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de. 비어트리스
Writer by. 러닝(lim--sea@hanmail.net)
Fan. 별에 오르다
Part2. 그 남자의 제안
ㅡ 제 9화 ㅡ
“우으음……."
커텐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내 단잠을 깨운다. 어제 소주 두병을 깔끔하게 비우고야 준이녀석이 불러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간신히 몸을 싣고 집으로 들어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것이. 어제 그렇게 술을 마셔댄 것에 대한 후회가 스멀 스멀 밀려온다. 한마디로 아주 기분이 더럽다.
너무 취해서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않고 잠든 탓인지 원피스자락이 배위까지 말려올라와서는 아주 가관도 아니다. 침대에 눕힌 몸을 힘겹게 일으켜고 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들여다보니 해가 중천에 뜨고도 남았을 열두시 사십분. 휴일에 이렇게 늘어지게 자본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모닝샤워나하고 단막극 공모전에 낼 원고정리나 해야겠다.
안방문을 열고나와 욕실로 들어서 거울을 보는 순간 내입에서 비집고나오는 ‘헉’ 소리. 정말 ‘헉’소리가 절로 나는 몰골이다. 새집을 지은 머리칼, 여기저기 번져버린 립스틱과 마스카라…어제 솔지품에 안겨 엉엉 울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심히 쪽팔린 기분이든다. 어제 내 꼴. 얼마나 추했을까.
“못살아 정말…….”
내 머리를 두어번 쥐어박고는 칫솔에 치약을 뭍혀 열심히 이를 닦았다. 양치질이라도 하고나니 입안에서 풍기는 알콜냄새가 조금은 가신 듯 하다. 옷을 차례차례 벗어제끼고는 샤워기를 틀어 미지근한 물로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찬물로 씻으면 더 확실하겠지만 그건 심장마비 걸릴까 차마 못하겠고, 그래도 모닝샤워는 언제나 시원하다. 따지고보면 모닝도 아닌 시간이지만.
그저께 아침에 빨아서 너어놓은 수건들이 보송보송하게 말랐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입고 마른 수건 한 장을 집어들고 머리칼을 말리는데 침대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린다. 액정을 들여다보니 솔지다.
“응.”
-집에 잘 들어갔냐 어젠?
“그럼 잘 들어갔지. 길바닥에서 자기라도 했을까봐?”
-하하 속 안쓰려?
“무-지 쓰리다."
-그러게 우리집에서 그냥 자고가라니까. 그랬으면 이 언니가 북어국 맛깔나게 끓여줬을거 아니냐.
“됐어요-. 너 애가져서 몸도 힘든데 나까지 민폐끼치면 쓰냐. 나중에 찬이 좋아하는 피자사들고 한번 놀러갈게”
-그래 알았다.
부모가 되면 진정한 어른이 된다더니. 솔지도 철이 들었나보다. 뭐 원래 준이녀석보다야 솔지가 훨씬 어른이긴 했지만. 솔지와 통화를 마치고 화장대에 앉아 토너와 로션을 바르는데 머릿속에 지웅이 얼굴에 스친다. 휴대폰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아도 부재중 전화, 메시지 뭐 그런건 없다. 지웅이는 나한테 정말 진심으로 떨어져있자는 말을 한거다. 나쁜 놈…….
대충 마른듯한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거실로 나오니 거실 꼴이 말이 아니다. 맨날 청소를 해도 어쩜 그리 맨날 더러워지는지. 나 혼자 사는데도 이렇게 지저분해지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잡지와 리모컨을 한 곳에 가지런히 정리해두고는 쓰다가 던져놓은 수건들을 주워다가 빨래통에 담았다.
“하여튼 김지웅…….”
