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장 자격증 불법 대여 만연
기사입력 2015-02
수익성 악화 경상비 줄이는 편법
건설시장 자격증 불법 대여 만연
수익성 악화 경상비 줄이는 편법
#1. 경기지역의 종합건설업체인 A사는 토목기사와 건축기사 자격증 2개를 불법 대여하고 있다. 자격증 1개당 대여료가 연간 200∼300만원으로, 이들 2명에 대한 4대 보험료를 감안해도 이들을 상시근로자로 채용하는 것보다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경기 수원에 사는 조경기사 B씨는 기사 자격증을 종합건설업체인 C사에 빌려 주고, 연간 600만원의 대여료를 받고 있다. B씨는 대학 졸업 후 자격증은 땄지만 이 분야에 적성이 맞지 않아 영수전문학원에서 수학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건설시장의 기술자 불법 대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규모와 업종을 막론한 불법 대여는 건설시장에 잘못된 관행으로 만연하고, 정부가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처럼 건설업계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기술자 보유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것은, 건설공사 수요에 비해 건설업체 수가 많아 일감이 부족해 악화된 수익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표 참조>
대형사들은 수행 프로젝트가 많아 관련법령이 요구하는 기술자 수를 충족하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견 또는 영세한 중소업계는 고정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편법으로 자격증을 대여하고 있다.
이들은 일감이 없는 기간에는 기술자 보유 기준에 모자란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하고, 4대 보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경상비를 줄이다 일감이 생기면 현장에 투입할 기사는 물론 품질 또는 안전관리자를 채용한다.
한 지역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정상적으로 일하는 곳도 상시 고용 기술자가 2∼3명에 불과하고, 페이퍼컴퍼니는 사장 1명에 여직원 1명이 전부”라며 “영세한 중소업계는 업종을 막론하고 90% 가량이 자격증을 편법으로 빌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가령 토목ㆍ건축공사업체가 연간 600억원을 낙찰받아 수익률이 1%인 경우 6억원으로 건설기술자 11명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고, 사무실과 장비 임대료 등의 관리비를 내면 남는 게 없다”며 “이러면 사장도 먹고 살아야기에 기술자를 줄이는 편법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건설기술자가 시장 수요보다 많이 배출되면서 수급 균형이 깨진 것도 불법 대여를 부추기고 있다.
충남지역의 B사 관계자는 “20년 전 연간 3000만원에 거래된 토목과 건축기사는 최근 수요에 비해 기술자가 넘쳐 200∼300만원대로 급락하고, 조경기사도 600만원대로 낮아졌다”며 “자격증이 불법 대여되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여료가 낮아져 사장 입장에서는 불법 대여의 유혹에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실제로 건설사에 채용돼 상시근로자로 근무해야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업에 종사하거나 육아 등으로 근무할 여건이 안 되는 기술자들은 자격증 대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설계업계는 대도시에 소재한 업체에 비해 임금이 낮고, 업무량은 많은 데다 해당 지역 공무원의 횡포가 심해 면허를 대여하고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다.
전남지역의 D사 관계자는 “요즘 학원가에서 인기인 이른바 전화기(전기, 화공, 기계) 분야는 최근 수요에 비해 배출자가 적어 자격증 대여료가 1000만원대로 높게 거래되고 있다”며 “반면 토목과 건축 분야 기술자는 넘쳐 우수한 인력들이 자격증을 대여하며 다른 일에 종사하는 씁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