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통합치유 연구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몸‧마음‧영혼을 온전하게 치유하는 전인치유 기제로서 만다라치유를 감각통합치유의 관점에서 규명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이를 위하여 우선 만다라의 기원과 그 철학적 배경을 살펴본 후, 본래 만다라가 가진 기능과 치유원리를 파악하여 만다라의 전인치유적 가치를 규명하였다. 이에 더하여 아유르베다의 감각기능 이론을 적용하여 만다라치유가 통합치유의 중심점으로 역할을 하기 위한 근거를 살펴보았다.
제2장에서는 만다라의 발전에 영향을 준 인도의 힌두교, 불교, 탄트라에서 만다라 개념을 정의하고 그 발달 과정을 고찰하였다. 만다라의 원형으로 힌두전통에서 발전해온 얀뜨라의 의미와 기능을 고찰하여 만다라의 기능과 치유원리를 규명하였으며, 전일주의 세계관인 요가 아유르베다 탄트라의 인간관을 통해 만다라치유가 통합의학으로 확립되는 배경을 살펴보았다.
만다라는 원형을 기본으로 하는 형상으로 본질을 구하고 마음을 닦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심리학자인 융은 불교미술로만 인식되었던 만다라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였으며, 또한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의 그림'으로 정의하였다. 그는 만다라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무의식과 의식을 통합하고, 자신의 중심을 찾고 성장하도록 하였다.
융의 만다라는 밀교에서 비롯되었는데, 이전 힌두전통과 불교, 탄트라에서부터 만다라는 존재하였다. 베다 시대에는 신에 대한 찬가를 만다라로 불렀으며, 힌두전통에서 만다라는 제의적 설계도로 사용되었다. 숭배되는 신의 성격 및 조건에 따라 조형원리를 도식화한 만다라 위에 힌두교 사원들을 건축하였다. 불교에서 만다라는 대지 위에 토단으로부터 시작하여 부처를 모시던 장소였으나, 불교의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점차 변모하고 발전하였다. 탄트라 시기에는 만다라는 얀뜨라로 불리었다. 그 시가의 만다라는 베다 전통을 따르는 기하학적인 만다라로 인간과 세계 창조와 관련된 철학적 개념이 담겨 있었으며, 주로 우주와 인간을 연결하여 합일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불교의 만다라는 힌두전통의 얀뜨라보다 상징의 의미가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힌두전통에는 우주 유일의 근본원리인 브라흐만과 개인 존재의 본체인 아트만이 동일하다는 범아일여 사상이 존재하며, 아트만과 브라흐만의 합일을 통해 해탈을 정의한다. 반면에 불교는 신을 내세우지 않고 붓다의 사상과 깨달음의 경지를 담고 있다. 얀뜨라에는 대우주가 담기기 때문에 불교의 만다라의 개념이 얀트라보다 축소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불교에서 시작한 융의 만다라는 인간 무의식 안에 존재하는 정신의 중심으로 표현되었다. 융의 만다라는 불교와 탄트라가 융합한 다음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탄트라는 인간을 소우주로 보고, 대우주와 인간을 연결하는 도구로 얀뜨라를 사용하였다. 얀뜨라는 신성을 표현하는 상징으로서만 작용한 것이 아니라 의례와 수행을 돕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상징체계로서 얀뜨라는 소리를 바탕으로 우주의 에너지를 표현한 형상이며, 얀트라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우주의 원리를 함축하고 있다. 빈두(bindu)는 얀뜨라의 중심으로 신을 상징하고 창조의 근원이다. 정삼각형은 쉬바를 역삼각형은 샥띠를 표상하며 이 두 삼각형이 합쳐진 육각별(hexagram) 모양은 남성과 여성, 정신과 물질,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양극 융합을 나타낸다. 정사각형은 물리적이고 현세적인 세계를 뜻하며 네 방향의 문을 통해 신성한 얀뜨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꽃은 영적인 깨달음을 나타내며 에너지의 확산하고 확장하는 상징의 특성을 갖는다.
외적인 의례를 통해 얀뜨라의 샥띠(힘)는 활성화되고 생명력을 얻는다. 의례를 통해서 활력을 얻은 얀뜨라는 신을 모시는 뿌자에서 만뜨라와 함께 사용되었다. 얀뜨라는 마음을 고정하는 도구로 집중을 통해 수행자를 명상으로 연결시킨다. 얀뜨라 명상은 얀뜨라의 상징들을 수용하여 내면화함으로써 대우주와 소우주가 통합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렇게 얀뜨라는 우주의 상징을 담고 있으면서 의례의 도구로, 우주와 하나가 되기 위한 수행의 도구로 기능해왔다. 얀뜨라의 기능을 바탕으로 만다라도 이와 같은 기능을 갖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만다라치료에서는 만다라의 형태인 원이 치유의 바탕으로 쓰이고, 상징체계‧의례체계‧수행체계의 기능은 퇴색되었다.
