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주스가게 - 유하순 -가게에서- 엄마: 내일부터 며칠 여행 다녀올거야 건호: (살짝 기분 좋은 말투로)가겐 어쩌고? 엄마: 네가 맡아야지. 건호: (얼굴을 찌뿌리면서)허, 말도 안돼. 그 소리 하려고 불러냈어? 엄마: (물에 행군 유리잔에 마른 행주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 아들을 휙 돌아본다) 건호: 난 못 해(유리잔 속 얼음 조각들이 짤랑 소리를 내도록 주스 잔을 카운터 테이블 위에 내려 놓는다) 엄마: 왜 못해? 건호: 그냥 알바 써. 내가 무슨 주스를 팔아.모양 빠지게. 엄마: 모양이 빠져?(개수대 위에서 행주를 쥐어짠다)정학 맞은 건 모양 안 빠져? 알바를 왜써! 펑펑 노는 일손 있는데! (손에 있던 행주를 개수대 위에 패대기 친다) 건호: 아 씨, 여행을 왜 꼭 지금 가야 해! 날이 쇠털처럼 많고만. 엄마: 엄마가 생전 처음 하는 부탁이야. 좀 들어주면 안돼? 건호: (짜증이 난 표정으로)아, 진짜!(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옆 테이블 의자에 하이킥을 날린다)왜 자꾸 귀찮게 해! 싫어. 안 한다고! 엄마: (당황한 표정으로 나가 떨어진 의자를 바라본다) 건호: 여행을 가든 말든 맘대로 해! 난 모르니까(씩씩대며 가게를 나오다가 옆병원 인턴 가운 입은 인턴들과 부딫힌다)(불량한 주스 가게를 보며 옛날을 회상한다)
-회상한 장면- 건호: 엄마, 왜 하필 저 이름이야? 엄마: (묘한 얼굴로)글쎄······, 요즘 불량이란 말이 자꾸 친근하게 느껴져서 말이야.
-다시 가게 앞으로- 건호: (빠른 걸음으로 상후와 민기 집으로 가려다가 멈춰서 일반속도로 집으로 돌아간다)
-집- 건호: (컴퓨터에 선생님, 죄송합니다. 부끄럽게 생각하며 마음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오해가 있다 해도 폭력을 써선 안 되는 거였습니다. 라는 내용을 컴퓨터에 쓴다.)(손가락 마디 마디를 으드득 꺾으면서 혼잣말로)아이씨, 중현이 그놈 한번더 발라버려야지. 아니 우리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나눠 피우다 걸린 전과가 있다해도 코뼈 뿌러졌다고 정학을 먹일 수 있냐고(반성문을 다 쓴후 담임한테 전송을 한다 그리고 게임을 한다) (자판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출출한 듯 배를 어루만지며 부엌으로 가면서 엄마의 방을 드려다 본다) 엄마: (방문을 활쩍 연채 가방을 싼다) 건호: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부엌에 가서 붙박이 벽장 앞에서 컵라면이 좋을지 사발면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사발면을 꺼낸다)
-다음날 아침- 건호: (컴퓨터 게임을 한다) 엄마: (아들 방 문을 열며)갔다 올게. 건호: (엄마가 말을 해도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엄마: (현관문 소리가 쿵 나도록 하며 나간다) 건호: (쿵 소리를 듣고 책상을 쎄지 않게 치며 혼잣말로)아아, 젠장. 나 용돈 떨어졌는데. (하품을 하며)밤 샜더니 쫌 졸리네..(침대로 가서 잔다) 상후: (나에게 전화를 건다) 건호: (상후의 전화로 인하여 잠에서 깨어나 휴대폰으로 3시인걸 확인하고 몰롱한 정신으로 전화를 받는다 상후: 당구장이야. 중요한 의논 있으니까. 자신의 할말만 하고 전화를 끊는다) 건호: (혼잣말로)짜식, 왜 명령조야.(상후를 처음 만났을 떄를 회상한다)
-회상하는 장면- 건호: (고등학교 1-6 표시가 나오고 그 교실에 아들이 앉아 있는다) 상후: (자신의 친구들과 서로 팔씨름을 하며 힘자랑을 한다 거기서 상후가 팔씨름을 모두 이긴다) 건호: (상후가 팔씨름 하는 것을 본다)(수업시간 마다 이해를 못한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잠을 잔다) 상후: (수업 시간 마다 나가 자는 것을 보고 쉬는 시간에)너 담임 수업 시간에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는게 되게 소신 있어 보인다. 나: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척 하지 않으며)수업 시간엔 자야 제멋이지. 상후: 우리 앞으로 같이 놀자. 중현, 민기: (민기-키가작다)(중현-교복바지가 줄여져 있고, 머리는 탈색흔적이 많이 남아있다)야, 우리도 같이 놀자.
