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인의 일을 점 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오늘 이걸 하면 어떨까?
- 안 좋다.
그럼 내일 하면 어떨까?
- 안 좋다.
다음 달에 하면 어떨까?
- 안 좋다.
다음 달에 △△를 한 다음에 하면 어떨까?
- 안 좋다.
이렇게 저렇게 미련을 가지고 어떻게든 좋다는 점괘가 나올 때까지 세 번 네 번 ... 열 번 점을 치고 또 쳤는데 모두 안 좋다는 괘만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는 저의 점을 신점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마치 누군가 인격체가 답을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금년에 한 가지 일을 이렇게 저렇게 조건을 붙여 점을 치고, 또 치고, 또 쳐도 안 좋다는 답만 나왔던 괘 모음을 가싱의 사건에 붙여 각색해 보았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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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안 되는 것인가보다 !
이웃 건물에 식당이 들어왔습니다.
고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이웃사람들도 와서 같이 빌어 달라고 합니다.
돼지머리에 만원짜리 몇 개 꽂아주고 잘 되라고 빌고 오면 되겠는데,
보통은 차린 음식, 떡과 과일을 먹고 막걸리도 한 잔 하게 됩니다.
그리고 흔히 그걸로 끝내지를 않고 떡과 과일을 싸 줄 것이고 그걸 가지고 오게 됩니다.
그 전에는 이런 일이 있으면 따지지 않고 그냥 가서 참석하고 음식을 싸 주면 가져다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기분이 안 좋습니다.
점을 쳐 봅니다.
庚子年 ○○月 ○○日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거기 가서 음식과 술을 먹으면 如何。
大壯之泰 眾惡之堂,相聚為殃。幽毒良人,使道不通。
여러가지 안 좋은 집에 서로 재앙이 된다. 좋은 사람에게는 깊이 독이되고 도가 통하지 않는다.
아. 이게 안 좋군요.
이건 역술인이 다룰 문제가 아니고 무속인이 나서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고사 날짜를 잘못 잡았거나 터가 너무 안 좋아서 거기 가는 것 자체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두 번 째 점을 쳐 봅니다.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그 음식을 일체 먹지 않으면 如何。
觀之坎 黍稷醇醲,敬奉山宗。神嗜飲食,甘雨嘉降。獨蒙福力,時災不至。
아. 음식을 안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냥 고사 지내는 데 가서 돈 좀 내놓고 빌어주고, 음식은 일체 먹지 말고 와아겠네요.
그렇다면, 고사지내는 현장에서는 음식을 안 먹고 집에 가져와서 먹는 건 괜찮을까?
세번째 점을 쳐 봅니다.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사용한 음식과 과실 등을 집에 가져와서 먹으면 如何。
咸之未濟 秋梁未成,無以至陳。水深難涉,使我不前。
어이쿠. 집에 가져와서 먹어도, 안 좋군요. 내 운이 막힌다는 얘기입니다.
음식을 가져다가 양기가 짱짱한 햇볕을 쬐면 음침한 기운, 즉 邪氣를 떨쳐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네번째 점을 쳐 봅니다.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사용한 음식과 과실 등을 집에 가져와서 햇빛을 쪼인 후에 먹으면 如何。
復之旣濟 驅羊南行,與福相逢。狼驚吾馬,虎盜我子。悲恨自咎。
햇빛을 쪼인 후에 먹어도 나쁜 기운이 그대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속신앙에서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하는 소금과 팥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요?
다섯번째 점을 쳐 봅니다.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고 싸 준 음식을 소금과 함께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보관하고 먹으면 如何。
漸之頤 一尋百節,綢繆相結。其指詰屈,不能解脫。
소금 만으로는 안 된다? 그럼 소금과 팥을 같이 쓰면 어떨까요?
여섯번째 점을 쳐 봅니다.
○○식당에서 고사를 지내고 싸 준 음식을 소금과 팥과 함께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보관하고 먹으면 如何。
恒之升 三狸捕鼠,遮遏我前。死於壞域,不能脫走。
그래도 나쁜 기운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그 음식은 먹으면 안 되나 봅니다.
焦氏易林 占을 활용해 보면, 이게 그냥 동전 하나 던져 앞 아니면 뒤가 나오는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焦氏易林 4096개 卦 중에는 좋은 것 보다 안 좋은 것이 많지만,
연거퍼 다섯번, 여섯번, 열번 안 좋은 괘만 나올 수학적 확률은 아주 작을 것입니다.