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신자의 성지순례(제주교구) 6월 20일

[이종민 도미니꼬]

육지의 성지에서는 새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많이 못 잤는데,

제주도의 아침은 풍경이 사뭇 다르다.

새 소리는 없고,

엄청 큰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와 성지주변의 목장에 있는 소들의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제주도 아침의 느낌은 별로다. ㅋㅋ

오전중에 네군데의 성지를 다 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부지런히 텐트를 정리하고,

아직 해도 오르지 않았는데(구름에 가려서 없는것) 정난주 묘소를 촬영했다.

지난 의정부교구 성지순례때 황사영의 묘를 보고 왔는데,

3일만에 그 부인의 묘소앞에서 잠을 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추자도에 살고 있다는 황경한의 자손(두아들)도 나처럼 자신들의 할아버지,할머니 묘소를 다니지는 않았을것 같다.

가족들은 편안하게 한곳으로 조상을 모시면 좋겠지만,

천주교 박해를 알리고 그 묘수를 얻고자 하는 백서를 쓴 황사영은 참수를 당하고,

부인인 정난주는 제주도 관비로 유배를 오면서 아들 황경환을 추자도에 몰래 두고서 다시는 아들을 보지 못하는 삶을 살았고,

황경한은 추자도에서 어머니의 소식을 들으면서 신앙인으로서 믿음을 굳건히 했기에 뿔뿔이 흩어질수 밖에 없는 운명의 가족은

지금은 의정부에, 추자도에, 제주도에서 후손들에게 믿음의 증거자로서 죽어서도 살아 있으니 그리 나쁜 현실은 아닐것이다.

다른 성지를 가야 하기에 부지런히 촬영후 출발을 하였다.

제주공항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가는길이기에 두번째로는 성이시돌 목장안에 있는

새미은총의 동산으로 달려갔다.

지난해 1월에 한라산 설경을 촬영하러 혼자 왔다가 나도 모르게 끌려간 성이시돌 성당.

그때는 새미은총의 동산에 마지막 만찬을 표현한 실물 크기의 동상앞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도망치듯 다시 온 기억이 있다.

이번엔 아예 새미 은총의 동산이 아닌 십자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여러 성지를 다니면서 십자가의 길은 꼭 보고 오지만, 사진은 내 맘에 드는 처만 촬영했다.

그런데 새미은총의 동산에 있는 십자가의 길은 처음부터 온몸이 저린것을 느끼면서,

14처의 모든 모습을 촬영했다.

실물처럼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는 십자가의 길 모습은 마치 내가 예수그리스도께서 현재 십자가를 들고 가시는 모습인양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고, 조각가 박창훈(요한)의 작품에 한없이 빠져들게 하였다.

신앙의 힘이 필요한 사람을 이곳에 데려오면 나처럼 변하지않을까?

나는 십자가를 짋어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그 시대의 구경하며 안타까워 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사진으로 본 십자가의 길

세번째로 간곳은 성 김대건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이 있는 용수성지이다.

세번째 성지까지 왔는데도 아직 9시가 되지 않았다.

새벽5시부터 움직였으니 이렇게 될수 밖에 없지 않은가..

용수성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 부터는 시간이 여유로웠다.

스쿠터는 12시까지 반납하기로 했고, 반납하고서는 공항만 가면 되니까 걱정이 없다.

그래서 인지 용수성지에서는 촬영할 꺼리도 많지 않은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용수성지는 바닷가에 있어서 앞으로 나오면 바로 바닷가길이다.

제주도까지 왔는데도 성지이외에는 따로 간곳이 없어서 바닷가 길에서 내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사실 그 노는 시간도 10분도 안되지만....모처럼의 여유로운 놀이를 즐긴다.

내가 놀아봐야 카메라 가지고 노는거지만....ㅎㅎ

        스쿠터 타면서 리모콘 촬영..

                                    개나리 봇짐(?) 달고 있는 스쿠터의 뒷모습..

용수성지에서 황사평까지는 거리가 꽤 됐다.

가는길에 아침을 먹을까 했는데 그 마저도 여의치 않아서 그냥 달려가다가,

성지 입구에 있는(길을 잘못 들어서 성지하고는 좀 멀지만)해장국집에 들러서 아침을 먹으면서 핸드폰 충전을 했다.

핸드폰 충전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지만 한군데만 남았으니 조금 늦어도 될것 같은 생각을 했다.

황사평은 천주교 공원묘지이다. 그 묘지 중앙에 무명의 순교자들의 무덤과,

제주도 초대 교구장, 그리고 그 후의 교구장들의 무덤이 옆에 있었다.

내가 무명의 순교자 무덤을 촬영하고 있으니 풀을 깍던 아저씨가 나에게 와서 저 옆에 유명한분들의 무덤이 있다고 알려줘서 가 봤지만, 난 성지순례가 목적이기에 기념사진처럼 두장 찍고 다시 무명순교자 무덤을 촬영하고 성지에서 나왔다.

스쿠터를 돌려줄 시간이 30여분 남아서,

초코바 두개랑 사이다 한병을 사서 용두암 근처의 바닷가 벤취에 앉았다.

혼자 초코바를 먹으면서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데 어여쁜 아가씨 둘이 내 옆의 벤취에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성지순례길에서는 커피를 한잔도 안 마신것 같다.

나도 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냥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스쿠터를 반납하고, 공항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공항으로 달려가서 티켓팅을 하고,

비행기 타는 곳에서 대기하는데 고개가 자꾸만 떨궈진다.

10분정도 잤을까? 안내방송에 일어나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왔다.

그런데....김포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오도방은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고,

일기예보에 오후4시쯤 그친다고 해서 두시간여를 비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공항로비에서 충전도 하고 기다렸지만,

비는 하염없이 내려서 오도방을 두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현광순 안젤라]

새미 은총의 동산에 있는 십자가의 길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절함을 느끼지않을수 없게 하네요. 덩그마니 놓여있는 오도방을 두고 오실때의 느낌은...? 쌤의 순례가 내맘에도 깊이 새겨지네요^^ 고맙습니다~~^^

[정기환마티아]

신앙의 힘이 필요하니 시간을 내서 성이시돌 성당의 새미은총의 동산' 십자가의 길을 따라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가는 고통의 체험을 해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김경은율리아니]

생생합니다~ ^0^

[김향보젬마]

기진맥진하여 세 번씩이나 쓰러지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들이 저지른 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느껴지네요.
쌤의 성지순례 계획에 함께 하셔서 모든 것을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손길을 깊이 느낍니다.
은총의 아름다운 순례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