-회상 장면 속-여름방학이 끝난날(장소-나이트 앞 쪽) 상후: 야, 우리 여름 방학 끝난 기념으로 나이트 한 번 가야지! 건호: 근데, 우리 제데로 놀려면 돈이 좀 부족하지 않냐: 민기: 그니까. 우리 삥 좀 뜯을까? 상후: 그럴까? 쟤 어떠냐: 민기: 오! 쟤 돈 좀 있어 보이는데? 어이, 거기 중딩! 중딩: 오ㅐ..왜요? 상후: 너 돈 좀 있냐? 중딩: 어..없어요. 정말이에요.. 상후: (주머니에서 커터 칼을 뽑아 들고 중딩을 벽으로 몰아붙이면서)얼마나 잘 드는지 보여줘? 건호: (손에서 땀이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민기: (당연한 듯 태연하게 웃으며 중딩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잡는다) 상후: (커터칼로 중딩의 교복 단추를 하나씩 뜯는다) 중현,건호: (서로 눈을 마주친다) 중현: (얼굴이 창백해지며 핏기 없어진다) 건호: (자신은 두렵지 않는 척을 하듯 억지로 킬킬 웃는 시늉을 한다) 중딩: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학원비라고 적혀 있는 봉투를 주면서)여..여기요.. 상후: 이제 가봐. 중딩: (도망가듯 뛰어간다) 민기: 오, 생각보다 많이 얻었네ㅋㅋㅋ 중현:(이번 일 이후로 상후, 민기, 건호를 피해다닌다)
-회상 장면 속-어느날- 상호,민기,건호:(중현을 운동장 구석으로 데려가 에워싼다) 중현: (결심한 듯 상호,민기,건호를 송충이 보듯 건나다 보면서)나, 너희랑 안 맞는 것 같다 상호,민기,건호:(기분이 더러운 듯한 눈살을 찌푸리는 표정을 짓는다)
-회상 장면 속-방과후- 상호,민기,건호: (중현이를 학교 근처 빌라의 지하 주차장으로 끌고 간다)(중현이에게 주멱질과 발길질을 한다) 중현: (이미 맞을 각오를 한 듯 저항하지 않는다 코와 입으로 피를 질질 흘린다) 민기: (어이가 없는 듯)뭐야, 맞을 각오 하고 온거야? 상후,민기,건호: (중현이가 피가 질질 나지만이미 맞을 각오를 하고 온 것을 알고 더 세게 떄린다 ) 빌라에 사는 아줌마: (애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애들을 보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경찰에게 신고한다) -회상 장면 속-위 일이 있고 난후(애들과 공원에서)- 건호: 아이씨, 그 아줌마만 없었으면 그날 녀석을 팽개치고 영화라도 보러 갔을텐데 아니, 그리고 무기정학까진 안 갔을거 아냐. 민기: 아니 그니까.
