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삼 문학상 대상 심사평 2010. 7. 정홍성 시집『섬진강 500리』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분과회장)
올해의 박재삼 문학상 대상에는 정홍성 시집『섬진강 500리』를 선정하는데 별로 이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시집『위에서 발을 씻는구나』와『한강의 꿈』을 상재하여 한하운문학상과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어서 우리 문단에서는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그의 시 세계는 한 마디로 서정성을 자연과 인간의 생존과 상관된 중심축에 설정하고 자신의 인생과 존재에 관한 지적인 사유(思惟)를 포괄하는 담담한 언어의 결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표제시로 삼은 「섬진강 5백리」연작시와 「그리운 아버지」연작시는 그가 평소에 인식 내면에 깊이 잠재한 시적 진실을 명징하게 도출하려는 담색의 노력을 엿보게 하고 있다. 그는 ‘쥐뼘 한뼘 산전(山田)을 넓히느라 / 농토를 만드느라 / 짐으로 한짐 가득 / 연장 짐 챙겨지고 / 초옥 싸리문 비켜나와 / 불모잡힌 인생의 잿배기를 / 홀로 걷던 나그네여’라고 절규하는 어조는 바로 ‘그리운 아버지’에 대한 사부곡이다. 정홍성 시인은 ‘섬진강’에서도 ‘너무나 눈이 부신 새하얀 살결에 흘리어 / 봄을 싣고 오던 섬진강 바람이 / 환장을 하고 달려들어 / 다짜고짜로 덥석 매화를 끌어 안는다’고 섬진강(‘하동포구의 봄 물결’이라고 부제를 붙였다.)에 대한 향수와 애환이 서정적 눈길로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소재나 주제가 정홍성 시인의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적 원류가 이미 그에게서 속성처럼 근간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는 영원한 서정 시인으로 자리매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체로 현대시의 흐름은 시인들의 삶을 통한 인식과 성찰로 새로운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창출하려는 욕구가 넘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는 현실적 불합리와 부조리 등과의 갈등이 상존하게 되고 그러한 고뇌를 정화하거나 차원 높은 철학적 지향을 시도하는 것으로 현현되는 특징의 경우를 종종 엿볼 수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충만된 시인들의 확고한 주제의식의 발현이다. 정홍성 시인도 평범한 소재와 일상성의 언어로 자신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어서 옛날 박재삼 시인이 보편적 소재와 언어로 시적구도를 형성하고 삶과 인생에 대한 서민적 주제로 우리들에게 공감의 영역을 확대한 것과 같은 실로 정감 어린 시편들이 정감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그는 시의 운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시의 구조에서 말하는 내재율보다는 외형률에 시적 성취를 많이 할애하고 있어 보인다. 어쩌면 시조처럼 율격에 너무 치우치는 시법을 대할 수 있는데 완전한 시조의 경지가 아니라면 내재율의 묘미를 살려서 현대시의 멋을 배가하는 데에 더욱 유념하기 바란다. 이러한 시적구성은 일직이박재삼 시인이 즐겨 사용한 시조의 구도에서 외형적인 음수율과 현대시에서 강조하는 내재적 호흡을 절묘하게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시적 경지를 개척한 일과 유사성을 갖는다. 정홍성 시인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박재삼 시 정신을 계승하고 고양하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투자해서 고매한 정신들이 영원히 빛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