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 대부광산퇴적암층과 바다향기수목원
1. 일자: 2024. 5. 24 (금)
2. 장소: 탄도항, 대부광산퇴적암층, 바다향기수목원, 전곡항
금요일 늦은 오후,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와 차를 몰아 탄도항으로 향한다. 서해랑길 89코스를 마음에 두었으나 현장 상황을 보고 발길 닿는 대로 가볼 생각이었다.
< 대부광산퇴적암층 >
탄도항에 차를 세우고 동주염전이나 바다향기수목원까지 택시로 이동하여 걸어서 돌아올까 했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일단 무작정 걷기로 한다. 일단 발을 떼고 나니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를 걷너자 퇴적암층을 알리는 이정목이 보인다. 단숨에 언덕에 올라선다. 누에섬과 풍력발전기 보이는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근사하다. 잠시 후 전망데크에 올라서자 꿈에서나 본듯한 비현실적인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층층이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퇴적암층이 천애절벽을 이루고 그 밑에 널찍한 호수가 보인다. 물빛은 진한 녹색이고 바위의 연한노란색을 띠고 있다. 이리도 이국적인 풍광을 품은 사위는 완변한 정적에 쌓여 있다. 기대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한 기분을 안고 내려서니 커다란 캠핑장이 나타난다. 신선의 세계에 있다가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서니 잠시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밑에서 올려다본 퇴적암층은 그저 커다란 암릉이었다. 지명으로 보아 옛 광산이었나 본데 바위절벽과 호수의 어울림이 멋졌다.
< 바다향기수목원 >
도로를 걷다 버스를 발견하고 황급히 손들 든다. 바다향기수목원을 지난단다. 올라 탄다. 3정거장 정도 지나 내렸다. 수목원 후문이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입장이 불가했을 것이다. 한적한 수목원길을 걸어 오른다. 상상전망돼에 도착해 삼각대를 찾는데, 없다. 버스에서 두고 내렸나 보다. 꽤 오래 정들었는데 여기까지가 인연인가 보다. 누군가 잘 썼으면 한다.
상상전망돼에서의 풍경은 이름값만 못했다. 실제보다는 이름에 '돼'가 붙은 게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곳인가 보다. 곳곳에 서해랑길, 경기둘레길, 대부해솔길을 알리는 리본이 어지럽다. 오히려 정문으로 내려오며 본 갖가지 테마정원이 훨씬 인상 깊었다. 장미원에서 색색의 장미도 보고, 허브의 냄새도 맡아보고, 잘 가꾼 숲과 색고운 나무와 연못도 구경했다. 놀랍게도 입장료는 무료였다.
6시가 가까워 온다. 바람이 분다. 입구에서 택시를 부르는데 올 기미가 없다. 찻길을 걸어 탄도항으로 갈 기분이 아니다. 연이은 히치하이킹은 실패하고 어쩌나 하고 있는데, 카니발 한 대가 선다. 차에는 다리를 다쳐 목발을 한 아들이 있었다. 연신 고마움을 표하고 탄도항에 내린다.
차에 환자가 있는데 굳이 왜 날 태워 주었을까? 문득 드는 생각, 선행은 여유 있을 때 배푸는 게 아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 낯선 길에 우두처니 서 있는 내게 발현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선행의 댓가를 언젠가 길에서 나도 갚아주리라.
< 탄도항과 전곡항 >
탄도항에 해가 뉘였한다. 발길 따라 바다로 향한다. 앞에 보이는 섬이 누에섬인가 보다. 물길이 열리는 곳인데 밀물에 바다에 떠 있는 풍력발전기 만이 존재를 알린다. 해지는 바다는 넓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차를 몰아 전곡항으로 이동한다.
전곡항은 무척 큰 포구였다. 건물도 많고 분주하다. 일몰을 보고 갈까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정박해 있는 배들을 보자, 어서 집에 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차를 몬다. 시화 부근을 지난다. 서녘에 일몰의 기운이 느껴진다.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여행은 기나 짧으나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예기치 않은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