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28] 경주 솔거미술관_박대성화백을 마주하며
미술관옆산책로 ・ 2023. 6. 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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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장을 마치고 경주를 들러 솔거미술관을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박대성 특별전을 우연히 마주하고 그의 대작들이 너무 인상깊어 그가 800여점을 기증해 명실상부한 박대성대표 미술관인 솔거를 가서 더 많은 작품들을 보고 싶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프로젝트는 어제 잘 끝났고, 오늘은 경주에 들러 박대성을 볼 것이며, 내일은 대체휴일이다.
오예!!
솔거는 경주엑스포공원 내에 있다.
엑스포공원의 입장권에 통합해 미술관을 갈수 있는데 가격은 12,000원
입구를 따라 쭉 들어가니 인터넷에서 많이 본 건축물.
경주 대표 문화재인 황룡사9층목탑을 모티브로 하여 음각한 작품인데, 들여다 보니 유동룡(이타미준)의 설계였다.
오호~ 그렇구나~~
제주의 유동룡미술관과 포도호텔, 수풍석미술관을 갈 날을 세어 본다.
솔거는 엑스포공원 입구부터 완벽하게 끝지점에 있다. 멀지는 않으니 산책하면서 슬슬 가면 된다. 비가 와 후텁하지만 그래도 봄날씨라 기분이 좋다.
아래든 눈에 익숙한 경주 불국사를 소재로한 작품이다.
화백이 경주에 머물면서 불국사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고, <불국설경>으로 첫 대면 후 같은 소재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번엔 <천년배산>인데, 4계절 중 어느 계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소나무가 4계절을 타는 나무가 아니고,
눈도 봄꽃도 여름을 알수 있는 것도 가을을 표현한 것도 보이지 않아 계절을 뛰어 넘어 시간을 관통하는 천년고찰을 표현한 것인가.. 생각한다.
진한 먹과 거친 붓으로 툭툭 그려넣은 소나무와
갈색 빛이 도는 불국사의 모습이 힘있고 영험하다.
여윽시 실망이란 단어와 붙지 않는 박대성화백의 불국사
<천년배산>, 1996
<천년배산>의 중앙부
<천년배산>의 좌측부
<천년배산>의 우측부
[참고] LA카운티뮤지엄의 <불국설경>
<천년배산>과 같은 전시실의 <고향>이란 작품
워낙 대작을 마주보는 위치에 있으니 소소해 보일 정도다.
허나 꼼꼼히 뜯어 보면 사물의 디테일과 충분한 여백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그의 고향 청도에 있음직한 꽃과 바위와 바위에 세긴 불상들이 잘 짜여진 구도 속에 들어앉아 균형미가 돋보인다.
<고향> 2006
정선의 <금강전도>를 떠오르게 하는 박대성의 <해금강>.
박대성 화백의 하늘에서 본 듯한 시각의 그림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데 이를 해금강에 투영하니 이런 작품이 나왔다.
쭉쭉뻗은 바위와 그 사이를 뚝 떨어져 내려오는 폭포수와 그 아래 굽이굽이 휘돌아 나가는 강물에,
높은 바위의 중간 부분을 유유히 지나는 구름까지
멈춰있는 그림이나 마치 모든 사물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 같은 환영에 휩싸인다.
<해금강> 2005
갑자기 대작들이 한꺼번에 있어 심장박동이 올라가 있는 와중에 소소하니 작은 수묵작품들을 대하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따뜻해 진다.
좌로부터 <야생화>2017, <말1> 연도 미상
바위산 하나를 딱 그려놓고 아래 글로써 그림을 그려 놓은 <설악산>
이 글이 누군가에게 쓴 편지인지, 그저 그날 화가의 생각을 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림이 할 수 없는 힘이 글에서 나온다.
가운데 무심하게 찍어 놓은 소산의 인장
낭만있다, 이 그림
<설악> 2000년대
다른 전시실로 이동하니 '용비어천가' '홍익인간' ' 훈민정음'처럼 우리 민족이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 낙관처럼 박힌 그림이 있다.
<청산백운>
그의 작품들이 유사성을 갖는데 이 그림도 그러하다.
그러나 또 다르므로 의미를 갖는다.
산과 구름과 그리고 해같은 달인지 달 같은 해인지
저 해(또는 달)는 환타지구나
해 뒤에 사물이 있을 수 없다. 천문학적으로 그러하다.
그런데 산과 산 사이에 해를 끼워 넣음으로써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릉도원같은 느낌이 든다.
<청산백운> 2022
그리고 처음 접하는 <코리아판타지>
태고적 단군시대부터 현대까지 한 그림에 집약적으로 넣어 놓았다.
많은 것을 담으려해 번잡하긴 하지만 메시지적으로 의미가 있다
<코리아판타지>
<코리아판타지>의 경우 전체보다는 부분 부분의 디테일들에 좀 더 눈이 갔다.
나는 박대성 화백이 바위나 산, 나무를 표현해 내는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더 많은 작품을 기대하고 간 것인데,
작품수가 적어 당황을 하긴 했다.
어찌된 사정인지 알아보니 상당수 대표작들이 미주 투어 중이어서 그런 것
그러고 보면 그 혜택을 내가 올 초 LA에서 본 것이다
남준이의 LA카운티뮤지엄 한국 근대미술의 도슨트해설 작들을 보러 갔을 때 우연히 그 맞은편 홀에서 박대성 특별전이 하고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고 훌륭해 솔거가 가장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더 다양한 작품들을 보고자 찾았던 것인데 LA카운티뮤지엄에서의 특별전이 대단했던 것.
또 하나, 별도의 미술관 입장권없이 경주엑스포공원 입장권에 미술관이 포함되다 보니 미술관만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입장료가 다소 과하다. (12000원)
여러번 솔거에 오고 싶은데 엑스포공원에 관심없는 사람도 일순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박대성화백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성지처럼 올 필요가 있는 미술관인 것은 맞다.
많은 작품을 기대했으나 그렇진 못해
LA카운티뮤지엄 전시리뷰 글을 연결해 놓는다.
[참고블로그]
https://blog.naver.com/yg12210/222997258437
LA카운티뮤지엄 (LACMA) #4_박대성 "그의 놀라운 상상의 세계"
우연히 마주쳐서 더 감동한걸까, 어느 날 어떤 식으로 보았든 감동은 필연이었을까? 남준이 도슨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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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3.5.28] 경주 솔거미술관_박대성화백을 마주하며|작성자 미술관옆산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