-다시 현재(당구장)- 건호: (당구장 문을 열고 담배 연기가 나고 냄새가 나서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 (당구장에 사람이 많아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당구공 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민기를 찾으며 두리번 거린다) 민기: (휴가라도 온 듯 여유여롭게 건호가 들어 온 것을 보고 손을 흔든다) 건호: (휴가라도 온 듯 여유롭게 민기와 상후가 있는 것을 보고 긴장이 풀린 듯 웃는 다)(슬리퍼를 끌면서 건들건들 걸으면서 애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중요한 의논이 뭐야? 상후: (흥분한 목소리로)우리 오토바이 훔치자 민기: 어떻게? 상후: 우리들은 그냥 오토바이를 빼앗기만 하면 돼. 나머지느 그 형이 처리할 거야. 건호: 뺏긴 자식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어쩔건데? 상후: (느물대며 웃으면서)문제없어. 면허 없는 놈들 꺼만 뺏을 거니까 민기: (의심스러운 표정과 말투로)그 선배 믿어도 돼? 학교도 떄려 쳤잖아 상후: (확신하는 목소리로)걱정 마. 의리 하나는 끝내 주는 형이니까.(인상을 팍 쓰면서 너희 날 그렇게 못 믿어? 민기: 그래 뭐, 한번 해보지 뭐. 야, 이건호! 너도 같이 하는 거지? 건호: 생각해 보지 뭐. 상후: 그럼 당구나 치자. 우리 짜장면이랑 간식도 좀 먹자. 민기,건호: 콜! 당구장 주인: 시켜드신 짜장면, 간식까지 총 4만 2천원 나왔습니다 상후: 저희 돈 없는데요 당구장 주인: 그래도 내셔야 합니다 민기: 외상 안돼요? 당구장 주인: 네, 안됩니다. 건호: 아이씨, 미치겠네. (뭔가 떠오른 표정으로)아, 맞다 우리 주스 가게 있으면 돈 있을 지도 몰라. 나 얼른 갔다올게. 민기: 빨리와라 건호: (너무 빠르지 않도록 뛰어 주스가게로 간다 그리고 자신의 생일으 조합해 만든 비밀번호를 눌러 도어락을 열고 들어간다)(믹서기가 꺠끗이 싰어져 있고 마룻바닥은 윤이 나있고 가게가 말끔히 정리 되어있는 것을 보고 혼잣말로)어젯밤에 대청소라도 한 모양이네.(테이블 위에 사과하고 바나나가 거의 다 떨어졌어. 장 좀 봐. 카드는 꼭 시장 볼 때만 써. 노트에 주스 레시피 정리 해뒀어. 주스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양이 다른 거 알지? 날마다 폐점 전에 매출 장부 정리하는 거 잊지 말고. 임금은 시간당 3천원, 오케이? 참, 주스 만들기 전에 꼭 손 빡빡 씻기다?라는 내용의 메모지와 현금 카드를 발견한다.)(어이없다는 듯 혼잣말로)시급 3천원? 엄마가 아니고 마녀라니까.(메모지를 꾸겨 던진다)(혼잣말로)다른 용도로는 사용 하지 말라고? 허… 일을 안 하면 용돈은 없다는 거지. 내가 중학생 때는 용돈 더 받으려고 가게 나와 도왔지만 그떄의 호락호락 하던 내가 아니라고.(현금 카드의 잔고를 확인하기 위해 주스 가게를 나와 병원 내에 있는 편의점에 간다. 그리고 현금지급기에 카드를 밀어넣으려고 한다) 간호사: (토마토 주스 병을 들고 계산대 앞에 있다고 건호를 보고 기웃거리며 건호에게 다가간다)혹시, 불량한 주스 사세 사장님 아들? 건호: (말을 거는 것이 성가신다는 듯 퉁명스럽게)네, 그런데요. 간호사: 맞구나! 전에 본 적 있어요. 나 거기 주스 중독이거든. 휴 사장님 퇴원할 때까진 참아야지 뭐. 또 봐요. 그리고 저는 이윤선 간호사예요(손을 흔들어 보이고 돌아선다) 건호: (속마음으로 하는 소리 시청자는 들린다)퇴원이라니? 내가 잘못 들었나. 