제3장에서는 만다라치유의 역사를 고찰하였고, 현재 미술치료에서 사용하고 있는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만다라미술치료를 살펴보고 만다라의 치유원리를 고찰하였다. 만다라의 통합치유적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아유르베다의 감각기능을 바탕으로 한 감각치유의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였으며, 이를 통해 시각치유가 감각통합치유를 대표하는 중심이라는 점과 함께 전일적인 관점의 만다라통합치유의 활용방안을 제안하였다.
만다라는 고대 동서양 모두 사원이나 교회 등의 성스러운 장소에서 발견되었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치유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깨달음의 도구로, 마음을 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 심리학자인 융은 인도의 만다라와 차크라 체계를 동양의 가장 뛰어난 상징체계로 간주하고, 차크라와 만다라의 상징체계를 개성화 과정으로 보았다. 융의 만다라심리치료는 원의 형태에 자신의 무의식을 그리고 나면 상징을 분석하여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대의 만다라미술치료는 융의 만다라치료를 기반으로 발전하였다. 조안 켈로그는 환자들의 만다라를 분석하여 위대한 만다라의 원형적인 단계의 개념을 구축하였으며, 수잔 핀처는 만다라에 나타나는 상징의 의미들을 정리하였다. 현대의 만다라연구들은 효과성을 검증하는 양적 연구에서 만다라 그리기의 본질적인 의미를 연구하는 질적 연구들로 변하고 있으며, 임상을 위한 객관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만다라치유는 심리치료적 차원뿐만 아니라 질병예방과 전인적인 치유를 위하여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다라에는 형태가 가진 본연의 치유에너지가 존재한다. 기하학적 형태들은 무의식에 닿아 보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준다. 더욱이 만다라에 담긴 기하학적 형태들은 우주의 상징성과 원리를 담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데 이는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우리 안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그림과 달리 만다라를 바라보는 것은 자신 안에 있는 우주의 힘을 자각하게 하고 만다라에 담긴 우주의 힘과 연결하는 명상의 시간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만다라의 균형 잡힌 구조는 보는 사람에게 안정을 주고 에너지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자연을 벗어나 문명의 스트레스를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만다라를 보는 것은 치유의 방법으로 적절하다. 우주와의 연결로 고립감을 해소하고, 균형 잡힌 자극을 통해 불균형적인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아유르베다에서는 감각기능을 생명의 요인으로 중요하게 다룬다. 아유르베다에서 감각기능은 5종 조대요소로 이루어졌으며 각각의 감각기능은 감각대상들의 미세한 요소인 소리‧감촉‧형태‧맛‧냄새를 접촉하여 받아들인다. 감각인식의 과정은 감각대상-감각기관-감각물질-감각기능-감각지각의 일직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다. 시각으로 예를 들면 눈으로 색(형태)과 접촉할 때 화요소가 시각을 통해 전달되면서,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다. 감각대상부터 마음까지 연결되는 이 과정은 물질의 직접적인 흐름을 나타낸다.
따라서 감각지각과정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는 과정과 다름이 없으며 심신에 질병에 영향을 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으로 들어온 감각인상들은 지성이 소화시킨다. 잘 소화된 경험들은 우리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며, 이해되지 못하고 설명되지 못한 경험들은 우리 안에 독소로 작용하여 몸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잘 소화된 감각경험은 영혼까지 전달되어 치유의 상태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영혼은 다시 마음에 영향을 주어 행동을 변화시키고 더욱 삿뜨와적인 것을 찾게 하고 이런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잘 소화된 경험의 과정들은 존재 자체를 바뀌어 놓는다.
