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가든>
-신명나라 맛집여행-
∎ 간보기
곡성에서 자랑하는 섬진강 참게요리 맛을 보자. 압록은 참게 은어거리로 지정된 남도음식 특화지역이기도 하다. 섬진강에 참게에 남도솜씨가 만난 참게탕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1. 식당얼개
1) 식당상호 ; 별천지가든
2) 전화 : 061) 362-8746
3) 주소 : 전남 곡성군 오곡면 섬진강로 1258(압록리 393-2)
4) 주요음식 : 은어 빙어 회, 참게장백반, 참게탕, 쏘가리탕
2. 맛본 음식 ; 참게매운탕 소 30,000원
3. 맛보기
1) 전체 :
참게탕을 중심으로 남도음식답게 상을 화려하게 장식한 찬이 열가지가 넘는데 찬마다 맛이 있어 참게탕의 매운맛을 보완한다. 참게탕은 시래기 맛이 일품이다.
2) 주요음식 : 참게탕
꽃게와는 맛이 다르다. 공통적인 게맛은 있으나 게살이 퍽퍽할 만큼 밀도가 높고, 옹골차다. 시래기 우린 탕에 미나리, 팽이등으로 향과 모양새를 잡았다. 탕맛은 맵고, 뚝배기가 오래도록 뜨거워 밥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뜨겁게 먹을 수 있다.
털 달린 발과 작은 몸통 등, 보기에도 꽃게와는 다른 토종 모양새다. 맛도 그렇다. 시래기가 토종의 맛을 잘 살려 우리 음식맛을 제대로 낸다. 시래기가 듬뿍 든 탕은 작은 것도 세 사람이 먹어야 할 정도로 양이 많다. 아쉬운 것은 너무 맵다는 것, 정작 참게로 국물맛이 충분히 스미지 않았다는 것. 맵지 않게 참게탕을 즐길 수는 없는 건가.
보조음식 :
남도 음식답게 찬이 다양하고 찬마다 제맛을 깊이 담아 좀 매운 듯한 게탕과 충분히 보완이 된다. 열가지가 넘는 찬이 허수가 없다. 도토리묵도 제대로 된 묵이다.
숙지나물이 눈에 띈다. 배춧잎 연한 것을 삶아 무친 숙지 나물, 쉬 상하지만 막 무쳐 상에 올리면 귀한 나물 부럽지 않다. 특히 숙지나물을 제대로 무쳤다. 배추내 나지 않으면서 배추살의 부드럽고 연한 부위별 풍미를 잘 살려냈다.
김치 맛이 좋다. 익은지와 생지가 같이 나온다. 익은지는 묵은 솜씨를 그대로 보여주고, 생지는 풋풋한 배추 내음을 그대로 살리면서 충분이 넣은 양념맛, 젓갈맛이 남도 풍미를 제대로 보여준다.
무나물은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으나 이상하게 먹기 쉽지 않다. 흔한 식재료임에도 나물로는 상에 잘 올리지 않아 고향음식이 되어 버렸다. 무나물을 보통 들깨를 넣고 탕으로 먹는데 맑게 무쳐 내왔다. 깔끔한 무 맛이 그대로 담겨 향수에 젖어 먹을 수 있다.
밥이 쫀득거려 매운탕과 먹기 그만이다. 밥이 퍼슬거리면 탕을 먹는데 진한 맛을 당해내지 못한다. 쫄깃한 밥맛이 시래기의 질긴 식감과 잘 어울린다.
4. 맛본 때 : 2019.3.
5. 음식 값 : 은어회 50,000원, 빙어회무침 40,000원, 송어회 60,000원, 참게탕(중) 45,000원, 참게장백반 15,000원, 쏘가리탕(중) 80,000원
6. 맛본 후
1) “참게 이야기”
우리가 고래로 먹어온 식용 게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참게다. 바다에 가까운 민물에 살며 산란 전 가을철에 바다로 내려간다. 부화한 참게 새끼는 서너달 자란 후에 다시 민물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다. 요즘은 바다에 이르는 하천이 제방이나 용수로 등등으로 곳곳에서 막히고 논이나 습지가 농약 사용 등으로 생태 환경이 악화되어 참게는 귀한 식품이 되었다.