그런데 엄마가 여행을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멍 떄리고 서 있는다) 현금지급기: 삐-삐 시간이 초과 되었습니다 건호:(현금 카드를 뺴고 이윤선 간호사가 있을 간호사 실로 간다)저희 엄마 수술 하셔야 해요? 견호: (그 의사를 찾아간다)저희 수술 하셔야 해요? 간호사: (살짝 심각한 표정으로)음.. 결석이 작으면 수술 안 하고도 치료가 가능한데, 학생 어머니느 좀 큰가봐. 수술이 내일로 잡혀 있네. 견호: 심각한 수술이에요? 간호사: 그렇게 심감한 수술은 아니야. 견호: (간호사실을 나온다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엄마 병실을 찾는다)(속마음으로 하는 소리 시청자는 들린다)예전에 아빠도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었는데 돌아가셨는데… 아빠가 특이체질이라고 해도…..나는 아직 아빠 돌아가신 것도 가끔 실감이 안 나는데… 엄마까지 죽으면 어떡하지…. 근데 보호자 싸인은 누가 했지…. 그래도 군청색 여행 가방이 잘 보여서 금방 찾았네. 엄마: (똑바로 누워 눈을 감고 있는다) 건호: (병실 앞에서 엄마한테 가야 할지 말아야할지 머뭇거리다가)(속마음으로 하는 소리 시청자는 들린다)그래, 엄마가 먼저 거짓말을 했으니 나도 모르는 척 하자 그게 서로에게 공평한 거야.(병원을 나오기 전에 간호사실에 들린다)엄마한테 내가 알게 도니 걸 알리지 말아 주세요 간호사: (건호와 엄마가 콩가루 모자 사이임을 눈치챈 듯 어색한 미소를 날리면서)휴대폰 번호 알려주고 가요. 혹시 모르니까. 건호: (쇵단보도 신호등까지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신을 차린다 신호등은 파란불을 깜빡이고 있다)(신호등은 중간도 못 가서 불이 바뀌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그냥 걸어간다)(택시 한 대가 빵빵 대며 건호를 피해 간다. 그리고 멈칫, 뒤로 물러서 중앙성 위에 꼼짝 없이 서 있는다)(속마음으로 하는 소리 시청자는 들린다)전조등을 밝힌 차들이 모두 내게로 달려드는 것 같네. 기분 거지 같다. 엄마는 여행 간다고 거짓말을 했으면 들키지나 말지. 삼류드라마 찍나? 줄지어 달려오는 불및들을 눈이 아프드록 노려본다) 상후: (문자)언제까지 여기 있어야돼!! 빨리와! 건호: 아, 맞다..(그냥 알아서 해결해. 나중에 갚을게)(문자를 보내고 휴대폰 전원을 끈다) -그날 밤- 외삼촌: (건후네 집으로 전화를 건다)(술 마신 목소리로)건호야, 별일 없지 져녁은 먹었고? 건호: 삼촌, 엄마 여행 갔어. 왜삼촌: …… 그래? 네가 이제 다 컸으니까 마음 놓고 여행을 갔구나. 자식 신통하다, 신통해…… 잘 자라. 또 전화할게(목소리가 이상해지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이른 새벽- 건호: (갈증이 나서 잠에서깬다. 모기를 물렸는지 팔뚤 여기저기를 긁는다)(속마음으로 하는 소리 시청자는 들린다)갑지기 엄마가 만들어주던 진한 오렌지 주스가 그립네.(집을 나와 터벅터벅 가게 쪽으로 걷는다.)(가게에 들어가서 카운터 앞의 의자, 테이블을 본다. 냉장 진열장을 연다)(속마음…)옛날에는 오렌지 주스 밖에 없었는데 점점 많아졌네(엄마의 레시피를 따라서 믹서에 과일 조각을 넣고 거기에 물 조금, 우유와 시럽 약간 그리고 얼음을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스위치를 누르고 정지 버튼 누루는 시간을 계속 놓친다)(그리고 만든 주스들을 조리대 위에 일렬로 늘어 놓는다)(속마음…)(시계를 보면서)가게 여는 시간은 두시간, 엄마 수술시간은 세시간 삼십분 남았네.(지금 까지 만든 주스를 모두 마셔 본다 하지만 맛이 이상하여 얼굴을 찡그린다)
