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인 샤블리는 부르고뉴에서 파생된 와인이기 때문에 역시 부르고뉴와 같은 병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잔은 부르고뉴 잔보다 약간 작은 잔을 사용한다. 샴페인 병도 부르고뉴 병 모양과 비슷하지만 잔은 길고 가늘게 생겨서 목관악기인 플루트(Flute)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플롯 잔이라 부른다.
A.O.C.는 프랑스와인에 대한 품질관리 제도로서 와인을 안다는 사람이면 대략 그 뜻을 알고는 있지만, 그 정확한 뜻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 제도를 우리의 K.S.나 Q마크 정도로 생각하고 A.O.C. 와인을 무조건 고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품질의 등급이라기 보다는 농산물의 원산지의 명칭을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와인 뿐 아니라 치즈나 버터까지 이 A.O.C. 제도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나라에 수입되는 프랑스 와인 중에서 A.O.C. 와인이 아닌 것이 오히려 더 드물기 때문에, 와인 상표에 있는 A.O.C. 표시를 보고 고급인지 아닌지 분별하는 것도 별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프랑스에서도 이 A.O.C.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 10년 전에 25% 정도였던 것이 이제는 거의 50%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A.O.C.란 말 그대로 원산지 명칭을 관리하자는 제도입니다. 농산물 명산지의 명성을 보호하고 그 이름을 도용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입니다. 수입 농산물이 쉽게 국산으로 둔갑하는 우리 나라에서도 깊이 생각해 볼일입니다. 이천 쌀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그 좁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이 한정되어 있을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백화점에 가면 일년 사철 이천 쌀을 살 수 있습니다. 또 쇠고기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쇠고기를 수입 쇠고기와 한우 두 가지로만 구분합니다. 그러면 한우와 거의 숫자가 비슷한 젖소 고기는 수입 쇠고기에 들까요, 아니면 한우로 판매될까요?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고자 프랑스에서는 일찍부터 원산지의 명칭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A.O.C.제도를 도입하여, 소비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AOC 제도를 우리의 유명한 "대구사과"에 적용을 시킨다고 가정하면, 우선 그 "대구"라는 지역의 범위를 정하자는 것입니다. 즉 사과밭의 토질과 기후, 위치 등을 고려하여 그 지리적 경계를 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대구 시가지는 공해가 심하니까 제외될 것이고 대구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군단위도 토질이나 기후가 적합하다면 포함되어 기존 행정구역과 그 경계는 사뭇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분 농도가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 과실의 크기는 얼마 이상이 되어야 하고, 또 단위면적 당 수확량을 제한하여 얼마 이상 수확을 못하게 하면 자연히 고급 사과가 생산될 것입니다. 만약 이 경계 내에서 나온 사과라 하더라도 당분 농도가 규격에 벗어나면 "대구사과"라는 상표를 못 붙이고 "경북사과"라고 한다든지 "한국사과"라고 상표에 표시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프랑스 지도를 보면 보르도라는 도시는 있지만 보르도라는 지방은 없습니다. 일반 지도를 보면 "아키텐"이란 훨씬 더 넓은 지역(Region)이거나 지롱드라는 좁은 단위(Department)가 우리가 알고 있는 보르도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프랑스 일반지도와 포도밭(와인)지도는 그 명칭이나 경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꼭 포도밭(와인)지도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프랑스는 일찍부터 원산지 위주의 품질관리체제를 확립하여 와인을 생산했기 때문에 그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 l e) 제도는 1900년 초부터 시작하여 1935년에 확립되어 현재 프랑스 고급와인은 거의 A.O.C의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필록세라 때 모든 포도밭이 황폐되어 가짜 와인이 나돌자, 프랑스 와인의 명성과 가격을 회복하고자 1905년 위조방지위원회를 설립하고, 여기서 원산지 제도를 확립하고자 30년을 노력하여 1935년 A.O.C. 제도를 시행한 것입니다.
이 때 INAO(Institut National des Appellations d'Origine 국립 원산지 관리 사무국)가 설립되어 전국적으로 와인의 원산지와 품질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확립하여 그 명칭에 대한 지리적 한계를 설정하고 규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는 470개 이상의 A.O.C.가 있습니다. 이 A.O.C. 법률에서는 사용하는 포도 품종, 재배방법, 수확 및 수율 규제, 최소 알코올 농도, 각 지역별 와인제조 방법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공식적인 분석 및 테이스팅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에는 각 포도재배 지역의 지리적 경계와 그 명칭을 정하고, 사용되는 포도의 품종, 재배방법, 단위면적 당 수확량의 제한, 그리고 제조방법과 알코올 농도에 이르기까지 최소한의 규정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격에 적합한 A.O.C 와인은 포도재배 지역의 명칭을 삽입하여 Applelation(아펠라시옹) ○○○ Contr l e(콩트룰레)"라고 상표에 표기합니다. 그리고 포도재배 지역의 명칭도 보르도(Bordeaux)와 같은 광범위한 지방명칭을 A.O.C에 표기하기도 하고, 더 작은 지역 단위의 명칭이나, 포도원 명칭을 A.O.C에 표기하기도 합니다. 보르도 지방의 예를 들면,
Appellation Bordeaux Contr l e :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사용한 것
Appellation M doc Contr l e : 보르도 지방내에 있는 메독에서 생산된 포도만 사용한 것
Appellation Haut M doc Contr l e : 메독내에 있는 오메독에서 생산된 포도만 사용한 것
Appellation Margaux Contr l e : 오메독에 있는 마르고에서 생산된 포도만 사용한 것
생산지의 면적크기 : Bordeaux > M doc > Haut M doc > Margaux
품질의 순위 : Margaux ← Haut M doc ← M doc ← Bordeaux
이와 같이 지명이 세분화된 더 작은 지역단위일수록 , 원료 생산지의 범위가 좁아지므로 일반적으로 작은 지역단위의 A.O.C 와인이 더 특색 있고 고급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기하는 지명은 법률에 의해서 전국적으로 행정구역과 관계없이 그 지리적 경계와 명칭이 정해져 있어서, 반드시 법률로 지정한 명칭만을 사용해야합니다. 그러나 마르고에 있는 포도밭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규격에 벗어나면 그냥 '메독'이라든지 '보르도'라고 더 넓은 지역 명칭을 사용하거나 아예 AOC 표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예가 보르도에서 스위트 화이트와인을 만드는 소떼른느 지방에서 곰팡이가 끼지 않아 그냥 화이트와인을 만든다면 A.O.C.에 "Sauternes"라는 표기를 못
하고 그냥 보르도라고 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프랑스의 A.O.C는 원산지 통제와 품질관리를 통하여, 각 지방별로 고유의 전통과 명성을 가진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여, 프랑스 와인 품질과 명예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가 이렇게 A.O.C 제도를 확립하기 이전에도 이미 이태리(키안티는 1716년)나 스페인(리오하는 1560년에 실시) 등 일부 지방에서 원산지 명칭관리를 시작했지만, 그 시행과정이 엄격하지 못하였고, 다시 프랑스의 제도를 모방하여 시행하지만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와인의 명성이 결정되는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직도 말이 많고 로비, 청탁, 반발 등 그 체계가 확실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프랑스의 와인을 최고
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나라도 이런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