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여울문학회

머리카락/정우성   봄 햇살 가득한 오후 소래 논현 요리집에 들어섰을때 너는 그자리에서 한올 한올 하늘 거리고 있었다   네가 뭔데 치렁치렁 수양버들 잎사귀 흉내를 내고 있느냐   청명한 호수 위 맞닿아 하늘거리던 그 아뜩한 떨림     호수위 백조가 깃털에 퉁기며 털어내는 금빛 물방울들 나는 그때 너의 심연에 닿았었다   바로 그순간   내가 미쳤는가 보다   꽂지는 자리/정우성 눈부신 기다림 후   퍼얼펄 꽃 지는자리 계집 아이들 울고 서있다                                  잉태한 생명 돌아갈 시간    다시  희망으로 돌아오는날   그때는 네가 나를 애틋하게 보내어라 목련꽃지는 아래에서   오월의 산/정우성   두위봉 올라서니 하늘이 바다되고 산이 하늘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오월의 산은 하늘위 떠가는 돗단배 느리게 걷기/정우성   이제부터 느리게 걷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빨리 걸어 왔어요   다 소용 없어요   이제 짐을 덜어 놓을려 해요    가진 것도 없지만 다 버려야 겠어요   천천히 가볍게 별에게 가는길/정우성   바라보는 눈빛 손바닥으로 내려오는 별   은하의 궤도에 진입한다   굽이치던 혜성의 꼬리가 잠잠해지고 그뒤를 따라서 유영을 한다   수만 광년 거리의 잊혀진 이야기들 다시 보고 듣는다   오래전 지나간 시간에 묻혀진 이야기들   손바닥으로 별이 내려올때 새겨지는 은하의 길   오르지 않아도 별에게 가는 길이 있다   소나기 내리는 날/정우성   소나기 내리는 날 원동 중학교 인도위 비맞은 들개 한 마리 지나간다 블럭에 끌리는 꼬랑지 등에 달라붙은 뱃가죽 개장수 바라보던 누렁이 겁먹은 눈빛   방과 후 그날따라  일곱식구 저녁상 에 올라온 쌀밥 두 공기 우리 엄마 밥 푸시며 떨리던 주걱 누렁이 어디 갔냐 하니 묵묵부답 삼 천원에 팔렸다는 안스러운 엄마의 자백 가끔은 저승으로 팔려가다 도망친다는 풍문 밤 늦도록 찾아 다녔던 유년의 시간   가던길  멈칫거리던 그 눈빛 낯설지 않다   앵무새 단상/정우성 먼 이국의 숲에서 덫에 걸린 이후 줄곳 새장 안에 갇혔 있었다 처음 만난 주인님이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가르쳐 주었다 그대로 따라 하지 않으면 밥을 줄 수 없다고 하여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대로 따라 하였다 어느날 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갈 즈음 새장 밖의 잠금쇠를 부리로 풀고 새장 밖으로 나갔다 어둠속에서 한두 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웬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시 새장 안으로 들어갔다 도망갈 자신이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주어지는 먹이에 길들여져 있었다 오늘도 아침 출근하며 밥을 주는 주인님께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외쳤다 이후로도 줄곳 주인님이 밥을 주면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할것이다 다시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도라지 꽂/정우성 할머니 산소에 갔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 모종심듯 옮겨진 땅위에 이름모를 풀처럼 살다 풀처럼 졌다   첩첩산중 마지막 임종 시간 오지않은 아들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자식 찾아오면 두둘겨 패서 저산아래 개울물에 갖다 버려라" 마음에도 없는 원망을 남기고 양지바른 산중턱에 잠들어 계신다 마지막 사진 한장은 웃어야 한다 제발 웃어야 한다며 이승과 저승의 찰라 파리한 입술을 손꾸락으로 찢어 찍었던 사진 한장 이승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셔터 불빛 혼불이 되었다   폐가된 광 안 거미줄 속에서 하얗게 웃고계신다  산소 오르는 길가  하얀 도라지꽃 반가운 손자 얼굴을 알아 보시었나 가는허리 일으키며 화알짝 웃고 있다 산에서 피고 산에서 진 꽃이다 눈 깜빡 할 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