5종 조대요소는 아유르베다가 전인치유 체계로 기능하게 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아유르베다에서 말하는 우리 몸과 감각기능은 5종 조대요소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5종 조대요소를 잘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각치유는 감각기능을 구성하는 5종 조대요소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각치유‧촉각치유‧시각치유‧미각치유‧후각치유의 감각대상인 성‧촉‧색‧미‧향을 올바르게 접촉하는 것이 감각치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감각치유의 원리는 감각기능을 이루는 5종 조대요소의 각 요소를 바라보는 것이다. 각 요소를 바라본다는 의미는 각 요소를 '조명한다'는 것이며 마음을 보내고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집중된 마음은 그 대상을 정화하는 힘을 갖는다. 따라서, 감각기능을 구성하는 5조대요소를 의식적으로 바라봄으로써 5종 조대요소 안에 아주 미미한 형태로 잠재된 삿뜨와를 일깨우는 것이 곧 정화이고 치유다. 5종 조대요소를 바라보는 과정은 관찰자의 바라보는 마음이 바라보는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관찰자효과'로도 설명된다. 5종 조대요소를 바라보는 순서는 지각하기 쉬운 지요소로부터 시작하여 수–화–풍–공요소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짜라까상히따』의 감각기능에 해당하는 5종 조대요소의 비율은 감각기능에 해당하는 우세한 요소 1/2과 나머지 4종 조대요소 1/2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청각치유와 촉각치유, 시각치유, 미각치유, 후각치유가 대등한 관계이며 모두 동등한 입장이라고 할 주장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고전 요가의 누적 전변을 통해 만뜨라와 얀뜨라의 속성을 살펴보았다. 누적 전변은 성에서 공이 나오고, 성-촉에서 풍이 나오며 성-촉- 색에서 화가, 성-촉-색-미에서 수가, 성-촉-색-미-향에서 지로 전개된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공요소는 순수하게 소리의 성질만을 가지고 있고, 화요소는 지배적으로 형태의 특질을 가지면서 소리와 감촉의 성질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시각치유는 소리치유, 촉각치유와 통합하여 사용하기 쉬울 것으로 예측된다.
시각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치를 통해 볼 수 있듯이 인간의 감각작용은 대부분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 감각기관 중에서도 시각은 다른 어떤 감각기관보다 적극적이다. 시각이 분석되는 동안 정신적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다라는 색과 형태로 구성되는데, 색과 형태들의 의미를 아는 것은 만다라치유에서 중요하다. 사람이 태어나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형태보다는 색을 먼저 인지한다. 색만큼 인식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도 없다. 색은 주의를 끌어당기고, 기분을 형성하며,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된다.
색은 화요소에 상응하는 감각적 특질로서 미묘한 수준에서 화요소를 조절하여 정신적 순환과 소화를 강화시키며 다른 모든 요소를 조화시키는데 사용된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색이 가지고 있는 치유정보를 바탕으로 체질과 상태에 맞는 색을 선택함으로써 치유에 활용하였다.
리델(Ridel)은 삶의 기본적인 형태는 원‧십자‧삼각형‧사각형‧나선이라고 하였고 이런 도형들 속에는 삶에 대한 자세, 삶의 방식과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도형들은 치유력을 지니는데, 원은 보호받으며 에워싸여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십자는 자유로이 펼쳐져 있다는 느낌을, 사각형은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나선은 자신을 넘어 상승하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 형태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만다라 형상은 모든 것을 수용하는 치유의 에너지를 지닌다.
만다라 상징에 나타난 색과 형태는 많은 무의식 정보를 담고 있다. 만다라 형태에 나타난 선‧숫자‧형태 등 모두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폭넓은 이해가 요구된다. 만다라에 표현된 색에는 제작자의 생각과 느낌, 직관들을 그대로 나타낸다. 만다라에 나타난 색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다라에서 선은 신체 근육의 긴장감을 반영이기 때문에 선으로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만다라에 표현된 형태들은 표현한 사람의 내면적 이미지로서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다. 그림이란 그린 사람의 자아상(self-image)의 반영인 동시에 무의식 세계의 동기와 욕구를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 만다라미술치료는 심신이원론이 바탕인 서양 심리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전인치유가 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만다라치유가 전인치유를 목적으로 한다면 전일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또한 만다라치유가 몸의 치유에도 활용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연결하는 이론이 있어야 한다. 이는 아유르베다의 감각기능이론을 토대로 만다라치유가 외부세계-감각기능-마음-영혼까지 연결하여 전인치유 기제인 감각적 통합치유가 가능함을 설명하였다.
만다라통합치유는 만다라의 조화롭고 균형 잡힌 형태의 에너지가 시각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고, 시각을 통해 들어온 감각물질들을 잘 소화하여 몸‧마음‧영혼이 조화와 균형을 확립하는 치유방법으로, 만다라통합치유가 우주와 우리는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하는 치유 기제로서 통합적인 치유라고 말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만다라가 본래의 기능을 되찾고 만다라를 활용한 시각 치유가 아유르베다의 감각기능이론을 통하여 전인치유 기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이 일상에서 만다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와 평안을 얻기를 기대한다. 몸을 위하여 건강한 음식을 먹듯이, 균형 잡힌 그림을 마음의 음식 삼아 바라본다면 일상이 바로 수행이고 치유적 장이 될 것이다. 만다라통합치유가 자기치유(self-care)의 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질병과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만다라미술치료가 독립적인 위상을 가진 보완대체의학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추후에 전인치유기제인 만다라통합치유을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만다라 통합치유 연구/ 심정아 선문대학교 일반대학원 통합의학과자연치유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