-가게 문 열 시간- 첫 손님: (문을 열고 들어간다)저, 파인애플 주스 주세요 테이크 아웃이요 건호: 3000원입니다 첫 손님: (돈을 내면서)여기요 건호: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잔뜩 얼굴을 구긴채 꾸물꾸물 주스를 만든다) 첫 손님: (이상한 표정으로 찌푸린다 건호: 음료 나왔습니다 첫 손님: (서둘러 음료를 들고 나온다) 건후: (속마음…)얼른 조리대 치우고 가야겠다. 두 번째 손님: (문을 열고 들어 온다) 건호: (여러 가지 음료가 나와 레시피 노트를 뒤적이고, 또 다른 손님들이 와서 다른 다른 음료도 만들다가 믹서에 넣다가 떨어뜨린 과일을 밟아 찍 미끄러지고, 시럽도 엎지르고 엉망진창을 한다)아잇! -오후- 간호사: (문자)엄마 지금 마취에서 꺠어나셔서 방금 회복실로 옮겨지셨어. 건호: (문자를 보고)휴..다행이다.(손님이 뜸해져 컴퓨터로 선생님, 저희가 중현이르 떄린 건 중현이가 우리를 배신했기 떄문입니다. 아니, 배신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현이가 우리한테 맞을 때, 빌거나 사정하지 않는 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용기가 조금은 부럽기도 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쓴다.)(그리고 집에 가서 하루를 마친다)
-다음날 아침- 건후: (따르르르릉 알람소리를 듣고 눈을 뜬다 그리고 청과물 시장에 간다 거기에서 마주오던 사람과 부딪힌다)죄송합니다! 상대방: (자신의 가게로 들어간다 그리고 진열대에 사과를 진열한다) 건후: (자신도 모르게 따라들어온다)(속마음…)내가 여기 왜 들어 왔지?(진열대를 보면서)(속마음)빨간 사과는 하나도 없네 상대방: (사과 한알을 골라 내밀면서)겉만 그럴싸하다고 좋은 게 아냐. 오히려 그런 놈들이 맛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거든. 건후: (속마음…)그 중 제일 볼품없어 보이는데…(한입 베어 문다)음..아삭하고 즙이 많아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배어나와 혀 돌기 사이사이로 스며 들어요(엄지를 세운다) 상대방: (엄지를 세운다) -장을 다본후(택시)- 건후: (문자)상후야, 오늘 만나자. 될 수 있으면 11시 이젠에. 상후: (문자)피시방에 있으니까 일로 와 건후: (장본 것을 가게에 두고 피씨방으로 간다) 상후: (피시방에서 밤을 새운 듯 연이어 하품을 한다) 건후: (4만원을 나무젓가락이 꽃힌 컵라면 그릇 옆에 툭 떨어뜨린다) 상후: 야, 그 오토바이 있잖아. 한 사람은 망 보고 둘이서 오토바이를 빼앗기로 했어. 건후: …… 난 빠질래. 상후: (놀라면서)왜? 건후: ……(속마음…)청과물 시장에서 느낀 것에 대해 말하면 상후가 어떤 표정을 할까? 상후: 너도 우리랑 깨지고 싶어? 민기: (상후의 옆에 웃음기 없는 얼굴로 서 있는다) 건후: 됐어. 맘대로 해. 대신 너랑은 이제 쫑이다. 민기: (말투를 차갑게)다음에 우리 만나거든 알아서 기는게 좋을 거다
-가게를 연지 5일쯤 되던 날 밤- 건후: (침대 누워서 혼잣말로)왜 사람들은 요구하는게 많아서 나를 열받게 하는지…그리고 왜 자꾸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거야…하…근데 실력은 왜 이렇게 않는 거람.
