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별밤하늘 바라보고 각 방에서 곤히 잠든 뒤,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둘째날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침부터 내어주는 자연의 선물, 딸기도 따먹고 산책하며 시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요.
다시 모둠별로 책들고 모여앉아 밥상앞에 마음 모으듯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들을 살펴보며 정리합니다.
다음날이면 원주로 떠나 다른 모둠에게 발표를 할텐데
어떻게 재미나게 나눌 수 있을지 서로 궁리하며 하하호호 웃기도 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진지한 질문과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모둠별로 열심히 읽고 그리고 토론하느라 과정을 담은 사진들이 몇개 없어 아쉽네요^^;;
저멀리 들려오는 <죽음의 밥상> (노아, 솔, 대영) 모둠에서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책 내용을 연기도 풀어준다고 하는데요.
가까이서 들려오는 <토종씨앗의 역습> (누리, 유빈, 건희, 지명) 모둠에서는
퀴즈를 내고 맞추는 연습을 하면서 아주 열띤 왁자지껄 큰소리들이 들려왔어요.
<밥상머리 마음공부> (은솔, 은새, 하나, 지영) 모둠에서는
전날에 만나서 들었던 밥상 윤희이모와 마을장터 재우선생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책의 내용과 연결해보기도 하고, 각자가 돌아봐지는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저마다 그림일기에 담아가기 시작했지요.
다들 진지하게, 틈나는대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정성 가득한 너브내밥상에서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밝은공방으로 이동했습니다.
바로 마을의 소농이모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준비되었기 때문인데요.
마을에서 오며가며 반갑게 만나는 이모들이지만,
어떤 하늘땅살이를 해가시는지, 왜, 어떤 마음으로 하고 계시는지는 잘 몰랐었지요.
들어서니 이미 희경이모와 주희이모가 기다리고 계셨어요. ^^
처음에는 하늘땅살이와는 관계없는 삶을 살았는데,
인수마을에서 한몸살이 시작하면서 친구들 통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고
홍천마을로 걸음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농의 길에 들어선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도 엄연하게는 토박이 씨앗 매년 이어가는 소농들. 이모들과 다를 것은 없지만
작고 연약한 생명을 대하는 마음,
그 생명들이 주는 선물에 깨어있는 마음들이
우리의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게 해주셨어요.
학생들에게는 주희 이모의 '하늘땅살이의 첫 시작은 떡볶이를 맛있게 해먹고 싶은 마음이었다'는게
흥미로운 이야기로 남았어요.
하늘땅살이에는 온생명과 어우러지는 큰 뜻이 담겨있는 것이 맞지만
어떤 거창한 의미를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와 함께사는 친구들이 맛있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사는 삶을 위한
아주 작고 소박한 꿈이 담겨있다는 걸 다시 새겼어요.
기르는 저마다의 토박이 씨앗에 대한 특징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듣는 내내 밭에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움찔했네요.
빠르고 편한 삶을 쫓아 살아가기 바쁜 이 시대에
이렇게 손수 흙을 만지며 결실을 거두고 밥상을 차리며 살아가는 삶,
다시 모든 것이 돌아갈 때 흔적이 남지 않도록 살아가는 삶이
우리 가까이에서 이렇게 이모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누구보다 신명나는 삶으로 느껴졌는데요,
그 신명은 우리도 맛볼 수 있었지요.
지난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는 동안
거둔것들로 찰떡을 해오셨는데요. (덩기덕쿵떡 아름이모 고마워요~!)
울타리콩, 선비잡이콩, 메주콩, 잣, 대추 등 직접 심고 거두고 줍고 딴 열매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겨우내 열심히 갈무리하신 그 고요한 시간들이 눈에 선했습니다.
지난해 함께 모내기했던 붉은차나락도 찹쌀가루가 되어 떡의 주재료로 들어갔다고 하셨어요.
학생들의 눈은 처음 떡을 보았을 때 한번,
다함께 먹고 나서 한번 휘둥그레 졌습니다.
보기도 먹음직스럽고 실제로도 너무 맛있었으며 양도 넉넉했기 때문이지요.
(들살이가 끝난 뒤에도 자꾸 생각난다며 두고두고 회자되었다는~~)
해와 바람 맞으며 땀흘리며 거둔 결실들이 사랑과 정성을 만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주는지 다시한번 알게 되었어요.
학생들은 이모들의 나눔 들으며
'행복해보이시는게 부러웠다.'
'김매기하는게 정말 싫었는데 즐겁게 지내시는 것 같아 나도 그런 마음으로 하고 싶다' 는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학생은 콩이 많이 들어간 떡을 좋아하지 않는데,
처음 먹기 시작할 때는 '내가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고민했대요.
이렇게 공부를 같이 하며 이모들과 생명을 정성으로 대하는 마음에 대해 듣고나니
조금 더 먹어보자.. 하면서 한입씩 먹었다면서
그때부터 점점 더 맛있게 느껴지더니 다 먹고나서는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 나눠주었어요.
그 맛은 마음의 맛일수도 있고
제철에 우리땅에서 굳게 자란 맛일 수도 있고
이모들의 사랑가득한 손 맛일 수도 있겠지요.
이것만 해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돌아갈 때는 들살이에서 비빔밥 맛있게 해먹으라며
직접 담그신 고추장과 지난해 함께 거둔 현미쌀도 전해주셨어요.
우리의 배움과 삶이 이렇게 순환되는 속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신 이모들께 감사했어요.
저녁밥상까지 마친 뒤에 근처 동학공원으로 산책길을 올랐어요.
들어서니 마을의 윤상삼촌과 '곰이'가 한적한 산책을 하고 있네요.
달려가 한참을 쓰다듬어주는 학생들 손길에
마냥 행복해 누워있는 곰이였어요. ^^
배도 부르고, 푸르른 잔디밭 위에서 한판 뛰어보려 합니다.
마침 함께 놀러온 어린이들도 있네요.
준비, 시작! 소리만 나면 신나게 달리는 지치지 않는 푸른이들.
보기만 해도 시원해져요.
배움이 다름이 아니지요.
건강하게 자라나는 배움의 길은 책 안에 머물 수 없지요.
신나게 땀흘리며 생각하고 또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시간,
들살이에서도 한껏 펼쳐나갔습니다.
첫댓글 시금치 반찬을 원래 안좋아했는데 들살이 다녀온 뒤로 먹어보니 괜찮게 느껴져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학생 이야기를 어제 들었어요^^배움이 삶으로 이어지는 만남, 참 고마운 시간이었겠어요~!
너른곳에서 신나게달리는 푸른이들~
정말 시원해보이네요~
이야. 정말 귀한 만남과 선물꾸러미네요.
학생들을 아끼는 소농선생님들의 맘이 느껴집니다.
책읽는 것만으로는 맛볼수 없는 살아있는 배움!
공부 지대로 하셨네요
밝고 착한 뜻을 품고, 정성껏 걸어온 삶과 일상.
기꺼이 그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온 귀들이 무척 귀하고 소중합니다.
만남과 배움이 울림이 되어, 학생들의 삶에 좋은 거름이 되기를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