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극해장국
맛과 인심을 다 잡은 곳이다. 충북에도 이런 식당이 있다. 어디나 여건이 되면 맛과 인심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선지해장국, 간판으로 삼을 만한 음식이다.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음식이다. 푸짐한 인심으로 상을 차려내니 맛이 더 황홀하다.
1. 식당대강
상호 : 생극해장국
주소 : 충북 음성군 생극면 음성로 1683-1
전화 : 043-882-5959
주요음식 : 해장국, 내장탕
2. 먹은날 : 2023.10.2.저녁
먹은음식 : 선지해장국 내장탕
3. 맛보기
상에 푸지게 올라오는 김치와 양념장이 우선 토속적 분위기가 물씬 난다. 서울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느낌, 아 여행 왔구나. 멀리 왔구나 싶다. 일단 인심과 전통적인 냄새가 맘과 몸이 녹는 듯하다. 저녁 되면 약간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절기에 저녁 메뉴로도 참 적절하다.
해장국과 내장탕의 국물맛이 조금 다르다. 해장국 국물맛이 더 개운하고 깊다. 음식 품격이 한 수 위다. 해장국은 신선한 선지에 시레기가 좋은데, 시레기가 조금 뻣뻣한 것이 아쉽다. 추가 양념 없이도 그냥 그대로의 국물 맛이 온전하다.
내장탕은 고추양념을 조금 하는 것이 나은 거 같다. 조금 느끼한 맛을 잡는다. 잡내는 나지 않지만 매콤한 맛을 가미하니 내장과 더 잘 어울린다.
계란이 한 바구니 놓여 있다. 국물에 넣어 들라는 말 같은데, 계란을 넣으면 오히려 국물이 탁해질 거 같다. 푸진 인심만 확인했다.
선지해장국
뽀얀 국물에 깊은 맛과 솜씨가 숨어 있다. 신선한 선지가 듬북 들어 있다. 콩나물의 시원한 맛이 국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 선지 덕분 영양도 실하게 한끼를 채울 수 있다.
선지를 중국에서는 홍두부라 하여 시장에서 판다. 음식에서도 자주 다양하게 활용된다. 우리는 국밥으로 주로 먹지만 중국에서는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가 꽤 있다. 마치 두부 팔듯이 물에 담가놓고 파는 선지는 일상 음식으로 우리보다 더 친숙한 음식이다.
우리는 구하기도 어렵고 요리하기도 신선도를 더 요구하므로 접근하기 쉽지 않아 이렇게 전문 요리점에서나 만난다. 욕심을 내면 가정 요리로도 활용할 수 있으련만 아직은 좀 어려운 거 같다. 식재료의 다양성을 위해서 유통망과 요리사가 좀더 적극성을 발휘하면 좋겠다.
그래도 이런 좋은 식당이 있어 신선하고 맛있는 선지국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우선 감사한다.
내장탕. 국물이 진하지만 선지만큼 개운하지는 않아서 기호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거 같다.
처녑을 비롯한 여러 내장이 듬북 들어서 양과 영양이 서운하지는 않다. 고추다데기를 활용하면 맛을 매콤하게 개운하게 조절할 수 있다. 고추 다데기는 더욱 개운하게 해줄 것이다. 처녑에 겉절이 김치를 곁들이니 일미다. 탱탱한 배추맛과 내장 맛이 잘 어울린다.
약간 신맛 든 깍두기와 막 부쳐낸 겉절이가 국밥 먹기 최고의 김치가 되어준다. 거기다 양도 푸진데, 그것도 리필을 편하게 하도록 코너를 따로 마련해 두었다. 맛도 시스템도 한국적이다.
겉절이는 젓갈맛이 강하지 않아 진한 양념을 원하는 사람은 조금 서운할 수도 있다. 배추 자체가 달달해서 연한 양념이 오히려 편한 맛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모양도 색깔도 입맛을 돋군다. 좋은 음식이다.
