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부 향고래
김경아
허리에
파스만 가득 붙인
우리 할머니
물질하러 가지 못해
한숨이 깊어졌어
향고래야
저 바다 헤엄쳐서
수르르 오징어떼 삼켰다가
우리 할머니 앞에
쏟아줄 수 없겠니
함박웃음 짓게
네 이 좀 빌려줘
김경아
향고래야
네 이 좀 빌려줘
어젯밤 입안으로
벌레가 몰래 숨어들어
온통 검은 물감을 쏟아냈어
엄마 몰래
할머니가 찔러준 막대 사탕도
아빠 월급날
맛있게 구워 먹던 삼겹살도
먹기가 힘들어
제발
네 튼튼한 이 좀 빌려줘
인싸* 향고래
김경아
향고래야
넌 날 잘 모르겠지만
나는 널 잘 알아
너는 소설책 모비딕에서
바다괴물로 등장했거든
너와 만나고 싶어 밤마다
꿈에 나오길 빌었어
동생이 읽던 동화책
피노키오에서
넌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도 삼켰지
속상해하는 우리 동생에게
네가 나타나 주길 빌었어
드라마 우영우에서
너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캐릭터였지
어쩌면
너처럼 인싸가 될 수 있겠니
네가 정말 부러워
난 아싸**라서 늘 외로워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잘 어울리는 사람을 이르는 말
**아웃사이더라는 뜻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행동하는 사람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
첫댓글 감사합니다
숙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