려 국방력을 증진해야한다.
국민끼리 똘똘 뭉쳐 팀워크를 올려야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나라는 ‘남자’와 ‘여자’ 두 팀으로 갈라져 비난하며 서로 싸우기 바쁘다. 남녀간의 싸움을 보면 꼭 나오는 주제는 군대 문제이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돼, 남자들의 고충을 몰라 관련 내용의 토론을 하면 동상이몽을 꿈꾼다. 빛나는 시기인 20대 초반에 남자들은 군에 입대해 젊음을 바치며 국가를 지킬 때, 여자들은 공부를 하며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는다. 군가산점이란 제도는 실효성문제로 1999년에 폐지됐고, 성평등 문제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이 때 ‘여성징병제’가 도입된다면, 남성만이 느꼈던 고충을 여성도 함께 느끼게 될 것이고 성평등 이슈 해결에 밑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여성징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작년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 징병제 도입 논의는 군의 역량을 강화하기보단 성평등을 둘러싼 쟁점만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원식 후보자의 말처럼 사회적으로 합의를 하고, 과도기를 통해 서서히 여성을 국군 인력으로 유입시켜야 한다. 초기에는 기초군사훈련을 출퇴근 방식으로 단기간에 교육시키고, 주기적인 정신교육을 통해 단계적으로 국가를 위한 자원으로 육성시켜야 할 것이다. 시작은 전투병과가 아니여도 좋다. 통신, 간호, 병참 등 비전투 병과로 시작해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천천히 아들게 해야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며 전쟁이 그렇게 멀리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나라는 약 50만명의 국군이 복무중에 있으며,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330만정도의 인원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전쟁중인 북한의 경우 100만명의 국군이 복무중이며, 예비군까지 포함하면 900만정도의 인원이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전투참여 인원이 3배가 차이나는 이 시점에, 저출산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입대인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현실이다. 자유와 평화는 거저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성징병제를 통해 국방력에 힘을 보태 부국강병한 나라를 만들어야한다.
# 4.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여파로 병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력 감소는 곧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 병력 수급 문제 해결방안으로 여성 징병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여성을 징집 대상에 편입시킴으로써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징병제는 근시안적인 대안이다. 가파른 인구절벽 아래 또다시 병력 부족 현상을 마주할 것이다. 징병제를 기반으로 병력 규모를 유지했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군사력을 보강할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사회로 변화해 온 시대 흐름에 맞춰 전쟁 양상도 변화해왔다. 미래 전쟁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비살상전, 무인로봇전, 정보 및 사이버전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통적인 군사 수단에 사이버 공격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잘 보여준다. 세계 각국은 AI 기반 최첨단 전투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2040년까지 AI 기반 자율형 무인전투 체계로 무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 신기술을 적용한 첨단 과학 기술군으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된 전쟁 패러다임에 최적화된 기술집약형 군 구조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징집병은 2년 이내 기간을 현역으로 복무하고 이후 예비군으로 전역한다. 이들이 첨단 무기를 다루고 고도로 전문화된 전쟁을 수행하긴 어렵다. 기계화, 자동화되는 미래 전쟁에서 노동집약적 군 구조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장기 복무하며 군의 효율화와 전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예군을 육성해야 한다. 모병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고숙련된 전문성 있는 병사들이 하나의 높은 직업정신으로 결집해야 군사력이 강해진다. 모병제는 병력 부족 문제와 군사력 강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열쇠이다.
모병제는 병력 충원 가능성이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오랜 기간 시행되어 온 징병제 속에서 한국 군대는 폭력 및 가혹행위, 인권유린, 성범죄, 총기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폐쇄 집단으로 국민에게 인식됐다. 군 생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입대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할 것이다. 사회변화에 맞추어 전투 체계와 조직체계가 변화하듯 병영문화도 사회와의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를 척결하고 자율과 책임, 인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선진 병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모병제를 필두로 새로운 군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 5.
한국의 징병제는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토대로 설계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뒤늦은 근대화의 물결에 탑승해 경제력과 군사력의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은 한국 정부는 철저한 성별분업이 기초해 남성 인구를 징집하기 시작했다. 군대에 가는 것을 ‘남성다움’을 증명하는 일이라 선전하고, 군필자에게는 노동시장에서의 우대권을 주고, 미필자를 차별하며 군대 내 위계질서를 강화했다. 이는 군사제도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당시 남성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은 사회적 자본을 획득하는 과정이면서, 남성 권력을 유지하는 동력이었다.