≪규합총서≫에는 술·초게젓, 소금게젓, 장게젓 등을 담그는 법과 게구이, 게찜 등의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게는 감, 배, 꿀과 상극이므로 같이 먹지 말라 하였다. 게탕 소개는 없다. 아마 이렇게 매운탕이라는 이름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성싶다. 우리가 요즘 간장게장이라는 이름으로 먹는 것은 꽃게장이고, 참게장은 찾기 어렵다.
게는 해(蟹), 천해(川蟹), 속명으로 참궤[眞觤]라 했다. <승정원 일기>(인조 17년 3월 21일)에서는 참게를 그대로 한자 표기하여 진해(眞蟹)라고 하기도 했다.
“유림이 아뢰기를, ‘참게〔眞蟹〕가 성내며 싸운 일도 있는데, 이와 같은 변고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서로에서 간혹 황계(荒鷄)가 운 경우도 있었지만 아무 일이 없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
게는 “늦여름 이른 가을에 매미가 허물 벗듯이 껍질을 벗는 고로 ‘해(蟹)’라 하고 포박자는 ‘무장공자(無腸公子)’, 빗기 다니므로 방해(螃蟹)‘(<규합총서> 85면)라” 한다 하였다. 중국에서는 게를 방해(螃蟹, 팡시에)라고 한다. 참게는 중국에서도 서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양자강에 많이 서식한다 하는데, 참게와 비슷한 크기의 털이 많은 게를 털게라 하여 가을철 특산품 별식으로 높이 친다.
게는 강원도 이외의 전지역에서 나므로 우리에게는 전국적으로 매우 친숙한 식품이다. 가을이면 벼 벤 그루터기에 게가 내려온다는 황희의 시조가 있다. 오래 전부터 참게가 우리 일상에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터트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초당에 앉아 있지 않고 농사짓는 백성처럼 나서서 움직인다. 대추 볼이 붉은 골에 밤이 송이를 터뜨리고 벼를 벤 그루터기에 게가 내려오는 가을을 묘사해 관념을 일체 배제했다. 술이 익자 술을 거를 체를 파는 장수가 왔다가 돌아가니 술을 마시지 않고 어쩔 것이냐 하는 주책없는 지아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시에서 유래한 문구는 하나도 쓰지 않고 지식이나 위엄을 떨쳐버렸다. 한시에서 유래한 문구는 하나도 쓰지 않고 지식이나 위엄을 떨쳐버렸다. 나라를 다스리는 재상이 하층민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최상의 설득력을 갖추어 말하면서 그런 의도조차 비치지 않았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 4권, 326~327면)
대추와 밤이 익어가고 추수한 뒤끝에는 게까지도 내려와 먹을 수 있는데, 풍성하여 마음 편한 계절에 호화로운 안주를 두고 어이 술을 먹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술이 익었는데 술을 거르는 체마저도 살 수 있으니 술을 마실 최상의 조건이 구비되었다. 들고 있는 안주는 모두 백성들의 일상식품이다. 제대로 된 술안주는 참게 정도인데 참게 또한 가을 농부에게 익숙한 식품이다. 영의정을 지낸 황희가 한문투 권위적 표현이 아닌 백성의 구어투 표현으로 백성들의 일상생활을 노래했다. 지식과 권력의 최상층의 즐거움도 백성들과 같이 일상성에서 얻어야 건강한 것임을 노래한 것이다.
암참게는 염분이 없는 물에서는 산란하지 않는다. 임진강·한강·섬진강·금강 등의 하류가 좋은 산란조건을 갖추었는데, 이중에서도 섬진강이 수질이 양호하여 최적의 생장 조건을 갖추었다 한다. 그 섬진강에서 살진 암케를 먹으며 우리가 파괴한 자연으로 손상된 일상의 즐거움을 생각해본다.
