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어령 석좌 교수가 [하이쿠의 시학]으로 제4회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국제 하이쿠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마사오카 하이쿠상은 프랑스의 이브 보느푸아, 미국의 게리 스나이더 등 세계적인 시인·연구가들이 수상한 국제적인 문학상이다.
일본의 하이쿠와 한국의 시조를 비교 분석하여 한일문학의 특성을 선명하게 규명한 놀라운 시각을 보여준 역저이다. 이 책은 일본의 최단시형[最短詩形]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하이쿠[俳句] 텍스트의 구조적인 연구를 통해 시문학의 형성과 문학적 성격을 밝힌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를 하게 된 목적과 그 방법론을 책머리에 간단히 밝혀 서문을 대신고 있다.
1―하이쿠는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 단시[短詩]이기 때문에 텍스트의 구조 분석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형이 될 수 있다.
2― 하이쿠문학은 의미를 배제하고 사물성[事物性]을 중시한 텍스트이므로 이데올로기 또는 로고스 중심의 문학과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하이쿠는 동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국이나 한국의 시조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문학으로 서양은 물론 동북아시아 문학을 비교 연구하는 데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4―일본문학의 시가[詩歌] 전통에 있어서도 하이쿠는 [렌가[連歌]]나 [와카[和歌]]에서 파생되어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어 간 것으로 일본의 문학이나 정신사를 통시적인 면에서 고찰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5―필자가 이미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다룬 일본 문화론의 문제들을 좀 더 전문화하여 하이쿠텍스트를 통해 문학의 영역 안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6―그 동안 하이쿠문학은 오랜 전통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아 왔으나 실제 그 연구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일본이나 외국 학자를 막론하고] 계절감이나 자연을 읊은 문학으로 극히 한정된 주제로 연구되어 왔고, 그 방법도 평석과 전기적[傳記的]인 해설의 감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많아 시연구의 새 방법론에 의한 조명이 어느 장르보다도 요망되어 왔었다.
7―그러므로 시점-공간-사물의 삼각구조를 통한 텍스트 형성이론을 통해 시텍스트 하이쿠가 속담이나 표어와 다름없는 짧은 글이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시 아닌 다른 것들과 구별될 수 있는가 하는 그 문학적인 언술[Discourse]을 분석해 보인 것이다.
8―이러한 방법론은 하이쿠만의 연구라기보다 문학 전반의 핵심적 문제를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하이쿠를 모형으로 하여 문학의 언어란 언표[言表, ?NONC? ]가 아니라 언표행위[言表行爲, ?NONCIATION]라는 점과 "말하는 주체"가 있는 경우에서만 "나-여기-지금"[MOI-ICI-MAINTENANT]의 텍스트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작품분석의 실천을 통해 검증하려 한 것이다.
이 연구는 가장 일본적인 전형으로서의 시 하이쿠와 한국적 시의 전형인 시조를 텍스트로 그 특수성을 넘어 보편적 문학특성을 밝혀 본 것이다. 이 책은 처음에 일본어로 집필되어 일본[PHP]에서 간행 되었으며, 1986년에 한국어로도 변역 출간된 바 있다. 그동안 20여년의 시간이 지났으나, 하이쿠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시조와 하이쿠텍스트를 통한 시문학의 구조와 그 의미생성의 현상에 접하고자 하는 시연구가와 시독자 그리고 시문학을 지망하는 청년들의 끊임없는 재출간 요청이 있어 왔다.
무엇보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내는 뜻은 지난번의 원고에 시조부분을 화두로 도입하고, 부분적인 오자, 오역을 바로 잡아 단지 일본시 하이쿠를 제한된 특수시의 한계 내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시읽기 방법의 한 모형으로 보았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저 오랜 것으로부터 영원한 새로움의 시에 눈뜰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목차
머리말
서장 시문학 연구의 문제점과 방향
제 1장 시조(時調)와 하이쿠(俳句)를 통해서 본 한일문학의 특성
제 2장 아이러니의 구조
제 3장 닫혀진 공간의 탐색
제 4장 개구리의 시점 분석
제 5장 여기, 지금의 현상성(現象性)
제 6장 ‘뜨는’것의 역동적 상징성
제 7장 하이쿠의 삼각형
제 8장 하이쿠와 반(反)이데올로기 문화
작가소개
이어령 -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문리과 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시절 평론 「이상론(李箱論)」을 발표한 뒤, 이듬해 「한국일보」에 우상화된 기성문단에 대한 도전을 선언한 평론 「우상의 파괴」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주목받을 만한 비평적 업적을 쌓아나갔다.
1960년 서울대 문리대 강사, 단국대 전임강사로 출발해 이화여대 문리대 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석좌교수를 지낸 후, 일본 동경대학 객원 연구원, 국제 일본문화연구센터 객원교수로 재직했다.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논설위원, 「경향신문」 프랑스 특파원, 월간 「문학사상」 주간을 맡았으며,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과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일본 문화디자인 대상, 일본 국제문화교류재단 대상, 대한민국 녹조훈장,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 「중앙일보」 상임고문이다.
지은 책으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암살자>, <환각의 다리>, <무익조>, <기적을 파는 백화점>, <세 번은 짧게 세 번은 길게> 등과 <한국과 한국인>(전6권), <생각에 날개를 달자>(전12권), <이어령 라이브러리>(전30권) 등의 전집이 있다.
첫댓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