-가게를 연 어느 날- 건후: (속마음…)오늘 엄마 입원한지 일주일인데… 비가 오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도 별로 없고… 손님: (검은 상복 차림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건후: (속마음…)장례식장 유족은 처음이네.. 손님: (우산꽂이에 우산을 꽂고 카운터로 간다) 건호: 뭐로 드릴까요? 손님: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메뉴를 살핀다)글세…… 종류가 너무 많아서. 건호: 신종 플루 예방되는 키위 주스로 드릴게요. 손님: (바깥 풍경을 본다)(혼잣말 같이 말한다)눈물이 안나와. 건호: (혼잣말 인 줄 알고 묵묵히 믹서에 시럽을 치고 뚜꺼을 닫는다) 손님: 독한 할망구라고 남들이 쑥덕대는 거 같아 바늘 방석이야. 건호: 돌아가신 분이랑 ㅅ이 안 좋으셨어요? 손님: 그 영감탱이가 속을 어지간히 썩였지. 내 속에 이 창자가 다 문드러졌을 거야. 여태 살아 있는 게 용하다닊.(손수건을 조물락 만지면서)이따가 화장터에서도 눈물 한 방울 안 나올까봐 걱정이야.(한숨을 쉰다) 건호: (속마음…)아빠의 유해가 화장장 불속으로 들어갈 때 엄마가 펑펑울었는데.. 나도 울지 않았었는데…(컵받침 위에 키위 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올려놓으면서)먼저 화풀이부터 하세요 손님: 화풀이? 건호: 할아버지 앞에서 그동안 열 받았던 일을 다 따지는 거예요. 옆에 누가 있든 말든 안면 까고 욕도 막 해 주시고요. 그러고 나면 혹시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손님: 거참 고약한 주스 가겔세……(검은 씨앗들이 둥둥 떠 있는 초록빛 키위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주스를 다 마신 뒤 테이블 위에 지페를 올려놓고 기운차게 일어난다.)잘 마셨어.(문손잡이를 잡은 채 씩 웃는다.) 건호: (할머니가 밖으로 멀어지는 걸 지켜보다가 살짝 미소를 띠면서 중얼거린다)여기는 불량한 주스가게거든요
-엄마가 퇴원하시는 날(늦은 오후)- 엄마: (조금 핼쑥해진 얼굴로 긴소매 블라우스로 가을 분위기를 풍긴다) 건호: (엄마를 테이블 앞에 앉히고 돌아서서 사과 주스를 만든다) 엄마: 장사는 할 만하던? 건호: (대꾸 없이 사과 주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엄마: (주스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톡톡 털어 마신다) 건호: 여행 어땠어? 엄마: 응. 좋았어. 아주. 건호: 자퇴하고 주스나 팔까? 학교 다녀 봤자, 어차피 변변한 대학도 못 갈 건데. 엄마: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듯이)학교를 대학 가려고 다녀? 지식도 쌓고 좋은 친구도 사귀려고 다니는 거지 건호: (속마음…)엄마한테서 그런 교양이 넘치는 말이 나오다니! 엄마, 왜 나한테 가게를 맡겼어? 내가 마랑 먹었으면 어쩌려고. 엄마: (한참 뜸을 드린다)널 믿고 싶었어. 건호: (억지로 말을 돌린듯)엄마도 이제 알바 써. 이왕이면 여대생으로 면접은 내가 볼게. 엄마: (건호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학교에선 연락 없어? 건호: 날마다 반성문 절절하게 써서 보내고 있는데 감감 무소식.
-이날 저녁- 건호:(저는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아빠가 안 계시다고 동정받거나 위로받는 건 싫었으니까요. 그래서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을 참았습니다. ……전 제가 강하고 멋지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어요. 전, 겉만 그럴싸하고 맛은 형편없는 불량 사과 같은 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잘해 낼 자신이 없습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선생님들꼐 고분고분해지는 것도…… 과연 이런 제가 학교로 돌아갈 자격이 있을까요? 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선생님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