논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우렁이나 게들이 사라진 것은 손상된 일상이다. 그래도 이전 생장 환경을 되살리려 하고, 안되면 양식을 하고, 뭣보다도 일상 식품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새로운 식품을 확장하려는 노력, 이전 식재료를 살려내 새로운 요리법으로 새 음식을 자꾸 만들어내 보급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덕분에 식당 음식의 확산으로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보편화되고 그 보편성 때문에 음식이 자꾸 진화한다.
규합총서에도 없는 조리법의 참게매운탕도 그런 진화의 하나다. 참게매운탕은 그렇게 복원되는 일상의 즐거움이다. 그래서 황정승의 ’아니 먹고 어이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일상의 즐거움이다. 더구나 상향평준화로 모두 귀족으로 평등해진 세상이 아닌가. 오히려 농민의 즐거움, 대중의 즐거움이 자연 친화력을 갖는 편안한 즐거움으로 더 값이 높아졌다. 이런 일상의 즐거움이야말로 최상의 즐거움이라는 공감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니 참게매운탕에 소주 한잔을 곁들인다면 왕후장상이 부러운 게 아니라 왕후장상이 부러워 할 것이다.
참게에 대한 관심은 음식이 아닌 우리 산천에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참게의 여행>(양상용, 국민서관, 2018)은 참게 서식에 관한, 그림과 함께 하는 이야기책이다. 다각적인 관심은 우리 산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되돌아온다.
<참고문헌>
빙허각 이씨 저, 정양완 역주(2008), 규합총서, 보진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동일(2005), 4판 한국문학통사2권, 지식산업사
<한국신명나라 http://cafe.daum.net/koreawonderland>
7. 상차림 모습과 분위기
2) 중국 털게(大闸蟹)요리 (사진은 2021.11월 상해 촬영)
위에서 소개한 중국의 털게요리다. 중국도 남방에서는 가을이면 털게를 먹느라 야단이다. 요리법도 가지가지. 이것은 털게를 부위별로 살을 발라 중국식으로 소스에 볶아 요리한 것이다. 소스는 약간만, 거의 기본 게살로 한 요리, 한 상값이 상당하다.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으나 이렇게 살을 발라낸 요리는 주로 면에 비벼 먹는다.
면에 기호별로 소스를 얹어 비비듯이 해서 먹는다. 새로운 요리 방식으로 주목할 만하다. 우리 게 요리는 게장, 매운탕, 무침 등등 전통방식이 이어지는 외에 새로 개발하는 요리가 많지 않은데, 중국 요리도 참고할 만하다.
항주에 가서 그냥 찜요리를 먹은 적이 있다. 값이 만만찮았던 기억이다. 이것은 1인 300위안 정도다. 우리돈 5만원 정도니, 한국 게요리보다 몇 배 비싼 요리다. 값이나 요리 방식으로 봐서 이런 요리가 보편화하기는 어려울 거라 본다. 특별한 요리방식, 중국인의 털게 사랑을 읽을 수 있다.
* 주변 산책
바로 5분 거리에 레일바이크 등 이전 철도역사를 개조한 놀이시설 및 커피숍 등이 있다. 육교가 있어 섬진강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 자칫 밋밋한 곡성 지역에 섬진강 향유할 수 있는 시설과 음식이 손을 부른다. 하지만 바이크 등은 이용객이 없어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전 철로를 이용하고 이에 대한 향수를 담은 놀이시설인 거 같지만, 섬진강이라는 자연과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참게탕을 먹은 호사에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 더 양보할 수 없는 특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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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이 선명해 실물을 대하는 듯 합니다. 갈수록 음식여행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곁반찬 하나하나 소홀한 게 없어 맛의 본토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관심을 갖고 읽어주시고 긍정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글을 편집, 수정하고 뒤에 '참게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참고가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