빨래통을 정리해서 세탁기를 돌리려는데 수건들과 내 옷가지 사이에 섞인 지웅이 팬티 여러장이 보인다. 하여튼 김지웅 부끄러움도 참 없어라. 지웅이 속옷, 내 속옷을 따로 빼내 손빨래를 하기위해 대야에 담궈두고는 나머지 빨래들을 세탁기안으로 집어넣었다. 세제를 몇 스푼 집어넣고는 버튼을 누르니경쾌한 알림 소리와 함께 세탁기가 돌아간다.
기분이 우울할 땐. 바쁘게 일을 하거나,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친구라고는 준이녀석과 솔지밖에 없는데. 솔지는 임신을 했고, 준이는 가장으로써 나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고있으니 내가 우울할때마다 불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기분이 울적해도 혼자 삭히는 수 밖에.
-
♪♩♬♩♪♩♬ ~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시작하려는데 안방에 놓아둔 휴대폰이 울린다. 후다닥 다려가 액정을 들여다보니 ‘국민 배우’ 한이씨다. 쉬는 날 웬일이지?
“여보세요?”
-한작가님 접니다 공한이.
“네 한이씨. 웬일이세요?”
-그날은 잘 들어가셨어요?
“네?”
-저랑 술 마신날이요. 진즉 전화드렸어야하는데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이제야 전화드려요
“아아- 네 잘 들어갔죠. "
-한작가님 오늘 바쁘세요?
“아뇨. 바쁘지는 않은데. 왜요?”
-그럼 저랑 샌드위치먹으러 안 가실래요?
“샌드위치요?”
-네 저번에 같이갔던 그 레스토랑 주인녀석이 새로운 샌드위치 메뉴를 개발했다고 시식하러오면 점심도 공짜로 준다는데 혼자 가기가 좀 그래서요.
“아, 정말요? 근데 제가 따라가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오늘은 내가 데리러갈게요. 한작가님 집 주소좀 찍어 보내주실래요?
“아아…네. 알겠어요”
-한시간 쯤 후에 도착할테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네에-”
얼떨결에 한이씨와 점심 식사를 하게 됐다. 그나저나 한이씨랑 이렇게 가깝게 지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붙어다니다가 괜히 이상한 기사라도 나면…에이. 내 외모에 남들 눈에 띌만큼 뛰어난것도 아니고, 공한이씨한테 댈만큼 출중하지도 않은데 그런일이야 있겠어? 만약 그런 기사가 나면 그냥 코디라고 둘러대면 대겠지 뭐.
톱스타와 가깝게 지내기위해서는 밥 한번 먹으러나갈때에도 참 많은 걱정을 해야하는구나…. 이렇게 번거로운데 톱스타랑 연애하는 일반인들은 얼마나 가슴 졸이면서 살까? 생각만 해도 내 심장이 다 쪼그라드는것만 같다.
그나저나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들고있던 걸래를 걸래통에 가져다놓고는 안방으로 들어와 화장대앞에 앉았다. 자연으로 말린 내 머리를 사자처럼 쭉 쭉 퍼져 가관도 아니다. 드라이기 코드를 꼽고 부스스하게 산발이 된 머리를 드라이하고나니 한 결 나아지는 것 같다. 밋밋하기만한 내 민낯위에 비비크림과 파운데이션, 트윈케익,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글로스 이 모든 것들을 칠하고나니 마치 새사람으로 태어난것마냥 확 달라지는 얼굴.
흑…….
김태희나 성유주처럼 여신같은 여자는 이렇게 나처럼 화장으로 커버하지않아도 충분히 블링블링하고 예쁘겠지? 그나저나 한이씨는 괜찮아진건가. 성유주 그여자는 결별설 나고도 아무렇지않게 슈즈 컬렉션 참석하고, 패션쇼 보러다니고 그런다던데. 한이씨는 표정만 어둡고 내색을 안하니 참…….
휴ㅡ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랴.
화장을 마치고 옷장을 열어 지난해 여름에 산 원피스를 꺼내입었다. 작지는 않은것보니 1년새 살이 더 찌지는 않았나보다. 투명한 크리스탈 큐빅장식이 박힌 머리띠를 하고 미스트와 향수를 뿌리고나니 화장대위에 올려둔 휴대폰이 또 다시 울려온다. 벌써 온건가?