한국 사회의 ‘여성징병제’ 도입 논의는 이러한 근대적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남성 노동자들의 집단적 해고가 이뤄지고, 여성이 유연 노동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점차 해체되기 시작했다. 남성의 병역의무 이행이 노동시장에서 점하는 우위도 약해졌다. 실제로 많은 남성이 병역의무를 ‘손실’로 인식한다. 여성과도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군 복무가 오히려 취업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도 ‘동등하게’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위기감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가깝다. 구조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차별을 무시한 채 남성중심적 시스템 안으로 여성을 포섭해야 한다는 손쉬운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여성징병제에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성평등’을 내세우는 아이러니는 여기서 비롯된다.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이미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하지 않는다. 한국은 몇십 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여성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집안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등 이중 노동에 시달린다. 애초에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값싸고 취약한’ 노동력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구조를 간과한 채 ‘성평등’을 근거로 여성징병제를 주장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여성징병제에 대한 요구는 그 진정한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남성의 희생과 손실을 제대로 보상받고 싶다는 인정욕구의 표출에 가깝다. 2017년 이후 여성징병제 도입을 주장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남성의 박탈감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를 ‘젠더갈등’으로 확대해석하여 여성징병제, 군가산점제 등 섣부른 정책을 내놓는 정치권의 모습은 군대 자체에 내재한 문제를 은폐하고 남성 집단을 어르고 달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군대를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나 ‘애국심’이라는 거대 담론으로 남성 인력을 무책임하게 다루는 것을 정당화해온 국가의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징병제’를 논하기 전에, ‘징병제’에 대해 충분히 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가 안보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지위를 갖는지, 병역의무를 국민의 자격처럼 내세우는 국가주의의 논리는 정당한지, 성별분업을 기초로 설계된 군사주의 체제 안에서 여성과 국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한국 사회는 충분한 논의를 거친 적 없다. 이러한 질문이 선행되어 군대 내 문화가 변화하고, 징집병의 처우가 개선되고, 군사주의가 배제하는 이들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된다면, 여성징병제가 성평등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제도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 6.
남성의 징병은 역사에 의한 결정이었다. 과거의 군대는 엘리트집단으로 군대 동원은 강제 징집보다는 특권에 가까웠다. 고대 도시국가인 아테네가 그러했다. 당대의 엘리트집단이었던 군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한 명의 훌륭한 시민으로서 인정받고 군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에 반해 사회적 특권을 누리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남성권위적이었던 당시의 분위기 상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은 불합리가 아니라 오히려 역차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군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지금의 군대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20대의 청년이 2년이라는 시간을 희생하여 복무하는 곳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군가는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이 현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협정상 휴전 상황, 북한과의 안보 문제, 지정학적 특수성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구타, 가혹행위, 군복무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사라진 사회적 인식, 은폐되는 범죄 행위 등 병역 제도에 대한 비판이 심각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를 치러야 할 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를 오늘날에 묻는다면 그것은 러시안룰렛에 가까운 논의가 될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분쟁이 되고 있는 이 대답이 역사가 진행되는 역학작용 중에 남성으로 결정되었을 뿐이다.
현재에 이 결정을 뒤집는 것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여성의 군대 추출은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분석은 이미 많다. 늘어난 여성 군인에 따라 추가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군대 유지비,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비효율성, 급격한 변화가 야기할 혼선이 그것이다. 여성 징병제가 국책으로 논의될 만큼 병력 부족 문제가 시급하고 위급한 상황인지 또한 불분명하다.
여성의 군대 징집이 수면위로 떠오르는 데에 기여한 가장 큰 요인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 차별의식’이다. 그러나 여성의 징집이 의무 군복무로 남성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수단은 되지 못한다. 다른 집단을 끌어들인다고 군복무 과정에 존재하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은 논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남성의 군복무에 존재하는 불합리성에 대한 인지는 합당하지만, 그에 기인한 심리적 기제를 여성의 군복무라는 형식적 동일성으로 이끄는 것은 잘 포장된 불풀이에 가깝다. 진정 물어야 하는 질문은 ‘여성이 군대에 가야 하는가?’가 아니다. ‘남성의 군복무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게 우선이다. 소모적인 성별프레임이 빚어낸 논쟁에 시간을 쏟지 말아야 한다. 이분법적인 성별 대립에 엮이는 것은 군대의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시간을 소모할 뿐이다. 진정 시급한 것은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고안하는 것이다. 군사안보에 참여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존경과 인정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 논제 :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이른바 ‘함정 취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취재윤리 측면에서 이러한 취재 방식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
