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매장량이 풍부하였던 고한 땅 어귀 골짜기에 정암사(淨岩寺)가 있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 태백산 정암사를 다녀왔다.
정암사에는 묘한 창건설화가 전해온다. 이름하여 '갈반지' 전설이다.
자장율사는 강릉에 수다사를 세우고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서원을 세웠단다.
그러던 중 꿈속에서 중국 오대산 북대에 있는 범승을 만났다.
범승은 이런 저런 애기 중에 태백산 갈반지에서 만나자고 하며 사라졌다.
자장율사는 태백산 일대에서 갈반지를 찾던 중 칡넝쿨이 엉켜 있는 곳을 발견하였는데
이곳에 열마리의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단다.
자장율사는 이곳이 필경 갈반지일테니 화엄경을 독송하여 저들을 구제하도록 일렀단다.
구렁이들은 불법을 공부하던 승려들이었는데 수행을 게을리하고 시물을 낭비하다가 뱀이 된 것이다.
뱀들은 누워 있는 자리에 금은보화가 있으니 그 재물로 절을 세워달라고 애원하였단다.
화엄경 독송 7일만에 구렁이들은 해탈하고 죽었단다.
자장율사는 이곳이 문수보살을 친견할 인연지로 생각하고 645년 석남원(石南院)을 세우니 오늘날 정암사란다.
'갈반지' 란 칡이 얽혀 있는 소반 모양의 땅이란다.
현재의 법당과 탑 자리는 산위에서 세 갈래의 칡덩쿨이 내려와 멈춘 곳이란다.
그래서 고한읍 지명 중에 '갈래' 라는 곳이 있으며 현재 초등학교의 이름도 갈래초등학교이다.
사람이 살 수없었던 고한 땅에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할 절을 세워 기도하니 갈래 갈래 석탄이 발견되어
오늘날의 고한 땅을 풍요롭게 만든 게 아닐까.
모든 중생을 계도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자장율사는 산간벽지 고한 땅을 길지로 바꾼거다.
예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불사를 일으켰으니 불심으로 갈래땅을 풍요롭게 한거다.
어디 이뿐일까.
정암사 뒤 산줄기가 만든 산간계곡엔 천연기념물 열목어 서식지로 보호되고 있다.
이런 자연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자장율사가 혼신을 다바쳐 기도한 결과가 아닐까.
깨끗한 바위 위에 덩그러이 올라 앉은 수마노탑을 중심으로 세상을 밝히는 기도의 도량으로 정암사로 태어난 게다.
한여름 굵은 빗줄기를 가르고 찾았던 정암사는 나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겠지.
썩지 않는 깨끗한 마음을 가지라고 전나무 향이 방부제로 다가와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어둠이 내리던 저녁 극락교를 건너며 문수보살을 친견하려는 작은 마음을 부둥켜 안았다.
의탁할 곳 없는 살덩어리를 부처님의 계율에 실어 속세의 고통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보았다.
그래서 정암사는 깨끗한 바위인가?
첫댓글 깊은뜻 헤아려줌을 감사하며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부탁합니다.
졸필을 읽어주시고 훌륭한 댓글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열심히 사유하고 쓰겠습니다
1999년 봄에 만난 정암사가 그리워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