“여보세요.”
-나에요. 지금 거의 다 왔는데 준비 다했나해서.
“벌써 오셨어요?”
-생각보다 한작가님집이랑 우리집이랑 가깝더라구요. 왜요 준비 아직 멀었어요?
“아뇨. 그건 아닌데. 저도 준비 다 했어요 도착하면 문자주세요. 제가 아파트앞 버스정류장으로 나갈게요.”
- 알았어요
여기서 정류장까지 걸어가려면 10분은 걸리니까 서둘러 집을 나서야겠다. 장롱속에서 평소에 잘 매지않는 도트백을 꺼내 지갑과 다이어리, 휴대폰과 파우치를 담고는 서둘러 집을 나선다. 지난 여름 지웅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힐을 신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복도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오늘 참 날씨 좋다ㅡ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지웅이는 뭐하고 있을까. 나쁜 놈…. 나한테 그런 말만 안 했으면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같이 대청소도 하고, 점심으로 같이 떡볶이도 만들어먹고. 저녁에는 같이 찜질방도 가고. 여느때와 같이 휴일을 보내고 있었을텐데.
저 멀리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버스정류장에도 참 오랜만에 와보는 듯 하다. 나도 지웅이도 차가 있다보니 차 탈 일이 없긴 없었지.
- ♬♩♩♪♩♬♩♪ ~
“네 한이씨”
-준비 다 됐어요?
“저 지금 버스정류장이에요.”
-아 그래요 어? 아! 한작가님 보이네요
전화가 끊기고 얼마지나지 않아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선다.깔끔하게 잘 빠진 은색 고급 세단. 공한이씨 차가 따로 있었구나. 벤만 타고다니는거 봐서 차가 따로 있는지 몰랐네. 차안에서 손짓하는 한이씨. 몸을 살짝 숙여 조수석에 올라타니 기분 좋게 웃으며 차를 다시 출발시킨다.
“잘 있었어요?”
“그럼요.”
“얼굴은 더 안좋아보이는데요?”
“그래요?”
“또 무슨일 있었죠?”
“아니에요.”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라는 말에 내 얼굴을 힐끔- 장난스레 쳐다보며 씨익 아이처럼 웃는 한이씨. 언제봐도 보는 사람까지 다 기분 좋아지는 한이씨의 미소. 그나저나 나보다 한이씨 얼굴이 더 헬쓱해진 것 같다. 나야 가뜩이나 통통한 볼살 빠지지도 않는데 헬쓱해지면 좋은거지만, 공한이씨같은 배우는 티비 브라운관에 나오면 보는 사람들이 금방 알아볼텐데.
“나보다 한이씨 얼굴이 더 헬쓱해진 것 같은데요?”
“나요? 나 일부러 살 빼는건데?”
“왜요?”
“원래 배우들은 새작품 들어가면 몸매 관리같은거 해요”
“에이-”
“하하. 진짠데.”
“그나저나 떨리지않으세요? 수요일이 첫 촬영인데.”
“뭐 떨리진 않고 기대되요.한작가님도 촬영 현장에 오실거죠?”
“글쎄요. 윤작가님이 가라고하시면 가는거구요 뭐.”
“와요. 나 심심해.”
코를 찡긋- 해보이며 활짝 웃는 한이씨. 한이씨처럼 잘나고 멋진 사람이.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대한민국 톱스타가 왜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는지 갑자기 의문이 든다. 솔직히 나같은 서브작가쯤이야 신경쓰지 않아도 될 위치아닌가?
“공한이씨.”
“네?”
“저 뭐하나만 물어봐도되요?”
“두 개 물어봐도 되요.”
“공한이씨는 나한테 왜그렇게 잘해주세요? 공한이씨 위치에 있으면 나같은 서브작가 쯤은 신경 안쓸 수도 있는데.”