# 1.
'알 권리와 '사생활 보호'의 두 가치가 충돌하는 것은 어떤 것을 따르는 것이 취재윤리에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딜레마 중 하나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도 그러한 딜레마를 포함하고 있다. 가치는 결백한 것이 아니므로 어떤 것이 더 낫거나 못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취재윤리를 그 기준으로 삼아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 취재윤리는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습득해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함정취재를 통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취재는 이러한 취래윤리의 목적을 따르지도 않고 달성하기도 못했다는 점에서 취재윤리에 허용되지 않는 취재방식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함정취재 한 것은 불법으로 효력이 없는 근거이다. 함정 취재의 내용이 효력이 있으려면 범행의도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에 그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었으므로 불법적 취재이다. 실제로 김건희 여사는 명품백을 건내는 최재영 목사에게 이런거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고 취재를 목적으로 서울의 소리와 여러 뇌물을 준비하는 등 사전에 공모한 내용이 밝혀지기도 했다. 법은 국민이 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호 한다는 취재윤리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법에 위반된다는 것은 취재윤리에도 어긋난다는 볼 수 있는 것은 그래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는 함정수사가 위법이라는 점에서 알 권리보다 사생활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함정취재는 취재윤리 측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 위법적인 취재라는 점에서도 그 취재의 목적이 공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 그 취재가 보도됨에 따라 더 큰 문제를 만들었다. 취재 과정의 위법성과 처벌 여부에 대한 정쟁이 발생한 것이다. 정쟁과 같은 갈등상황은 시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을 방해 한다. 본질적 문제를 벗어나 개별적이고 부수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취재윤리의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국민이 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부인인 만큼 행동을 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는 비판받을 수 있다. 모두가 쓰레기를 버리는 길에서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 길을 청소하는 청렴하고 배려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건희 여사는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윤리적으로는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함정취재는 엄연히 불법취재로 죄를 묻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를 처벌한다면 취재 윤리와 목적을 같이하는 법의 영향을 벗어난 행위로 오히려 취재윤리의 정당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깊은 나무의 뿌리처럼 취재윤리는 취재보도의 가치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되어 국민이 그들의 권리를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2.
2018년 2월,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6명은 성매매 현장을 잡기 위해 함정 수사를 계획했다. 경찰관들은 한 모텔로 성매매 여성을 요청했고, 여성이 도착해 씻으러 간 사이 4명의 경찰관이 여성에게 동행을 요구했다. 결국 이 여성은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함정 수사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범죄 의사를 가진 자에게 기회만을 제공하는 기회제공형과 계략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행을 저지르게 하는 범의유발형이 그것이다. 함정 취재 또한 함정 수사와 비슷하다.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의를 유발하여 범행의 순간을 취재한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범의를 유발해 무리하게 취재를 하는 것은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범의유발형에 가깝다. 최재영 목사가 직접 김 여사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고가의 제품을 전달하고 그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담았다. 또한, 이는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다. 사적인 공간에서 무방비 상태의 모습이 몰래카메라에 찍힐, 그리고 찍을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KBS는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서 비밀 촬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범죄나 비리 현장을 고발한다든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등 중대한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사례는 기름이 부어진 집에 라이터를 켜고 들어가 그 장면을 찍어 나른 것에 불과하다. 김영란법을 따지기 전에 정말 공익적으로 필요한 취재였는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취재의 기본은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취재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자유롭지 못한 취재는 언론 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제한 없이 취재를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함정 수사로 인해 성매매 피해 여성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던 것처럼, 취재 행위는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위협과 공포심을 준다. 그래서 여러 언론매체에서 윤리적 취재 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규제 없는 취재를 통한 보도는 화제성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몰래 찍은 영상, 녹취 등은 취재 윤리에 어긋날뿐더러 대중의 신뢰를 점차 잃어갈 것이다.
