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천연 탄산 ‘톡톡’ ‘샴페인’ 막걸리
농민신문 : 2021-07-14 별명이 ‘샴페인 막걸리’인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탄산이 다량 함유돼 흔들지 않은 상태에서 뚜껑만 열어도 침전물이 회오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병진 기자
[우리 술 답사기] ⑮ 울산 울주 복순도가 1만원대 제품 출시…프리미엄 시장 주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전문 펍도 운영 대표주 ‘복순도가 손막걸리’ 별칭 ‘샴페인’ 강한 탄산 매력적…비결은 국산 통밀 누룩 지역 상생 중요시…재료는 모두 ‘로컬푸드’ 발효마을 육성해 청년들 농촌 유입 노력도 막걸리업계에 전환점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프리미엄 막걸리의 등장이다. 저렴한 원료로 만든 술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막걸리의 고급화·다양화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막걸리시장의 문을 연 양조장은 바로 울산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에 있는 ‘복순도가’다.
복순도가는 2010년 1만원대 막걸리를 출시해 주목받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복순도가의 김민규 대표(39)를 복순도가 막걸리 펍인 서울 용산구 노들섬 ‘복순도가 뮤직라운지 : 류’에서 만났다.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뚜껑을 열 때 조심해야 해요. 한번에 열면 천연 탄산이 뿜어져 나올 수 있거든요. 열었다 닫고, 다시 열었다 닫고를 반복한 다음 술을 잔에 따르면 넘치지 않죠.”
복순도가의 대표 술인 6.5도 <복순도가 손막걸리>의 별명은 ‘샴페인 막걸리’다. 병 모양도 샴페인병 같지만, 무엇보다 탄산이 강하기 때문. 흔들지 않고 45도로 기울인 상태에서 뚜껑만 열어도 가라앉은 침전물이 회오리치면서 병 입구로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공 탄산은 전혀 넣지 않는다. 탄산의 비밀은 복순도가에서 직접 만든 누룩에 있다.
“복순도가의 누룩은 국내산 통밀을 발효시켜 만들어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어 70년 묵은 옹기 항아리에 25∼30일 동안 자연 발효하죠. 그렇게 술을 빚으니 자연스럽게 천연 탄산이 생기더라고요. 탄산이 있으면 서양 샴페인 부럽지 않은 풍미가 느껴지죠.”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단맛보다 산미가 강하다. 이보다 묵직하고 탄산 없는 술은 10도 <복순도가 탁주>, 단맛 없는 술은 6.5도 <복순도가 슈퍼드라이>다. 이밖에 10도 <복순도가 약주>, 40도 <복순도가 소주>도 있다.
복순도가에선 ‘발효’라는 말을 누룩이나 막걸리에만 쓰지 않는다. 김 대표는 복순도가 양조장을 ‘발효건축’, 복순도가가 있는 울주군을 ‘발효마을’이라고 부른다. 복순도가 양조장은 김 대표가 직접 지었다. 그는 미국 뉴욕 쿠퍼유니온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발효건축(Fermentation Architecture)’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낸 바 있다.
“발효라는 단어는 확장성이 있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니 마음도 삭히봐라’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 마음도 막걸리처럼 삭힐 수 있는 거죠. 양조장도 사람과 공간, 지역에서 나는 재료 등이 어우러져 함께 익어가는 소통의 공간이라 발효건축이라고 표현했어요.” 김민규 복순도가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복순도가 뮤직라운지 : 류’에서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역과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양조장을 짓는 것부터 꾸려가는 모든 과정을 지역주민과 함께한 이유다. 막걸리 재료도 지역에서 나는 것을 활용한다. 부산에 있는 복순도가 한식 레스토랑 ‘복순도가 F1963’에선 동네 어르신들이 담근 장만 쓴다. 김 대표는 복순도가 이름의 ‘도가’가 도시(都·도)와 농촌(家·가)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본다. ‘복순’은 김 대표 어머니인 박복순씨의 이름에서 따왔다.
“도시와 농촌은 참 달라요. 도시의 좋은 게 농촌에는 없고, 농촌의 좋은 게 도시엔 없죠. 복순도가 막걸리는 대부분 도시에서 소비되지만 막걸리는 울산 쌀에서, 쌀은 울산 땅에서 나와요. 그걸 잘 연결하는 게 복순도가의 몫이죠. 예를 들어 양조장에도 지역농민의 마음을 담으려고 일부러 벽에 지푸라기 재를 섞어 까맣게 칠했죠. 농민이 추수 끝난 논에 불을 지르는 ‘화전’에서 착안했어요.” 왼쪽부터 ‘복순도가 소주’ ‘복순도가 약주’ ‘복순도가 탁주’ ‘복순도가 손막걸리’. 복순도가의 다음 과제는 도시 청년을 향산리로 유입시키는 거다. 복순도가는 이달말부터 행정안전부와 함께 ‘청년마을 사업’의 하나로 향산리를 ‘365 발효마을’로 육성한다. 이는 쉴 공간과 체험 기회를 마련해 청년층에게 성장 계기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다. 7∼8월에는 유진목장·향산요·소월당·트레비어 등 지역업체들과 2박3일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365 발효마을을 통해 도시 청년들이 농촌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농촌으로 유입되면 농촌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복순도가는 전통주 브랜드뿐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삶의 방식)을 선도하는 브랜드로도 나아가고 싶습니다.”
가격은 935㎖ 기준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1만2000원, <복순도가 탁주>는 2만4000원, <복순도가 슈퍼드라이>는 1만8000원이다. <복순도가 약주>의 가격은 750㎖ 기준 6만원, <복순도가 소주>는 350㎖ 기준 22만원이다. 복순도가 홈페이지나 서울·부산·울산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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