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공사비 증액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시공사는 입주를 막거나 막겠다고 선포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착공 후에는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특약 계약에도 시공사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불공정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잿값이 급등하고 국토교통부가 특약이 있지만 조정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주면서 시공사의 태도도 바뀌었다. 국토부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해 무효가 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계약체결 이후 설계 변경,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길 경우 그 계약은 무효다.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공사비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는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약이 있지만 자잿값이 10배~20배 급등한 상황이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협의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라면서도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약이 무효이고 모두 반영해줘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지만 결국 조합은 시공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해줘야 할 법적인 근거가 없지만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입주를 막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과 입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경우 시공사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구조에서 조합의 목소리는 작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시공사가 자금지원을 끊거나 입주를 늦추면 조합의 피해가 커지고 소송으로 가더라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시공사도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