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사단 법구(法具) 및 지물
증사단은 먼저 증명법사가 불단을 향하여 앉을 수 있도록 경상과 좌구(坐具)를 준비한다. 좌구 뒤로 병풍을 쳐 대중들이 증명법사를 볼 수 없도록 한다. 그리고 경탁 위에는 점안의식시 필요한 법구와 지물을 다음과 같이 준비한다.
(1)금강저
범어로 바즈라(vajra)라고 하는 금강저는 원래 리그베다의 신인 인드라의 무기로서 천둥과 번개를 말한다. 밀교에서 바즈라는 부처님의 견고한 지혜 또는 번뇌를 타파하는 보리심을 상징하는 법구로서 독고(獨鈷), 삼고(三鈷), 오고(五鈷), 갈마저(羯磨杵) 등으로 나뉜다.
독고저는 일고저라 칭하며, 아직도 무기로서 원형이 남아 있다. 삼고저는 부처와 중생의 신, 구, 의 삼밀이 서로 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시바신이 가지고 있는 삼차극(三叉戟, 삼지창)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며 항마를 의미한다. 그리고 오고저는 오지, 오불을 나타내며, 통상적으로 금강저라고 할 때는 이 오고저를 가리킨다. 갈마저는 십이고저, 또는 십자(十字)금강저라고도 하여 삼고저를 십자형으로 합친 것인데, 불지(佛智)가 사방팔방으로 전개하여 활동하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금강계 오부의 하나이며 태장만다라 삼부의 하나인 금강부의 제존들은 금강저를 가지고 여래의 지혜와 덕을 나타낸다고 한다. 증사단에 금강저를 준비하는 것은 '집저진언(執杵眞言)'과 '동령진언(動鈴眞言)'시 증명법사가 작법을 거행하기 위함이다.
(2)금강령
금강령은 금강저의 한 쪽에 방울이 있는 것을 말하며 주로 요령이라고 일컫는다. <도부다라니목>에서는 "금강령이란 바로 반야바라밀의 뜻이다."고 하여 금강령의 공능을 설하고 있다. 이때의 요령은 오금강령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집령진언(執鈴眞言)'과 '동령진언'시 법구로 사용된다.
(3)경면주사
홍색이나 적갈색이 나는 천연 광물의 결정체로 거울처럼 얼굴이 비친다고 하여 경면주사라 한다. 이것의 주성분은 황화수은(HgS)이며 유황과 수은이 합쳐진 물질이다. 한의학에서 유황은 양기가 응축된 극양의 성질로 보고, 수은은 음기가 응축된 극음의 물질로 생각한다. 즉 두 물질이 합해져서 신비로운 음양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며, 효능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열을 내리며 경풍을 멈추게 하고 해독의 작용을 한다고 한다.
또한 경면주사는 벽사(辟邪)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새로 조성된 불상에 부처 아닌 그 어떤 것도 근접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증명법사는 삼밀진언인 '옴아훔'을 점필할 때 경면주사를 찍어 점필한다.
(4)붓과 벼루
팔안을 점필할 때 증명법사는 붓을 들어 범서를 각기 맞는 위치에 안치하며, '개안광명진언(開眼光明眞言)'시에도 붓을 들어 눈동자를 찍는다.
(5)향수와 버드나무가지
관불의식에서 필요한 것으로 바루나 불기에 청수를 반쯤 붓고 거기에 향을 넣어 향수를 만든다. <욕불공덕경>에서는 "불상을 목욕시킬 때에는 반드시 우두전단, 백단, 자단, 울금향, 용뇌향, 영릉, 곽향 등을 맑은 돌위에 놓고 갈아서 향니를 만들고, 그것으로써 향수를 만들어"라고 기록되어 있어 향수의 재료를 알 수 있다.
관불의식이 시작되면 부처님을 목욕시켜 드린다는 의미로 '목욕진언(沐浴眞言)'시 버드나무가지에 물을 적시어 불상에 뿌린다. 또한 '시수진언(施水眞言)'시 같은 방법으로 시주자와 동참대중에게 향수를 뿌린다.
(6)거울
'개안광명진언'시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 부처님 상호를 비추도록 한다. 이것은 눈을 밝게 뜬다는 의미로 거울을 통해 빛을 반사하여 부처님의 광명을 설명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7)팥
팥은 붉은 색이 그러하듯 항마의 의미를 지닌다. 팥은 햇볕이 가장 긴한 여름에 태양을 가장 많이 머금은 곡물로 양(陽) 즉, 밝음을 상징한다. 또한 이 밝음은 지혜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밝음이 어두움을 몰아내듯이 모든 음(陰)기운과 마군을 항복받는 의미를 지닌다. '항마진언(降魔眞言)'을 할 때 불상에 팥을 뿌리며, 팔안(八眼)과 육통(六通), 오통오력(五通五力)을 점필할 때 각기 세 번씩 팥을 뿌린다.
(8)백개자
백개자(白芥子)는 호마의 목적으로 '화취진언'시 불상에 약간 던진다. <불공견색신변진언경> 권19 [호마성취품]에서는 백개자가 각종 호마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화취진언은 복장의식에서도 거행하는데, <조상경>에는 "불이 마치 하나의 불덩어리 같다고 관상하고, 화취진언을 일곱 번 외우고 흰 개자를 약간 던진다."라고 설해져 있다.
<불상점안의식에 관한 연구/ 한정미(해사) 동방대학원 대승불교문예학과 불교의례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