“그래서 싫어요?”
“아뇨 싫은 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요. 그냥 한작가님이 좋아요. 한작가님 찡그린 얼굴 보는거 안타깝고,어딘가 나랑 닮은 것 같기도하고, 한작가님 웃는거보면 기분 좋아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편해요. 오래된 친구나 친한 여동생처럼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공한이씨. 사실 나도 그렇긴 하다. 내가 톱스타와 한 공간에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공한이씨가 편하다. 내가 오빠 없이 자라서그런지. 공한이씨가 어쩔땐 오빠같기도 하고, 오랜 친구같기도 하고. 일할때는 같이 일하기 참 좋은 파트너인 것 같고. 프로다운 모습을 볼 때면 역시 배우가 맞긴 맞구나. 싶고. 무튼 나도 공한이씨가 참 편하다. 그리고 공한이씨 또한 아프지 않길 바란다.
“샌드위치 좋아해요?”
“네. 저는 호밀샌드위치 제일 좋아해요 토마토랑 양상추 도톰하게 들어간거요.”
“어? 나돈데ㅡ”
“정말요?”
“네. 나 샌드위치 먹을 때 호밀 아니면 거의 안 먹어요.”
“저돈데.”
“하하ㅡ 신기하네.”
지웅이는 호밀 샌드위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지웅이는 거무잡잡한 모양새와 씁쓸하니 콩맛이 나는 호밀빵은 맛이 없다며 잘 먹지 않는다. 오로지 새하얀 우유식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고집한다. 그것도 치즈와 슬라이스 햄이 가득 들어있는 그런 샌드위치. 정말 애가 따로 없다.
그러고보니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면서도 우리 두사람의 취향은 다른게 참 많았던 것 같다. 지웅이는 달콤한 마끼야또를 좋아하고 나는 씁쓰름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지웅이는 라면에 계란 넣은 것을 좋아하고, 나는 순수 라면 국물 맛을 느끼기위해 계란은 넣지 않는다. 지웅이는 호박전을 좋아하고 나는 김치전을 좋아한다.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점이 참 많았다 우리 둘. 왜 여태 그걸 못 느끼고 있었던거지? 새삼 지웅이와 내가 다른점이 많다는 걸 느끼고나니 또 한번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져온다. 지웅이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왜ㅡ.
연락 한통이 없는걸까.
“왔냐.”
“어.”
“어? 또 뵙네요? 그 때 그 미인작가님 맞죠?”
“하하 작가는 맞는데 미인 작가는아닌데….”
“아니긴요 뭘. 미인 맞으신데요? 하하. 저 쪽으로 앉으세요”
“네에-”
그 때 봤던 공한이씨 친구인 가게 사장. 서글서글한 눈매로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안내해준다. 공한이씨같은 톱스타친구 때문에 이렇게 맨날 가게를 비워두면 이 가게 유지는 되나?
“제가 샌드위치 신메뉴를 개발했거든요 맛있게해서 갖다드릴게요”
“야 한작가님 호밀 샌드위치 좋아하신다니까 그것도 하나 해다줘.”
“그래 알았다.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공한이씨에게 시크하게 대답하고는 내게는 천사같은 미소를 보여주시는 젊은 사장님. 참 재미있는 분 인 것 같다. 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는 여기저기 가게 내부 인테리어를 둘러보는데 앞에 앉은 한이씨한테서 벨소리가 울린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는 한이씨.
“여보세요?”
…….
“아…어머님. 잘 지내셨어요?……아, 네…. 아니에요 어머니. 네. 네…, 아 네. 조만간 한 번 들를게요.”
…….
“네. 그럼 들어가세요-”
엄만가? 근데 자기엄마랑 통화하는데 저렇게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하나? 뭐 내가 알 거 아니니깐. 통화를 끊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한이씨. 곧이어 주방에 들어갔던 젊은 사장님이 환한 미소기를 머금고 걸어온다
"자- 이건 에피타이저. 딸기 스무디랑 수박 스무디니까 두분 취향대로 골라드세요.“
“고맙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해요.”
