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은 협동조합으로 만들 수 없을까?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두선 사무국장
최근 회자하고 있는 텔레비전 광고가 있다.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대대적인 스타마케팅을 하고 있는 배달앱 업체들에 대한 것이다. 10조 원이 넘는 배달음식 시장을 놓고 배달 앱 기업들이 열띤 경쟁을 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전형적인 플랫폼 형태의 기업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서로 만나게 하고 거래와 같은 상호작용을 중개한다. 플랫폼 배달 앱 업체들은 판매자에게 받는 광고비와 모바일 결제 수수료를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확대되면서 앱을 이용하여 음식을 주문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은 14만여 개의 음식업소를 등록하고 음식점과 개인 소비자를 연결하여 1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배달 앱 업체 간의 사생결단의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외국계 자본이 앱 업체에 투자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앱을 통한 구매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생계형 영세음식업자들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배달앱업체에 내야 하는 비용에는 카드결제 수수료에 중계 수수료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배달음식에 포함된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세금까지 고려하면 수익은 더 낮아진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최근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의 양과 질이 직접 가서 먹는 음식보다 떨어진다는 소비자의 불만도 있다.
소비자 불만이 자영업자에게만 제기될 뿐이다. 부담이 자영업자에게 가중되는 상황을 보자면 앱 업체와 자영업자 간의 상생이 아쉽다. 이들의 관계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더불어 배달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을 실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보다는 배달 앱 업체와 외국 투자자들이 가져간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협동 마케팅 플랫폼’의 시작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주체들이 있다.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이하 대안노협)에서 ‘협동 마케팅 플랫폼’ 구축 및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대안노협은 해피브릿지협동조합(송인창 이사장),엑투스협동조합(최예준 이사장) 등 주식회사에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협동조합을 포함하여 22개 회원이 모인 연합회이다. 이곳은 노동자협동조합의 확산과 조합 간의 협력체계를 만들어 노동자협동조합 구성원의 복리증진과 상부상조의 틀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협동 마케팅 플랫폼’은 자본 중심의 마케팅 논리가 아닌 ‘지역 중심, 사람 중심의 소셜마케팅’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시범적으로 서울 지역 내 2곳에서 사회적경제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을 포함한 영세자영업자까지 참여하여, 사회적 연대경제와 윤리적 소비문화를 지역주민과 공유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토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운영될 예정이다.
초기 기획은 지역 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상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앱 플랫폼 구축이었으나, 아직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제품이 다양하지 않다는 한계 때문에 지역 내 영세자영업자 중심의 배달 플랫폼으로 전환되었다. 모바일 배달 앱 개발과 실행은 IT업체인 엑투스협동조합 최예준 이사장이 총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 내 배달 관련 자영업자 상품을 소비자에게 매개하고,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면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조직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협동 마케팅 플랫폼’에 모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플랫폼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퀵서비스협동조합과 연대하여 지역 내 활동하고 있는 배달업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까지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한다면 지역 중심의 배달 앱 형태의 플랫폼 협동조합이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할 것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려면 ‘협동 마케팅 플랫폼’은 현재 배달 앱 업체들이 지역 자영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과도한 수수료를 적정한 가격으로 낮추고, 소비자에게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함께하는 이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인 생산자와 소비자, 배달종사자가 어울려 모두가 혜택을 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법칙으로 운영되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플랫폼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판한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란 책에서 플랫폼은 기업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단기간에 적은 자원을 투입하고도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업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플랫폼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거나 구성원들 간에 플랫폼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한 기업생태계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에 대한 고려 없이 각자의 최적화를 생각한다면 최대의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플랫폼은 경쟁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 플랫폼의 세계에서 나만 잘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호간의 협력과 상생이 잘 이루어진다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협동 마케팅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 기업이 추구하는 방식과 다른 지역 기반 비즈니스를 추구하고자 한다. ‘협동 마케팅 플랫폼’은 지역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사람 중심 비즈니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랫폼 협동조합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이다.
‘협동 마케팅 플랫폼’은 참여자 간의 협력과 상생과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가 접목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플랫폼 협동조합 운영방식은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과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운영방식에서 참여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잘 담아내야 할 것이다. 대안노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협동 마케팅 플랫폼’ 사업이 더욱 큰 가치를 만들어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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