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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팅을 해본게 언제더라..
불현듯 20살때 덕성여대생들과의 미팅을 마지막으로 그 바닥을 뜬 기억이 난다.
당연히 덕성여대생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나는 그날의 '떡대'들을 잊지 못한다.
잊지않겠다. 이 떡대들,,
그 이후로 나는 불특정다수와의 대화를 주도면밀하게 이끌어가는 재주가 없어졌다..
그런 면에서 미팅에서는 쥐약이지.
밴에 짐을 싣고 탑승을 하려고 하는데,,
커즌과 멘솔이 먼저 제일 안쪽 자리로 들어가선 내 팔을 잡아끈다.
그래서 여차저차 9인승 밴에서 자리배치는 아래처럼 되었다.
햄스터 / 젠틀독/
고양이 / 망고
커즌 / 멘솔 /크레이지독
피그는 덩치때문에 어쩔수 없이 보조석에 앉아야만 했다는 불편한 진실...
히밤 나는 고양이와 망고 사이에 앉고 싶었는데,,,
뭐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제부터 2시간동안 바탕가스 항구까지 가는 길이다.
도대체 얘들하고 무슨 얘기를 어디서 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거지..
미팅공포증(?)이 도져서 잠시 멘붕 상태가 되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라도 좀 사서 먹으면서 갈껄. 술의 힘이라도 빌어서,,,
게임이라도 해야하나? 아니면 여기서 파트너들을 정해야 하나?
무슨 말이라도 해야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고, 그래야 재밌게 놀수 있을텐데,,
안절부절하는 날 보더니 앞에서 젠틀독이 한마디 한다.
"너 굉장히 노는 기복이 심하구나. 어젯밤과는 다른 사람같잖아"
"..........나 좀 구해줘 어색해 죽어버릴거같애ㅠㅠ"
앞서 젠틀독의 위기관리능력은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헬로우 에브리원"
ㅋㅋㅋㅋㅋㅋㅋㅋ헬로우 에브리원이래ㅋㅋㅋㅋㅋㅋㅋ왤케 웃기냐
젠틀독이 다행히 대화의 물꼬를 터준다.
간단한 호구 조사들에서 시작해서 막 던지는 개드립까지.
여성멤버에선 고양이가 쉬지 않고 떠들어서 다행히 분위기는 가라앉거나 다운되지 않았다.
"오빠. 우리 배고파"
"엥? 아침 안먹고 왔어?"
"10시까지 오랬잖아. 아침도 못먹고왔지. early morning wake up 이야"
"그래 그럼 가다가 드라이브인 맥도날드나 졸리비에서 뭐 좀 사"
애들이 기사양반한테 따갈따갈거리고. 잠시뒤 드라이브인 졸리비 진입
"젠틀독. 맥주랑 마실거같은거 좀 사와라. 나는 자리가 이래서 못 나가겠어ㅋㅋ"
드라이브인은 참 편리한 시스템인거 같아. 정말,,누가 만들었는지ㅋ
드라이브인 하면서 바바에를 초이스하면 나갈때 차에 탁 타주는 그런 시스템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병신같은 생각도 잠시 해본다ㅋ아닌가? 장사좀 되려나?ㅋㅋㅋ
그렇게 애들 먹을걸 챙겨주고 우리는 맥주사러간 젠틀독을 기다리며 우리끼리 노가리를 깐다.
"햄스터 이제 좀 살아났냐? 어젯밤에 떡은 쳤냐?"
"오늘 아침되니까 좀 살만하다. 근데 고양이가 뒤에서 계속 떠들어서 머리가 울려ㅋㅋㅋ"
"ㅋㅋㅋ어제는 어땠어?"
"아 나 어제는 씻고났더니 진짜 너무 피곤하고 자고 싶은데, 얘가 씻고나더니 BJ를 막 하는거야
근데 진짜 잘 안되니까 그냥 지도 포기하고 옆에와서 자드라"
"읭? 뭐야 그럼 안한거야?"
"아,,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만 하고 보냈어"
"ㅋㅋㅋ니 몸이 안좋았으니, 걔가 내상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는데?ㅋㅋㅋ"
"피그는?"
"난 뭐 그럭저럭 특별할거 없는..편하게 잘라고 연속 3번하고 걍 보냈어"
"...독한새퀴"
모두들 각자만의 추억이 생겼던 거겠지. 어떤밤을 보냈는지는 뭐 알수 없는거다.
