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味적인 시장-108]-[의성 오일장(2,7)]- [2023. 6. 16. 금. 경향신문 기사]
양파와 마늘 수확이 한창일 동네인 경북 의성과 경남 의령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경북 의성을 선택해 장구경을 나선다. 의성 다인면에서 유기농 사과농사와 관련한 공부를 하면서 부사라는 사과에도 동북 7호, 미얀마, 로열골드 등 다양한 품종이 있음을 알게도 되었다. 유기농 농원을 겉에서 구별하는 방법은 풀이다. 나무 주변에 풀이 자연스레 자라고 있다. 사과밭을 거닐면 풀향기가 그윽하다. 과일은 겉보기보다는 품고 있는 향과 맛이 중요하다. 사람도 속을 봐야 한다고 하면서도 겉만 본다. 과일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 마하농원(054)862-6666 의성장은 2,7장이다. 의성 안계장은 1,6장이다. 다인면 마하농원에서 안계장으로 갔다. 역시 면 단위 장은 작다. 장터 구경이 목적이 아니라, 의성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해 만두를 빚는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로컬푸드를 실행하는 식당으로 장터 근처에 있는 만둣집을 가기 위함이다. 로컬푸드 매장에 식당을 같이하더라도 대부분이 정육식당이다. 다양한 로컬푸드 소비보다는 고기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식당은 의성에서 생산한 작물로 만두를 빚는다. 메뉴도 단출해 만둣국과 전골, 예약해야 하는 수육이 전부다. 만둣국 외에 찐만두와 튀김만두도 주문할 수 있다. 만두는 작아도 속은 꽉 차 있다. 씹는 맛도 좋거니와 소가 퍽퍽하지 않다. 튀김만두는 국만두와 모양새가 다소 다르다. 속도 달라 국만두보다 고기 양이 많다. 따로 생만두, 찐만두, 군만두를 포장 판매도 한다. 먹다 보면 사 가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상호가 오늘 만든 것만 판다는 의미에서 오늘손만두다.(054)862-0700 ■ 장터 다니면서 찾은 맛있는 열무는 한적한 골목에서 발견 ■ 생각지도 못했던 식재료인 [꼬습은] 열무와 보기 드문 조선 배추 ■ 제철 재료의 맛, 여름 김치로 그만 ■ 의성 농산물로 꽉꽉 채운 손만두 ■ 특산물 마늘 넣은 풍미 좋은 소시지 ■ 장터 풍경만큼 구수한 팥빵도 별미
인구 감소로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의성임을 실감할 정도로 장날임에도 시장에서 문 연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중에서 사람이 그나마 있는 곳은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닭발집. 보리밥과 국수에 숯불 닭발과 닭목 구이를 파는 곳에만 사람이 있다. 과일 가게 두어 곳은 상품 몇 개만 진열한 채 문만 열었다. 을씨년스럽던 장터가 장이 서면 흥이 넘친다. 휑했던 시장통은 오가는 사람이 가득하다. 수박 한 통, 참외 몇 개만 있던 과일가게에는 참외, 오렌지, 수박 할 것 없이 매대가 가득 차 있다. 낙동강 지류인 남대천과 쌍계천이 지나는 의성은 물 맑은 곳에서 나는 골부리가 손님을 기다린다. 의성 이웃인 문경에서는 골뱅이라고 하는 녀석으로 실제 이름은 다슬기다. 의성 아랫동네는 고디라고도 한다. 의성 오일장 구석구석을 훑으면서 열무를 찾았다. 몇 번을 왕복해도 딱히 마음에 드는 열무가 안 보여, 열무 사는 것을 포기하고 재래종 부추인 솔부추를 샀다. 솔부추는 고소한 맛이 좋은 품종으로 전을 부치면 아주 맛있다. 그리고 나서 한바퀴 더 돌아보던 중 드디어 찾던 열무를 만났다. 게다가 생각지도 않은 속이 차지 않은 비결구 배추인 조선배추까지 만났다. 조선배추는 얼갈이하고 모양새는 비슷하나 길이가 두 배 정도 길다. 쌈으로도 좋고, 겉절이로도 좋고 열무와 같이 김치를 담가도 좋다. 여름이 오면 김치를 가끔 담근다. 주로 담는 것은 열무와 오이김치다. 여름 김치 재료로 이만한 것이 없다. 맛도 있거니와 제철이기에 가격 또한 저렴하다. 파는 할머니 말로는 [기가 맥히게 꼬습워]였는데 먹어보니 요즘 통배추에서는 맛보기 힘든 고소한 맛이었다. 오일장터의 매력은 생각지 않은 식재료를 만난다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형할인점과는 다른, 보물찾기 같은 잔재미가 오일장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조선배추, 열무 두 묶음 8000원 주고 사와서는 김치를 담갔다. 두어 시간 절이고는 새우젓, 소금, 고춧가루, 생강가루, 밀가루 풀을 넣고 버무렸다. 재료가 맛있으면 설탕은 필요 없거나 적은 양만 있어도 된다. 재료가 지닌 단맛을 믿으면 된다. 굳이 매실청이나 설탕이 필요 없다.
김치 담그기는 생각보다 쉽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해보고 해봐야 는다. 음식 만들기나 김치 담그기는 하다 보면 는다. 의성은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한지형 마늘 생산지 중 하나다. 마늘은 한지형 생산지와 난지형 생산지로 크게 나눌 수가 있다. 따듯한 남쪽에서 주로 나는 것은 난지형 마늘이고 의성, 단양, 서산, 태안 등지에서 나는 마늘은 한지형 마늘이다. 의성을 다니다 보면 다른 시골 마을과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가 있다. 마당이 넓은 곳은 따로, 그렇지 않으면 옥상에 마늘 건조대를 만든다. 비를 피할 수 있고 햇빛이 직접 내리비치지 않으면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건조대 있는 건물을 보는 순간 의성임을 느끼곤 했다. 유월 첫 주의 의성 들판은 마늘 수확 시작이었다. 장터에는 따로 마늘장이 서는 곳이 있었지만 거의 개점 휴업 상태. 의성의 마늘 수확은 6월 둘째 주부터 시작이다. 마늘 먹인 소가 있는 동네인 의성에서는 같은 소고기라도 조금 색다르게 파는 정육점이 있다. 박가와 정가 성을 가진 부부가 운영하는 정육점인 [박가정]이다. 외관도 일반적인 정육점 모양새와 달리 카페처럼 깔끔하다. 의성 마늘 소를 드라이에이징(건식숙성)해서 판다. 소고기 외에도 무항생제 돼지고기로 만든 햄인 잠봉과 마늘 소시지도 판다. 유명한 의성 마늘을 이용한 햄도 있다. 마늘 맛을 느끼기 힘든 양이 들어갔지만 당당하게도 의성마늘햄이다. 생색만 낸 의성마늘햄과 달리 잠봉에서 제법 마늘 맛이 났다. 박가정 0507-1308-3436 오일장은 시골 생활에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물 귀한 곳이 사막, 시골은 사람이 귀하다. 도회지처럼 오밀조밀 모여 살지 않는 시골은 사람 보기 힘들다. 그나마 장이 서야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한 시간 한 번 다니는 버스를 타더라도 장터에는 사람이 모인다. 사람 사는 향기가 그립기 때문이다. 의성 읍내에는 상호가 [오밀조밀]인 비건 빵집이 있다. 전국 팥빵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진득하고 달기만 한 팥소 대신 구수한 맛이 일품인 이 집은 전국 팥빵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팥빵을 파는 집이다. 오밀조밀 0507-1397-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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