2017년 JTBC에서 정유라 체포 단독 보도가 있었다. 취재는 은신처에 찾아가 신고를 한 뒤, 경찰에 체포되어 나오는 모습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JTBC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이미지로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유라는 체포될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가 있었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자극적인 보도는 취재 윤리에 균열을 일으킨다. 개입을 통한 취재는 또다른 개입을 부른다. 혹자는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로서의 취재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 뒤에 숨어 기자가 플레이어로 개입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망설임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언론이 권력의 제4부로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폭로를 위한 수단으로 변할 것이다.
■ 논제 :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향후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예상하고,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외교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하라.
# 1.
강자란 사실 하나만으로 강자는 못할 게 없고, 약자는 생존을 위해 못 할 게 없다. 막다른 길에 몰리면 살길을 찾는 것이 이치다. 한국의 가치 외교와 서방의 집단적 응징으로 구석에 몰린 약자들이 '퇴로'를 찾았다. 이번 북·러협정의 성격이다. 양측이 협력하면 생존의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협정의 내용은 식량·자원 같은 생존 문제를 포함해, 문화나 환경, 과학 등, 대체로 전방위적이다. 이와 같은 북·러의 밀착은 어째서인지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냉전이다.
작년 한·미·일 정상들은 3국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했다. 70년 전, 존 포스터 국무장관이 주장한 이래로 오랫동안 미국의 숙원이었던 동북아 조약 기구 구상의 기초로 평가된다. 거기다 최근 들어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과 중국의 연대 움직임이 포착되니, 외관상 냉전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철의 장막이 설치되기엔 국제사회의 경제적 의존도가 깊다. 분업이 국가 단위로 이뤄지고, 국가마다 서로의 자본과 국민들이 침투해 있는 상황에서 '디커플링 (Decoupling 탈동조화)'을 하기란 불가능 한 일이다. 또한 냉전의 핵심은 이념 경쟁인데, 북·중·러는 미국의 '자유'만큼 보편적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지 않다. 있다 해도 할리우드나 빌보드 같은 이념 수출 수단이 없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냉전이 재출현 하기보다는, 냉전보다 안전하고, 탈냉전보다는 위험한 '차가운 평화 (Cold peace)'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평화의 경제적 귀결>에서, 과다한 전쟁배상 조치로 독일 민생 경제는 파탄 날 것이고, 이에 따라 야만이 튀어나올 것이라며 베르사유 조약을 비판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에선 나치즘이란 야만적 반작용이 시작됐다. 이번 북·러 협정과 냉전 가능성의 출현은 적성 국가 악마화의 반작용이다. 따라서 탈냉전으로의 이행은 그들 간 연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끔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국은 상대를 적대시하는 가치 외교를 중단하고, 상호 간에 경제적으로 교류하며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냉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인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탈냉전과 평화로의 귀결인 것이다. 먼저 퇴로를 열어주는 일은, 국제사회의 모범적 평가 덕에 외교무대에서 운신의 폭이 더 넓은 한국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 정부는 2차 대전 이후 모든 승전국들이 패전국에 전후 복구와 대외 원조를 실시하는 것을 곱씹어봐야 한다.
고로 한국은 다자가 참여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많은 국가가 참여할수록 상호의존과 결속력은 강해질 것이다. 역내에서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발굴해 내고, 얼마나 많은 국가를 끌어들일지 여부는 한국의 외교 역량에 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 자주적이며 능동적인 외교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강자란 사실 하나 만으로 강자는 못 할 게 없고, 약자는 생존을 위해 못 할 게 없다. 대한민국은 어느 쪽인가.
# 2.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외교적 고립이 있다. 핵 문제, 전쟁 문제로 인해 각각 제재를 받는 북한과 러시아는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택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핵 비호와 첨단무기 기술을 전수 받고,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서방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제재를 우회한 무기 수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반도는 다시금 국제정세의 태풍의 눈이 됐다. 외교의 방향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한국은 북-러 협정으로 인해 파생될 결과에 대응해야 한다. 이에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직접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 기술을 제공하지 않도록 압박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핵 문제이다. 한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 억제력을 강화를 약속 받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안심하기 이르기에 한국에서는 나경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자체 핵 무장론이 들끓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한국이 자체 핵 무장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자체 핵 무장은 건너서는 안될 강이다. 국제제재로 인한 경제적, 외교적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자체 핵으로는 ‘힘에 의한 평화’가 구축되지 않고 오히려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핵우산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대비해야 한다. 북한 문제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기에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한국을 보호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엔 더 복잡해진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고 과거 대통령 시절 북핵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미국에만 의존한 외교는 안보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에 신경써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사회, 경제문제 때문에 북한의 위협을 경계한다. 한-중-일 정상회의 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중국은 우려를 표했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역시 전과 같지 않다. 양국의 우정을 상징하는 ‘발바닥 동판’이 최근 제거된 점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가 원하는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프레임을 경계한다. 양극이 아닌 다극 체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맞닿아 있다. 한국은 중국을 통해 북-러 협정으로 인해 파생될 결과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북-러 협정으로 인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외교적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외교는 경제와 안보로 대표되는 국익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익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는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역사, 이념, 체제와 관계없이 다양한 국가들과 관계를 맺는 유연한 외교를 펼쳤다. 이처럼 한국 역시 무엇보다도 국익을 우선시하며 일방향적인 외교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가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 3.