“그럼 샌드위치는 조금만 기다리세요.”
웃으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젊은 사장님. 그런 사장님의 위트에 한이씨도 만지작 거리던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환하게 웃어 보인다. 딸기 스무디와 수박 스무디 중 어떤걸로 먹을꺼냐며 묻는 한이씨. 아무거나 달랬더니 나한테는 딸기 스무디가 어울린다며 딸기스무디를 내앞으로 밀어준다. 빨대로 스무디를 한모금 빨아먹어보니 상큼하고 달콤한게 완전 내 스타일이다.
"우와 맛있어요.“
“그러네요. 시원해요.”
정말 맛있다 여태껏 내가 마셔본 스무디중 맛이 최고인 듯 하다. 대학생 때 지웅이녀석과 근처 카페에서 사 먹던 바나나스무디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는 것 같다. 그 땐 그 스무디가 제일 맛있었는데. 그래서 맨날 누가 계산을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내기도 많이 하고 게임도 많이하고 그랬었는데.
“어?…비오네요?…….”
빨대로 딸기 스무디의 표면을 긁어대며 딴 생각에 잠겨있는데 한이씨의 말에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굵은 빗방울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나기는 아닌 듯 하다. 그렇게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빗줄기가 강하게 바닥을 내리친다. 솨아아ㅡ 하는 시원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엄청 덥더니 이제 장마가 시작되려나. 요즘 일기예보를 안 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에이. 난 비오는거 싫은데.”
“비오는거 싫어하세요?”
“네. 난 별로 안 좋아해요 괜히 우울하고 그렇잖아요. 한작가님은 좋아해요?”
“좋아하진 않은데 그냥 그래요.”
“더운것보단 낫네요 그래도. 야외촬영할 때 더우면 진짜 최악이거든요.”
“아 맞다. 저 단막극 공모전에 원고내려구요.”
“우와- 진짜요?”
눈을 동그랗게 말아뜨며 묻는 한이씨. 고개를 끄덕이자 마치 여자처럼 손뼉을 짝- 하고 마주치며 활짝 웃는다.
“자ㅡ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맛있게들 드세요.”
“와- 진짜 맛있겠다.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작가님이 미인이시라서 특별히 더 정성들여 했으니까 드셔보시고 정확히 평가해주셔야 해요?”
“네. 알겠어요 잘 먹을게요.”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가 가득가득 담긴 접시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자 그런 나를 보며 웃더니 앞저시에 샌드위치를 담아 건내는 한이씨. 앞접시를 기분 좋게 받아들고는 조심스레 호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무니 그 맛이 가히 환상이다.
“그럼 그 공모전에 당선되면 한작가님도 정식 작가 데뷔하는거에요?”
“뭐. 당선되면 그렇겠죠. 그치만 워낙 쟁쟁해서…….”
“에이-. 행운을 빌어줄게요.”
“고마워요.”
싱긋- 웃는 한이씨.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늘 고마운 사람. 그나저나 창밖을 보니 계속해서 비가내린다. 정말 소나기는 아닌가 보다. 우산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오늘 비맞게 생겼다 으이씨.
그나저나 이 샌드위치랑 스무디 진짜 맛있다.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질 정도로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한작가님.”
“오늘 정말 감사해요.”
“그나저나 우산이 없어서 어째요? 나도 우산 안가져왔는데.”
