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사명을 카카오로 바꾼다. 합병 후 공식 출범 1년 만이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선보였던 카카오가 5년 남짓 만에 국내 2위 포털서비스 업체를 사실상 점령한 셈이다. 출시와 동시에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콜택시 시장으로 수익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저력은 무엇일까.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진행한 케이스 스터디 ‘AER(Asan Entrepreneurship Review·아산 기업가정신 리뷰)’를 통해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을 분석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된 건 2009년 11월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40 자가 넘는 문자 메시지는 돈을 내고 보내야 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비로소 ‘무료로 메시지를 보내고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열렸다.
카카오톡이 첫 서비스를 시작한 건 이로부터 4개월 뒤인 2010년 3월이었다. 단 4명의 기술자가 두 달 만에 개발을 마쳤다. 다양한 부가 서비스는 없었다. 주소록을 통해 친구 목록을 확보하고, 메시지를 보내며, 단체로 채팅할 수 있게끔 한 기능이 전부였다. 시장에 빨리 발을 내딛기 위해 핵심 기능에만 치중한 것이다. 그럼에도 가입자 수가 6개월 만에 100만 명, 1년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회사 측은 “카카오톡이 몇달 더 늦게 출시됐다면 지금과 같은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며 타이밍과 속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카카오톡이 등장한 지 오래지 않아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가 쏟아졌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단단한 입지를 흔들지 못했다. ‘친구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고 채팅한다’는 핵심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가 성패를 가른 건 모바일 플랫폼이 전형적으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에 기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이용자가 늘수록 해당 제품·서비스의 가치가 치솟는 현상을 가리킨다. 스마트폰을 쓰는 가족과 친구가 대부분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다른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해봤자 소용이 없다. 창업자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아마 이전의 한게임 창업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 효과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회원은 빠르게 늘었지만 당장 돈이 들어오진 않았다. 카카오는 2010년 약 40억원, 2011년 127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카카오톡을 두고 “수익 구조가 없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돌았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뚝심 있게 규모만 쌓아나갔다. ‘선물하기’ 등 가벼운 기능 외엔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지 않았다. 카카오톡의 누적 가입자는 2012년 하반기 7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시점에 카카오는 수익 모델에 큰 전환점이 되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바로 ‘카카오 게임 하기’다.
게임 하기는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독자적인 모바일 사업 모델이다. 카카오톡 친구들이 모바일 게임을 서로 권하고, 결과를 공유하고,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셜 게임’을 처음 선보인 것이다. 게임 이용권인 ‘하트’를 서로 주고받게끔 해 이용자 간 유대를 강화하고, 게임 점수를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유도한 ‘애니팡’이 대표적이다. 2012년 7월 출시된 애니팡은 그해 말 가입자 수 2000만 명, 일일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도 이 해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애니팡의 성공은 네트워크 효과가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이다. 게임 제작사인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의 회원 수와 이들의 연결망을 발판으로 빠르게 게임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회원 입장에선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각자 느끼는 네트워크 효과를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Network Effect)’라고 한다. 장터에 사람이 가득 모이면 장돌뱅이는 물건을 팔 대상이 많아 좋고, 장터를 찾은 손님은 다양한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어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카카오톡의 덩치 불리기의 이면엔 ‘단면 시장(One-sided Market)’이 아닌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카카오가 창업 이후 출시한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구매자에겐 돈을 받지 않거나 가격을 낮춰주는 대신 판매자에게서 수익을 올리는 차등적 시장이 양면 시장이다.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게임 하기’, 기업체가 카카오톡 이용자들과 친구를 맺어 홍보를 할 수 있게끔 한 ‘플러스 친구’ 모두 이용자보다 판매자에게서 이익을 얻으려는 양면 시장 전략을 활용한 경우다. 이런 방식으로 이용자 수를 늘려야 결국 플랫폼과 판매자가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월간 이용자가 10억 명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메신저 ‘왓츠앱’이 국내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한 것도 초기 아이폰 앱이 부분 유료화 모델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제국 확대는 현재 진행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인 ‘카카오택시’가 빠르게 세를 확장하고 있고, 국내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며 ‘핀테크(Fintech)’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