아주 마침맞게 익은 깍두기가 국밥와의 조화를 최고로 만든다. 깍두기도 젓갈맛이 약하고 무 본연의 맛을 더 강하게 살리고 있다. 너무 시지 않게 살짝 신맛이 든 깍두기, 가장 맛있는 시점에 먹게 되는 것이 행운인지, 주인장의 노력인지 잘 모르겠다.
고추다데기. 묵은 솜씨를 보여준다. 오랫동안 장아찌로 담가 숙성시킨 고추로 만든 다데기로 보인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4. 먹은 후
1) 원조 논쟁
이곳은 본점이라 한다. 근데 옆에는 또 원조본점이라 써 있다. 인테넷에는 이곳은 본점이고 원조본점이라는 곳이 따로 있다. 이곳은 신양리, 그곳은 도신리다.
현지인에게 직접 들은 양가의 소종래는 이렇다. 이곳이 장소는 원조가 맞단다. 여기서 생극해장탕을 하다가 주인이 팔고 나갔단다. 이곳을 인수한 새주인은 그냥 그 이름 그대로 해장국집을 이어서 하고. 주인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보니 같은 이름으로 식당을 하고 있어서 문제 제기를 했고, 덕분에 아마 분쟁도 좀 있었던 거 같은데, 결국 결론은 두 집이 각각 식당을 같은 이름으로 하게 된 거다.
두 집은 보니 음식 차리는 스타일이 거의 비슷하다. 기회가 되면 도신리 생극해장국집에 가보려 한다.
전주 현대옥 생각이 난다. 현대옥 욕쟁이 할머니는 이미 은퇴한 지 오래고 은퇴하기 전 저작권?을 넘겨 결국 전국에 현대옥이 생겨나게 만들었다. 요즘 전주 해장국이라면 보통 현대옥 해장국을 말하는데, 오징어를 넣고 김에 싸 먹고 밥을 토렴해서 주고, 하는 등등이 모두 그분이 만들어낸 해장국 조리 방식이다. 전국 어디서나 현대옥 해장국을 하고 있지만 실상 그 해장국은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없어진 것은 이면의 화려한 부활이어서 전국에 전주 해장국집을 만들어내 해장국을 널리 알렸다.
그런데 몇 군데서 먹어보면 역시 옛날 남부시장 골목 그 자리에서 하는 집이 제일 맛있다. 왜 그런지는 참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일 큰 이유는 장소보다 맛을 아는 분이 영업을 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이곳도 맛을 아는 분이 하는 집이라는 것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아마 도신리 해장국집도 정말 맛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가 하니 맛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 집 덕분에 생극해장국은 더 널리 알려졌고, 그 집이 쉬고 있는 사이에도 영업을 계속해 맥을 이었으니 홍보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두 집이 그야말로 윈윈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는 즐기는 자의 것이다.
2) 장터 국밥
이곳은 터미널에 장터가 있는 곳이다. 전국 어디서나 장터에서는 오래된 터줏대감 맛집이 생겨난다. 우시장이나 도살장이 끼면 영낙없다. 거기다 교통의 중심지면 더욱 그렇다.
전주 현대옥을 위시하여 담양 황토방국밥, 안성 안일옥, 평택 파주옥 등등이 시장터나 교통요지 등에 자리잡고 커온 곳이다. 이런 집은 인심 좋고 맛 좋고 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식당과 음식들이 대중화된다. 널리 알려지는 음식들은 이처럼 일반 민중을 사로잡은 음식들이다.
이곳 음식도 그렇다. 터미널 옆에 있는 식당, 장이 열리는 곳에 있는 식당이어서 손님을 확보하고 역사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커오면서 얻은 명성이라 원래 주인장은 멀리 가도 이미 얻은 그 이름을 가지고 가고, 새로 옛터에 자리잡은 새 주인 또한 종래 그 이점을 그대로 누리게 되니 둘 다 승승장구하게 되어 있다.
원조 싸움으로 관심마저 끄니 손님을 더욱 많이 모을 수 있다. 덕분에 생극해장국은 점점 더 이름을 얻어갈 것이다. 이미 확보한 호조건에 맛과 인심을 담았으니 어찌 성공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집의 번영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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