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탄핵한 글 의성(義城)에 있을 때임
현령(縣令)은 덕이 없고 불초(不肖)하여, 고을에 부임한 지 몇 달이 못 되어서 천고(千古)에 없던 화가 문묘(文廟)에 미치게 되오니, 성인(聖人)의 교화를 손상하고 세상의 가르침을 실추시키며 도학(道學)을 욕되게 하고 우리 유가(儒家)를 부끄럽게 함이 모두 이 한 변고에 기인합니다.
만약 그 죄를 말한다면 비록 백 번 주벌(誅伐)을 당하고 천 번 죽임을 당하더라도 부족하온데, 조정에서는 특별히 관대한 법을 적용하여 다만 추고(推考)하는 데 그쳤으나 결말은 지금 감히 알 수 없습니다. 설혹 조정이 끝내 엄한 형률(刑律)을 적용한다면 지금까지 염치없이 직책을 그대로 맡고 있는 것이 어찌 온당한 도리이겠습니까.
조정의 뜻은 간사하고 흉악한 자들을 막으려는 일시적인 조처에 불과하오며 재앙을 부른 이 몸은 그 죄가 여전하옵니다. 이미 이러한 죄를 짓고서도 감히 벼슬자리에 그대로 무릅쓰고 있는다면, 사람들이 보고 들음에 어떻겠으며 명교(名敎)에 어떻겠습니까.
현령이 비록 염치가 없고 지각이 없어 어둡고 완악하며 미련하여 태연히 떠나갈 줄을 모른다 하더라도, 무릇 귀와 눈이 있는 온 고을의 백성들이 그 누가 괴이하게 여기지 않겠으며 비루한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오직 신자(臣子)된 직분과 의리에 오직 공손히 추고(推考)가 끝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또 현령은 평소 앓는 병이 많사옵고 지금은 현훈(眩暈)과 혼란한 병이 더욱 심하와 물건을 대하면 아득하고 일을 당하면 살피지 못하오니, 이때문에 더더욱 단 하루도 임무를 맡아서는 안 되는 것이옵니다. 반드시 물러가야 할 절박한 형편에 있으므로 부득이 감히 무릅쓰고 곧바로 연유를 하소연하오니, 굽어 살피시어 제때에 파면해 주소서.
自劾狀 在義城時
縣令不德無狀。到縣未數月。致有千古所無之禍。及於文廟。則傷聖化墜世敎。辱斯道恥吾儒者。擧在此一變。若言其罪。雖百誅千戮。有所不足。而朝廷特用寬典。止令推考結末。則時未敢知矣。設或朝廷終致之嚴律。其使至今靦然在職。豈理之宜哉。朝廷之旨。不過爲防姦杜凶。一時權宜之處置。而致孼之身。則其罪自若也。旣負此罪。尙敢苟冒。則其在瞻聆。何如也。其在名敎。何如也。縣令自雖無恥無覺。冥頑蠢愚。恬然不知可去。一縣之民凡有耳目者。孰不以爲可怪可鄙之物哉。惟在臣子分義。只當恭俟推考之終。而縣令素多宿病。今則眩暈昏亂之疾益甚。觸物矇然。臨事莫省。此尤不可一日在任者也。勢在必退。迫不得已。敢此冒昧。徑訴緣由。垂察及時罷黜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