평화는 힘의 균형에서 온다. 국제 관계에서는 한 국가의 군사력 증강이 다른 국가들에 의해 견제되거나 상쇄됨으로써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세력균형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긴장 완화’를 의미하는 데탕트 정책은 이 이론을 입증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베트남전의 패배와 달러 가치 하락 등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었다. 반면 소련은 군사력을 강하게 보강하며 제3세계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키신저 백악관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파격적인 미중 관계 정상화 행보를 펼쳤다. 이를 통해 소련과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성사시켰다. 핵전쟁의 위험을 억제했으며 국제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북한과 러시아는 그동안의 균형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레드라인을 넘으며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두 국가는 최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되살렸으며, 이는 한미 상호방위조약보다 강력한 수위의 문구다. 또한 푸틴은 북한과 군사 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북한의 포탄, 미사일 공급에 대한 보답이다.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외교적 수단을 통해 안보를 강화하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식 데탕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중러 3국의 미묘한 긴장 관계는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열어 줄 기회다. 한국은 중국과 협상으로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러가 무기 거래를 통해 급속으로 밀착하는 사이 북중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다. 북러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는 날 서울에서 한중 고위급 안보 대화를 가진 것도 상징적이다. 중국은 서방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 있는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은 국제 사회의 평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과의 긴밀한 외교를 통해 북러 동맹에 맞설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나아가 나토식 핵 공유로 ‘공포의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핵보유국 사이에서는 핵 억제의 개념이 작동한다. 핵보유국을 공격하려면 서로 파멸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나토식 핵 공유에 중국이 크게 반발할 수 있다. 그 점을 이용해야 한다. 핵 공유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적 목적임을 강조해 중국의 안보 우려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핵 공유 카드를 통해 중국이 북한 체제에 강한 압박을 주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기존 문법을 답습하기보다는 신냉전 질서에 앞장서 대응해야 할 시간이다.
■ 논제 : 방송생태계의 경쟁구도가 다층화, 다면화하면서 방송사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교양/예능/드라마/라디오 피디가 지녀야 할 핵심 역랑은 무엇인가. 3개의 키워드로 논하라.
# 1.
점(點). 방송 콘텐츠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점처럼 파편화 되어 소비된다. 시청자들은 이제 처음부터 큰 덩어리의 콘텐츠를 통째로 소화하길 거부한다. 전체를 보지 않고 한 부분만 콕 찍어 맛본 뒤, 시청을 지속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PD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콘텐츠를 작게 쪼개거나, 기획 단계부터 짧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하이라이트나 예고편과는 다르다. 짧지만 맥락을 충분히 살려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퀴즈 온더 블록’의 ‘유튜브’ 영상들이 좋은 예시다. ‘유퀴즈’의 제작진은 출연자의 인터뷰를 비슷한 질문과 주제끼리 분류-재구성하여 짧지만 의미 있는 맥락을 제공한다. 따라서 콘텐츠를 올바르게 파편화 하는 능력은 다가올 뉴미디어 환경 속 기본이 될 역량이다.
선(線). 점을 잘 찍고 파편화 하였다면, 점들을 이어 방향성을 제공하고 윤곽을 나타내야 한다. 선은 도형의 윤곽이 되어 범위를 결정한다. 시대적 이념과 도덕성의 기준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방송은 지켜야 할 윤리적 한계치와 표현 범위의 적절한 선을 제시해야 한다. 유교적 가치를 추구하는 한국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젊은세대의 사회규범은 그 궤를 달리한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들은 더 잔인하고 선정적이며, 사상은 개방적이고 급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콘텐츠 속 여러 가치들이 서로의 범위를 침범하고 충돌하는 상황속에서, PD는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들을 통해 표현 범위의 ‘스탠다드’를 제시하고 지켜야 할 윤리 영역을 구분 지어야 한다.