만족이나 행복이라는 것 또한 상대적인 것이니까.
근데 맥주라서 간 새퀴는 왜 안와.
애들이 졸리비를 다 먹어갈 무렵,,젠틀독 등장
"야ㅅㅂ존나 삽질한게,,,"
"왜 뭐?"
"고속도로에서 술을 팔겠냐?"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네?ㅋㅋㅋㅋㅋ"
자 이제 다시 출발~
아이들과는 간간히 영어로 얘기하면서 우리끼리 한국어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야 커즌은 혀에 피어싱했어. 배꼽쪽에도 있네. 그리고 멘솔은 멘솔을 핀다
사실 그래서 얘는 이름이 멘솔이야ㅋㅋㅋ
근데 커즌과 멘솔은 죄인이야,,,무젖유죄,,,제길"
"그래? 고양이랑 망고는 죄인은 아닌거 같은데"
그 외엔 특별히 할말도 없고 애꿎은 콜라만 계속 들이킨다ㅋㅋ
커즌이 핸드폰에 들어있던 한국노래들을 튼다
2NE1 의 I love you 나 시스타 러빙유 등등등
한국노래도 곧잘 따라하는구나. 대단한 한류네 정말ㅋㅋ
게임도 하고 사랑의 짝대기같은 오글거리는 것도 하면서 놀려고 했던
계획과는 다르게 그냥 노래나 부르고 맹숭맹숭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그렇게 1시간반 여정도 달려 바탕가스 도착. 바탕가스에서도 항구까진 꽤 들어가는구나..
드디에 항구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된 보트에 탑승한다.
오오 나름 괜찮은 보트네..? 바비형님 쵝오!
이번엔 완젼 4:4 미팅하는 것처럼 딱 자리를 갈라서 앉았다. 뭥미.
좋아.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는 지금 파트너를 정하자.
나중에 숙소 도착해서 정하고 그러면 모양도 이상해지고 그럴테니
아싸리 여기서 우리끼리 정하고 숙소에 가서 통보해주는 방식으로 가자. 오키?
그러면,,,,,어떤 방식으로 파트너 정하지?
예전에 '천생연분'에서 쓰던 방식은 어때?
여자 한명당 원하는 사람 다 손들고 가위바위보해서 이긴사람이 위너
그 다음 사람 또 원하는 사람 다 모여서 가위바위보 뭐 이런 방식.
뭐. 왜 반응들이 시큰둥하냐, 별로야?..음
그럼 어떻게 정하지..
좋아 그럼 솔직하게 다 까고 오픈하자.
"나는 고양이,망고가 괜찮아. 커즌은 죽어도 안되고, 멘솔은,,괜찮긴 한데 내가 비흡연자라 별로.
자 다음 피그. 죽어도 안되는 애는?"
"나도 커즌ㅋㅋㅋ"
햄스터는?
"나는 멘솔만 아니면,,"
젠틀독?
"음,,커즌이 별로네"
그래? 음,,,햄스터 now listen.
"나랑 피그랑 젠틀독은 커즌만 아니면 괜찮대. 그리고 너는 멘솔이 아니면 괜찮대"
"뭐냐 그럼 내가 커즌이잖아"
"그런거 같지,,,?? 괜찮겠어?"
"그래 난 뭐 괜찮아"
그래 그럼 커즌은 니가 맡아라. 다행이다. 나랑 취향이 완전 달라서,,ㅋ
"젠틀독. 너는 멘솔 괜찮냐? 나는 담배때문에 좀 그런데,,"
"그래 뭐 나는 멘솔 좋은데?"
그래 그럼 멘솔은 젠틀독이 해.
그럼 이제 고양이와 망고, 나와 피그만 남았네?
고양이랑 망고는 둘 다 뭐 난 괜찮긴한데,,,,
사실 몸은 망고가 더 끌리는데, 어쩐지 궁합은 고양이랑 더 맞을거 같다...흠
피그 니 생각은 어때?
"어 뭐 망고가 살짝 위험한 냄새도 나는 게 나는 망고랑 맞을거같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ㅋㅋ그럼 니가 망고할래? 내가 고양이할께"
"콜"
이렇게 우리끼리 멋대로 파트너 선정완료
크레이지독 - 고양이
젠틀독 - 멘솔
피그 - 망고
햄스터 - 커즌
이렇게 짝 지워놓고 생각해보니 나름 괜찮은거 같구나아~ㅎㅎ
우리는 정말 완벽한 조합인거같아. 여성취향도 다른 편이고ㅋㅋㅋ
이런걸로 싸우면 모양도 안 좋고 피곤한데 핫핫핫핫
그렇게 러브러브 스페셜보트는 50여분여 달려 드디어 사방비치에 도착!