“집 까지 무작정 뛰어야죠 뭐.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 걱정을 하는 한이씨를 뒤로 하고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뛴다. 거센 빗줄기가 눈 두덩이를 와다다다ㅡ 때린다. 으악. 따갑다. 한참을 뒤어 아파트안으로 쏙- 들어오니 원피스 끝자락에서 빗물이 뚝 뚝 떨어진다. 으아. 다 젖어버렸다
머릿결에 뭍은 빗방울들을 손으로 툭툭 털어내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직 초저녁인데도 우리 아파트는 너무 조용하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문득. 지웅이의 파란 슬리퍼가 눈에 들어온다. 누가 보면 지웅이랑 나랑 동거하는 줄 알겠다. 속옷이며, 슬리퍼며 다 우리집에 옮겨다놓고는 하루종일 연락 한통 없는 김지웅 녀석.
전화나 한 번 해볼까.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깟 자존심보다 지웅이와의 관계 회복이 더 중요하다. 젖은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고 소파에 풀썩 주저앉아 가방속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몇 초.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다. 이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 되오니 …….
신호가 한참 가고나서야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않는다는 여자목소리만 들려온다. 난 지웅이 목소리가 듣고싶었는데. 김지웅…참 야속하다.
솨아아아ㅡ
고개를 돌려 베란다를 바라보면 아직도 비는 거세게 내리고 있다.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솨아아ㅡ 와다다다ㅡ. 당분간 덥지는 않겠다. 아니, 더 찝찝하려나?
띵동-♪
빗줄기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손에 쥐고있던 휴대폰에서 문제메세지 알림음이 울린다. 꾹꾹 키패드를 눌러 비밀번호를 눌렀다. 역시나 내가 기대하던 지웅이의 메시지가 아니다.
「 비 맞았을 것 같은데 감기안걸리게 조심하세요.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국민배우 」
네. 나도 즐거웠어요.
한이씨에게 온 문자를 한참 내려다보다 테이블위에 올려진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켰다. 무한도전 할 시간인데… 한참 채널을 돌리다가 일기예보가 나오는 채널에서 멈춰선다. 일기예보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노란색 우비를 입은 기상캐스터가 능숙한 손짓으로 날씨를 알려주고 있다.
‘이번주말부터는 빗줄기가 더 강해지면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됩니다…….‘
정말.
장마가 시작되려나보다.
권.연 처음 구상할때는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였는데...ㅠ_ㅠ
점점 새드물이 되가는 느낌이네요ㅠㅠ
시즌원때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쓰는 저조차도 당황스럽다는;;
여러분도 그러시죠ㅠㅠ? 죄송함당..
그러나 권태기라는 것이 우울함의 결정체긴 하죠ㅠㅠ
권.연이 새드물이 아니라 권태기 를 다룬 내용이라는 것! 잊지마시고 봐주세요^^
비가 다시 오네요... 제법 많이 와서 피해자도 많고 여기저기 난리가 났군요..
우리 별 가족 여러분에게는 피해없길 바랍니다..♡
|
첫댓글 저희쪽은별피해가없어요다른지역은괜찮을런지..정말지웅이는무슨생각일까요...
♡
기다리느라목빠질뻔해써여끼끼끼끾끾
♡
진촤 새드되는건 아닌가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에요....+ㅅ+
♡
어유. 저 자꾸만 한이에게 마음이 움직이는... 으악. 한이가 너무 매력있는 사람이라..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아새드되면안되는데..ㅠㅠ 나중에완결은해피엔딩에겟죠?ㅋㅋㅋㅋㅋ
♡
와 한이는 너무 다정한거같아요...지웅이..쫌 분발해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젠 비가 안오더니 지금은 비가 쏟아지는중,, 지웅이 더 분발해야 할듯!
♡
저희 지역은 햇빛이 쨍쨍한게...너무 더워요ㅜㅜ우리 지웅이 오늘 한컷도 없네요?ㅎㅎ
♡
정말 여기랑 윗지방이랑 날씨가 백팔십도로 달라서 당황스럽네요....에구...지웅이...ㅠㅠㅠㅠㅠ 권태기란게 정말...얼른 둘이 다시 잘됐으면 좋겠네요ㅠㅠㅠ 이번편도 재밌게 읽고 갈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