면(面). 올바른 방향으로 선을 그어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다양한 선들을 짜임새 있게 엮어내 면을 구성해야 한다. 다층화 된 미디어 시장에서 정보 생산자는 늘어나고, 여러 주장과 방향이 생겨났다. 이를 짜임새 있게 엮어내고 융합하는 역할은 방송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PD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가치를 하나의 면으로 엮어내고 다양한 매체와 생산자를 통합하여 미디어 산업에 기여해야 한다. 실제로 김태호pd는 최근 ENA에서 방영한 ‘지구마블 세계여행’에서 여러 요소들을 엮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여 메인 콘텐츠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매체 간의 융합을 도모하였으며, 유튜버를 주인공으로, 전문 방송인을 보조 패널로 기용해 방송 산업의 새로운 국면을 암시하였다.
절대주의를 이끈 거장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점(點), 선(線), 면(面)이 그림의 필수 요소라고 했다. 점찍기로 시작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실체는 하나의 예술로써 대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하고 감동을 준다. 그러나 신중하게 쌓아 올려 실체가 분명한 그림과는 반대로 최근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 속 콘텐츠는 그 의미와 실체가 점점 희미해지고 기괴해진다. 짧고 파편화 된 콘텐츠 속 의미와 맥락은 찾아보기 어렵고 이목을 끌기 위한 자극성만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pd는 올바르게 점을 찍고, 선을 긋고, 면을 구성하여 작품의 실체를 명확하게 하고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 2.
K-드라마, K-예능, K-영화 등 K-콘텐츠산업은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를 수레의 양 바퀴로 해 맹렬하게 굴러가고 있다. 이 두 현상을 가속하는 것은 SNS, OTT 서비스이다. 이처럼 미디어 콘텐츠는 더 이상 TV 방송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TV 방송은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TV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의 경계는 매우 명확하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채널이 없을 때, 재핑(zapping)하는 과정 속 시청자들을 잡아놓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이처럼 TV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니즈가 분명하기에 방송사의 독점 지위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TV 콘텐츠 피디들은 OTT나 디지털 콘텐츠를 좇는 게 아닌 TV 콘텐츠로서의 장점을 부각해야 한다.
‘나만의 색깔’
경제학의 기본 명제는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하버트 사이먼은 ‘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보단 합리적이려고 노력하는 존재’라고 했다.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자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아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그저 시간 때우기 용의 콘텐츠를 찾고 있다. 이에 TV 콘텐츠 피디는 재핑(zapping)하는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는 특색의 전문적 콘텐츠를 만들어 채널화 시켜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888년 탄생한 학술지로 시작해 다큐멘터리멘터리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현재는 방송 채널로서 문화, 동물, 자연, 역사 등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얘기했을 때 다큐, 자연, 동물 등을 떠올리듯이 나만의 콘텐츠 색깔을 찾는 역량이 필요하다.
‘강점 살리기’
뉴 미디어 콘텐츠란 결국 ‘NEW’미디어이기에 짧은 역사와 접근에 제한이 있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는 긴 역사와 접근이 보편적이기에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KBS의 ‘모던코리아’는 KBS 자체 가속하는 프로젝트 다큐 인사이트이다. ‘모던코리아’는 1960년대부터 KBS가 수십 수년간의 방대한 아카이브 영상을 이용한 다큐를 제작하여 OTT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콘텐츠를 통해 레거시 미디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의 장점을 보여주었다. KBS ‘팬데믹 머니’ 다큐멘터리 역시 코로나 시대 해외 석박사들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이나 개인 유튜버가 할 수 없는 영역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차이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레거시 미디어 특성상 시사, 다큐 영역은 TV 콘텐츠가 강력하다. 이처럼 TV 방송국 PD는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강점을 찾아내고 그 강점을 이용하여 차별점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오픈 마인드’
현대의 TV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장 드라마는 주로 아침 드라마 속 중장년층 맞춤 소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단골 소재가 되었다. 2020년 ‘펜트하우스’는 출생의 비밀 불륜 등 막장 드라마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국은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 중장년층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더 이상 TV 콘텐츠에 ‘대중’ 문화라는 단어를 쓸 수 없게 될 수 있다. 최근에 방송된 ‘선재 업고 튀어’는 2008년 배경으로 변우석, 김헤윤 같이 2049 시청자가 좋아하는 배우를 통해 엄청난 신드롬을 가져왔다. 이처럼 중장년층, 2049 시청자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 시도가 필요하다.