와! 여기가 almost paradide 민도르 아일랜드!ㅋㅋ
역시나 내리자마자 짐꾼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우리짐을 빼앗다시피 들고 간다.
"썰 어디까지 가세요?"
"오아시스리조트"
잘됐네. 거기 어딘지 몰라서 이 많은 짐들고 어떻게 찾아가야하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ㅎㅎ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리조트 도착.
원래는 트로피카나 혹은 머메이드에 머무르고 싶었으나, 잠깐 망설인사이 빈방 4개가 없어졌어 젠장
그래도 뭐 오아시스도 나름 괜찮은데? 옥상엔 수영장도 있다니 이따가 가봐야지,,
체크인을 하고 방4개를 받는다. 1층에 3개와 2층에 하나.
자자 다들 일단 모여봐. 오리엔테이션 타임이야.
"Hello ladies and gentleman.
지금부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파트너 선정을 할께"
우리는 여기서 2박3일간 있을거야.
일정은 오늘은 별거없고 내일은 호핑. 그리고 그 다음날 12시 보트로 돌아간다.
그냥 재밌게 놀면되지만, 그라운드 룰 하나만 가져가자
never seperate with partner. 절대로 각자의 파트너와 떨어져선 안돼. 알았지?
자 그럼. 파트너를 발표할께.
먼저,.
젠틀독과 멘솔.
피그과 망고.
햄스터와 커즌.
마지막으로 나와 고양이.
자. 각자 방에서 짐 풀고 좀 쉬다가 맛난 거 먹으러 나가자"
이걸 영어로 말하다니ㄷㄷㄷ
물론 단순 단어의 나열 수준이지만 그래도 필에선 뭔가 좀 되는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ㅋ
고양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온다.
"고양이. 너 친구들하고 있을 땐 엄청 시끄럽더니 왜 갑자기 조용해졌냐?"
"몰라 아임샤이"
"ㅋㅋㅋㅋ너랑 샤이는 어울리지 않는거 같아ㅋㅋㅋㅋ"
"뭐야ㅋㅋ"
이리와봐. 가볍게 안아주며 잘 부탁한다고 말하자. 부끄러워하는게 이쁘네ㅎ
더우니까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있으니 고양이가 말을 건다
"필리핀엔 몇번째야?"
"음,,이번이 네번째"
"아우 빠로빠로"
"왓? 내가 왜 빠로빠로야? 나 알아?"
"아니 필리핀에 처음 온 사람만 빠로빠로 아니고 많이 온 사람은 빠로빠로야"
윽,,,할말이 없다. 그래도 원활한 밤을 위해선 이빨을 털어줘야지.
아니야. 물론 필리핀엔 4번째지만 마닐라에는 두번째고, 나는 한사람한테만 집중해.
배고프지 않아? 점심시간 한참 지났는데,,뭐좋아해? 빠른 화제전환이 필요하다ㅋㅋㅋ
"음,,난 씨푸드!"
"그래 좋아. 이따가 나가서 씨푸드먹자"
오늘은 일정이 별거없어. 그냥 편히 휴식.
가만보니 고양이는 아이폰에 갤럭시탭에 디카도 가지고 다닌다.
셀카찍는게 취미인건가,,,근데 너 셀카찍으면 딴사람같아. 대박ㅋㅋㅋ셀카의 천재네
셀카찍은걸 보여주길래, 누구냐고, 너 어딨냐고 그랬더니 그게 웃긴가,,한참 웃고있네 하하
나 잘 웃고 웃는게 예쁜 여자가 좋은데, 넌 합격 하하하
그러면서 심지어 자기도 가끔 셀카 찍으면 자기를 알아볼수가 없대
하하하하하 그건 정말 웃긴데 하하하하
웃었더니 이제 배도 고프다. 뭐 좀 먹으러 가자. 금강산에서 떡치는 것도 식후경.
얘들아~ 밥 먹자아~ 좀 이른 저녁이 되겠네ㅎㅎ
햄스터의 방문을 열며 햄스터~ 부르니
얼래? 불은 왜 끈겨..
