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愚見之 在今王政之急務 似在開經筵 罷科業 修先王遜悌 爲主之敎而行之 則士日趍 於經學窮理矣 民時洽 於敦化成俗矣
제가 보기에는 지금 임금께서 정치에 급한 일이 마치 경연을 여는 데 있는 듯합니다. 科擧 試驗의 學業을 그만두게 하고, 先王의 겸손과 공손을 위주로 한 교육을 시행한다면, 선비들이 經學 연구에 날로 나아가게 되고, 백성들에게 때맞추어 윤택하도록 정성스럽게 가르치고 이끌어 좋은 풍속을 이루어야 합니다.
※科業: 官吏를 뽑을 때 實施하던 試驗인 科擧를 보는 데 必要한 學業. 洽적실 흡, 潤澤하게 하다.
書曰 元首亮哉 股肱良哉 詩曰 周雖舊邦 其命維新 開經筵 致中化 則元首亮哉矣 罷科業 務義理 則股肱良哉矣 聖主得賢臣 君君而臣臣焉 則周邦維新之命 豈其難乎 不顧僭越 開喙吐赤 願執事轉 而上聆以開 萬世熙皡之其焉
書經 益稷에 이르길, 임금이 밝으면, 신하들이 어질 것입니다. 라 하였고, 詩經 大雅篇(대아편)에, 주나라는 비록 아주 오래된 나라이지만 天命은 새로워졌다. 라 하였는데, 經筵(경연)을 열어 中化에 이르도록 하니, 임금이 밝으신 겁니다. 科擧 試驗의 學業을 없애고, 義理에 힘쓰면 즉 신하들이 어질게 될 겁니다. 임금께서 현명한 신하를 얻어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다면, 즉 주나라가 天命을 새롭게 하듯 어찌 어렵겠습니까? 주제넘게 입을 놀리는 것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마시고, 진실한 마음으로 吐露(토로)합니다. 원하건대 제가 다루어 드린 말씀을, 임금께서는 귀 기울여 들으시고, 만세에 이르도록 기쁨으로 환호하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書經 益稷에 臯陶(고요)가 순임금의 노래에 화답하여 부르기를, 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임금이 밝으시면, 신하들이 어질어서, 모든 일이 편안해질 것입니다.)
※詩經 大雅篇 문왕의 덕을 찬양하는 詩 중 周雖舊邦 其命維新(주나라는 고대 황제의 후손으로 아주 오래된 씨족이지만 천명은 새로워서 지금에 이르러 주나라를 건국하게 되었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周의 일족이 역성혁명을 통해서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 것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王朝交替와 같은 뜻이다.
※僭越: 주제넘음, 외람됨, 참월하다, 분수에 지나치는 행동을 하다, 주제넘게 윗사람의 명의나 물건 등을 함부로 사용하다. 開喙: 어떤 일 따위에 대해 입을 놀리거나 말참견함. 喙부리 훼, 숨, 말, 괴롭다. 聆들을 령, 깨닫다, 나이, 귀 기울여 들음. 皥밝을 호, 皞의 俗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