# 3.
“사람들은 너가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어.”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 미아가 자신의 꿈을 버리려고 하던 세바스찬에게 한 말이다. 방송생태계가 다층화 되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냈다. OTT에 시즌제로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웹예능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한다. 매년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진다. 그 중 진정성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방송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선보일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해야한다.
우리는 매력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매력적인 타인과 연애를 하고 싶은 것처럼,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보고싶어한다. 프로그램의 매력은 PD에게서 나온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은 프로그램의 틀을 만드는 PD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무난한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매력보다, PD의 색이 짙게 묻어나는 프로그램이 매력적이다. 이진주PD가 만들어내는 연애프로그램은,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감정묘사가 들어나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정종연PD의 추리 시리즈는 디테일한 상황 설정과 사람들의 욕망과 치열한 싸움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할 때 빛이 나는 것처럼, PD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흥미롭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피디는 인문학자가 되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한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통해 생긴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가치에 대한 탐구를 프로그램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해 깊은 고찰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공감하고 웃게되는 프로그램을 보고싶어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정리해서 예능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섬세한 과정을 통해서 웃겨야한다.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여 웃음코드를 분석하고 프로그램에 넣어야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빨리 변하는 만큼,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코드도 매번 변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빨리 캐치하여 프로그램을 이끌어야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더라도, 방송국에서 작품을 연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방송국에서 새로운 예능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평균 5~10년을 기다려 입봉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만약 시기를 놓친다면 입봉이 더욱 늦어지기에 극단적인 경우 이직을 고려하기도 한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실력있는 인재를 선발하여 키운 다음, 다른 경쟁사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는 매번 새로운 포맷의 방송이 등장한다. 하지만 방송국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살짝 변형하기만 하고, 경쟁력을 잃는다. 그렇기에 방송사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방송국은 그들이 가진 인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한다. 시즌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게 제도를 개편해야한다. 피디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시청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내야한다.
■ 논제 : 신조어에 대해 방송은 어떤 기준과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를 아나운서의 입장에서 논하라.
# 1.
방송에서의 신조어 사용은 ‘자유’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밀은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는 사회 발전의 요소지만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신조어의 사용은 자신의 생각을 조합하여 표출하는 표현의 자유의 일환일 수 있으나, 이러한 자유에는 항상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할 때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하였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단어조차도 사회적 책임은 막중하기에 우리는 신조어 사용의 기준과 규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신조어 사용의 ‘자유’가 보장되는 범위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 따라 다르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회의 융합과 조화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기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신조어 사용의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반면 사적인 영역은 개인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되는 영역이며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언어 사용이 허용된다. 방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방송사의 ‘사회적 책임’이자 아나운서의 언어 표현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 표준어를 사용하며 명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조어를 표준어라고 잘못 학습하는 젊은 층은 일상생활에서 문해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EBS의 방송인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며, ‘심심한 사과’를 사과는 심심하다고 이해하는 초등학생의 문해력을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매체의 잦은 신조어 사용으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문해력을 해치지 않는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자유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이유다.
언어는 ‘특정 집단’에서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에서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신조어는 특정 집단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방송에서 신조어를 사용함으로써 사회 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사회 화합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 즉, 신조어를 사용하는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소외’라는 책임이 따른다. 신조어는 주로 젊은 세대에게서 생산되기 때문에 노인에게 디지털 방송의 소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세대 간 이해의 격차가 악화될 것이다. 또한, ‘정보의 접근성 제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신조어는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듣는 동시에 정확한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개인 표현의 자유가 정보 접근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다.
언어 기호의 특성 중 아나운서는 ‘사회성’을 창조성보다 우선해야 한다. 언어는 무한한 표현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가졌을지라도, 방송은 언어가 사회의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아나운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중에게 명확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신조어라는 ‘표현의 자유’보다 언어기호의 ‘사회성’을 중시하며,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언어는 사회적 관습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므로 모두가 약속한 언어를 방송에서 사용해야 한다. 만약 방송에서 창조성을 우선시한다면 언어의 규칙은 혼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