"아 히밤 잠깐만, 좀이따 나갈께"
아ㅅㅂ 벌써?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한따까리 하는거야?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친놈ㅋㅋㅋㅋ
그럼 문은 잠그고 해야지 미친놈아ㅋㅋㅋ
밖에서 피그랑 한참 웃다가 햄스터 일마치고ㅋㅋㅋ다같이 길을 나선다.
8명이 줄줄이 둘씩 손잡고 사방비치를 걸어다니는 것도 참 재밌군 그래.
그런데 여기 바바에들은 왜이렇게,,,,안이쁜거지,,크리스마스시즌이라 다 빠져나간건가?
뭐 그런 생각들을 하며 해변에 자리한 시푸드식당을 물색한다.
해변따라 늘어선 식당이 비쌀거라는 건 뭐 예상했다.
그래도 첫 식사인데 바다도 좀 보이는데서 분위기좋게 먹고 싶잖아?
적절한 데를 찾아 들어가서 씨푸드와 맥주를 마구마구 시켜놓고 다 같이 얘기를 한다.
이번에는 각자 파트너들이 있으니 한결 마음도 편하고 대화도 자연스럽다.
마시고 있는 맥주 때문인가,,,ㅎㅎ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까 덮은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헤이 크레이지독. 필리핀엔 몇번째야?"
"응 나 네번째"
"우왕 빠로빠로네"
"ㅡㅡ뭐야 또 그얘기냐.
no i am not a 빠로빠로 but 말리복ㅋㅋㅋㅋ"
"엣? 크레이지독 말리복이야? 그럼 파트너 잘못골랐네. 고양이는 말리복 아냐 한번만 하고 잘걸?"
",,,,(이런 제길)아하하,,아냐,,농담이야 난 괜찮아.
그리고 커즌 넌 정말 내 사촌누나 닮았어. 그런 얼굴로 담배피우며 이상한 소리하지 말라고ㅋ"
"Fuck you"
ㅅㅂfuck you래ㅋㅋㅋㅋ
지들끼리 막 떠든다. 커즌은 말리복이고(아까 오자마자 한판할때부터 알아봤다.)
멘솔은 슴이 절벽이라는 둥. 슴은 망고가 최고라는 둥. 고양이는 빠로빠로라는 둥
이상하게 애들이 따갈로그로 말하는 것도 가만히 듣다보면 문맥상?기분상? 알아들을 수 있을거같다.ㅋㅋㅋ
고양이보고 빠로빠로라고 장난걸길래.
"괜찮아 고양이가 버터플라이(빠로빠로)면 나는 드래곤플라이 하면 되니까"
그랬더니 또 자지러진다. 애들 참 잘 웃네,,내가 따갈로그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다면
니네는 진짜,,,ㅋㅋㅋㅋ
anyway 나는 지금
옆에 이쁜 고양이를 끼고 바다를 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에헤라디야~
그래서인지 원래 그저그랬는지 음식맛은 잘 기억도 안나ㅋㅋㅋ
그렇게 친밀해진 시간을 가진 이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술판을 벌릴 준비를 하는데, 뭐 아무것도 없네ㅡㅡ
야 애들 양주는 잘 못먹기도 할테고 취하면 곤란하니까 가서 맥주좀 사오자.
간단한 안주거리랑 Cubic ice도 사고,,
가위바위보에서 나랑 피그랑 져서 다녀오기로 한다. 젠장
너네는 그럼 밖에있는 테이블이랑 의자를 실내로 가지고 와서 자리 만들고있어.
다녀올께
피그네 커플과 함께 넷이서 사방비치 거리를 쏘다니는데 진짜...
이 사방비치 통틀어서 너네 둘이 원투펀치다. 니네가 짱임ㅋㅋ
아 뿌듯해ㅋㅋㅋ
가게에서 장도 보고 맥주도 사고 멘솔이 사오라고 당부했던 그린망고도 좀 사고
마지막으로 각얼음도 사서 숙소로 돌아온다.
얘들아. 술판을 벌려라아~ㅋㅋㅋ
오늘 우리가 먹을 예정인 술의 양은
바카디 모히또 1리터, 글렌피딕 12년산 1리터, 소주4병, 맥주 수십병ㅋㅋㅋㅋ
진짜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겠구나.
아 씐난다.
밤은 길고 술은 많다. 그리고 언제든지 내것이 될 수 있는 예쁜 파트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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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국지색....새겨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